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곳곳에서 원형 모양의 연핑크색 틴 케이스가 보여요. 런던 동쪽 쇼디치(Shoreditch)의 쿨한 카페 매대부터, 셀프리지(Selfridges) 백화점, 웨이트로스(Waitrose) 마트, 세인트 판크라스(St Pancras) 기차역까지요. 소호와 코번트 가든 같은 런던 내 명소에도 똑같은 색의 커피 컵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눈에 띄어요. 연한 핑크색 위엔 검은색으로 볼드하게 ‘GRIND’라고 쓰여 있어요.
‘영국 밀레니얼의 핑크 커피’라고 불리는 ‘그라인드’예요. 그라인드는 2011년 6월 쇼디치의 작은 커피숍으로 시작했어요. 그런데 2024년 1월 기준 런던 안에 11개의 매장과 커피 트럭도 2개를 운영할 만큼 성장했어요. 런던 남동쪽 버몬지(Bermondsey)에 1만5천ft²(약 421평) 규모의 로스터리도 갖고 있죠.
작은 인디 카페였던 그라인드가 이렇게 성장하면서도 여전히 힙할 수 있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어요. 규모는 커졌지만, 여전히 로컬 브랜드의 감각을 유지하고 있거든요. 여기에 런더너들이 기꺼이 그라인드의 비공식 앰배서더가 되어주는 거죠. 그라인드는 어떻게 작은 로컬 브랜드로서 자기만의 성공 방정식을 써 나가고 있는 것일까요?
그라인드 미리보기
- • 로컬 브랜드의 공략법 #1. 작아도 자기답게
- • 로컬 브랜드의 공략법 #2. 오프라인에서 임팩트있게
- • 로컬 브랜드의 공략법 #3. 도발적이지만 가치지향적으로
- • 네스프레소는 못 해도, 그라인드는 할 수 있는 일
런던은 커피의 도시예요. 코스타 커피(Costa Coffee), 카페 네로(Caffe Nero) 같은 체인 매장은 물론, 모노클 카페, 몬머스 커피 컴퍼니처럼 강단 있는 독립 카페가 골목마다 있죠. 매주 런던에선 500만 샷의 에스프레소가 소비되고 있고, 2010년부터 2020년까지 10년간 런던의 독립 커피숍 수는 10배나 늘었어요. 2030년이면 영국 내 펍보다 커피숍의 숫자가 많아질 거라는 예측이 나올 정도예요.
이렇게 치열한 런던 커피 씬에서, 플랫 화이트의 유행과 ‘낮에는 커피, 밤에는 칵테일’ 트렌드를 선도한 커피 브랜드가 있어요. 바로, ‘그라인드(Grind)’예요. 그라인드는 잘 나가는 쇼디치의 쿨한 카페에서 그치지 않았어요. 영국 최초로 컴포스터블(Compostable) 커피 팟(Pods)을 개발해 이젠 런더너들의 부엌까지 파고들었다고 해요. 그 비결이 무엇일까요?
ⓒGRIND
ⓒGRIND
로컬 브랜드의 공략법 #1. 작아도 자기답게
그라인드는 사업의 시작도, 확장도 자연스럽게 해요. 시작은 그라인드 공동 창업자이자 대표인 데이비드 아브라하모비치(David Abrahamovich)의 아버지가 전립선암으로 돌아가시면서였어요. 그의 아버지는 80년대 중반부터 런던에서 핸드폰 가게를 운영하던 사업가였어요. 아버지의 죽음 이후, 남은 가게들을 정리하던 중, 아브라하모비치는 이스트 런던의 매장 한 곳만은 끝내 정리하고 싶지 않다는 걸 깨달았어요. 어린 시절 자주 방문해 시간을 보낸 추억 가득한 공간이었거든요.
“그 공간을 팔아버리는 건 생각도 안 했어요. 일종의 만남 공간 같은 걸로 활용해야겠다고 느꼈죠. 커피숍이나 와인바 같은 걸 하면 어떨지 생각했고, 거기에서 이 프로젝트(그라인드)가 시작됐어요.”
- - 데이비드 아브라하모비치, 시티에이엠
- 친구 카즈 제임스(Kaz James)와 앉아 무엇이 최선일까 고민했어요. 제임스는 호주 출신 DJ로 커피와 음악을 향한 애정이 남달랐어요. 두 사람은 고민 끝에, 호주 멜버른의 힙한 카페 느낌을 런던의 골목에서 자아내면 좋을 것 같다는 결론에 이르러요. 기존 런던 커피 체인들의 장점인 빠른 서비스 속도와 결제 편의성을 도입하되, 여기에 인디 특유의 느낌을 더해보자고 뜻을 모았죠. 시그니처 메뉴는 호주 대표 커피 ‘플랫 화이트’로 정했어요.
“처음부터 우리가 가고 싶은 장소를 만들었어요. ‘이 장소를 커피숍으로 개조하고, 근사한 커피를 만들고, 시끄러운 음악을 틀고, 즐기자’ 이 이상의 계획은 없었어요. 그렇게 시작한 게 우리 브랜드의 매력이에요.”
- - 데이비드 아브라하모비치, 매디니스
- 검은색 벽돌로 만들어진 이 층짜리 원형 건물 가게 앞에 영화관 스타일의 빌보드를 간판으로 내걸었어요. 빨간색으로 ‘쇼디치 그라인드(SHOREDITCH GRIND)’라는 글자는 크게 쓰고, 그 아래에 들어가는 글귀를 날마다 바꿨어요.
ⓒGRIND
‘챔피언들의 커피(THE COFFEE OF CHAMPIONS)’ 같은 무난한 문구는 물론, 흐린 날이 지속될 때면, ‘이 날씨에 질려버림(SO OVER THIS WEATHER)’ 같은 유머러스한 표현을 넣었죠. 공동 창업자 제임스의 아기가 태어났을 땐 ‘3월 26일 카즈 제임스 아기 태어남(KAJ JAMES KIDS OUT MARCH TWENTY SIX)’이라는 문구를 띄우기도 했어요. 신선하고 친근한 문구들이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미소 짓게 했죠. 매장 앞을 지나는 사람들은 자연스레 사진을 찍어 인스타에 올렸어요. 가게 앞 간판이 날마다 훌륭한 광고판 역할을 해준 거예요.
주 메뉴는 당시만 해도 그저 호주 특산품이었던 플랫 화이트. 처음 오픈했을 때만 해도, 하루에도 몇 번씩 사람들이 들어와 플랫 화이트가 뭐냐고 물었다고 해요. 운 좋게 쇼디치가 한창 인기몰이를 하던 시기와 맞물려 플랫 화이트는 트렌드에 예민한 사람들이 마시는 커피라는 인상을 갖게 됐어요. 런던 내 플랫 화이트의 유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그라인드는 플랫 화이트 맛집으로 입소문을 타요. 코스타와 맥도날드가 커피 메뉴에 플랫 화이트를 추가한 게, 각각 2014년, 2018년이니 그라인드가 얼마나 발 빠르게 플랫 화이트를 선보였는지 알 만하죠?
고객의 사랑을 받으며, 그라인드는 자연스레 점점 커졌어요. 저녁 6시 이후에도 카페에 머무르고 싶어 하는 고객들이 생겼고, 그라인드는 저녁 시간에 즐길 수 있는 칵테일 메뉴를 추가했죠. 그라인드는 금새 칵테일 맛집으로도 유명해졌어요. 그래서 소호에 신규 매장을 낼 땐, 지하에 아예 칵테일 바를 별도로 만들었어요. 그러자 칵테일에 곁들여 먹을 수 있는 안주를 파는 게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느껴졌죠. 런던 브릿지 지점을 열 땐, 본격적으로 음식을 할 수 있는 주방 설비를 매장에 넣는 식으로 사업 영역을 키웠어요.
B2C 제품 개발도 계획적으로 시작한 게 아니었어요. 2019년 아브라하모비치는 문득 자신이 집에서 커피를 내려 마시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 놀라요. 로스터리까지 가지고 있는 커피 애호가면서도 집에선 커피를 즐기지 않는다니 충격이었죠.
당시 시장에도 편리하게 먹을 수 있는 커피 팟들이 있기는 했지만, 그가 느끼기엔 맛이 없었어요. 게다가 환경 측면에서 한 번 쓰고 버리는 커피 팟이 거의 재앙처럼 느껴졌어요. 찾아보니 매분 29,000개의 커피 팟 껍데기가 매립지에 버려지고 있었죠.
그는 이 문제를 인식하고, 퇴비화가 가능한 커피 팟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해요. 곧장 개발에 착수해 2020년에 그라인드 커피팟을 런칭했어요. 꾸준한 개발로, 이제 그라인드 커피팟은 완전히 생분해할 수 있는(Biodegradable) 수준에 도달했어요. 2021년 기준, 그라인드 커피팟은 3초에 하나씩 팔려요. 영국 내 그라인드의 원두와 커피팟을 구독하는 사람이 10만 명에 달하고요.
ⓒGRIND
ⓒGRIND
커피 구독 가격은 원두의 종류, 원두량, 배달 빈도 등에 따라 달라져요. 가장 기본적인 하우스 블렌드 커피팟을 매일 하나씩 마신다면, 월 9.95파운드(약 1만 6700원)로, 팟 하나의 가격은 0.33파운드 정도(약 550원)예요. 집 안에서, 그러니까 각자의 부엌과 거실에서 그라인드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현재 그라인드는 커피 머신, 얼음 틀, 콜드브루 보틀 등의 액세서리로까지 판매 품목을 늘렸어요.
로컬 브랜드의 공략법 #2. 오프라인에서 임팩트있게
그라인드가 런던 안에서 인상적인 브랜드로 빨리 자리할 수 있었던 데에는 아이코닉한 핑크 컬러를 바탕으로 한 일관된 브랜딩이 큰 역할을 했어요.
“시작부터 브랜딩에 집중했어요. 다른 사업 분야에 비해 디자인에 크게 투자했습니다. 소셜미디어상의 인지도가 높은 이유도 모든 것의 중심에 디자인을 두고, 우리가 잘하는 일을 하기 때문이에요.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 데이비드 아브라하모비치, 더피치
그런데, 완성도 높은 디자인으로 브랜딩을 했다 해도, 고객의 선택을 받는 건 어렵잖아요. 그라인드는 자사의 핑크색이 런더너의 발걸음이 닿는 모든 곳에서 보이게 하는 전략을 썼어요. 런던 전역을 다니는 튜브 안에도, 사시사철 인파가 몰리는 런던의 한복판 레스터 스퀘어에도 광고를 내걸었죠.
아브라하모비치는 특히 옥외 광고가 무수한 스몰 브랜드 시대에 두각을 드러내는 똑똑한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광고에 5만 파운드(약 8386만원) 이상을 쓸 수 있는 규모의 로컬 브랜드라면, 그 돈을 페이스북 광고에 쓰는 것보다 포스터나 빌보드 형태로 만들어 공공장소에 게시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보죠.
“애플은 이미 세계적으로 가장 가치 있는 회사죠. 그런데 여전히 모든 도시의 옥외 광고를 다 장악하고 있어요. 사람들의 마음에서 가장 좋은 위치를 유지하고 싶고, 그러려면 자기의 포지션을 계속 강화해야 하기 때문이에요.”
- - 데이비드 아브라하모비치, 아스트리드앤미유(Astrid and Miyu)
디지털 광고는 클릭 수, 전환율 등의 지표로 광고의 효율을 바로 측정할 수 있지만, 오프라인 광고는 그렇지 않잖아요. 그래서 많은 브랜드가 도전하기를 주저하는 영역이에요. 하지만 아브라하모비치는 바로 그 지점을 차별화의 기회로 삼아요.
“(옥외 광고는) 바로 클릭하고, 구매할 수 있는 유형이 아니죠. 다만, 옥외 광고는 브랜드를 더 기분 좋게, 또 인지 가능한 것으로 만드는 역할이에요. 그리고 그게 디지털 광고를 더 효율적으로 만듭니다. 옥외 광고를 접한 후에, 인스타그램이나 마트에서 우리 제품을 보면, 구매 가능성이 더 높아져요. 사람들은 여전히 무언가를 TV나 빌보드에서 보면, 더 믿을만한 것으로 여깁니다. 특히, 요즘은 누구나 자기 방에서도 브랜드를 만드는 시대잖아요. 그러니, 실제로 밖에서 무언가를 봤을 때, 더 높은 신뢰도를 가지게 됩니다.”
- - 데이비드 아브라하모비치, 아스트리드앤미유에서
브랜드의 가시성이 중요하다는 거예요. 그라인드가 백화점부터 마트, 호텔까지 유통채널을 다양하게 확보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예요. 잠재 고객의 눈에 자꾸 보이기 위해서죠.최근 그라인드는 TV 광고까지 진출했어요. 온라인부터 오프라인, TV까지 다양한 채널에 광고해 본 결과, 아브라하모비치는 광고에서 가장 중요한 건 ‘텍스트’라는 결론에 도달했어요. 가장 효과적인 광고는, 그라인드 시그니처 핑크 컬러 배경에, 두꺼운 검은색 글씨로 펀치 라인을 날리는 거래요. 여기에 유머까지 넣을 수 있으면 최고고요.
“사람들은 바빠요. 튜브에 붙은 광고를 일일이 체크하지 않죠. 아주 찰나의 시간에 인상을 남겨야 해요.”
- - 데이비드 아브라하모비치, 아스트리드앤미유
실제로 그라인드는 장난스러운 광고로 유명해요. 칙칙한 런던 튜브 안, 화사한 핑크색 배경이 눈길을 끌어요. 거기엔 ‘나쁜 커피와 헤어지세요(Break up with bad coffee)’라고 쓰여 있죠. 궁금한 마음에 이어지는 문구를 읽자, ‘당신의 네스프레소 기계로 더 맛있는 커피를 만들 수 있게 도와드려요’라고 적혀 있어요. 능청스럽게 네스프레소 기계와 호환되는 자사 커피팟을 홍보하고, 거기에 더해 네스프레소 커피보다 그라인드 커피가 더 맛있다고 어필하죠.
자사의 커피팟이 환경에 ’아주 적은(tiny)’ 영향만 미친다는 걸 강조하려고, 런던 곳곳에 ‘아주 작은’ 옥외 광고판을 설치하기도 했어요. 그리고 이 광고판엔 그라인드다운 재치있는 문구가 써 있어요.
‘이 광고판은 아주 적은 영향만 끼치겠죠. 마치 우리 커피팟처럼요.(This billboard makes a tiiiiny impact. Just like our pods.)’
광고판이 작아서 많은 사람들이 발견하지는 못할 수도 있어요. 크기는 작지만, 그라인드다운 유머로 임팩트는 크기 때문에 한 번 본 사람이면 그라인드를 잊기가 힘들 거예요.
로컬 브랜드의 공략법 #3. 도발적이지만 가치지향적으로
그라인드의 타깃은 명확해요. 바로 ‘메트로폴리탄’이에요. ‘대도시에 사는 바쁘고 똑똑한 사람들이 반응하는 게 뭘까, 원하는 게 뭘까’를 고민하며 비즈니스의 다음 스텝을 정해요. 영국 내에서 런던 주변 소도시로 지점을 늘리지 않고, 아예 미국 뉴욕, 독일 베를린 같은 해외의 대도시를 다음 시장 후보로 고려하는 이유예요. 실제로 2022년엔 LA에 그라인드의 첫 미국 매장을 냈어요.
협업도 트렌드에 민감한 메트로폴리탄들이 주목하고 인정할 수 밖에 없는 파트너와 함께 해요. 1955년 런던에서 시작한 프라이빗 멤버십 클럽 소호하우스와의 협업이 대표적이에요. 이 협업으로 그라인드는 전 세계 소호하우스에 자사의 커피빈을 제공하고, 소호하우스의 호텔 방엔 그라인드의 핑크 커피팟을 공급하게 됐어요. 취향 까다롭기로 유명한 16만 소호하우스 멤버에게 그라인드를 소개하는 계기가 된 건 물론이에요. 여기에 소호하우스가 상징하는 스타일리시하고 독점적인 이미지를 그라인드에 얹는 똑똑한 협업이었어요.
한 가지 더. 요즘 소비자들에게 ‘죄책감 없는 소비’는 구매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예요. 그라인드가 직접 조사해 보니 역시나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커피팟으로 커피를 내려 마실 때마다 죄책감을 느낀다고 응답한 사람이 많았어요. 그라인드는 이런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커피팟을 소비하는 데에 따르는 일말의 죄책감마저 없애요. 자사의 커피를 ‘맛있는 커피팟’보다는 ‘100% 플라스틱 프리 커피팟’ 또는 ‘지구상에서 가장 지속 가능한 커피팟’으로 광고하는 이유예요.
ⓒGRIND
자사 홈페이지에 별도의 ‘지속가능성’ 페이지를 만들어 그라인드 커피팟의 생애주기 분석 리포트도 올리는데요. 당돌하게도 그 바로 아래 네스프레소에서 발행하는 요약보고서 링크를 함께 걸어두었어요. 소비자가 직접 비교해 보고 판단할 수 있게 한 거예요.
그라인드가 이처럼 타깃 고객을 명확히 이해하고 공략할 수 있는 건, 창빌자 아브라하모비치의 역할이 컸어요. 그 자신이 런던에서 태어나 평생을 산, 메트로폴리탄의 소비자 그 자체거든요. 무엇이 자기를 즐겁게 하는지, 또 무엇이 불편하게 느껴지는지를 생각하고 브랜드에 적용하는 거죠.
꾸준히 타깃을 공략하며 시장을 넓힌 결과, 그라인드는 굳건한 팬덤을 가지게 됐어요. 덕분에 제품 개발, 유통망 확장, 해외 진출에 필요한 자금을 모두 크라우드펀딩으로 마련할 수 있었어요. 2015년부터 2021년까지 네 차례에 걸친 크라우드펀딩에 참여한 투자자 수만 3,538명이에요. 투자 규모도 2015년 130만 파운드(약 21억원)에서 2021년에 2200만 파운드(약 369억원)로 커졌죠.
“우리가 온라인, 그리고 매장에서 만나온 고객들이 크라우드펀딩을 가능하게 했어요. 매장이 많이 없어 직접 고객을 만날 기회가 없는 비즈니스는 크라우드펀딩을 하는 게 더 어렵습니다.”
- - 아브라하모비치, 시티에이엠
- 네스프레소는 못 해도, 그라인드는 할 수 있는 일
- 그라인드의 최종 목표는 ‘다음 세대의 네스프레소’로 자리 잡는 거예요. 하지만 규모 면에서 보면 전 세계 81개국에 진출한 네스프레소에 비해 그라인드는 아직 너무 작죠. 그래서 전략적으로 네스프레소는 할 수 없는 것, 큰 회사는 하기 어려운 것을 해 시장에 기분 좋은 분열을 만들고자 해요. 이를테면 조금 짓궂지만 재미있는 광고를 만들고, 지속가능성을 고민하고 그라인드답게 실천하는 일 같은 거요.
목표가 크지만, 그라인드는 앞으로도 벤처캐피탈이나 사모펀드의 투자는 받지 않을 생각이래요. ‘그라인드다움’을 지키며 자연스럽게 몸집을 키우고 싶거든요. 이스트 런던에서 두 친구의 사이드 프로젝트로 시작돼, 10여 년 만에 런던 전체를 사로잡은 커피숍은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까요?
“그라인드는 우리 브랜드에 뭐가 최선일까를 두고 장기적인 결정을 내리는 걸 좋아해요. ‘매장을 5개 내야 해’ 내지는 ‘올해는 매장 10개를 내야 해’ 같은 단기적인 목표가 아니라요. 이런 단기적인 접근은, 사모펀드와 함께하면 항상 따라올 수밖에 없어요. 그들이 원하는 건, 3~5년 사이에 수익을 내고 나가는 거니까요. 우리는 독립적인 상태로 남아 우리의 유연성을 유지하고자 합니다.”
- - 아브라하모비치, 시티에이엠에서
- 브랜드가 성장하면서 규모가 커지는 건 피할 수 없어요. 로컬 브랜드라고 할지라도요. 그래야 사업적으로 의미있는 일이니까요. 그런데 이 과정에서 많은 로컬 브랜드들이 자기다움을 잃어요. 결국에는 경쟁력을 잃고, 설 자리를 잃죠.
하지만 규모가 커졌다고 해서 반드시 로컬 브랜드의 정체성을 잃는 건 아니에요. 여전히 자기다움을 지키며 성장해 나가는 브랜드들이 있죠. 그라인드는 해외 시장에도 진출하고, 다음 세대의 네스프레소를 꿈꾸면서도 그라인드다움을 지켜가요. 작아야 로컬 브랜드가 아니라, 자기다워야 로컬 브랜드이니까요.
Reference
How Grind Turned a Single Café Into an 8-Figure Direct-to-Consumer Coffee Brand, Shopify
How to start coffee shop business, The Guardian
Coffee carts and retail partnerships boost Grind’s full-year revenues, Coffee World Portal
Spilling the beans: How coffee chain Grind has carved out its own London niche, CITY AM
A long shot: How Grind grew on instinct and reaction, The Pitch
Fifteen Minutes With David Abrahamovitch, CO-Founder & Ceo Of Grind & CO., Cambridge Satchel
The east London coffee company is setting up stateside at Soho Desert House, Soho House
“Grind has always been about evolution” — Grind CEO David Abrahamovitch, World Coffee Portal
How a tech-loving Londoner is freshening up your daily Grind, The Standard
‘Culture takes a decade to build and 10 minutes to destroy’ David Abrahamovitch, Grind | Astrid&Miyu
Grind Coffee launches tiny billboard campaign to promote its tiny environmental impact, Retail TImes
How London became a city of flat-white drinkers, Financial Times
UK set to have more coffee shops than pubs by 2030, Wholesale Coffee Co.
London sees 700% surge in independent coffee shops since 2010, The Standard
Grind secures £22m investment to fund international expansion, The Cater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