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에는 ‘쭝샨(中山)’이라는 지역이 있어요. 원래 공업소, 인쇄소가 모여 있는 동네에 젊은 가게들이 하나, 둘 모여 들면서 소위 말하는 힙한 동네가 된 곳이에요. 서울의 을지로와 비슷하게요. 그 중에서도 쭝샨의 ‘츠펑(赤峰)’ 거리는 개성있는 작은 가게들이 밀집해 있어 쭝샨을 대표하는 거리가 되었어요.
그런데 이런 츠펑 거리를 따라 걷다보면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이름이 있어요. ‘샤오치(小器 또는 Xiaoqi)’라는 이름이에요. ‘샤오치OO’ 이런 식의 이름을 가진 내건 매장이 츠펑 거리에만 무려 6개가 있거든요. 이 매장들은 그릇 가게, 식당, 보틀숍, 갤러리 등 각기 다른 종류의 공간이에요. 그럼에도 ‘샤오치’라는 이름 아래 일관된 브랜딩으로 하나의 브랜드를 완성하고 있어요.
샤오치는 ‘샤오치셩후워따오쥐(小器生活道具)’라는 일본 수입 그릇 편집숍으로 시작했어요. 이후 기존 사업과 교집합을 가진 영역으로 설득력있는 확장을 전개해 나가요. 덕분에 첫 번째 매장의 문을 연지 10년이 넘은 지금, 샤오치는 아이코닉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거듭났어요.
샤오치의 스토리는 작은 브랜드가 자기다움을 지키며 비즈니스를 확장하는 과정을 보여줘요. 좁은 골목길의 작은 그릇 매장은 어떻게 사업을 확장했길래 브랜드로서 존재감을 가질 수 있었을까요?
샤오치 미리보기
• 하나의 골목, 같은 이름을 단 6개 매장
• 그럴 듯한 확장1. 그릇 가게가 식당을 연 이유
• 그럴 듯한 확장2. 그릇 가게가 보틀숍을 연 이유
• 그럴 듯한 확장 3. 그릇 가게가 아름다움을 파는 이유
• 개인이 아닌 팀이 일하기 위해서는 ‘객관적 아름다움’이 필요하다
대만 타이베이에는 원가 구조를 손님들에게 다 공개하던 그릇 가게가 있었어요. 일본에서 수입한 여러 브랜드의 그릇을 파는 편집숍인데, 매장을 방문한 손님들에게만 슬쩍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SNS 채널에 가격 책정 방식을 공개했어요. 판매하는 소비자가와 함께 일본에서의 정가, 포장비, 운송비, 세금 등의 비용 구조를 모두 적어 둔 거예요.
투명하게 가격 구조를 다 공개하던 이 그릇 가게의 이름은 ‘샤오치셩후워따오쥐(小器生活道具)’. 사업을 시작하자마자 다소 민감할 수도 있는 가격 구조를 모두에게 공개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이 승부수는 샤오치셩후워따오쥐가 마주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묘안이었어요.
ⓒ시티호퍼스
샤오치셩후워따오쥐는 일본에서 수입한 그릇, 컵, 다기 등을 판매하는 곳으로 일본 특유의 젠한 미의식을 반영해 소박하면서도 동시에 심미적인 제품들이 주를 이뤄요. 다만 가게를 처음 오픈할 2012년 당시 대만에 비해 물가가 높은 일본에서 그릇을 수입하다보니, 샤오치셩후워따오쥐 제품들의 가격이 저렴한 편은 아니었어요. 특히 오픈 초기에는 일본 그릇 브랜드들이 대만에 많지 않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비싸다고 느낄 수 밖에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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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비싸게 보일 수 있는 가격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인식시키기 위한 방법을 고민한 끝에 가격 책정 방식을 공개하기로 결정한 거예요. 마진율을 20~30% 정도로 책정하고 가격 구조를 투명하게 공개한 결과, 소비자들 사이에 '아름다운 일본 식기를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하는 브랜드'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어요. 덕분에 이제는 샤오치셩후워따오쥐의 안목과 가치에 공감하는 고객들이 많아져 더 이상 가격 구조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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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혜로운 그릇 가게, 샤오치셩후워따오쥐는 한자음으로 ‘소기생활도구’, 즉 작은 그릇과 생활도구를 의미해요. 소박한 제품, 소박한 의미의 이름만큼이나 매장의 시작도 소박해요. 샤오치의 창립자인 ‘지앙밍위(江明玉)’의 작은 니즈에서 시작되었거든요.
지앙밍위는 타이베이로 돌아오기 전, 12년 간 도쿄의 에비수와 다이칸야마에서 살았어요. 그 때도 그릇에 대한 애정이 남달라 생활 용기들을 세심하게 골라 사용했죠. 하지만 그녀가 타이베이로 돌아온 후, 일본에서 사용했던 그릇들과 비슷한 것들을 찾을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자신이 직접 그릇들을 일본에서 수입하기로 결심했고, 이게 샤오치셩후워따오쥐의 시작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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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년간 일본에서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일본 현지의 그릇 브랜드들을 발굴해 소개하자, 취미처럼 접근했던 샤오치가 사업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어요. 지앙밍위와 비슷한 니즈를 갖고 있던 사람들이 샤오치셩후워따오쥐의 감도 높은 안목을 금새 알아보기 시작한 거예요. 지앙밍도 매장의 인기를 실감하며 샤오치 브랜드를 진지하게 운영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샤오치셩후워따오쥐에는 수입 그릇 뿐만 아니라 자체 제작 제품도 있어요. ‘플러스 타이완(+t)’ 시리즈는 일본과 대만의 문화에서 받은 영감으로 만든 감각적인 생활 용품 시리즈예요. ⓒ시티호퍼스
남다른 셀렉션과 더불어 가격 구조까지 공개해가며 고객들의 단단한 지지를 얻은 샤오치셩후워따오쥐는 그릇 가게로만 남아 있는 것을 택하지 않아요. 대신 기존의 사업 영역과 교집합을 가진 영역으로 설득력있는 확장을 전개해 나가요. 그 과정에서 작은 브랜드가 자기다움을 지키며 비즈니스를 성장시켜 나가는 묘를 엿볼 수 있어요.
하나의 골목, 같은 이름을 단 6개 매장
샤오치셩후워따오쥐는 타이베이 쭝샨(中山)의 작은 골목, 츠펑(赤峰) 거리에 위치해 있어요. 쭝샨은 타이베이의 주요 상권 중 하나예요. 원래 공업소, 인쇄소가 모여 있는 동네에 젊은 가게들이 하나, 둘 모여 들면서 소위 말하는 힙한 동네가 되었어요. 서울의 을지로와 비슷하게요. 샤오치셩후워따오쥐는 쭝샨이 주목받기 전부터 일찍이 이 곳에 터를 잡고 츠펑 거리에 매장을 추가하며 이 지역의 터줏대감이 되었어요.
샤오치셩후워따오쥐 매장에서 나와 츠펑 거리를 따라 걷다 보면 ‘샤오치(小器 또는 Xiaoqi)’라는 이름을 단 매장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어요. ‘샤오치OO’ 이런 식으로 간판을 내건 매장이 츠펑 거리에만 무려 6개예요. 그 중에는 식당처럼 보이는 곳도 있고, 사케나 우메슈를 파는 보틀숍인 곳도 있어요. 각기 다른 종류의 매장이지만 ‘샤오치’라는 공통된 단어, 모든 매장을 관통하는 몇 가지 요소들 덕분에 ‘샤오치’ 브랜드에서 운영하고 있는 매장임을 알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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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샤오치라는 이름이 들어간 모든 매장들의 문은 나무 창틀과 투명한 유리로 디자인되어 있어요. 매장 밖에서도 매장 안을 훤히 들여다 볼 수 있죠. 취급하는 품목은 다르지만 하나같이 정갈하고 단정해요. 매장 문 앞에 리넨 천을 매단 곳들도 있는데, 그 위에는 샤오치 또는 해당 매장의 로고가 그려져 있어요. 색감과 로고 디자인은 달라도, 일관된 톤앤매너 덕분에 외관에서부터 샤오치만의 스타일을 발견할 수 있어요.
이쯤 되니 샤오치가 어떤 브랜드인지, 각 매장들은 어떤 관련이 있는지 궁금해져요. 샤오치는 시작부터 현재까지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작은 그릇 가게의 저력을 보여줘요. 츠펑 거리에 있는 6개 매장 뿐만 아니라 그 외 지역에 5개의 매장을 추가로 열며 아이코닉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가 되었어요. 좁은 골목길의 작은 그릇 매장이, 어떻게 사업을 확장했길래 이런 존재감을 가질 수 있었을까요?
그럴 듯한 확장1. 그릇 가게가 식당을 연 이유
그릇은 단순한 생활용품이 아니에요. 음식과 뗄레야 뗄 수 없는 생활 용품으로, 사용되는 지역의 식문화를 반영하고 있어요. 샤오치셩후워따오쥐에서는 그릇 뿐만 아니라 식료품도 함께 판매해요. 쌀, 잼, 기름, 식초, 차 등 샤오치셩후워따오쥐의 그릇과 함께 즐길 만한 식재료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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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릇이 식문화를 반영하다보니, 일본의 그릇들은 대만 사람들에게 다소 낯설 수 있어요. 대만에서 많이 사용하는 그릇과 일본의 그릇에는 차이가 있으니까요. 그래서샤오치셩후워따오쥐는 자신들이 소개하는 식기를 실제로 사용하고, 그 질감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제품에 대한 이해도와 가치가 더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식기를 제품 자체로 접근하기보다, 식기를 사용하는 맥락을 제안할 때 그릇의 가치가 더 올라간다고 판단한 거예요.
샤오치는 이런 고민 끝에 그릇 편집숍을 오픈한 이듬해 새로운 매장을 오픈해요. 이 곳에서는 샤오치가 소개하는 일본 그릇들을 사용해 일본 가정식을 판매해요. 이름은 ‘샤오치쉬탕(小器食堂)’. 엄선한 재료로 만든 정갈한 일본 가정식을 샤오치셩후워따오쥐에서 판매하는 그릇에 담아 서빙해줘요. 샤오치쉬탕은 일본 가정식을 맛보는 것을 넘어 새로운 식문화를 경험하는 곳이에요.
ⓒ小器食堂
ⓒ小器食堂
샤오치쉬탕의 위치는 첫 번째 매장인 샤오치셩후워따오쥐의 바로 옆이에요. 덕분에 샤오치쉬탕에서의 식사가 ‘유료 테이스팅(Paid tasting)’처럼 작용하기도 해요. 만족스럽게 식사를 경험한 고객들의 발걸음이 자연스레 그릇 가게로 향하는 거죠. 반대로 샤오치셩후워따오쥐의 그릇이 마음에 든 고객이 샤오치쉬탕에서 식기를 먼저 경험하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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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상호 작용은 우연한 제안을 유효한 기회로 만든 지앙밍위의 사업적 감각 덕분이에요. 샤오치셩후워따오쥐의 사업이 안정화되어갈 때쯤, 건물주가 마침 바로 옆 매장이 비었는데 추가로 임차할 생각이 있는지 지앙밍위에게 물어봤다고 해요. 그녀는 길게 고민하지 않고, 임대료가 저렴하다고 판단해 제안을 수락했어요. 그리고 그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기 시작했죠.
그릇 편집숍이 워낙 잘 되고 있으니 원래 있던 매장을 확장할 수도 있었어요. 하지만 그녀는 눈 앞의 확실한 매출보다 판매하는 제품의 가치를 고객에게 전달하고 샤오치라는 브랜드를 키우는 쪽을 선택했어요. 요식업은 기존 사업과 분명 다른 영역이기에 리스크가 있었지만, 제품 판매를 넘어 고객에게 브랜드의 가치를 전달한다는 관점에서 해 볼만한 시도였어요. 기존 비즈니스와 시너지가 나는 것은 물론이고요. 그렇게 샤오치쉬탕을 시작하게 된 거예요.
그럴 듯한 확장2. 그릇 가게가 보틀숍을 연 이유
샤오치쉬탕에서는 음식만 파는 게 아니예요. 식사에 곁들일 주류 메뉴도 있어요. 술은 과하게 마시지만 않는다면 분명 일상을 더 행복하게 만드는 요소예요. 반주가 식사의 즐거움을 더해주는 건 물론이고요. 샤오치쉬탕은 일본 가정식 레스토랑인 만큼 일본 아사히 맥주와 일본 과실주를 잔 단위로 판매해요.
과실주 메뉴의 경우 ‘오늘의 과실주’로 비정기적으로 메뉴가 바뀌는데, ‘샤오치우메슈야(小器梅酒屋)가 추천하는 매실주’라는 설명이 아래 쓰여져 있어요. 샤오치우메슈야는 샤오치가 2014년에 문을 연 일본 매실주 전문숍이에요. 샤오치쉬탕도 새로운 자리가 나면서 오픈했듯, 샤오치우메슈야도 같은 츠펑 거리에 기존 매장에서 약 70m 떨어진 곳에 공실이 생긴다는 소식을 듣고 시작하게 되었어요. 매실주는 창립자 본인도 좋아할 뿐만 아니라 일본 음식과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주종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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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샤오치우메슈야의 로고를 보면 기존 샤오치 로고와 달라요. 매실에서 모티브를 얻은 디자인이에요. 사실 샤오치우메슈야는 샤오치가 단독으로 런칭한 매장이 아니에요. 오사카에 본점을 둔 매실주 편집숍, ‘우메슈야(梅酒屋)’의 타이베이 지점이죠. 이 로고도 우메슈야의 로고고요. 우메슈야는 80년 이상의 업력을 가진 매실주 전문 편집숍으로 방대한 매실주 셀렉션과 깊은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브랜드예요. 타이베이 지점을 샤오치가 운영하면서 매장 이름 앞에 ‘샤오치’를 붙인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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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샤오치는 왜 그릇 편집숍이나 식당과 달리, 매실주 편집숍을 독자적으로 운영하지 않는 것일까요? 매실주 편집숍은 전문가의 지식과 큐레이션이 필요한 영역이에요. 그래야 양질의 매실주를 조달하고, 대만 사람들에게 생소할 수 있는 매실주를 더 쉽게 설명할 수 있으니까요.
샤오치우메슈야는 일본 전역에서 생산한 100가지 이상의 일본 과실주를 취급해요. 100여 가지 매실주를 조달하고 각각에 대한 맛을 고객에게 소개하기란 웬만한 업력과 지식으로는 힘들어요. 샤오치우메슈야는 오사카 본점의 역량을 레버리지해 매실주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각 매실주에 대한 풍미를 이해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도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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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치우메슈야에서는 술의 풍미를 구성하는 요소를 향, 신맛, 끝맛, 단맛, 도수 등 5가지로 정의해요. 그리고 판매하는 대부분의 술의 풍미를 오각형 방사형 차트로 표현해 뒀어요. 술 이름, 원재료, 원산지, 알콜 도수 등 각 술에 대한 정보와 함께요. 이렇게 술에 대한 정보를 객관적으로 비교, 표기해두니 매실주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매실주를 이해하고 구매할 수 있어요. 우메슈야의 전문성이 빛을 발하는 대목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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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치우메슈야는 계절과 재고 상황에 따라 늘 3~4가지의 무료 시음용 술을 준비하고 있어요. ⓒ시티호퍼스
2022년에는 또 한 번 보틀숍 비즈니스를 확장해요. 샤오치우메슈야 바로 맞은 편에 ‘모리쇼텐(森商店)’ 혹은 ‘모리숍(MORI SHOP)’이라 불리는 니혼슈(日本酒)* 및 쇼츄(焼酎)** 전문점을 연 거예요. 니혼슈나 쇼츄도 우메슈만큼이나 일본 식문화에서 빠질 수 없는 술이기에 샤오치의 포트폴리오에 들어올 자격이 있어요. 모리숍에서도 마찬가지로 100가지가 넘는 니혼슈와 쇼츄들을 취급하고 있어요.
*니혼슈: 쌀과 누룩, 그리고 물을 원료로 발효시켜 만드는 양조주
**쇼츄: 쌀, 보리, 고구마 등을 발효시킨 후, 이를 증류해서 만든 증류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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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눈에 띄는 점 하나는 720ml의 보틀 단위로 판매하는 샤오치우메슈야와 달리, 모리숍은 180ml의 컵 니혼슈를 위주로 판매한다는 점이에요. 용량이 줄어드니 가격대도, 양도 부담이 없어 니혼슈에 대한 문턱이 낮아져요. 보다 많은 사람들이 ‘맛있는 니혼슈와 함께 아름다운 순간을 보내기를 바란다’는 모리숍의 마음을 알 수 있어요. 팬데믹을 지나며 가볍게 곁들일 수 있는 술과 적은 용량의 술에 대한 니즈가 많아진 추세를 반영한 결과이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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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샤오치우메슈야처럼 고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각 니혼슈에 대한 정보를 표시해 두었어요. 쌀 품종, 정미도, 알콜 도수 등에 대한 정보는 물론, 당도와 마시기 좋은 온도를 표시해 맛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어요. 당도는 드라이한 맛을 의미하는 ‘카라구치(辛口)’부터 달콤한 맛을 뜻하는 ‘아마구치(甘口)’ 사이에 점을 찍어 표현했어요. 음용 온도는 차갑게, 실온으로, 따뜻하게 중 해당하는 온도에 점을 찍어 추천하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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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듯한 확장 3. 그릇 가게가 아름다움을 파는 이유
그릇 가게로 시작해 식당, 술가게, 편집숍으로 식문화를 제안하는 샤오치는 그릇의 본질적 가치를 기반으로 사업을 확장하기도 해요. 그릇은 도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공예품이에요. 애초에 공예라는 개념이 실용성과 미학을 조화시켜 일상에 필요한 물건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그릇은 미학적 가치를 가지고 있어요.
샤오치는 공예로서의 그릇을 제안하며 그릇의 아름다움을 조명하는 ‘샤오치이랑(小器藝廊)’이라는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어요. 샤오치이랑에서는 일본 공예가들이 만든 도자기, 바구니, 컵 등의 생활용품을 전시하고 판매해요. 기존 매장들과 ‘일본 생활 용품’이라는 교집합을 가지고 있기에 위화감 없이 영역을 확장할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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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보통의 갤러리와 달리 작품과 관람객 간의 거리감이 없어요. 손으로 만져 보기도 하고, 사용감을 재현해 보기도 해요. 전시하는 작품들이 일상을 함께 하는 공예품인 만큼,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는거죠. ‘갤러리’라는 포맷을 차용해 아름다움을 판매하는 편집숍에 가까운 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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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치이랑에서 나와 츠펑 거리를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다보면 샤오치가 운영하는 매장이 하나 더 나와요. 이 매장의 이름은 ‘샤오치츠펑28(小器赤峰28)’이에요. 샤오치츠펑28은 2층짜리 매장으로 1층은 샤오치가 일본에서 수입하는 도자기 브랜드 ‘스튜디오 엠(Studio m’)’, 2층은 홈웨어 및 잡화 브랜드인 ‘포그 리넨 워크(Fog linen work)’의 쇼룸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그런데 이 매장을 둘러 보다 보면, 샤오치이랑 못지 않은 일상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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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치츠펑28이 큐레이션한 브랜드들에 대해서 먼저 알아 볼게요. 일본 도자기 브랜드 스튜디오 엠은 모든 제품이 가정에서 사용한다는 것을 전제로 디자인, 개발되었어요. 스튜디오 엠은 식사는 단순히 먹는 것만이 아니라 조리 전, 후, 정리까지 모두 식사의 일부로 생각해요. 매일 사용하는 식기를 연구해 식사의 전체 과정을 더 행복하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는 브랜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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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의 포그 리넨 워크도 마찬가지예요. ‘평상시 사용’을 테마로 주방 잡화, 홈웨어 등을 리넨으로 만드는 브랜드예요. 리넨은 매일 사용하고 물로 빤 다음 햇빛에 말려 사용할 수 있는 소재예요. 씻을 때마다 감촉을 즐길 수도 있어 일상 속 유용한 제품을 만드는 데에 적합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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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미학을 가꾸는 각 브랜드의 컨셉을 알고 나니 샤오치츠펑28이 이 브랜드들을 큐레이션한 이유를 알 것 같아요. 여기에 더해 샤오치츠펑28은 디스플레이를 통해 이 브랜드들의 가치를 더욱 빛내줘요. 샤오치츠펑28은 각 브랜드의 쇼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식탁 풍경(餐桌風景)’을 제안하는 곳이거든요. 그래서 단순히 제품을 진열하기보다 세련된 다이닝 공간을 연출한다는 생각으로 제품들을 선보여요. 마치 안목있는 누군가의 부엌을 선보인다는 마음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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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치츠펑28은 식물, 빈티지 냉장고, 원목 테이블, 물병 등의 소품을 활용해 부엌 풍경을 디자인하고, 적재 적소에 스튜디오 엠 제품과 포그 리넨 워크 제품들을 배치해요. 매장을 둘러보다 보면 샤오치츠펑28 특유의 감성에 녹아들어 아름다운 일상에 대한 욕망이 일렁여요. 단순히 제품을 갖고 싶다는 생각을 넘어 샤오치츠펑28이 제안하는 아름다움에 대한 로망이 생기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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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이 아닌 팀이 일하기 위해서는 ‘객관적 아름다움’이 필요하다
샤오치가 지향하는 아름다움은 단순하고 실용적이에요. 사람들이 ‘샤오치 스타일’이라고 인지하는 현재의 모습은 우연의 결과가 아니에요. 샤오치 브랜드를 만드는 사람들이 꾸준하게 고민해 온 결과예요. 특히 샤오치처럼 한 사람의 취향과 안목으로 시작된 비즈니스는 브랜드가 커지면서 성장통을 겪기 마련이에요.
역시나 샤오치의 창립자 지앙밍위도 본인의 스타일과 샤오치 스타일 사이에서 고민이 많았어요. 샤오치를 처음 만들었을 때에는 그녀가 좋아하는 제품들을 선별해 팬층을 모았어요. 하지만 이내 샤오치를 사업화하기 위해서는 개인이 아닌 ‘팀’으로 일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브랜드의 사업화를 위해서는 일관된 스타일을 구현하는 단단한 조직이 필요하니까요.
그러기 위해서는 개인이 추구하는 아름다움이 아니라 ‘객관적 아름다움’을 수용해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어요. 객관적 아름다움을 추구하다는 건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아름다움을 선보인다는 의미이고, 더 많은 사람들이 샤오치를 찾게 만들어요. 지금도 지앙밍위는 사업에 관해서는 의식적으로 자신의 스타일을 탈피하려고 노력해요.
이런 노력은 샤오치의 미래를 위한 일이기도 해요. 그녀가 은퇴한 이후에도 샤오치가 일관된 스타일을 가진 브랜드로서 생명력을 가져야 하니까요. 실제로 그녀는 은퇴 이후의 샤오치를 준비해요. 당장에 일어날 일은 아니지만 그만큼 창립자의 손을 떠나서도 브랜드로서 자립할 수 있는 미래를 꿈꾼다는 의미죠. 덕분에 샤오치의 팬들도 샤오치와 함께 더 오랫 동안 아름다운 일상을 가꿀 수 있을 거예요.
Refere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