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에 케이크를 먹거나, 매일 양치질을 하거나 혹은 정해진 요일마다 헬스클럽에 가는 것, 모두 습관이에요. 한번 자리를 잡고 나면 어느새 루틴이 되어 이유를 따지지도 않고 행동을 반복하게 되죠. 그게 바로 습관의 위력이고요.
일본에는 일찍부터 사람들의 습관에 주목해 온 기업이 있어요. 대표적인 광고 대행사 중 한 곳인 ‘하쿠호도’예요. 하쿠호도는 여러 기업의 상품과 서비스가 사람들의 습관을 만들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어요. 그래서 2017년, 사내 프로젝트 팀인 ‘히트 습관 메이커스’를 발족하죠. 이 팀은 상품이 아니라 그 저변에 있는 ‘습관’을 분석하고 연구해요. 더 나아가 미래의 히트 습관까지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요.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단계는 ‘습관 예측’이에요. 그래서 새롭게 떠오르는 습관의 조짐을 읽어낸 다음, 이것이 연쇄적으로 불러일으킬 변화와 기회를 찾아내죠. 이 내용은 하쿠호도의 웹 매거진에 ‘히트 습관 예보’라는 칼럼으로 매주 한 번씩 업로드돼요.
오늘은 히트 습관 메이커스가 최근 3개월간(2024년 4월~2024년 6월) 예보한 히트 습관들을 알아볼게요. 참고로 사람들의 습관이 변화하는 조짐은 결혼식장, 손톱, 침대 등 다양한 장소에서 나타나고 있었어요. 앞으로 어떤 습관들이 히트를 치게 된다는 건지 지금부터 살펴볼까요?
히트 습관 예보 미리보기
• #1. 현금 없이 마음을 전할 방법 - 관혼상제 캐시리스
• #2. 과거 애니에 빠진 요즘 세대 - 추억의 애니 스타일링
• #3. 갓생 바깥에서 찾은 행복 - 건강에 신경 쓰지 않는 웰빙
• 광고라는 불꽃놀이가 계속되도록
광고의 지속성은 얼마나 될까요? TV와 온라인 등의 채널에서 볼 수 있는 광고는 모두 치밀한 기획과 분석을 통해 탄생한 한편의 작품이에요. 하지만 이렇게 크리에이티브를 쏟은 광고들 또한 일정 시기가 지나고 나면 새로운 광고로 교체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죠.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는 하루가 멀다 하고 등장하고 있고, 이는 곧 광고해야 하는 대상이 계속 공급되고 있다는 뜻이니까요.
“광고는 단기적으로 끝나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죠. 좀 더 중장기적으로 세상에 뿌리내릴 수 있는 일도 하고 싶다는 문제 의식이 있었어요.”
- 나카가와 유우 하쿠호도 히트 습관 메이커스 리더, 광고 아사히 인터뷰에서
일본의 대표 광고 회사 중 하나인 하쿠호도는 일찍부터 세상에 장기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했어요. 그래서 자신들의 역할을 단순히 광고 제작에 한정 짓지 않고, 2017년에 사내에 ‘히트 습관 메이커스’라는 프로젝트 팀을 발족하죠. 다양한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멤버들로 구성된 이 횡단형 조직은 이름부터 범상치 않은데요. 히트 상품이나 히트 서비스를 기획하는 것도 아니고, 히트 습관을 만든다니 뭘 하려는 걸까요?
히트 습관 메이커스는 사람들에게 습관으로 자리 잡은 상품이나 서비스를 분석해서 히트 습관이 만들어지는 메커니즘을 연구해요. 또 기업과의 프로젝트를 통해 구체적인 상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고, 이를 확산시키기 위한 커뮤니케이션까지 원팀으로 담당하죠. 한 마디로 ‘습관화’라는 키워드에 초점을 맞추어 누구나 몇 번씩 반복해서 구매하고 싶어지는 ‘구조’를 만들어 나가고 있어요.
특히 하쿠호도가 습관에 주목하는 이유가 있어요. 이전까지는 광고로 화제가 되면 상품이 팔리는 단순한 구조였지만, 지금은 그 반대거든요. 경험이 재미있으면 자연스럽게 SNS로 퍼지고, 대중화되죠. 물론 경험이라고 해서 다 되는 건 아니에요. 지속적으로 퍼질 수 있는 경험인지가 중요하죠. 그것이 곧 ‘습관화’이고요.
하쿠호도에 따르면 크리스마스에 치킨이나 케이크를 먹는 것도, 매일 양치질을 하는 것도 여러 기업에서 의도적으로 만들어 낸 사람들의 습관이에요. 하쿠호도는 이 점에 착안해서 히트 습관 메이커스를 통해 새로운 ‘히트 습관’을 만들기로 했어요.
“습관은 하나하나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연쇄적으로 변하는 거예요. 예를 들면 저녁형 인간이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시작하면 식생활, 일하는 방식, 운동, 취미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확 바뀌기도 하죠. 그래서 언뜻 보면 자신의 비즈니스와는 관계가 없을 것 같은 습관의 변화에도 뜻밖의 기회가 도사리고 있을지 몰라요.”
- 나카가와 유우 하쿠호도 히트 습관 메이커스 리더, 판촉 회의 인터뷰에서
히트 습관 메이커스는 히트 습관을 만드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단계는 ‘습관을 예측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세상의 움직임 속에서 습관의 조짐이나 조류를 읽어내야만, 촉매 역할을 할 단서를 찾아낼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해외 트렌드를 분석하거나 구글 트렌드를 체크하며 세상의 변화를 읽어나가고 있는데요. 이 내용은 하쿠호도의 웹 매거진인 ‘The Central Dot Magazine’에서 ‘히트 습관 예보’라는 칼럼으로 매주 1회씩 게시해오고 있어요.
©Hakuhodo
오늘은 2024년 4월부터 6월까지 하쿠호도 히트 습관 메이커스가 짚어준 히트 습관 중 3가지를 골라봤어요. 그렇다면 광고 회사가 미리 감지한 미래의 히트 습관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이 습관들이 일본 사회에서 히트를 치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 그 속에 담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는 무엇일지 지금부터 알아볼게요.
#1. 현금 없이 마음을 전할 방법 - 관혼상제 캐시리스
현금을 사용한 지도, 본 지도 오래됐어요. 체크카드나 신용카드는 물론, 모바일 간편 결제와 후불 결제 시스템이 보편화되며 대한민국은 이미 수년 전부터 ‘캐시리스 사회’로 진입했죠. 일반사단법인 캐시리스추진협의회가 발표한 ‘캐시리스 로드맵 2021'에 따르면, 한국의 캐시리스 비율은 2018년 기준 94.7%로,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었어요. 반면 같은 시기 일본의 캐시리스 비율은 24.2% 수준이었고요.
그런데 최근에는 일본도 무현금 결제 비율이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어요. 신용카드, 전자화폐, QR코드 결제액 등이 전체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023년 기준 39.3%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거든요. 일본 정부가 2025년까지 목표로 삼고 있는 기준인 40% 달성을 코앞에 두고 있죠. 이렇게 일본에서도 캐시리스화가 진행되면서, 다양한 일상 장면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어요. 이러한 흐름 속에서 히트 습관 메이커스는 앞으로 ‘관혼상제 캐시리스’ 습관이 히트를 칠 것이라 예보했죠.
관혼상제는 사람에게 중요한 네 가지의 예법을 뜻해요. 성인식, 결혼식, 장례식, 제사가 있죠. 지금까지 일본에서는 이 예식들을 치를 때 서로 현금을 주고받으며 축하와 위로의 마음을 전달했어요. 그런데 최근 들어 예법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죠. 필수 준비물로 여겨졌던 현금이 점점 현장에서 사라져가고 있거든요.
히트 습관 메이커스가 뽑은 대표적 예시는 ‘캐시리스 축의금’이에요. 일본에서는 보통 결혼식에 참석하는 하객이 신권을 축의금 봉투에 담아 붓 펜으로 글씨를 써서 접수처에 전달해요. 만약 직접 참석이 어렵다면 미리 현금을 등기 우편으로 전달하는 것이 예의이고요. 그런데 최근 축의금을 온라인으로 주고받는 서비스가 보급되며 자리를 잡기 시작했어요. 그 결과 사람들이 신권, 축의금 봉투, 붓 펜 등 부차적인 준비물을 신경 쓸 일이 사라졌죠. 축의금을 전달, 관리하는 과정에서 현금을 분실하는 불상사도 없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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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상식은 장례식장에서도 바뀌고 있어요. 예전에는 현금으로 부의금을 마련해 참석했다면, 이제는 장례 회사가 홈페이지에 부의금이나 공물을 대신 전달하는 서비스를 올려 놓고, 참석자가 미리 신용카드로 이를 구입하는 거예요. 구매가 끝나면 장례 회사는 상주에게 참석자 리스트와 함께 부의금을 현금으로 입금하고요. 참석자는 물론 상주의 편의성까지 고려한 방식이에요.
마지막 예시는 ‘캐시리스 출산 선물’이에요. 산모에게 축하금이나 선물을 직접 전했던 것과는 달리, 이제 축하도 온라인에서 진행되고 있어요. 출산 축의금을 송금하는 서비스를 이용하면 선물을 고민할 필요도 없고, 축하 봉투를 준비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줄어들죠. 멀리 떨어져 있는 산모에게 등기로 현금을 보낼 필요도 없고요. 이런 변화는 산모 입장에서도 반길 수밖에 없어요. 선물 대신 현금을 받으면 진짜 필요한 것을 구입하기도 편하니까요.
그렇다면 일본에서 ‘관혼상제 캐시리스’ 추세가 확산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히트 습관 메이커스는 첫 번째 이유로 코로나19 팬데믹을 언급했어요. 당시에는 팬데믹 확산을 막기 위해 집에만 머물러야 했고, 가까운 가족과 친구를 만날 수 없는 시간도 자연스럽게 길어졌죠. 하지만 팬데믹에 관계없이 인생의 대소사는 계속됐어요. 결혼, 출산, 장례까지 막을 수는 없었죠. 이때 축의금이나 부의금을 만나서 전달하기 어려워지자 사람들은 더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 나섰어요. 신권을 예쁜 봉투에 담아 직접 전달한다는 오래된 문화를 다시 바라보고, 비효율을 제거해서, 모두가 행복해지는 방법을 찾은 거죠.
두 번째 이유로는 ‘현금을 전달한다’는 물리적 가치 자체가 감소하고 있다고 봤어요. 일본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다 같이 캐시리스의 길로 나아가고 있는 만큼, 분야를 막론하고 변화에 대응해야 했어요. 아무리 전통이 오래되고 의도가 좋다고 한들, 변화의 물결 앞에서는 그 누구도 예외일 수 없었죠.
히트 습관 메이커스는 ‘관혼상제 캐시리스’ 속에는 또 다른 비즈니스의 기회가 담겨 있다고 예고하고 있어요. 앞으로는 축의금 봉투로 쓰이는 NFT가 개발된다든지, 세뱃돈이 열리는 장면 연출을 즐길 수 있는 세뱃돈 배포 앱이 개발된다든지 하는 것처럼요. 이 밖에도 송금자와 수령자의 편의를 극대화하는 각종 축의금 대행 서비스가 다방면으로 등장할 거예요. 한번 바뀐 사람들의 습관에 또 어떤 기회가 생겨날까요?
#2. 과거 애니에 빠진 요즘 세대 - 추억의 애니 스타일링
애니메이션이 작품 속에서 나와 현실에서도 영향력을 떨치고 있어요. 사람들이 이제 애니메이션을 ‘보는 대상’으로만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 대상’으로 확장해서 바라보고 즐기고 있거든요. 애니메이션을 결말까지 다 봤어도 계속 즐길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그중 하나로 사람들은 ‘굿즈’를 통해 애니메이션의 여운을 이어가곤 해요. 구글 트렌드만 봐도 쇼핑 카테고리에서 ‘애니메이션 굿즈’의 검색량이 계속 증가하고 있죠.
히트 습관 메이커스는 그중에서도 Z세대 여성을 중심으로 생겨나고 있는 특별한 변화를 감지했어요. 패션 트렌드에 유독 민감한 Z세대 여성들은 유년 시절에 좋아했던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패션 스타일링에 적용하기 시작했죠. 이들은 성인이 된 이후 어린 시절에 좋아했던 애니메이션을 다시 찾아보는 대신,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 의상을 모방하거나 패션 소품으로 지니고 다니면서 자기표현에 활용하고 있었어요.
이를 ‘추억의 애니메이션 스타일링’이라 이름 붙인 히트 습관 메이커스는 트렌드의 양상을 3가지로 구분했어요. 첫째로는, 캐릭터 가챠 뽑기가 있어요. 추억의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를 캡슐 토이로 뽑아 수집하는 것인데요. 단순히 캡슐 토이를 모으기만 하는 게 아니라 여러 개의 캡슐 토이를 믹스 앤 매치해서 사용해요. 색깔이나 크기 등을 고려해 골라낸 캡슐 토이를 투명 파우치에 잘 배치해서 담고, 이 파우치를 가방이나 바지 등에 매달아 센스 있게 스타일링하는 거죠.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는 사람의 손톱 위까지 올라탔어요. Z세대를 중심으로 애니메이션을 모티브로 한 네일 아트 디자인이 유행 중이죠. 특히 헤이세이에 유행했던 애니메이션이 주요 테마가 되고 있어요. 헤이세이(平成)는 일본의 연호로 1989년 1월부터 2019년 4월까지의 시기를 일컬어요. 참고로 현재의 연호는 레이와(令和)죠. 그러니까 지금을 살아가는 젊은 세대가 이미 지나간 시대의 애니메이션을 패션화하고 있는 거예요. 캐릭터의 얼굴이 통째로 네일 디자인이 될 때도 있지만, 배색만 보고도 특정 캐릭터를 떠올릴 수 있는 네일 디자인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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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는 캐릭터 카드로 스마트폰 꾸미기예요. 요즘 투명한 스마트폰 케이스에 원하는 스티커 등을 붙여 DIY 꾸미기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때 Z세대 여성들이 애니메이션 캐릭터 카드를 넣고 있어요. 예전에는 캐릭터 카드가 주로 게임용으로 쓰였지만, 지금은 이 굿즈들이 개인의 개성과 취향을 나타내는 아이템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거예요.
이와 같은 유행의 배후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히트 습관 메이커스는 유행의 이유를 2가지로 정리했어요. 우선, 취향의 세분화가 하나의 시발점이었죠. 요즘은 누구나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좋아하는 취향으로 시간을 보낼 수 있어요. 하지만 그 영역이 너무 세분화되어버린 나머지 주변 사람들과 좋아하는 대상을 함께 즐기고 공유하기는 어려워졌죠. 그 결과, 모두가 유년 시절에 함께 좋아했던 콘텐츠를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유행이 생긴 거예요. 누구나 좋아했던 공통의 주제가 있다면 쉽게 유대 관계도 쌓을 수 있고 분위기를 띄우기도 편하니까요.
두 번째 이유는 ‘오래된 문화의 현대식 재해석은 세련되다’는 인식이에요. 최근 젊은 세대들을 중심으로 쇼와 시대, 헤이세이 시대 등 과거에 유행했던 문화가 요즘의 문화와 섞이며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이들은 완전히 새로운 것이 아니라, 예전에 있었던 것을 재해석한 것에 더 매료되곤 해요. 과거에는 수동적으로 시청하기만 했던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도, 적극적으로 패션 아이템으로 활용할 때 더 큰 즐거움을 느끼죠. 이런 모습은 사회적으로 ‘뛰어난 자기표현’의 일환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어요.
히트 습관 메이커스는 이런 습관은 향후 새로운 비즈니스로 성장할 여지가 크다고 봤어요. 대형 패션 브랜드가 애니메이션 캐릭터 의상을 제작해 미술관에 전시하고 전국 순회 박람회를 연다든가, 헤이세이 애니메이션 속 히로인들을 집결시킨 가상 패션쇼를 여는 식으로요. AI 기술을 접목시켜서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 코디를 제안해 주는 AI 스타일리스트도 나타날 거예요.
결국,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이 애니메이션을 즐긴다는 사실은 똑같아요. 다만 똑같은 대상일지라도 즐기는 방식이 진화하고 있다는 게 다른점이죠. 그러니 새로운 유행이 되기 위해서 무조건 새로운 대상이 등장할 필요는 없어요. 즐기는 방법만 새롭다면 오래된 소재도 신선하게 느껴질 테니까요.
#3. 갓생 바깥에서 찾은 행복 - 건강에 신경 쓰지 않는 웰빙
건강한 삶이 좋다는 것은 누구나 알아요. 하지만, 머리로 아는 것과 몸이 원하는 것이 늘 일치하는 것은 아니에요. 구글 트렌드를 보면 ‘길티 푸드’에 대한 검색량이 지속적으로 상승 중이거든요. SNS에만 들어가 봐도 요즘 유행하는 정크푸드 먹방 영상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고요.
히트 습관 메이커스는 앞으로 이처럼 모순된 두 가지의 흐름이 하나로 합쳐진 ‘건강에 신경 쓰지 않는 웰빙’이 히트를 칠 것이라 예고했어요. 건강한 삶이 사람들에게 존중받는 동시에 건강하지 못한 라이프스타일, 혹은 건강에 신경 쓰지 않는 라이프스타일도 웰빙으로 가는 길의 하나로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에요.
이는 첫 번째 사례만 봐도 알 수 있어요. 최근 해외에서는 나이트 라이프를 즐기는 젊은 세대를 타깃으로 하는 스킨케어 상품이 나왔어요. 이른바 ‘나이트 라이프 전용 스킨케어’죠. 피부 미용을 위해서는 밤 10시부터 잠자리에 드는 게 바람직하다고 하는데요. 나이트 라이프 전용 스킨케어는 이와 거리가 멀어요. 주어진 밤을 마음껏 즐기고 난 뒤, 새벽에 집에 돌아와 사용할 수 있는 스킨케어 제품이거든요. 아름다워지기 위해서 밤에 먹는 것을 참거나 노는 것을 포기할 필요 없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사람들의 억눌린 마음까지 해방시켜줘요.
음식 분야도 마찬가지예요. 버거나 도넛, 너깃 등의 정크푸드를 플랜트 베이스로 만드는 가게들이 인기를 얻고 있어요. 물론 이렇게 ‘정크 건강식품’이 탄생하기 전에도 세상에는 플랜트 베이스 음식들이 다양하게 있었어요. 하지만 몸에도, 환경에도 좋은 이 음식들은 어딘가 밋밋한 맛 때문에 먹어도 만족감이 떨어졌죠. 히트 습관 메이커스는 그 이유를 ‘마음이 아니라 이성이 선택했’기 때문이라고 봤어요. 반면 정크 건강 푸드는 여전히 정크푸드를 먹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본능까지 충족시켜주죠.
마지막은 생활 습관이에요. 상식대로라면 침대에는 잠자는 시간 이외에는 누워있지 않는 게 건강에 좋아요. 하지만 최근 상식과는 다른 현상이 SNS에서 화두가 되고 있죠. ‘침대에서 썩는다’는 의미의 ‘베트 로팅’이 유행하고 있거든요. 사람들은 #베드로팅이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하루 종일 침대에서 나오지도 않고 누운 채로 좋아하는 음식을 먹거나 영화를 보는 등 게으른 모습을 찍어 올리죠. 이는 24시간을 빠듯하게 계획해서 생산적으로 사용하는 ‘갓생’만 옳은 것이 아니라, 느긋하고 마음 편안하게 보내는 하루도 ‘셀프케어’가 될 수 있다는 취지에서 시작됐어요.
©Hakuhodo
히트 습관 메이커스는 이처럼 건강을 눈치 보지 않는 웰빙이 유행하게 된 배경으로 2가지를 제시했어요. 첫째는 과도하게 건강을 지향하는 이상주의에 대한 반발심이에요. 따라야 할 수십, 수백 가지가 넘는 건강 수칙은 사람들을 지켜줄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 지치게 만들죠. 게다가 완벽주의에서 벗어나고 싶게 만들고요. 그렇다 보니 ‘규칙에 얽매이지 않는 것 또한 하나의 웰빙’이라는 새로운 흐름이 생겨난 거예요.
두 번째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나타난 ‘찰나주의’예요. 젊은 세대들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보장된 미래는 없다는 것을 체득했죠. 미래를 단언할 수도, 확언할 수도 없으니 지금의 삶을 즐길 수 있을 때 마음껏 즐겨야 한다는 감각이 생겨난 거예요. 그렇다 보니 좀 더 솔직하게 자신의 본능과 욕구에 순응하는 습관이 형성됐죠.
히트 습관 메이커스는 새롭게 등장한 웰빙 트렌드에도 새로운 기회가 잠재되어 있다고 봤어요. 테마파크 심야 플랜, 밤새 놀고 난 뒤 먹는 회복용 밀키트, 심야에 먹어도 부담이 적은 식재료를 사용한 파르페 전문점 등이 그 대표적인 예시죠. 정반합을 거쳐 새로 태어난 히트 습관과 비즈니스가 당장 사람들의 신체를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건 아닐지도 몰라요. 하지만 마음을 더 편안하고 건강하게 만들어줄 거라는 사실은 분명하죠. 그것 또한 모두가 지향하는 웰빙의 한 일부일 테고요.
광고라는 불꽃놀이가 계속되도록
히트 습관 메이커스가 미래의 습관을 관찰하고 예고하는 방식은 간단명료해요. 상품이나 서비스 이전에 생활 방식을 이해하는 거예요. 마치 누군가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킬 때 손가락이 아니라 달을 바라보는 것과 비슷해요. 일단 본질을 파악하고 나면 그 안에서 새롭게 태어날 히트 상품을 만드는 것은 시간문제죠. 이러한 시도를 하게 된 계기에 대해 묻자 히트 습관 메이커스의 리더인 나카가와 유우는 광고업에서 느낀 위화감에 대해 말했어요.
“습관을 만들고 싶다거나, 문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광고 일을 하면서 느낀 위화감에서 생긴 거예요. 광고라는 일은 단기간에 큰 불꽃을 쾅 쏘아 올린 뒤, 그것으로 끝나는 경우도 적지 않죠. 하지만 모처럼 생각한 창의적인 아이디어일수록 더욱 후세에 남아야 해요. 계속 사랑받는 것이야말로 좋은 아이디어죠.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의 생활 속에 습관으로 남을 만한 것을 만들어 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 나카가와 유우 하쿠호도 히트 습관 메이커스 리더, 하쿠호도 웹 매거진 The Central Dot 인터뷰에서
물론 그는 잠시간 하늘을 화려하게 색으로 수놓는 불꽃놀이도 멋지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광고라는 불꽃놀이가 끝나고 난 뒤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리는 것은 어딘가 쓸쓸했죠. 고객이나 클라이언트와의 관계도 일회성 캠페인으로 끝나지 않고 중장기적으로 이어질 수 있으려면, 결국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오래갈 것들을 만들어야 했어요. 그게 바로 '히트 상품'이 아닌 '히트 습관'이고요. 덕분에 이제 하쿠호도가 수놓는 불꽃놀이는 오랫동안 지속될 거예요. 이 불꽃놀이 뒤에는 히트 습관 메이커스가 있으니까요.
Reference
コロナ禍は「習慣化」のチャンス! ヒットに導く5つの新しい習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