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키지 디자인은 단순한 포장 그 이상이에요. 브랜드의 첫 인상이자,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강력한 트리거가 되기도 하거든요. 브랜드 혹은 제품 기획 단계에서부터 패키지 디자인을 고민하는 이유죠.
더 나아가 패키지 디자인은 브랜드 정체성의 중심 축이 되기도 하는데요. 비단 시각적 정체성 뿐만 아니라, 브랜드의 본질을 전달하는 역할을 해요. 남다른 패키지 디자인으로 브랜드를 차별화하고, 강력한 아이덴티티를 구축한 사례들을 함께 살펴 볼까요?
1️⃣ 로열블루티
로열블루티는 고급 차를 우려내 플라스틱병이 아니라 와인병에 담아서 판매해요. 병만 달라진 게 아니에요. 가격대도 높아졌죠. 로열블루티에서 파는 차 중에서 가장 저렴한 차는 3,800엔(약 3만 8천원)이고 가장 비싼 차는 60만엔(약 600만원)이에요. 와인병 용량이 750ml로, 500ml인 보통의 플라스틱병보다 1.5배 큰 것을 감안하더라도 편의점에서 살 수 있는 병에 담긴 차 대비 15배 이상 가격 차이가 나요.
차를 와인병에 담은 것만으로 이렇게 가격이 비싸질 수 있냐고요? 그럴 수 있다면 누구나 그랬겠죠. 이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차를 와인병에 담기 위해 로열블루티가 바꾼 다른 요소들을 살펴봐야 해요. 차를 우려내는 방식, 차를 판매하는 장소, 그리고 차를 음미하는 문화를 새롭게 해 그동안 없던 시장을 연 거니까요.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했길래, 로열블루티는 이미 우려내 식어버린 차를 600만원에 팔 수 있는 걸까요?
2️⃣ 마루우
‘녹차’와 ‘말차’의 차이를 아시나요? 말차는 녹차의 한 종류예요. 말차를 만드는 방법은 복잡하지만, 간단히 말하면 차광재배한 차나무 잎을 가루로 만든 것이 말차예요. 찻 숟가락으로 말차 가루를 잔에 넣어 뜨거운 물을 부어 차센으로 저어 마시는 거죠.
이러한 말차 문화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어요. 요즘의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말차를 즐기는 방법을 제안하는 곳들이 생겼거든요. 그 중 하나가 ‘맛차 리퍼블릭’이에요. 이곳의 시그니처는 말차를 담는 병 디자인. 잉크병을 모티브로 디자인한 사각형의 투명한 유리병을 음료 패키지로 사용해요. 이렇게 하니 잉크병에 시선이 꽂히고, 말차의 맛이 색으로 연상되죠.
그런데 여기서 그치지 않아요. 맛차 리퍼블릭은 또다른 아이디어로 맛차의 기능성과 가능성을 끌어올려요. 그뿐 아니라 맛차 리퍼블릭을 만든 마루우는 또다른 차 브랜드를 선보이며 새로운 차 문화를 제안하고 있죠. 어떻게냐고요? 하나씩 살펴 볼게요.
3️⃣ 코타키 라이스 앤 퓨처
일본 나가노현 코타키 마을에서 나는 쌀은 맛있기로 유명해요. 도쿄의 ‘코타키 라이스 앤 퓨처(이하 코타키 라이스)’는 이런 코타키 쌀을 더 많은 사람들이 소비할 수 있도록 자극하는 쌀 브랜드인데요. 그런데 일본에는 맛있는 쌀도 워낙 많고, 산지와 품종이 다르다하더라도 하얀 쌀알의 외관만으로는 차별화하기가 힘들어요. 그래서 코타키 라이스가 주목한 게 패키지 디자인이었어요.
코타키 라이스는 ‘쌀’과 ‘와인’ 사이의 연결고리를 발견하고 쌀을 와인병에 담아 판매해요. 보통 포대에 담아 판매하는 여타 쌀과 비교해, 시각적으로 확실한 차별화를 꾀했죠. 하지만 이는 단순히 눈에 띄기 위한 디자인이 아니에요. 제품의 컨셉이자 차별점이고, 심지어 ‘경쟁력’이에요.
그렇다면 도대체 쌀과 와인 사이에는 어떤 접점이 있고, 쌀을 와인병에 담으면 어떤 경쟁력이 생기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