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와 배달 전문 브랜드의 그저 그런 배달 음식에 질렸나요? 그렇다면 미슐랭 셰프의 레시피로 갓 만든 따뜻한 음식이 집까지 배달된다면 어떨까요? 그것도 앱 하나로, 한 번에 여러 레스토랑이나 셰프의 음식을 맛볼 수 있다면요.
다소 이상적으로 보이는 이 일이, 현재 뉴욕과 뉴저지에서는 가능해요. 미국 푸드테크 씬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원더(Wonder)’ 덕분이에요. 원더는 미쉐린 스타 셰프들과 파트너십을 통해 그들의 레시피로 IP 계약을 맺어요. 그리고 셰프들과 함께 오리지널 레시피를 원더의 서비스에 적합하게 조정해요. 덕분에 원더의 고객들은 주문 후 30분 안에 높은 퀄리티의 음식을 만나볼 수 있죠.
그런데 이 서비스가 비즈니스로 존속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허들이 몇 가지 예상되어요. 조리는 어디에서 할까요? 배달 네트워크 관리는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만큼 확장성이 있을까요? 원더는 이 모든 의심들을 보란 듯이 해결해 나가고 있어요. 심지어 외식과 배달의 경계를 허물며, 외식 산업 전체를 혁신 중이죠. 비즈니스 모델부터 확장 전략까지, 무서운 기세로 성장 중인 원더에 대해 알아 볼까요?
원더 미리보기
• #1. 미쉐린 셰프의 음식을 집까지 배달하다
• #2. 배달부터 콘텐츠까지, F&B 업계의 슈퍼 앱을 꿈꾸다
• #3. 제휴와 인수로 유통 네트워크를 강화하다
• 외식과 배달의 경계를 허물어 수익성을 개선한다
그 동안의 음식 배달 서비스는 ‘속도’와 ‘비용’에 중점이 있었어요. 최대한 빠르게, 저렴한 배달비로 고객에게 음식을 배송하는 게 관건이었죠. 하지만 빨라진 배달 속도, 저렴한 배달료만큼 발달하지 못한 건 배달 음식의 퀄리티예요. 물론 배달되는 맛집도 많고, 전반적인 외식 산업의 수준이 올라간 건 사실이지만 여전히 맛은 아쉬울 때가 많죠.
그렇다면 이런 건 어떨까요? 미쉐린 스타 셰프의 레시피로 만든 요리를 집으로 배달해 먹을 수 있다면요. 심지어 각기 다른 지역에 있는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의 레시피로 요리한 메뉴를요. 이런 꿈같은 장면이 뉴욕과 뉴저지에서는 현실이 되고 있어요. 뉴욕에 본사를 둔 푸드테크 회사, ‘원더(Wonder)’ 덕분이에요.
원더는 단순한 배달 앱이 아니에요. ‘집에서 즐기는 푸드 홀’이라는 새로운 컨셉을 앞세운 서비스죠. 앱 하나로 수십 개 인기 레스토랑의 메뉴를 고르고, 각각의 음식을 한 번에 배달 받을 수 있어요. 예를 들어 미쉐린 셰프 ‘호세 안드레스(José Andrés)’의 스페인 요리, 브루클린의 전설적인 피자 가게 ‘디파라 피자(Di Fara Pizza)’의 마르게리타 등 근본 있는 음식을 한 곳에서 조리, 집까지 배달해 주는 게 원더의 차별점이에요. 어떻게 가능한 일이냐고요?
그 전에 먼저 원더의 출발로 거슬러 올라가 볼게요. 원더는 2021년 12월, 뉴저지 교외에 ‘밴’의 모습으로 처음 등장했어요. 밴에는 주방 장비가 장착되어 있었고, 반쯤 조리된 음식이 실려 있었죠. 밴 운전자는 고객의 집 앞에 주차를 한 뒤, 남은 조리 과정을 거쳐 완성된 요리를 접시에 담아 현관 앞에 배달했어요. 엉뚱하고, 비효율적인 아이디어였죠. 일종의 테스트였어요.
2023년 2월, 원더는 밴 대신 뉴욕 맨해튼에 있는 실제 매장으로 공간을 옮겼어요. 이때부터 고객은 원더 앱에서 배달 혹은 포장 음식을 주문할 수 있었어요. 이후 매장을 확장하면서 2025년 말까지 90개까지 늘어날 예정이에요. 뉴욕과 뉴저지를 중심으로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매장을 늘리고 있죠.
ⓒWonder
확장 속도가 심상치 않은 이 회사, 알고 보니 ‘마크 로어(Marc Lore)’라는 인물이 설립했는데요. 마크 로어는 성공한 연쇄 창업가로 유명해요. 마크 로어는 2011년, 자신이 창업한 전자상거래 업체 ‘퀴드시(Quidsi)’를 아마존에, 2016년에는 ‘제트(Jet.com)’를 월마트에 매각한 인물이죠.
그런 그가 2018년 원더를 창업한 후, 본격적으로 원더의 비즈니스에 개입하기 시작한 건 비교적 최근이에요. 월마트 이커머스 CEO로 근무하던 2021년 1월까지는 동생인 ‘채드 로어(Chad Lore)’에게 운영을 맡기고, 자문 역할만 하고 있었거든요. 그러다 2022년 10월, 원더의 CEO로 취임하며 원더의 성장을 본격적으로 견인하기 시작했어요. 이후 원더는 베인 캐피털 벤처스(Bain Capital Ventures), 아멕스 벤처스(Amex Ventures), 네슬레(Nestlé) 등 대표적인 벤처캐피탈의 투자를 받고 있는 전도유망한 푸드테크 기업으로 손꼽히고 있어요.
마크 로어는 원더를 통해 ‘고스트 키친*’ 모델을 한 단계 발전시켰어요. 비용을 절감하고 배달에 특화하기 위한 고스트 키친이 아니라, 유명 셰프들과 인기 레스토랑 메뉴를 집에서도 맛보기 위한 서비스를 론칭한 거죠. 그렇다면 원더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배달 음식 시장을 혁신하고 있는 걸까요?
*고스트 키친: 손님이나 매장이 없는 식당으로, 온라인 주문 처리에 특화되어 음식을 요리하는 주방만을 갖춘 요식업의 한 형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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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쉐린 셰프의 음식을 집까지 배달하다
원더가 내세우는 컨셉은 한 마디로 ‘하나의 주방, 수십 개의 레스토랑’이에요. 전통적인 푸드 홀처럼 여러 식당이 모여있는 형태를 디지털로 구현했다고 볼 수 있죠. 예를 들어 뉴욕의 유명 피자집 ‘디파라 피자’부터 에미상 수상 셰프 ‘마이클 사이먼(Michael Symon)’의 지중해식 레스토랑 ‘야사스(Yasas)’까지, 하나의 원더 주방에서 최대 28개의 개별 브랜드 메뉴를 운영하는 식이에요. <뉴욕타임스(The New York Times)>에 따르면 2024년, 원더 앱에서 주문 가능한 메뉴 아이템만 500여 개에 달한다고 하죠.
이렇게 다양한 메뉴를 제공할 수 있는 비결은 유명 셰프 및 레스토랑과의 ‘파트너십’이에요. 원더는 미국 각지의 인기 식당들과 손잡고 그들의 레시피로 IP 계약을 맺어요. 원더는 이들에게 일정 사용료와 자사 주식을 보상으로 제공하고, 대신 로열티 없이 브랜드와 메뉴를 활용할 수 있죠. 다시 말해, 레스토랑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이름을 단 배달 전문 지점을 얻고, 지분도 받을 수 있어요. 원더는 초기 비용만 지불하면 이후에는 메뉴당 추가 비용 없이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윈윈(Win-win) 구조죠. 원더는 IP 비용에만 총 6,000만 달러(약 800억원)를 지출했다고 해요.
유명 셰프들은 단순히 이름만 빌려주는 게 아니에요. 원더의 R&D 팀과 함께 메뉴를 배달 음식에 맞게 개량하고, 최적화해요. 메뉴 개발부터 조리, 배송까지 경험 전반을 원더가 직접 통제하는 거죠. 원더는 셰프의 레시피를 통해 맛 품질을 유지하면서 조리 시간을 단축하는 등, 기술 개발을 더해요. 예를 들어 셰프들의 디테일이 들어가는 공정은 간소화하고, 즉석 오븐 등으로 대체할 수 있는 조리 과정을 개발해요. 이를 통해 소비자는 간편하지만 셰프의 레시피를 맛볼 수 있는 경험을 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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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초기에 매우 높은 강도의 레시피 테스트를 거쳤습니다. 그들(원더)은 저를 2주 동안 주방에 가두고 제품을 마이크로그램 단위로 측정했어요. (3개월 후 원더가 만든 버전의 음식을 맛봤을 때) 그들이 이토록 훌륭하게 메뉴를 재현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 ‘JJ 존슨(JJ Johnson)’ 뱅크사이드(Bankside) 셰프, <이터> 인터뷰 중
원더가 기존 배달앱과 차별화되는 것 중 하나는 수직적으로 통합된 운영을 지향한다는 점이에요. 일반적인 배달 앱은 여러 식당의 음식을 배달해주지만, 조리는 식당이 하고 배송은 제 3의 라이더가 담당하죠. 반면 원더는 앱에서 시작되지만 조리와 배달까지 모든 과정을 통합해 운영해요. 때문에 조리 과정과 메뉴 퀄리티에 더욱 집중할 수 있어요.
이 수직 통합 전략은 원더의 초창기 모델에서도 잘 드러났어요. 원더는 2021~2022년 뉴저지의 일부 지역에서 이동식 푸드트럭 모델로 처음 서비스를 선보였어요. 고객이 앱으로 주문하면 메르세데스 밴에 탑재된 주방이 집 앞으로 찾아가 요리를 완성해주는 방식이었죠. 중앙 주방에서 반쯤 조리한 음식을, 고객 집 앞에서 완성하는 식이었어요. 신기한 모델이었지만 한편으로는 동네 주민들이 ‘밴이 동네를 점거하고 길을 막는다’고 불평하는 일도 벌어졌어요. 무엇보다 밴 수백 대를 굴리는 운영비와 속도 문제가 걸림돌이었죠. 결국 2023년 초, 밴 모델을 과감히 접고 고정 매장으로 피봇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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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 매장은 일반적인 고스트 키친과 달라요. 밴 모델이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중앙 주방’은 여전히 존재해요. 뉴저지 등 3곳의 식품 제조 공장에서 ‘클라우드 쿠킹’ 작업이 이루어지죠. 스테이크, 버거 패티 및 기타 고기들이 수비드로 조리되고, 피자 반죽을 반쯤 조리하고, 소스를 입히죠. 이렇게 반쯤 조리된 음식은 원더의 각 매장으로 배송돼요. 매장에서는 단순화된 마무리 조리만 이루어지기 때문에, 원더 매장에는 복잡한 가스레인지나 환기 시설이 없어요. 수비드 머신, 초고속 오븐, 프라이어 정도만 구비되어 있죠. 숙련도가 낮은 노동력으로도 고품질의 음식을 만들 수 있는 거예요.
원더의 서비스에서 배달은 화룡점정이에요. 배달 서비스에서 가장 중요한 건 뭘까요? 바로 속도예요. 원더의 목표는 모든 메뉴를 30분 안팎에 고객에게 전달하는 거죠. 그래서 배달 반경을 도시 기준 매장과 6분 거리, 교외 지역은 10분 거리로 제한하고 있어요. 덕분에 음식이 식지 않고, 항상 뜨겁고 신선한 상태로 도착한다고 해요. 수직 통합 모델을 통해 주문부터 조리까지 정확히 시간을 맞춰 진행하기에 가능한 일이에요. 실제로 원더의 배달은 주문부터 평균 30분 내로 유지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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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배달부터 콘텐츠까지, F&B 업계의 슈퍼 앱을 꿈꾸다
이렇게 혁신적인 모델을 앞세운 원더지만, 결국 수익화와 확장 전략이 성패를 가를 거예요. 원더는 이미 누적 투자금만 2025년 2월 기준 약 18억 달러(약 2조 4,000억 원) 이상을 유치한 화제의 푸드테크예요. 이렇게 막대한 자본은 원더의 확장 전략을 뒷받침하고 있어요. 원더는 자체 매장을 공격적으로 늘리며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죠. 2023년까지 11개였던 매장은 2024년 말 35개, 2025년 말 90개까지 늘어날 예정이에요. 2025년 3월 기준, 이미 뉴욕, 뉴저지, 코네티컷, 펜실베이니아 등 미국 북동부에서 38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죠.
원더가 공격적인 확장을 펼치는 이유, 더 많은 지역에서, 더 빠른 배달을 위해서예요. 서비스 지역을 좁게 설정했기 때문에 많은 지점을 필요로 하는 거죠. 반대로 각 지점의 수요가 그만큼 높아, 한 매장이 하루 수백~수천 건의 주문을 소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있어요. 이미 마크 로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원더가 매장 단위로 흑자를 내고 있다고 밝혔죠. 이런 성과는 원더의 비즈니스 모델이 지속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는 지표예요.
매출 관점에서 원더에게 큰 전환점이 된 사건도 있었어요. 바로 ‘블루 에이프런(Blue Apron)’ 인수죠. 블루 에이프런은 신선 식재료와 레시피를 배달해주는 밀키트 업체예요. 한때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최근 부진을 겪던 회사죠. 원더는 블루 에이프런을 2023년 11월, 약 1억 300만 달러(약 1,518억 4,000만 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어요. 이로써 원더는 기존의 배달 음식뿐 아니라, 요리 키트와 간편식까지 제품군을 넓혔어요.
블루 에이프런 인수 후 원더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자사 플랫폼에 블루 에이프런 서비스를 통합한 거예요. 인수 완료와 동시에 뉴욕과 뉴저지의 원더 고객들은 원더 앱에서 블루 에이프런의 인기 밀키트를 주문할 수 있었죠. 또, 원더 일부 매장에서 블루 에이프런 키트를 픽업할 수도 있었어요. 기존에 택배를 통해서만 블루 에이프런 밀키트를 이용할 수 있었던 고객들은, 더 빠르고 편하게 제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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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에이프런 인수를 통해 원더는 단일 서비스에서 ‘멀티 코스 플랫폼’으로 변화했어요. 원더 앱 하나로 즉석 조리 음식부터 밀키트, 나아가 간편식까지 다양한 방식의 식사를 해결할 수 있게 된 거예요. 실제로 원더는 블루 에이프런 외에도 ‘테이스트메이드(Tastemade)’ 등 다양한 F&B 분야 기업들을 연달아 인수하고 있죠.
블루 에이프런은 카테고리 확장을 위한 인수라면 테이스트메이드는 어떨까요? 테이스트메이드는 음식, 여행, 디자인 분야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는 미디어 회사예요. 원더는 2025년 3월, 9000만 달러(약 1,327억 7,000만 원)에 테이스트메이드를 인수했죠.
원더는 테이스트메이드를 통해 F&B 콘텐츠까지 꽉 잡을 목표를 세우는 듯해요. 원더에 따르면 테이스트메이드는 소셜 플랫폼에서 1억 6,000만 명의 팔로워와 스트리밍 채널에서 월간 1,300만 명의 시청자를 보유하고 있죠. 이를 원더의 슈퍼 앱에 통합하면 원더는 그야말로 식사 시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앱이 될 거예요. 원더의 미쉐린 셰프와의 긴밀한 관계를 활용하면, 테이스트메이드는 더 고품질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 테고요.
재무적인 성과도 긍정적이에요. <포브스(Forbes)>에 따르면, 2023년 원더의 매출은 약 5000만 달러(약 737억 2,000만 원)였는데, 2024년에는 4억 7000만 달러(약 6,300억 원) 수준으로 급증했죠. 이는 블루 에이프런 인수로 편입된 매출이 반영된 덕분이에요. 인수합병을 통해 단숨에 외형을 키운 거죠.
수익 모델의 다각화도 꾀하고 있어요. 그 중 하나가 B2B 판매예요. 현재 원더는 뉴욕의 코워킹 스페이스, 사무실, 학교 등 29곳의 기관에 대량으로 식사를 공급하고 있어요. 게다가 원더의 자회사인 ‘원더 워크스(Wonder Works)’는 영화관, 스포츠 경기장, 크루즈 선박과 같은 장소에 주방 장비와 조리 방법까지 판매하고 있죠. 특히 피자와 같은 즉석 조리가 가능한 레시피를 판매해요. 새로운 매출원으로서 큰 가능성이 있죠.
ⓒTastemade
#3. 제휴와 인수로 유통 네트워크를 강화하다
원더의 성공 여부를 가르는 또 한 가지의 열쇠는 유통 전략이에요. 앞서 언급했듯 원더는 음식을 빨리, 신선하게 전달하기 위해 매장 반경 몇 분 내 배송을 원칙으로 해요. 이는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대신, 한 매장이 커버하는 범위가 좁다는 뜻이죠. 그래서 공격적으로 매장을 확장하고 있는 거고요. 다만, 미국 전역에 매장이 퍼지려면 여전히 오랜 시간이 걸릴 거예요.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원더는 기존의 오프라인 채널과 제휴하기 시작했어요. 2024년 2월에는 펜실베이니아의 한 ‘월마트’ 매장 내에 푸드코트 형태로 원더를 오픈했죠. 세계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와 손잡으면서 대형마트를 찾는 고객들도 고객으로 품을 수 있게 됐어요. 이어 2024년 10월에는 북동부 편의점 체인 ‘컴벌랜드 팜스(Cumberland Farms)’ 매장 안에도 원더 키친을 입점시켰죠. 이런 식으로 대형 유통망과 제휴하면 상대적으로 임대료나 마케팅 비용을 아끼면서도, 고객 접점을 늘릴 수 있어요.
ⓒWonder
원더의 유통 전략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배달 네트워크 강화’예요. 원더는 자체 배달원 외에도 인수, 제휴를 통해 배달 역량을 키우고 있어요. 2024년 4월에는 뉴욕 기반의 배달 스타트엄 ‘릴레이(Relay)’를 인수해 도시 지역의 배송 효율을 높였죠. 릴레이는 레스토랑 배달 전문 물류업체로, 이를 흡수하면서 원더는 배달 기사 네트워크를 넓혔어요.
또, 2024년 11월에는 배달 전문 업체 ‘그럽허브(Grubhub)’를 6억 5000만 달러(9,579억 원)에 인수했어요. 엄청난 규모의 M&A죠. 이유가 있어요. 그럽허브는 미국 전국에 37만 5,000개의 가게, 그리고 20만 명의 배달원들과 계약을 맺고 있죠. 미국 내 점유율 3위를 차지하고 있는, 엄청난 규모예요. 이로써 원더는 단숨에 전국 규모의 배달 네트워크와 수십 만 외부 레스토랑 파트너를 손에 넣게 됐어요.
ⓒGrubhub
그럽허브를 통해 원더의 플랫폼 어떻게 진화할까요? 원더는 두 가지 계획을 밝혔어요. 첫 번째는 기존 그럽허브에 입점한 외부 식당들의 메뉴를 원더 앱에서 주문 가능하게 통합하는 거예요. 쉽게 말해 원더 앱을 열면 원더 자체 메뉴 외에도 그럽허브 제휴 레스토랑을 함께 볼 수 있는 거죠. 이렇게 되면 원더는 자사가 직접 제휴한 30개 브랜드뿐 아니라, 수천 개의 타사 레스토랑도 아우르는 거대한 음식 배달 허브로 진화할 수 있어요.
두 번째 계획은 그럽허브 앱 내에 원더 매장을 입점시키는 거예요. 그럽허브를 쓰는 이용자들도 원더 매장의 음식을 주문할 수 있게 되죠. 이를 통해 기존 서비스 지역보다 더 넓은 지역에서 배달이 가능하게 될지도 모르고요. 이렇게 상호 통합이 이루어지면, 원더는 자사 고객뿐 아니라 그럽허브의 기존 이용자 층을 쉽게 흡수할 수 있어요.
유명 셰프들의 레시피와, 레스토랑의 브랜드 가치를 사들여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원더는 ‘셰프의 음식을 집으로 배달시킬 수 있는 앱’에 머무를 생각이 없어 보여요. 그럽허브, 블루 에이프런, 테이스트메이드까지. 다각도로 외식 산업에 사슬을 펼치고 있죠. 직원도 빠르게 늘어 2023년 1,900명 이상을 고용했어요. 아마존 출신 COO ‘토니 호겟(Tony Hoggett)’과 같은 핵심 인력도 빠르게 영입하고 있죠. 원더가 정말 ‘식사 시간의 슈퍼 앱’이 될 미래가 멀지 않아 보여요.
ⓒGrubhub
외식과 배달의 경계를 허물어 수익성을 개선한다
원더의 등장은 미국의 외식 패러다임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어요. 팬데믹을 거치며 급성장한 음식 배달 시장은 여전히 수익성의 벽에 부딪쳐 있었는데요. 원더는 그 문제를 기존 식당과 배달 플랫폼으로 구분 짓지 않고, 하나로 통합된 모델로 풀 수 있다고 제안하고 있죠. 집에서도 마치 다양한 레스토랑을 돌아다니는 듯한 멀티 코스 식사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외식과 배달의 경계를 허무는 중이에요. 특히, 배달 음식을 먹으면서도 음식 퀄리티는 양보할 수 없는 새로운 외식 소비자들을 위한 선택지가 되고 있어요.
고스트 키친을 한 단계 성장시켰다는 것도 원더의 성과예요. 팬데믹으로 배달 수요가 많아지면서 수많은 고스트 키친이 생겨났지만, 소비자들은 그 실체를 모르거나 신뢰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죠. 반면 원더는 하나의 주방에서 여러 레스토랑의 음식이 조리된다는 공유 주방의 기본 골조를 버리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에 집중했어요. 이는 오히려 신뢰를 높이는 역할을 했죠.
물론 원더의 앞길에 도전이 없는 건 아니에요. 가장 큰 난관은 역시 수익성과 확장성의 조화예요. 지금은 거액의 투자를 바탕으로 빠르게 확장하고 있지만, 결국 투자금에 의지하지 않고도 버틸 수 있는 구조를 입증해야 할 거예요. 이를 위해 매장별 단위 경제성을 개선하는 것 또한 주요 과제 중 하나죠. 하지만 지금까지 그래 왔듯, 원더는 앞에 놓인 과제들을 해결하며 버티컬 푸드 딜리버리 서비스로서 업계를 진화시켜 나갈 거예요.
ⓒWon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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