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촌의 지표가 된 로컬 빵집, 이 시대의 스몰 럭셔리를 굽다

가일스 베이커리

2024.03.14

런던에는 셰프나 미식가는 물론, 부동산 업계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빵집’이 있어요. 바로 ‘가일스 베이커리(Gail’s Bakery)’예요. 재료, 제법, 맛 뭐 하나 빠질 것 없이 남다른 품질의 빵을 만드니, 빵 맛집으로 등극하는 건 순식간이었어요.


그런데 부동산 업계 전문가들은 이 빵집을 왜 주목하는 걸까요? 가일스 베이커리가 ‘부촌’의 상징이기 때문이에요. 가일스 베이커리는 햄스테드(Hampstead)에서 시작해, 이후 노팅힐(Notting Hill), 소호(Soho) 등 런던 내 부촌을 중심으로 확장해 왔어요. 2023년 12월 기준, 영국 내 총 127개의 매장을 운영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어요.


가일스 베이커리가 부촌에서 시작하게 된 건, 겉멋이 아니에요. 고품질의 빵을 만드는 만큼 가격이 만만치 않은데, 이 빵의 가치를 알아봐 주고 기꺼이 소비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동네를 찾다 보니 자연스러운 선택이었어요. 그런데 부촌에서 맛있고 비싼 빵을 판다고 해서 무조건 잘 될 리 없죠. 가일스 베이커리는 어떤 빵집이길래 지금의 위치에 이르렀을까요?



가일스 베이커리 미리보기

 갓 구운 빵, 작은 사치가 되다

 영리한 출점 전략으로 부촌의 지표가 되다

 회사의 행보가 회사의 가치가 되다

 매서운 확장, ‘부자 동네 빵집’ 이미지를 지킬 수 있을까?




주변 상권이 살아난 것도 아닌데 상가 건물의 가치를 두 배 가까이 올리는 방법이 있을까요? 한 연예인의 가족이 건물을 매입한 후, 스타벅스를 입점시키는 전략으로 건물 가치를 두 배 이상 높게 올린 게 화제가 된 적이 있어요. 당시, 그의 전략은 ‘스타벅스 재테크’라 불리며 관심을 모았죠.


원리는 간단해요. 낡고 허름한 건물을 매입한 후 리모델링해 건물에 스타벅스를 입점시키는 거예요. 소위 말하는 ‘스타벅스 효과’로 건물 임대료가 오르고, 덩달아 건물 가치가 함께 올라요. 그때 건물을 매각해 수십억 원의 시세차익을 거두는 거예요.


효과가 이렇게 톡톡하다 보니, 스타벅스와 역세권의 합성어인 ‘스세권’이라는 말이 생기고, 집 주변에 스타벅스가 있으면 ‘제법 괜찮은 동네에 산다’는 이미지가 얹어지는 것도 십분 이해가 가죠.


우리나라에 스타벅스가 있다면, 영국엔 가일스 베이커리(Gail’s Bakery)가 있어요. 런던과 근교 지역의 프라임 부동산 시장을 보여주는 지표로 꼽히죠. 가일스 베이커리의 신규 매장 개점 소식이 들리면, 해당 지역은 마치 선택이라도 받은 듯 환호하는 분위기예요.


가일스 베이커리는 2005년 런던 북서쪽의 부촌으로 꼽히는 햄스테드(Hampstead)에서 시작한 프리미엄 베이커리예요. 이후, 노팅힐(Notting Hill), 소호(Soho) 등 런던 내 부촌에 하나씩 매장을 내며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공고히 했어요. 이후, 옥스퍼드(Oxford), 브라이턴(Brighton) 같은 런던 인근 지역까지 진출했고, 2023년 12월 기준 영국 내 총 127개의 매장을 가진 대형 베이커리가 됐죠. 2022년 2월부터 2023년 2월까지, 가일스 베이커리의 한 해 매출은 1억3530만 파운드(약 2,278억)예요.


가일스 베이커리는 원래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에 도매로 빵을 납품하던 베이킹 장인의 일터였어요. 그러다 런던의 부촌으로 스며 들며 음식 애호가와 부동산 전문가 모두의 주목을 받게 되었죠. 가일스 베이커리는 어떤 빵을 굽고 있는 걸까요?


ⓒGail’s Bakery



갓 구운 빵, 작은 사치가 되다

가일스 베이커리의 시작은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요. 런던엔 베이킹 장인, 가일 메이지아(Gail Meijia)가 있었어요. 그는 더 브레드 팩토리(The Bread Factory)라는 이름의 수제 베이커리 도매 사업을 했어요. 런던의 유능한 제빵사들을 모아, 매일 빵을 구웠죠. 좋은 재료로, 사람의 손이 닿아 만들어진 빵은 런던 곳곳의 고급 레스토랑 부엌으로 납품됐어요. 런던 내 미슐랭 셰프들 사이에선 이름난 빵 맛집이었지만, 사업은 늘 지지부진했어요. 메이지아의 열정과 재능은 사업보다는 빵을 향해 있었거든요.


그런 메이지아의 가능성을 발견한 사람은 현재 가일스 베이커리의 공동 창업자이자 대표인 톰 몰나르(Tom Molnar)예요. 몰나르는 미국 플로리다에서 태어난 미국인으로, 근무 차 런던에 거주하고 있었어요. 그가 빵에 집착하게 된 데는 어린 시절의 영향이 커요. 몰나르는 이탈리아 시칠리 출신의 미국 이민자였던 할아버지와 증조할머니의 영향으로 거의 매 끼니 갓 구운 빵을 먹으며 자랐어요. 빵을 빼놓고는 어린 시절을 이야기할 수 없었죠.


그런 그에게 90년대 후반 런던은 좋은 빵 불모지나 다름없었어요. 당시 함께 맥킨지(McKinsey)에서 일하던 동료 랜 아비단(Ran Avidan)에게 이 문제를 털어놓고, 같이 런던에서 빵 잘 만드는 사람을 찾아보자고 뜻을 모아요. 그렇게 메이지아를 만난 거예요.


“제 증조할머니는 ‘빵 할머니’ 그 자체였어요. 할머니 댁에 가면, 할머니는 항상 신선한 반죽을 만들거나, 도착 시간에 딱 맞춰 준비한 갓 구운 빵을 오븐에서 꺼내셨죠. 이건 제가 가장 소중히 생각하는 어린 시절 기억이에요.”

- 톰 몰나르, 템퍼스 매거진


2003년 메이지아와 손을 잡은 몰나르와 아비단은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사업을 손보기 시작해요. 런던에서 맛있는 빵을 계속 먹으려면, 메이지아가 망하면 안 된다는 마음에서 시작한 일이죠. 우선 여러 곳에 퍼져있던 제빵사들의 작업 공간을 런던 북쪽 핸돈(Hendon) 지역의 한 건물로 모아요. 제빵사들에게 함께 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고, 음식 안전과 관련해 최고 기준을 적용했어요.


그리고 2005년, 마침내 햄스테드에 ‘가일스 베이커리’라는 이름으로 첫 소매 매장을 열었어요. 몰나르는 시장에 분명 갓 구운 빵을 향한 수요가 있는데, 그걸 채워주는 플레이어가 없다고 판단했어요. 더 브레드 팩토리를 운영하며 사이드 프로젝트처럼 1~2개의 소매 매장을 내, 그 수요를 채워야겠다고 생각했죠. 이 때부터 시작된 ‘갓 구운 빵을 동네에서’라는 미션은 아직도 유효해요. 130개 가까이 되는 매장에서 매일, 모든 빵과 케이크를 직접 굽고 있어요.


“우리 목표는 직접 만든 세계적인 수준의 빵을 모든 커뮤니티의 일부가 되게 하는 거예요. 런더너가 빵을 생각하는 방식을 ‘신선하고, 손으로 만든’으로, 또 그들의 동네 빵집을 ‘로컬하며 아름다운’으로 재정의하고 싶어요.”

- 톰 몰나르, 인터스쿨어드버타이저


ⓒGail’s Bakery


가일스 베이커리에서는 유리 창가에 빵을 층층이 쌓아 두고, 커피머신을 중앙에 배치했어요. 앉을 자리는 매장 안쪽에 만들었죠. 동네 빵집에 들르는 일상적인 느낌을 기분 좋게 만들고 싶었어요. 브랜드의 주요 컬러는 빨간색과 크림색으로 단정하지만, 특색 있게 완성했어요. 여기에 좋은 재료를 넣어 만든 갓 구운 빵 냄새는 그 어떤 광고보다 효과적인 홍보 수단이었어요.


ⓒGail’s Bakery



ⓒGail’s Bakery


ⓒGail’s Bakery


가일스 베이커리의 모태인 더 브렌드 팩토리는 빵 맛에 관해서라면 런던 최고의 기준을 가진 탑 셰프들을 대상으로 빵을 구워 왔어요. 가일스 베이커리도 마찬가지로 빵에 관한 자체적인 퀄리티 기준이 높을 수 밖에 없었죠. 이런 기준을 일반 소비자들에게 적용하니, 고객들이 다른 빵집과의 차이를 알아 차리는 건 시간 문제였어요.


사워도우 브레드부터 여러 종류의 패스트리와 케이크를 전부 매장에서, 사람이 직접 반죽하고 구워요. 그렇다 보니 가일스 베이커리의 빵은 슈퍼마켓이나 대중적인 프랜차이즈에서 파는 빵에 비해 가격이 비싼 편이에요. 몰나르는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고객이 가일스 베이커리를 찾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고 말해요.


ⓒGail’s Bakery


하나는, 빵을 소비하는 사람들의 인식 변화예요. ‘당신이 먹는 것이 곧 당신이다(You are what you eat)’라는 문장에 공감하고, 음식의 중요성을 깨닫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어요.


음식에 대한 대중의 의식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음식은 다 같은 음식이라고 배웠지만, 실은 그렇지 않죠. 좋은 재료, 그리고 그 가치를 이해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결과물은 아예 달라요. 오늘날 커피는 더 이상 그냥 커피가 아니잖아요. 맥주도 그냥 맥주가 아니고요. 빵도 마찬가지입니다.

- 톰 몰나르, 데일리 메일에서


또 하나는 역설적으로 생활 물가가 오르고 살림살이가 팍팍해진다는 점이에요. 물가가 오르고, 지출이 늘면 큰 소비를 하기 어려워져요. 그러니 대단히 비싸고 좋은 건 못 사도, 나와 우리 가족을 대접하는 방식으로 조금 비싼 빵을 사는 거예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또는 ‘스몰 럭셔리’와 궤를 같이 하는 현상이에요.


“사람들은 페라리나 식기세척기 같은 걸 점점 덜 사고 있어요. 하지만, 빵과 페이스트리는 자기를 대접하는 상대적으로 덜 비싼 방법이에요.”

- 톰 몰나르, 더스탠드다드



영리한 출점 전략으로 부촌의 지표가 되다

빵의 퀄리티는 가일스 베이커리의 독보적 경쟁 우위예요. 뭘 어떻게 하길래 다른 걸까요? 우선, 가장 유명한 메뉴인 사워도우부터 볼게요. 사워도우를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신(Sour), 반죽(Dough)이에요. 빵을 만들 때 거치는 반죽 발효 과정에서 젖산이 생기는데, 여기에서 올라오는 시큼한 풍미를 드러내는 이름이에요.


사워도우를 잘 만들려면, 스타터(Starter)라는 이름의 발효종이 필요해요. 그런데 이걸 만들고 키우는 데 제법 품이 들어요. 그래서 대량 생산 시대로 넘어오며 빵 시장에서 한동안 사워도우를 보기 어려웠죠. 하지만 건강한 음식을 향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며, 발효 과정에서 자연적으로 여러 영양소가 생기는 사워도우의 건강적 이점이 다시 주목받게 됐어요. 가일스 베이커리는 이런 사워도우 브레드를 다시금 수면 위로 올리는 역할을 톡톡히 했죠.


ⓒGail’s Bakery


가일스 베이커리는 자사의 사워도우가 얼마나 또 어떻게 영양가 있는 음식인지를 꾸준히 어필하고 있어요. 1990년대 초에 처음 만들어둔 건강한 오리지널 스타터를 여전히 쓰고 있다는 점을 알리고, 인공 첨가물을 넣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해요.


“우리는 빵에 넣는 통곡물의 양을 최대한으로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 딱 알맞게 발효해 (빵 속) 재료들이 더 잘 소화되고, 영양소들이 더 효과적으로 흡수되게 합니다.”

- 톰 몰나르, 템퍼스매거진


아낌없이 재료를 넣고, 시간을 들여 반죽하고, 매장에서 직접 굽는 일. 제빵사의 마음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에요. 몰나르는 빵집에서 제일 중요한 건, 사장도 고객도 아닌 제빵사라고 믿어요. 만약 ‘제빵사가 왕’이라는 명제를 지킬 수 없다면, 성장하지 않을 거라고 말하기도 했어요.


“우리가 항상 해온 일은 제빵사를 제일 앞에 두는 거예요. 베이커리를 운영하면서 그 중심에 제빵사를 두지 않는 건 말이 안 되죠. 모든 것이 제빵사로부터 시작해요. 저는 제 개인적인 삶에서도 제빵사의 방식을 좋아합니다. 그들은 진실하고, 단련됐고, 다른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뭔가를 만들고, 매일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주죠. 이 모든 게 인간적이고 너그러운 일이에요. 제빵사들이야말로 왕입니다. 이걸 잊는다면 우린 잘못된 길로 가게 될 거예요.”

- 톰 몰나르, 가일스 저널


요리하는 사람의 마음, 좋은 음식을 따뜻하게 먹이고 싶은 마음을 담아 좋은 재료를 쓰고, 매장에서 직접 빵을 구워 판매한다는 거예요. 그렇게 만들어진 빵의 가치를 알아보고, 또 기꺼이 그런 빵을 살 사람들이 모인 곳에 매장을 내는 게 중요하겠죠. 자연히 가일스 베이커리는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 위주로 출점하게 됐어요. 그 결과 ‘가일스는 당신이 성공했다는 신호’, ‘프라임부동산 시장을 보여주는 지표’라는 평판을 함께 얻게 된 거예요.


가일스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또 있어요. 바로 로컬 빵집의 필(Feel)을 지키는 거예요. 가일스 베이커리는 맛있는 빵을 파는 곳인 동시에 동네 사람들이 편히 모이는 장소가 되길 원해요. 노마딕 워커를 위한 1~2인석과 여럿이 함께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을 섞어 매장에 배치해요. 또 유리창 틀은 나무로 마감하고, 코르크(Cork)처럼 온기가 느껴지는 소재를 실내 곳곳에 사용해 따뜻한 느낌이 들게 하죠.


ⓒGail’s Bakery


ⓒGail’s Bakery


ⓒGail’s Bakery


“가일스의 인기는 우리의 음식이 어디에서 오는가에 관해 높아지는 인식과 욕구를 보여주는 동시에 사람들이 함께 모일 수 있는 물리적인 공간을 향한 열망을 보여준다.”

- 아키텍츠 저널


가일스 베이커리는 단순히 맛있는 빵집을 넘어 동네의 커뮤니티 역할을 해요. 진정한 의미의 로컬 빵집으로서 가치를 갖는 거죠.



회사의 행보가 회사의 가치가 되다

아무리 맛있는 빵과 영리한 출점 전략으로 승승장구하는 빵집이라도, 피해갈 수 없는 문제가 있어요. 바로 버려지는 빵에 대한 고민이에요. 영국에서는 하루에 버려지는 빵 조각의 개수만 자그마치 2천4백만 개에 이른다고 해요. 세계적으로도 빵은 가장 많이 버려지는 음식 카테고리 2위에 해당되고요.


톰 몰나르는 이 문제에 책임을 느꼈어요. 회사가 커질수록 회사가 내리는 선택 하나하나가 세상에 중요한 메시지가 된다는 걸 생각하게 됐거든요. ‘덜 버릴 방법’을 고민한 끝에 몰나르는 ‘지속가능성’을 가일스 베이커리의 DNA에 심었어요. 빵, 협력업체, 매장에서 지속가능성에 대한 철학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살펴볼게요.


우선 ‘먹을 수 있는 건, 버려지지 않게 한다’는 미션을 내세웠어요. 그렇게 ‘제로 웨이스트 빵’이 탄생했어요. 가일스 베이커리의 메뉴에는 웨이스트레스(Waste-less) 라인이 있어요. 빵을 굽는 과정에서 생기는 치즈, 과일, 반죽의 꼬투리를 활용해 다른 빵을 만드는 데 사용해요. 더불어 당일 판매되지 못했지만, 여전히 소비기한이 남은 빵은 다음날 다른 빵으로 재탄생시켜요.


ⓒGail’s Bakery


예를 들어 가일스의 ‘아몬드 크루아상’은 전날 구웠으나 판매되지 못한 크루아상을 시럽에 담그고, 그 안을 아몬드 크림으로 가득 채워 만들어요. 크루아상 반죽의 남은 부분을 초콜릿 칩과 섞은 후 브리오슈처럼 둥근 모양으로 구워 만든 ‘소호 번(Soho Bun)’도 있어요. 가장 인기 있는 건, ‘초콜릿 밥카(Chocolate Babka)’예요. 역시나 남은 크루아상 반죽에 초콜릿 커스터드와 초콜릿 조각을 넣고 만든 빵이에요.


ⓒGail’s Bakery


하지만 이렇게 노력해도 남는 빵이 있어요. 보존제를 쓰지 않아 소비기한이 짧고, 재료 재활용에도 한계가 있어요. 게다가 매일 매장에서 직접 굽다 보니 날마다, 매장마다 남는 빵의 양과 종류가 다르죠. 가일스 베이커리는 당일 판매되지 않았고, 이후 다시 활용하기 애매한 빵은 모두 로컬 커뮤니티나 자선 단체에 기부해요. 여러 지역의 95개 기관과 협약해 빵이 정말로 필요한 사람들에게 갈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어요.


다음은 협력 업체예요. 재생 농업을 하는 소규모 생산자를 찾고, 그들을 서포트하려고 해요. 예를 들어 지속 가능한 생산을 위해 자연 서식지를 재건하고 다양화하는 미션을 가진 회사 ‘와일드팜드(Wildfarmed)’가 있어요. 와일드팜드의 곡물은 프리미엄 밀가루보다도 2배 이상 높은 가격대지만, 몰나르는 기꺼이 와일드팜드의 제품을 써요.


“그들을 서포트하기 위해 시간을 쓰는 건, 그 사람들이 올바른 일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언젠가 그들이 규모가 큰 비즈니스로 성장하길 바랍니다.”

- 톰 몰나르, MCA인사이트


가능한 한 가까운 지역에서 재료를 소싱하는 건 물론이에요. 더 나아가 공급자들과 함께 버려질 위기의 재료가 있는지 파악하고, 그걸 가일스 베이커리에서 쓸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하기도 해요. 한 번은 잉여 생산된 감자가 많아 고민하는 업체가 있었어요. 가일스는 18년 만에 처음으로 메뉴에 감자튀김을 일시적으로 추가해, 공급 업체의 잉여 감자 문제를 해결해 줬어요.


“그들은 뭔가 다른 걸 하고 싶어 하지만, 만약 뭔가를 좀 달리했다가 그걸 받아줄 시장이 없을까 봐 두려워해요. 우리는 말합니다. 우리가 시장이라고요. 우리 팀에는 땅에서 나오는 거라면 뭐든 다룰 수 있는 숙련된 사람들이 있어요. 이건 가격만의 문제가 아니에요. 상품 품질의 문제고, 그것이 만들어지는 방식의 문제죠.”

- 톰 몰나르, MCA인사이트


마지막으로 매장에서도 지속가능성을 위한 가일스 베이커리의 노력을 찾아볼 수 있어요. 가일스 베이커리는 신규 매장을 낼 때, 기존 건물과 인테리어를 최대한 활용해요. 위치가 아무리 마음에 들어도 기존 공간 구성을 완전히 부수고 새롭게 리모델링이 필요한 경우엔 계약하지 않고 있어요. 시간을 더 들여 최소한의 공사가 필요한 자리를 찾아내죠. 최소한의 인테리어 공사로 가일스의 브랜딩 컬러는 넣되, 이때도 70~80%는 재활용 재료를 활용해요. 매장 몇 곳에 시범적으로 태양열 패널도 설치하고 있어요. 모든 매장에서 100% 재생가능한 전기를 사용하는 것이 목표예요.



매서운 확장, ‘부자 동네 빵집’ 이미지를 지킬 수 있을까?

2021년 9월, 가일스 베이커리는 미국 사모펀드 베인 캐피털(Bain Capital)에 일부 지분을 매각하며 사업 확장을 위한 현금을 확보했어요. 매각 지분 규모나 액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약 2억 파운드(약 3,368억원) 수준이었을 거라는 시장의 예측이 있었죠. 당시 70여 개 정도의 매장을 운영하던 가일스 베이커리는 지분 매각으로 탄력을 받아 3년도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50개 매장을 추가로 오픈했어요.


그야말로 매서운 확장이죠. 런던 교외 부촌까지 영역을 넓히며 고객과 미디어의 관심을 받고 있지만, 같은 이유로 기존 가일스 베이커리의 프리미엄 포지셔닝이 위태롭다고 보는 시선도 있어요. 가일스의 매장이 많아질수록, ‘누구나 쉽게 사 마실 수 없는 커피(Not available to everyone)’라는 프리미엄 이미지가 지워질 테니까요. 일종의 스노브 효과(Snob effect)를 우려하는 거죠.


그럼에도 가일스 베이커리는 영국 전역에 300~500개 정도의 매장을 추가로 열 계획이에요. 가일스 베이커리는 자신이 있는 거죠. 오히려 사세를 확장에 전에는 해볼 수 없었던 시도들을 할 수도 있고, 정말 좋은 빵의 가치와 지속가능성에 대한 미션도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고요. 그간 유지해 온 입지를 버리려는 게 아니라 오히려 공고히 하는 셈이에요. 마치 스타벅스가 흔해졌다고 해서, 고유의 가치가 훼손되는 것은 아닌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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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erences

가일스 베이커리 공식 웹사이트

Gail’s posts strong annual sales following steady outlet growth, World Coffee Portal

Ed Cumming, How Gail's has gone from bourgeois cafe to irritatingly robotic chain, The Telegraph

SOPHIE HINES FOR YOU MAGAZINE, How Gail's became the new Waitrose: You know you've made it if you live near a Gail's. Sophie Hines finds out why the bakery's cinnamon buns and artisan sourdough have made it the latest sign of gentrification, Mail Online

JONATHAN HARVEY, In practice: Waste not, want not – designing for Gail’s bakeries, Architects Journal

Jerome Smail, Gail’s force: CEO Tom Molnar on the bakery’s new milestone, British Baker

Amanda Cable, Gail’s Bakery CEO Tom Molnar on how going against the grain helped the chain survive, Metro

ROSAMUND URWIN, Tom Molnar: the bread winner of Gail's Bakery, The Standard

Baker who recycles bread expands waste-busting range, The Guardian

One in five UK households dump a loaf of bread in the bin, survey reveals, The Guardian

WHAT IS THE SECRET TO THE SUCCESS OF GAIL'S? SOPHIE KEAY ASKS THE CO-FOUNDER TOM MOLNAR..., Inter Schools Advertiser

GABRIEL POWER, Going with the grain: an interview with GAIL’S Bakery CEO Tom Molnar, Tempus

Finn Scott-Delany, Gail’s Bakery: ‘We can provide a better alternative’, MCA

Why professionals like Tom Molnar, Stephen Harrington left trading to run a bakery business, The Economic Times

Jordana Seal, Correlation or coincidence: does the arrival of a Gail’s deliver an extra slice for home owners?, East London 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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