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2회, 도쿄에서는 콘텐츠 제작 및 라이선싱과 관련된 무역 박람회인 ‘콘텐츠 도쿄(Content Tokyo)’가 열려요. 콘텐츠 도쿄는 5개의 박람회로 구성된 종합 전시회인데요. ‘라이선싱 재팬’, ‘크리에이터 엑스포’, ‘비디오&CG 제작전’, ‘첨단 디지털 기술 전시’, ‘광고 크리에이티브 & 마케팅 엑스포’로 이루어져 있어요.
일본 최대 규모에, 종합 전시회인 만큼 콘텐츠 제작자, 유통업체, 솔루션/기술 회사, 마케팅 에이전시 등 약 5만 여명의 업계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요. 900개가 넘는 전시 부스가 차려지는 것은 물론, 업계 최전선에 있는 전문가들의 세미나도 들을 수 있어요.
시티호퍼스 팀도 콘텐츠 도쿄 2024에 다녀 왔어요. 오늘은 일본이 콘텐츠 강국으로 떠오른 이유에 대해 설명해보려고 하는데요. 엔터테인먼트 사회학자 나카야마 아츠오가 <일본은 왜 크리에이터 원더랜드인가?>라는 주제로 진행한 세미나, 함께 살펴볼까요?
콘텐츠 도쿄 2024 미리보기
• #1. ‘오타쿠’가 쏘아올린 2차 콘텐츠 창작 문화
• #2. ‘콘텐츠 강국’ 이전에 ‘플랫폼 강국’
• #3. 마이너에서 메이저로, 유연한 전환
• 온라인으로 모아 오프라인으로 사로잡다
2023년에 일본 애니메이션 광풍이 불었어요. 1분기에는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신드롬을 일으켰다면, 2분기에는 ‘최애의 아이’가 관심을 휩쓸었죠. 슬램덩크야 익숙한데, 최애의 아이는 뭐냐고요? 이 작품은 아이돌을 좋아하는 주인공이 살해를 당한 뒤 과거의 기억을 간직한 채 그 아이돌의 쌍둥이 자녀 중 한 명으로 환생하여 펼쳐지는 이야기인데요.
ⓒ넷플릭스
만화책이 나왔을 때도 관심을 받았지만 2023년 4월부터 애니메이션으로 방영되면서부터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어요. 애니메이션의 인기로 오프닝 곡인 ‘아이돌(アイドル)’도 유튜브 업로드 한달 만에 1억 뷰를 기록하고, 이 노래를 부른 인디 밴드 요아소비(YOASOBI)는 단숨에 스타 덤에 올랐어요.
ⓒ요아소비 인스타그램(@yoasobi_staff_)
최애의 아이 신드롬은 우리나라에도 퍼졌어요. 애니메이션으로 방영된 지 얼마 되지 않은 5월 ‘최애의 아이’ 원작 만화가 예스24 등 대형 서점 종합 베스트셀러 2위에 오르는 기록을 세웠죠. 국내 아이돌 사이에서는 ‘최애의 아이 챌린지’가 유행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사실 일본 애니메이션의 잘 나간 건 하루 이틀 일이 아니에요. 2021년에는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 편’이 관객 수 205만 명을 넘으며 디즈니 애니메이션 ‘소울’을 꺾고 애니메이션 중 최고 흥행작에 이름을 올렸고요. 2022년에는 극장판 ‘주술회전 0’가 215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할리우드 스타 톰 홀랜드가 주연으로 출연한 ‘언차티드’를 넘어섰어요.
참고로 ‘귀멸의 칼날’은 주인공이 가족을 해치고 여동생을 혈귀로 만든 사람을 찾아 복수하는 내용이고요. ‘주술회전’은 인간의 부정적인 감정에서 생겨난 저주를 주술로 없애는 주술사들의 이야기예요.
이렇듯 인기몰이 중인 일본 애니메이션의 산업 규모는 2021년 기준으로 2조 7000억 엔(약 27조 원)에 달해요. 2022년 국내 웹툰 산업 규모가 1조 8290억 원이니, 15배 가량 차이 나는 거죠.
그만큼 일본 애니메이션의 경제적 효과도 대단해요. 일본에서 가장 높은 매출을 달성한 만화는 1984년 연재를 시작한 ‘드래곤볼’인데요. 2019년 기준으로 애니메이션, 게임 등을 합한 드래곤볼 시리즈의 누적 매출은 230억 달러(약 31조 500억 원)로 집계됐어요.
드래곤볼이 언제적 이야기냐고요? 그럼 비교적 최근인 2016년부터 연재가 시작된 ‘귀멸의 칼날’을 예로 들어볼게요. 귀멸의 칼날의 경제 효과는 2020년 12월 기준으로 2700억 엔(약 2조 7000억 원)을 넘었어요. 연평균 약 5,400억 원 수준으로 볼 수 있는데요. 2022년 우리나라 전체 애니메이션 시장 규모가 6,000억 원 내외라는 걸 고려하면 ‘귀멸의 칼날’ 한 작품이 우리나라 전체 애니메이션 시장 규모와 맞먹는 수준인 거예요.
그렇다면 일본은 어떻게 콘텐츠 강국이 되었을까요? ‘콘텐츠 도쿄 2024’에서 엔터테인먼트 사회학자 나카야마 아츠오가 3가지 이유를 제시했어요. 함께 살펴볼까요?
#1. ‘오타쿠’가 쏘아올린 2차 콘텐츠 창작 문화
오타쿠(お宅)의 본래 뜻은 ‘당신의 집’이에요. 1980년대 초반 특정 분야에 열정적으로 빠진 사람들이 서로를 존중하며 예의 있게 부르면서 쓰이기 시작한 단어죠. 시간이 흐르면서 본래 뜻과 의도가 변질돼 오늘날에는 특정 분야에 지나치게 몰입한 사람을 일컫는 말이 됐지만요.
그런데 이 오타쿠가 일본을 콘텐츠 강국으로 만든 장본인이라는 사실, 알고 있으셨나요? 일본은 ‘오타쿠의 나라’라고 불릴 정도로 오타쿠가 많은데요. 어느 정도냐면, 일본의 만화・애니메이션 오타쿠는 1200만 명 이상으로 추정돼요. 일본 전체 인구가 약 1억 2000만 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일본인 중 10%가 오타쿠인 셈이죠.
오타쿠는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워낙 좋아하는 나머지, 단순히 콘텐츠를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아요. 2차 콘텐츠를 재생산해 퍼뜨리는 특성을 지녔죠. 2차 콘텐츠를 만들어 같은 작품을 좋아하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즐기고, 해당 작품을 모르는 사람에게 알리고 싶어서예요. 소비자가 곧 생산자인 구조가 오래 전부터 자연스럽게 형성됐죠.
이런 문화 덕에 일본에선 1975년부터 ‘코믹 마켓’이 열리고 있어요. 코믹 마켓은 세계 최대의 만화・애니메이션 행사로 다양한 굿즈와 2차 콘텐츠 등이 대거 등장해 ‘오타쿠의 성지’로 불리죠. 매년 8월과 12월, 연 2회 열리고 한 번 열릴 때 이틀간 열리는데요. 한 회당 50만 명 넘는 사람들이 모일 정도로 열기가 후끈해요.
코믹 마켓은 어느 만화 연구회가 다른 사람들을 초청해 만화에 대한 연구나 감상을 책으로 엮어 공유하던 소규모 전시회로 출발했어요. 처음 참가한 인원은 700명 정도였지만, 점점 입소문을 타고 커지다가 ‘만화 전성기’였던 1980년대부터 대규모 행사로 자리 잡았어요. 지금은 만화・애니메이션에 국한되지 않고 게임, 역사, 밀리터리 등 다양한 서브컬처의 오타쿠가 모이는 행사로 자리잡았죠.
또한 2차 콘텐츠를 만들다 정식 만화가로 데뷔한 사례도 있어요. ‘카드캡터 사쿠라’로 유명한 일본의 4인조 만화가 그룹인 클램프(CLAMP)예요. 클램프는 2차 콘텐츠를 만드는 ‘클램프 클러스터(CLAMP Cluster)’라는 동호회로 시작했는데요. 2차 콘텐츠로 유명해지자 1989년에 정식 데뷔를 하고 다양한 작품을 연재했어요.
이처럼 2차 콘텐츠를 재생산하고 재확산하는 오타쿠의 문화가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을 성장시키는데 한몫했어요. 그런데 이런 의문이 들 수도 있어요. 오타쿠들이 팬심으로 2차 콘텐츠를 만든다해도, 어디에 공유하거나 유통할 수 있는 걸까요? 코믹 마켓과 같은 이벤트로만 확산하기는 한계가 있을텐데 말이죠.
카드캡터 사쿠라 ⓒ나무위키
#2. ‘콘텐츠 강국’ 이전에 ‘플랫폼 강국’
‘프로슈머(prosumer)’는 생산자(producer)이면서 소비자(consumer)를 나타내는 조어예요. 1980년 앨빈 토플러가 ‘제3 물결’에서 최초로 사용했을 정도로 오래된 말이죠. 실제로 제1 물결인 농업 혁명, 제2 물결인 산업 혁명에 이어 제3 물결인 정보 혁명이 오면서 프로슈머의 활동이 본격화됐어요. 특히 콘텐츠 분야에서 프로슈머의 활약이 두드러졌는데요. 유튜브가 대표적인 예에요.
그런데 유튜브와 같은 글로벌 플랫폼이 등장하기 전부터 일본에는 이미 프로슈머가 많았어요. 오타쿠 문화 덕분에 2차 콘텐츠 창작이 활발하게 일어나면서, 이를 널리 공유하는 플랫폼 역시 일찍 생겨났기 때문이에요. 그렇다면 일본에는 어떤 플랫폼들이 있었을까요? 먼저 ‘니코니코 동화(이하 니코동)’라는 동영상 서비스가 있었어요. 유튜브가 전 세계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낸 2016년보다 10년쯤 이른 2007년부터 베타 버전으로 서비스가 시작됐죠.
ⓒ니코니코 동화
니코동은 동영상을 본 시청자가 한 지점을 콕 집어 코멘트를 달면, 그 시점에 동영상 위로 코멘트가 뜨는 시스템이에요. 코멘트를 강조해 창작자와 소비자, 소비자와 소비자 간 소통이 활발하게 일어나도록 한 거죠. 특히 니코동에는 만화나 애니메이션과 관련된 콘텐츠들이 주로 업로드돼서 만화・애니메이션 오타쿠 사이에서 유명했어요. 2007년 오타쿠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을 정도예요.
“니코동이 없었다면 지금의 일본 크리에이터 문화는 존재하지 않았을 거예요.”
- 엔터테인먼트 사회학자 나카야마 아츠오, 콘텐츠 도쿄 2024 세미나에서
또한 니코동 외에도 인터넷 소설 플랫폼인 ‘소설가가 되자(이하 나로우)’도 있어요. 2004년 개설된 나로우는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부터 휴대폰으로 소설을 쓰고 읽기 편하게 만든 웹 사이트로 이름을 알렸어요. 누구나 쉽게 투고할 수 있기 때문에 나로우에 연재되는 소설의 내용과 수준은 각양각색이죠.
ⓒ소설가가 되자
나로우를 오픈한 사람은 우메자키 유스케. 그도 ‘오타쿠’였다는 점이 흥미롭죠. 우메자키 유스케는 나로우를 개설하기 전 만화 ‘명탐정 코난’의 2차 콘텐츠를 창작하는 소설 사이트를 만든 바 있어요. 이 경험을 바탕으로 나로우를 론칭한 거예요. 사이트를 만든 사람의 의도가 반영된 만큼 초반에는 오타쿠들이 2차 콘텐츠를 창작하는 창구로 많이 쓰였는데요. 이후 저작권 규제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2012년 이후로는 2차 콘텐츠 투고를 받지 않고 있어요.
그럼에도 나로우에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글을 남기고 있어요. 나로우에서 인기를 끌어 정식 작가로 데뷔하거나 해당 작품이 애니메이션이나 영화 제작으로 이어진 사례도 많고요.
그뿐 아니라 2007년에 시작된 일러스트 플랫폼 ‘픽시브’도 다양한 창작물이 공유되는 공간이에요. 픽시브 웹 사이트를 연 지 반 년 만에 회원 수가 10만 명으로 늘고, 하루에 업로드 되는 일러스트가 2만 장을 돌파하며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어요. 픽시브에는 프로 작가들의 작품도 많이 올라오죠.
ⓒ픽시브
이렇듯 일찍이 창작물을 공유하는 플랫폼이 등장한 게 일본을 크리에이터 강국으로 만드는 데 영향을 줬어요. 다만 지금은 글로벌 플랫폼의 등장으로 일본 자체 플랫폼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죠. 오타쿠 대상을 수상했던 니코동도 유튜브에 밀리고 있어, 다음 세대의 스타는 니코동보다 유튜브에서 탄생할 가능성이 높아요. SNS를 활용해 2차 콘텐츠를 만드는 창작자가 늘어나는 추세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런 의문이 들 수도 있어요. 오타쿠들이 만든 2차 콘텐츠를 공유하고 유통할 수 있는 플랫폼이 일찍부터 자리잡았지만, 결국 마이너끼리 즐기는 그들만의 리그 아닐까요? 아무래도 서브컬처 영역에서 만든 콘텐츠는 전국적인 혹은 전 세계적인 흥행을 할 수 있는 콘텐츠랑은 거리가 있을 텐데 말이죠.
#3. 마이너에서 메이저로, 유연한 전환
TV와 라디오, 영화관이 등장하기 전, 사람들은 어떻게 문화생활을 했을까요? 아마 직접 극장에 가서 눈 앞에 펼쳐지는 공연이나 연극을 봤을 텐데요. 매스 미디어가 등장하면서 방에서도 문화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게 됐어요. 100명만 보던 콘텐츠가 1만 명, 심지어 1,000만 명이상에게까지 도달할 수 있게 된 거죠.
그야말로 ‘콘텐츠 혁명’이었지만요. 매스 미디어에는 문제점이 하나 있었어요. 바로 콘텐츠가 틀에 박혀 있다는 거예요. 나카야마 씨는 이를 ‘마치 냉동식품처럼 패키지화돼 있어 언제든지 해동해 소비할 수 있는 형태’에 비유했어요. 어느덧 매스 미디어에는 출연자 성격이나 콘텐츠 소비자의 세분화된 니즈와 맞지 않는 콘텐츠가 주를 이루기 시작했죠.
그러니 인디 콘텐츠가 일찍 뜬 것도 자연스러운 수순이었어요. 일본에는 이미 창작자나 편집자로서의 자아를 갖춘 소비자가 많았기 때문에 어떤 미디어에서 만들어지는지와 관계없이 ‘좋은 콘텐츠’를 가려내는 데 능숙했어요. 그만큼 마이너 미디어에서 매스 미디어 진출도 유연하게 이뤄졌죠.
현재 J-POP 분야의 최정상 아티스트로 꼽히는 요네즈 켄시도 처음엔 니코동에서 보컬로이드(VOCALOID) 프로듀서 ‘하치’로 활동했어요. 보컬로이드는 노래를 만든 다음,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가상의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게 하는 거예요. 요네즈 켄시는 니코동에서 약 2년 동안 활동하며 팬덤을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2012년 정식 가수로 데뷔해 지금까지 큰 인기를 끌고 있어요. 참고로 ‘최애의 아이’ 오프닝 곡 ‘아이돌’로 떠오른 요아소비의 프로듀서 ‘아야세’도 니코동 보컬로이드 프로듀서 출신이에요.
ⓒ요네즈 켄시 인스타그램(@hachi_08)
나로우에서 발굴된 인기작으로는 스미노 요루의 소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를 들 수 있어요. 이 작품은 친구 없이 혼자 지내는 소년과 췌장암에 걸린 소녀의 이야기예요.
시한부 인생을 사는 소녀는 “내가 죽으면 내 췌장을 먹게 해 줄게. 누가 먹어주면 영혼이 그 사람 안에서 계속 살 수 있대”라며 장난스럽게 말을 건네는데요. 향후 소년은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라고 말하며 세상을 떠날 소녀와 함께 하고 싶다는 마음을 전해요. 제목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는 결국 고백인 셈이에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는 2016년 일본 서점을 휩쓸었어요. 일본 서점 대상 2위, 연간 베스트셀러 1위 등을 차지하며 2017년 기준으로 누적 발행부수 250만 부를 돌파했죠. 인기에 힘입어 이후 만화와 애니메이션, 영화로도 제작됐고요.
(좌) ⓒ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우) ⓒ애니메이션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이렇듯 서브컬처에서 주류로 올라오는 아티스트나 작품들이 나타나는 만큼, 일본에서는 오히려 처음부터 매스 미디어에 등장하는 걸 ‘구시대적’이라고 여기는 경향도 있어요. 마이너 미디어에서 시작해 매스 미디어로 올라오는 걸 ‘성장 서사’로 보고 응원하는 모습도 유독 강하게 보이고요.
“유튜브 등장으로 마이너 미디어가 더욱 떠오르는 상황이라, 앞으로는 매스 미디어와 마이너 미디어의 경계를 잘 활용하는 게 중요합니다.”
- 엔터테인먼트 사회학자 나카야마 아츠오, 콘텐츠 도쿄 2024 세미나에서
온라인으로 모아 오프라인으로 사로잡다
크리에이터가 플랫폼에서 직접 콘텐츠를 유통할 수 있는 시대가 왔으니, 더이상 매스 미디어나 콘텐츠 회사는 살아남을 수 없게 될까요? 나카야마 씨는 그렇지 않다고 말해요. 그 어느 때보다 그들 사이의 협업이 중요하다고 말하죠.
크리에이터와 매스 미디어 그리고 콘텐츠 회사는 상호 보완적인 관계예요. 크리에이터는 플랫폼을 통해 사람들을 쉽게 모을 수는 있지만, 결국 콘텐츠에 돈을 쓰는 ‘찐팬’을 만들긴 어려워요. 반면 매스 미디어 및 콘텐츠 회사는 콘텐츠만 있다면, 이를 바탕으로 팬이 원하는 다른 콘텐츠나 굿즈 등을 만들어 ‘찐팬’으로부터 수익을 창출할 수 있죠. 이처럼 크리에이터는 플랫폼에 작품을 올려 사람을 모으고, 매스 미디어 및 콘텐츠 회사는 이 콘텐츠를 확산시키고 관련 IP(지식재산권)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방식으로 협력할 수 있는 거예요.
1인 크리에이터와 콘텐츠 회사의 협업 사례로 ‘치이카와’를 꼽을 수 있어요. 참고로 치이카와는 ‘뭔가 작고 귀여운 녀석’의 줄임말로 한글로는 ‘먼작귀’로 불려요. 우리나라에서는 ‘농담 곰’으로 유명하고요. 나가노 작가가 트위터에 치이카와 만화를 연재하면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어요.
나가노 작가는 콘텐츠 회사인 스파이럴 큐트와 함께 치이카와를 키우고 있어요. 스파이럴 큐트는 치이카와의 굿즈를 만들거나 팝업 스토어를 열고 다양한 브랜드와 콜라보레이션을 하며 소비자의 ‘덕심’을 자극하고 있죠. 그 결과 2022년 치이카와는 ‘에반게리온’과 ‘슈퍼 마리오’를 제치고 일본 캐릭터 어워드 수상작에 올랐어요. 2023년 기준 치이카와의 시장 규모가 100억 엔(약 1000억 원)을 넘어서기도 했고요. 나가노 작가가 혼자 치이카와를 키웠다면 얻지 못했을 결과일 거예요.
ⓒ스파이럴 큐트
일본이 일찍이 콘텐츠 강국으로 거듭난 이유를 함께 살펴봤는데요. 일본 애니메이션이 워낙 IP를 잘 활용하고 있어 우리나라에서도 웹툰, 드라마 등을 제작할 때 일본 애니메이션을 벤치마킹하곤 해요. 과거보다 지금 더 빠르고 강하게 성장하고 있다는 일본의 애니메이션. 그러니 앞으로도 일본 콘텐츠 업계를 예의주시해 보는 건 어떨까요?
Reference
김슬기, ‘최애의 아이’ 안다면 당신은 ‘인싸’…K드라마만큼 인기라는 이것, 매일경제
신윤재, 영화·드라마·J팝 다 죽쒀도...日아니메는 잘 나가는 이유, 매일경제
한애란, 일본 대표 성장산업, 애니메이션에 주목할 이유[딥다이브], 동아일보
이재훈, 요네즈 겐시·후지이 가제…日 애니 이어 J팝 열풍, 뉴시스
정다훈,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일본은 지금 ‘너의 췌장’신드롬, 서울경제
장수정, 일본 애니 붐‧웹툰 호황…한국 애니메이션은? [지금, 한국 애니①], 데일리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