"경기의 99%는 선수가 만들고 나머지 1%는 감독이 만든다.그러나 감독의 1% 없이 100%는 없다." - 알렉스 퍼거슨,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
감독은 존재만으로 경기의 흐름을 바꾸기도 합니다. 선수들을 적소에 배치하고 발상을 넘는 전략으로 승리를 가져옵니다. 하지만 영국의 축구팀 유나이티드 런던 FC의 경기장에는 감독이 보이지 않습니다. 팬들에게 감독의 권한을 전부 위임했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에 흩어진 수천명의 감독들은 웹사이트와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직접 어떤 선수가 어떤 포지션에서 어떠한 전술로 경기를 진행할지 결정합니다. 관중이 감독이 된 축구팀, 유나이티드 런던 FC의 경기가 이제 시작됩니다.
유나이티드 런던 FC 미리보기
• 피 말리는 경쟁이 생기를 만든다
• 누구에게나 공이 둥근 것은 아니다
• 감독을 없앤 구단주의 등장
• 전반전: 관중의 마음을 파고드는 공격
• 후반전: 선수와 스폰서를 지켜내는 수비
• 연장전: 게임의 몰입도를 높이는 작전
1주일에 5억원. 2018년에 '영국 프리미어 리그(English premier league, EPL)'에서 가장 많은 급여를 받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선수 알렉시스 산체스의 주급입니다. 연봉으로 역산하면 무려 235억원입니다. EPL내에서 흔한 연봉은 아니지만 보기 드문 숫자도 아닙니다. 같은 팀 폴 포그바 연봉은 220억원, 로멜루 루카쿠의 연봉은 190억원에 이릅니다. EPL 소속 선수들의 평균 연봉은 무려 39억원입니다. 상상을 뛰어넘는 평균값이 어떻게 가능할까 싶지만 EPL이 만들어내는 부가가치를 생각해보면 이해가 갑니다. EPL은 세계에서 상업적으로 가장 성공한 프로 축구리그로 크게 3가지의 수익원을 통해 돈을 법니다.
1. 중계권료: EPL이 벌어들이는 수익의 61%는 중계권료에서 나옵니다. EPL 경기를 자국내, 그리고 해외로 송출하는 대가로 2017년, 총 4조 6000억원을 받았으며 매년 증가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2. 스폰서십 및 커머셜: 경기장, 셔츠 등에 후원사를 홍보할 수 있는 권리을 판매하고 후원사 광고에 선수와 클럽을 이용할 수 있는 권한을 제공하는 것으로 수익의 27%, 약 2조원의 수익을 올렸습니다.
3. 티켓 및 굿즈: 관중들에게 판매하는 시즌권과 일반권 그리고 레플리카, 축구공 등 굿즈의 판매를 통해 나오는 수익입니다. EPL의 평균 관중은 3만8천여명이며 2017년에 관중들로부터 창출한 부가가치가 약 1조원에 달합니다.
굳건한 수익모델을 바탕으로 15-16시즌 EPL의 소속 클럽들의 매출액은 전년대비 9% 증가했습니다. 다른 나라의 프로리그와 비교해도 EPL은 독보적입니다. 유럽의 5대 프로리그중에서 가장 부유한 리그인 EPL은 2위인 독일의 분데스리가보다 3배 많은 중계권료 수입을 자랑합니다. 리그 전체뿐만 아니라 개별 구단의 가치도 우월합니다. 포브스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가장 가치가 높은 구단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스페인의 명문 클럽 FC바르셀로나, 레알마드리드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습니다. 또한 구단 가치 순으로 10개 팀을 선정했는데, EPL 소속구단들이 6개나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전체적으로도, 부분으로도 독보적인 EPL의 성장 비결은 무엇일까요?
피 말리는 경쟁이 생기를 만든다
EPL 발전의 이면에는 든든한 시스템이 있습니다. 영국의 축구리그는 방대하면서도 체계적입니다. 총 22개의 리그가 피라미드처럼 연결되어 있습니다. 최상층에는 47억명의 팬들을 확보한 EPL이 있고 그 아래로 챔피언쉽 리그, 풋볼 리그1, 풋볼 리그2까지 총 4개의 리그가 프로 리그로 불립니다. 프로 리그 아래의 18개의 리그들은 세미프로 혹은 아마추어 리그에 해당합니다. 22개 리그에 480여개 이상의 팀이 존재합니다. 축구 강국인 스페인 리그가 9개 리그로 구성되어 있는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큽니다.
이렇게 많은 리그들의 무한한 경쟁 속에 EPL의 성장동력이 있습니다. 피라미드의 상층부에 있는 EPL 리그는 고인물이 아닙니다. 영국 축구의 모든 리그에는 승강제가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정규 시즌이 끝날 때마다 상위 리그의 팀들이 하위 리그로 강등되고, 하위 리그에서 상위 리그로 오를 수 있습니다. 이론적으로 피라미드의 맨 마지막에서 제일 위로 올라올 수 있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레스터 시티는 4부 리그에서 시작해 강등과 승급을 거치며 132년만에 1부 리그에서 우승을 하는 쾌거를 이뤄내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시스템은 하위권 팀에게는 경쟁심을, 상위권 팀에게는 경각심을 불러 일으켜 팀에 끊임없는 긴장감을 불러일으킵니다.
마찬가지로 EPL내의 선수들에게도 경쟁은 적용됩니다. 일반적으로 프로 리그는 자국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외국인 용병 비율을 제한합니다. 하지만 고인물은 썩기 마련입니다. EPL는 다른 유럽리그에 비해 외국인 용병 고용이 유연합니다. 세리에A, 프리메라리가 등이 비EU선수에 대한 쿼터제가 있는 반면 EPL은 영국내에서 일할 수 있는 자격만 있다면 선수의 국적에 제한을 두지 않습니다. 이처럼 리그 간, 리그 내 무한 경쟁은 EPL의 재미의 폭을 넓혀주고 경기의 질을 높혀주며 EPL에 생기를 돌게 합니다.
누구에게나 공이 둥근 것은 아니다
EPL을 더욱 생기있게 만드는 건 수익 배분 구조입니다. EPL의 중계권료 중 일정 비율은 동등하게, 나머지는 성적에 따라 차등 배분합니다. 파이의 크기가 크고, 일정 부분은 동등한 비율로 나누기 때문에 하위권 클럽에 배정된 몫도 클 수 밖에 없습니다. 2016년에 준우승한 아스널의 경우 중계료로 1,700억원을, 최하위 애스턴 빌라도 1,200억원을 받았습니다. 따라서 EPL 리그 내에 있다면 어느 정도의 운영 자금을 확보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팀의 경쟁력을 키워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EPL을 제외한 리그는 EPL과 같은 운영 자금을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리그를 운영하는 주체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1부 리그인 EPL은 프리미어 리그에서, 2부에서 4부 리그는 풋볼 리그가 운영합니다. EPL에서 수조 원의 중계권료를 받더라도 하부 리그들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하위 리그의 중계권료는 EPL에 비하면 턱없이 낮습니다. EPL의 바로 아래 리그인 챔피언십 리그조차도 15-16시즌 총 매출액은 5억 5600만 파운드(약 8,188억원)로 EPL의 ⅛ 수준에 불과합니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차이는 벌어집니다.
경제적 보상은 리그의 경쟁력에 영향을 미칩니다. 리그의 자본력이 없으니 선수들을 데려오기도, 유지하기도 힘듭니다. 좋은 선수들을 확보하지 못하거나, 좋은 선수들이 빠져나가면 팀이 강등 당할 확률도 커집니다. 여기에다가 구단이 강등을 당하면 짐을 싸는 선수들이 늘어나게 되고 전력이 약해져 리그 승격의 기회도 줄어듭니다. 빈약해진 선수층은 자연스럽게 팬층이 얇아지게 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집니다. 이는 결과적으로 티켓과 굿즈의 판매부진으로 연결되고 아무도 보지 않는 팀에 투자하려는 기업도 없기에 스폰서십 수익도 없다시피합니다.
그래서 승강제를 통해 EPL과 하부 리그들이 연결되어 있지만 하부 리그는 그들만의 리그에 가깝습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하는 열악한 환경이지만, 이러한 난관 속에서도 득점을 올리는 팀이 있습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감독 없는 축구팀'을 운영하는 '유나이티드 런던 FC'입니다.
감독을 없앤 구단주의 등장
EPL의 구단주는 엄청난 부를 소유한 개인일 경우가 많습니다. 맨체스터 시티 FC 구단주 셰이크 만수르의 추정 재산은 35조 원에 이르며 가문의 재산은 1,000조 원에 달합니다. 첼시 FC의 구단주 로만 아브라모비치의 개인재산도 10조에 달합니다. 막대한 재산을 바탕으로 구단에 대한 투자가 끊이지 않습니다. 최고의 선수를 영입하고, 최고의 경기장을 위해 투자합니다. 심지어 구단이 가지고 있던 빚을 구단주 개인이 갚아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풀럼에 위치한 스탬퍼드 브리지는 첼시 FC의 홈구장으로 4만명의 관중을 수용할 수 있습니다.
반면, 하부 리그 중 하나인 에섹스 연맹 프리미어 리그의 유나이티드 런던 FC 구단주는 증권사 인사팀 출신의 '마크 노스'로 평범한 시민입니다. 제대로 된 경기장도 없어 런던 교외의 한 여학교의 축구장을 빌려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선수들의 훈련을 책임지는 전문 코치나 스탭들도 부족합니다. 물론 아마추어 리그임을 감안하면 이러한 환경이 낯선 건 아닙니다.
하지만 유나이티드 런던 FC에서는 프로든 아마추어든 어느 축구팀에나 당연히 있어야 할 사람이 한 명 보이지 않습니다. 바로 감독입니다. 코치나 트레이너로 보이는 사람들은 있는데 감독으로 불리는 사람이 없습니다. 감독의 역할을 팬들이 대신하고 있습니다. 팬들이 매 경기 선발 라인업을 정하는 등 감독이 해야할 일을 도맡아 합니다. 하부 리그의 팀이지만 감독이 없으니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집니다. 구단주인 마크 노스는 어떤 이유로 감독 없는 축구팀을 운영하게 되었을까요?
전반전: 관중의 마음을 파고드는 공격
EPL의 대부분의 경기는 일찌감치 매진이 됩니다. 첼시FC와 리버풀FC과 같은 빅클럽간의 경기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제각각의 성격을 가진 EPL 클럽들이지만 모두 제값의 역할을 합니다. 선수들의 화려한 플레이, 관중들의 함성, 웅장한 경기장의 매력을 느끼기 위해 사람들은 몰려듭니다. 런던의 명문구단 아스날의 시즌 티켓은 150만원 수준이며 경기당 입장권도 평균 10만원에 달합니다. 시즌 티켓이 15만 원, 입장권이 5천 원인 K리그에 비교해보면 차이가 큽니다. 가격도 높지만 수요는 더 높습니다. 홈 경기를 무제한 볼 수 있는 권리를 주는 시즌 티켓은 판매 개시를 하자마자 금방 매진 되고, 일반 좌석도 좋은 자리는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하지만 아마추어 리그는 상대적으로도, 절대적으로도 관심도가 낮습니다. EPL에는 런던을 연고로 하는 팀이 6개 팀이나 될 만큼 런던에 축구 팬들이 넘쳐나도, 하부 리그에서는 런던을 연고로 한다 하더라도 팬을 확보하기가 어렵습니다. 유나이티드 런던 FC의 경우도, 런던을 구단명 전면에 내세우고 런던 시내에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곳의 여학교를 구단 경기장으로 사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중석을 채우기가 쉽지 않습니다. 관중들이 무료로 경기 관람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 절망스러운 상황입니다.
유나이티드 런던 FC에서는 팀을 구성하는데 중요한 정보인 선수별 능력치와 경기기록 등을 볼 수 있습니다.
유나이티드 런던 FC는 관객의 모객이 아니라 감독의 모집으로 하부 리그가 가지고 있는 핸디캡을 극복합니다. 선수 기용과 전술 채택이라는 감독의 고유 권한을 팬들에게 부여했습니다. 관중석에서 경기를 수동적으로 즐길 수 있는 존재였던 팬들을 필드 안으로 불러 온 것입니다. 일회성 프로모션이나 보여주기식 마케팅이 아닙니다. 팬들은 매주 선수들의 경기 기록과 스카우팅 리포트, 지난 경기 영상 등을 토대로 선발로 뛰어야 할 선수를 뽑고 진형을 짜 제출합니다. 경기 전날인 금요일에 투표가 마감되는 동시에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전술과 그 주의 베스트11을 발표하고 투표 결과로 정해진 선발 라인업으로 경기를 치릅니다. 감독 한 명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감독이 머리를 맞대는 집단 지성의 힘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11개의 포지션에 들어갈 선수들을 정하고 수비와 공격에 어울리는 포메이션을 설정합니다.
경기가 끝나면 선수들을 평가하듯, 유나이티드 런던 FC에서는 경기가 끝나고 감독들을 평가합니다. 팬들 각각이 선택한 선수들이 출전하였는지, 출전하였다면 경기 중 어떤 성과를 내었는지에 따라 알고리즘이 성과를 평가해줍니다. 공격수는 파울, 프리킥, 득점 등으로, 수비수라면 태클, 수비 횟수 등으로 감독으로서의 점수가 매겨집니다. 점수가 매겨지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유나이티드 런던 FC에는 3,000여 명의 감독들이 있는데, 점수에 따라 랭킹이 매 경기마다 바뀝니다. 감독으로서 안목과 전술이 얼마나 탁월했는지 판단할 수 있는 지표인 셈입니다. 또한 매달 그리고 매년 MOM (Manager of the month / Manager of the year)을 선정하여 동기부여를 더합니다.
경기가 끝나면 개인의 점수와 랭킹과 더불어 전세계 팬들의 경기별, 그리고 누적 순위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랭킹이 높지 않더라도, 수상을 하지 못했더라도 팬으로서 감독의 역할을 하며 게임에 참여한 만큼 팀에 대한 애정이 커지기 마련입니다. 다른 어떤 축구 클럽에서도 느낄 수 없는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에 유나이티드 런던 FC는 하부 리그 팀이지만 팬층이 상대적으로 두텁습니다.
후반전: 선수와 스폰서를 지켜내는 수비
팬과 감독은 축구팀에 필요한 존재이지만 그들만으로 경기가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경기를 뛸 수 있는 선수들이 필요합니다. 유나이티드 런던 FC는 선수들을 스카웃 할 때도 나름의 철학과 방향성이 있습니다. 유소년 아카데미에서 축구를 하며 성장한 선수들은 18살이 될 무렵 프로팀과 계약을 해야 하지만 프로팀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유망주들이 1년에 약 700명 정도에 이릅니다. 상부 리그에 한 번에 진입하지 못한 선수들에게 유나이티드 런던 FC는 다시 한 번 꿈을 위해 도전할 기회를 제공해줍니다. 그래서 구단의 엠블럼도 불길을 뚫고 솟아오르는 불사조를 형상화했고, 팀이 승강하지 못하더라도 선수들이 더 큰 리그에서 다시 뛸 수 있도록 노력을 아까지 않습니다. 이러한 구단의 방침은 가능성 있는 선수들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선수들은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선순환 구조를 만듭니다.
또한 선수들이 뛸 수 있도록 후원하는 스폰서도 있어야 합니다. EPL의 경우 플레이하는 선수들이 뛰어다니는 22개의 광고판입니다.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만큼 광고 단가도 상상을 초월합니다. 2017년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선수들 유니폼 셔츠 가슴 부분에 광고를 하는 대가로 쉐보레로부터 675억원을 받았고, 첼시 FC는 요코하마 타이어로부터 574억원을, 아스날은 에미레이츠 항공으로부터 431억원으로 받았을 정도입니다. 유니폼의 남는 부위도 광고의 대상입니다. 소매 부분은 가슴 부분의 약 20% 수준으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177억원에 틴더를 홍보하고, 맨체스터 시티는 147억원의 넥센타이어의 광고를 진행합니다. 90분의 경기 시간이 스폰서들의 광고 시간이고, 이 광고를 전 세계 47억명의 관중들이 있기 때문에 광고주들은 수백억 원의 광고비를 집행합니다.
하지만 관중이 없는 아마추어리그에 광고주가 붙을리 없습니다. 그래서 유나이티드런던FC는 일방적인 후원보다 팀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스폰서들을 찾습니다. 200년된 축구 용품 판매업체 '미트르(Mitre)', 축구모션 분석업체 '비디오 옵저버(Video Observer)'로부터는 축구 용품과 경기 분석을 위한 툴을 후원받습니다. 또한 아동 성추행 범죄 추방 기금 '더 오프사이드 트러스트(The offside trust)', 인종차별 반대 단체 '쇼 레이시즘 더 레드 카드(show racism the red card)' 등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비영리 기관들로부터 후원을 받으며, 그들이 가진 철학을 지역 커뮤니티에 알립니다. 지역을 연고로 하고 있는 기업들과 단체들이기에 금전보다는 공존의 관계가 성립하는 것입니다.
연장전: 게임의 몰입도를 높이는 작전
풋볼 매니저 시리즈는 축구 팬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게임입니다. 피파나 위닝 시리즈가 선수를 조종하여 축구 경기를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풋볼 매니저는 시즌 동안 감독의 입장에서 선수와 팀을 관리하는 게임입니다. 극강의 중독성으로 축구 종주국인 영국에서는 이 게임이 이혼 사유로 종종 등장하곤 합니다. 그 뿐 아니라 남성잡지 GQ에서는 20대에 해서는 안될 것 2위로 랭크 되었습니다. 참고로 1위는 마약입니다. 이처럼 중독성 있는 풋볼 매니저의 성공 요인은 시즌의 시작부터 끝까지 감독의 입장에서 모든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대리만족의 경험이 주는 재미입니다.
유나이티드 런던 FC가 주목을 받고 하부 리그 팀인데도 불구하고 팬층이 두터운 이유도 유사합니다. 투표 방식이라 팬들의 의견이 온전히 반영되지 않을 수는 있지만, 가상의 구단이 아니라 실존하는 구단을 감독으로서 간접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점이 풋볼 매니저와 같은 게임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묘미입니다. 하지만 유나이티드 런던 FC는 이정도로 만족하지 않고, 더 재미있는 경기를 하기 위해 더 큰 그림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현재 유나이티드 런던 FC의 팬들은 감독으로서 경기 시작전의 선발 명단만 결정하고, 경기 중에 필요한 결정은 구단의 코치진과 스태프들이 내립니다. 유나이티드 런던 FC의 목표는 경기전 준비뿐 아니라 경기 중 지휘를 팬들에게 일임하는 것입니다. 경기에 대한 권한을 전적으로 위임하여 팬이자 고객이자 감독인 개인들의 만족을 최대화 하기 위함입니다. 따라서 선발 명단은 물론이고 경기 중 선수 교체나 전술 변화에도 팬들의 의견을 실시간으로 반영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GPS 업체와 협력하여 선수들의 경기 중 움직임 등 전술적 의사 결정을 위해 필요한 상세 정보를 제공하려고 노력합니다. 최근에는 모바일 버전을 출시하여 팀 구성을 편리하게 하는 등 팬들의 경기 참여도를 높이기 위한 환경을 하나씩 업그레이드 시켜가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 퍼진 팬이자 감독들 집단 지성으로 팀이 성장하고 있기에 언젠가 유나이티드 런던 FC를 EPL에서 볼 수 있는, 불가능해 보이는 일이 생길지도 모릅니다.
Reference
- • 유나이티드 런던 FC 공식 홈페이지
- • 딜로이트 Annual Review of Football Finance 2018
- • EPL의 단단한 기반, 英 풀뿌리 축구
- • 런던 유나이티드 FC : 팬들이 곧 감독이다
- • United London FC: The real life football manager club
- • New club United London FC has no traditional manager
- • ollective Management, Fan Democracy: Introducing United London FC
- • '부익부' 원하는 EPL 빅 클럽들
- • 프리미어리그 구단들이 강등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 • Mitre 공식 홈페이지
- • 더 레드 카드 공식 홈페이지
- • 더 오프사이드 트러스트 공식 홈페이지
- • 비디오 옵저버 공식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