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는 사람들을 변화시키는 힘을 갖고 있어요. 전에 없던 새로운 문화는 사람들의 사고 방식에 변화를 가져오고, 이는 곧 행동 양식의 변화로 이어지죠.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마찬가지예요. 눈 앞의 이익을 얻는 것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싶거나, 업계의 판도를 바꾸고 싶다면 아이템이 아닌 문화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예요.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어요. 기존에 없던 문화를 창조하거나, 기존 문화와 반대로 생각하거나, 다른 지역 혹은 분야의 문화를 차용하거나. 어떤 식이든 새로운 문화가 가져온 낙차는 사람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고, 트렌드의 시작점이 되죠. 오늘은 자기만의 방식으로 문화를 개척해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낸 브랜드들을 만나볼게요. 문화를 만드는 데에 정해진 공식은 없어도 원리는 있지 않을까요?
1️⃣ 파르페테리아 파르
술 마신 후, 해장은 어떻게 하시나요? 우리 나라에서 얼큰하고 뜨거운 국물로 해장하는 문화가 있듯, 일본에서는 라멘으로 해장하는 문화가 있어요. ‘마무리는 라멘’이라는 뜻의 ‘시메와라멘(シメはラーメン)’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예요. 우리 나라의 ‘해장국’ 정도에 해당되는 말이죠.
그런데 삿포로에는 독특한 해장 문화가 있어요. 이름하여 ‘시메파르페(シメパフェ)’. ‘마무리 파르페’라는 말로, 술을 마신 후 라멘이 아닌 파르페로 해장을 하는 거예요. 술 취한 어른들이 달콤하고 예쁜 파르페를 먹는 모습, 상상만으로도 귀엽지 않나요?
이 귀여운 문화는 삿포로에 국한되지 않아요. 삿포로에서 시작했지만, 도쿄, 오사카, 나고야, 후쿠오카 등 일본 주요 대도시로 퍼져 전국구 문화로 자리 잡고 있어요. 그런데 밤에 파르페를 먹는 문화, 자연스럽게 생긴 게 아니예요. 철저하게 ‘의도’된 문화죠.
그 시작에는 삿포로의 ‘파르페테리아 파르(Parfaiteria PaL)’라는 파르페 가게가 있어요. 이 파르페 가게는 지점이 많은 것도, 매장이 큰 것도 아니에요. 그럼에도 시메파르페의 시초이자, 유행을 넘어 하나의 문화를 만들었다고 평가 받고 있어요. 이 파르페 가게, 왜, 그리고 어떻게 밤에 파르페를 먹는 문화를 만들어 낸 걸까요?
2️⃣ 뉴욕 공립도서관
소셜 미디어에서 소설을 읽는다고요? 책보다 재미있는 것들이 쏟아지는 시대에, 뉴욕 공립도서관(이하 NYPL)이 선보인 아이디어예요. 도서관으로 사람들이 오기를 기다리기 보다, 도서관이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찾아간 거예요. 바로 인스타그램으로요.
NYPL은 인스타그램에서 읽는 소설인, 인스타 노블(Insta Novels)을 기획했어요. 인스타그램의 스토리와 하이라이트 기능을 절묘하게 활용해, 인스타그램에서 고전 소설을 읽을 수 있게 만든거죠. 젊은 세대에서 다가서게 위해 새로운 포맷의 책을 개발한 셈이에요.
반응이 있었을까요? 24시간 만에 1.3만명, 그 이후 추가로 14만명이 팔로우 했으며, 인스타 노블은 30만회 이상 읽혔어요. 이뿐 아니에요. NYPL은 다양한 방법으로 독서 문화를 혁신하면서 사람들을 도서관으로 불러 모으죠. 그렇다면 NYPL이 이렇게 사람들을 모으는 데 진심인 이유가 무엇일까요?
3️⃣ 니콜라이 버그만
덴마크 청년, 니콜라이 버그만은 도쿄 오모테산도의 한 꽃집에서 일했어요. 그런데 한 번은 한 명품 브랜드로부터 어려운 요청이 들어왔어요.
“600개의 고객용 플라워 선물을 준비해 주세요. 다만 공간이 부족하니 꽃을 쌓아 주세요.”
꽃다발을 만들어 쌓자니 꽃다발이 뭉개질 게 뻔했고, 꽃꽂이를 하자니 공간이 부족할 게 분명했어요. 그래서 그는 생화 및 프리저브드 플라워를 정사각형 상자 안에 넣는 아이디어를 떠올렸죠. 이것이 플라워 박스의 탄생이었어요. 결국 제안은 성사되지 못했지만, 가능성을 믿은 니콜라이는 자신이 일하는 매장에 플라워 박스를 전시했어요.
이 상자가 행인들의 눈길을 끌면서 꽃집의 인기가 고공행진하고, 유명 편집숍 에스트네이션에서 ‘니콜라이 버그만’이라는 단독 매장을 열어달라는 제안으로까지 이어졌어요. 2001년, 그렇게 니콜라이는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 ‘니콜라이 버그만’을 론칭하게 됐죠. 그 뒤로 니콜라이 버그만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참고로 20여년이 지난 지금은 일본 꽃 선물의 클래식으로 자리잡았어요.
4️⃣ 토토노우
혹시 집에 ‘사우나’가 있는 분, 계신가요? 가능한 일이기는 하지만, 흔한 일은 아니에요. 보통 사우나를 즐기기 위해서는 호텔이나 동네 목욕탕을 찾고는 하죠. 그런데 집에서 사우나를 즐기는 일, 북유럽 국가들에서는 흔한 일이에요. 가족이나 친구들과 사우나에 모여 대화를 나누고 휴식을 취하는 문화가 있죠.
상상만 해도 행복한 이 일상, 다른 나라에서는 불가능한 일일까요? 다소 생경하지만, 동경할 만한 자택 내 사우나 문화를 일본에 이식하고 있는 회사가 있어요. 바로 ‘토토노우(Totonoü)’예요. 토토노우는 북유럽 국가 중 하나인 에스토니아에서 실내 사우나와 야외 사우나를 생산해 일본으로 수입, 판매하고 있어요.
하지만 일본은 북유럽 국가들과 환경이 달라요. 집 안에 사우나를 설치하는 문화도 없고, 집도 협소하죠. 토토노우는 이런 허들을 넘기 위해 ‘가구’처럼 생긴 사우나를 디자인하기도 하고, ‘가상으로’ 사우나를 즐길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기도 해요. 없던 시장도 개척해 나가며, 소비자들의 일상을 더 쾌적하고, 따뜻하게 만들고 있는 토토노우의 이야기를 들어 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