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미국 항공 산업의 황금기를 이끌던 라이벌이 있었어요. 팬암과 TWA 항공이었죠. 두 항공사는 시대를 대표할만큼 아이코닉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두 회사 모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죠. 미국의 항공 산업은 더 커졌는데도 말이죠.
하지만 두 브랜드 모두 미국인의 마음 속에 강렬하게 남아 있는 브랜드였어요. 그래서 기업은 망했어도 브랜드는 죽지 않았죠. 마치 호랑이가 죽어서 가죽을 남기듯, 기업이 망해서 브랜드를 남겼다고나 할까요.
팬암은 LA 근교에서 ‘팬암 익스피리언스’라는 항공 테마 엔터테인먼트 스튜디오로 다시 태어났고 TWA는 뉴욕에서 호텔로 거듭났죠. 당시엔 팬암이 더 잘나가던 항공사였고 부활도 팬암이 먼저했지만, 다시 태어난 모습과 감각을 보면 TWA 호텔에서 배울 점이 많아요. 특히 부활의 기술 측면에서 말이죠.
TWA 브랜드가 어떻게 TWA 호텔로 거듭났는지 알고나면 뉴욕에 갔을 때 이곳에 꼭 머물러보고 싶을 거예요. 활주로에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풍경을 배경으로 머물 수 있는 호텔, TWA 호텔을 소개할게요.
TWA 호텔 미리보기
• 미국 항공 산업의 황금 시대를 이끌었던 아이콘, 팬암 그리고 TWA
• 부활의 기술 #1. 장소성을 이어간다
• 부활의 기술 #2. 시대성을 끌어온다
• 부활의 기술 #3. 경험성을 새롭게 살린다
• 젊은 감각을 추구하는 TWA 호텔이 디자인을 노장에게 맡긴 이유
파일럿이면서 의사이면서 변호사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차라리 철인 3종 경기가 더 쉬워 보일 만큼 난이도가 극상인데, 이 3가지 직업을 모두 가진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것도 영화 속이 아니라 현실에서요. 다만 진짜는 아이고 파일럿, 의사, 변호사 등을 사칭하면서 거액을 횡령한 인물이죠.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싶을 정도로 어찌나 사기 행각이 대담하고 기발한지, 현실에서 일어난 사기극은 급기야 영화로 제작됩니다. <캐치 미 이프 유 캔>이라는 제목으로요. 이 영화는 스티븐 스필버그가 감독을 하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톰 행크스 등 당시 최고의 배우들이 출연해 큰 인기를 끌었어요.
이 영화에서 가난하고 불행한 삶을 살던 주인공이 사기를 치기 시작한 계기가 나옵니다. 그는 어느 파일럿이 승무원들과 함께 다니면서 관심을 끌고 대우 받는 것을 목격한 후, 사회적으로 권위 있는 직업의 힘을 알게 되죠. 그래서 그는 항공사 파일럿 유니폼을 입고 다니면서 세상을 속이기로 결심해요. 그렇게 그가 선택한 항공사가 ‘팬암(Pan Am)’입니다.
미국 항공 산업의 황금 시대를 이끌었던 아이콘, 팬암 그리고 TWA
어쩌면 팬암을 영화 속 가상의 항공사라고 생각할지 몰라요. 지금은 팬암 항공사의 비행기가 없으니까요. 하지만 팬암은 1960년대 당시에 미국 최고의 항공사였어요. 그때는 팬암의 파일럿 유니폼을 입었을 뿐인데 사회적 대우가 달라질만큼 그 위상이 대단했어요. 자동차도 보편화되지 않은 시대에 비행기를 조종하는 사람이었으니까요.
주인공이 팬암 파일럿으로 가장해 사기 행각을 현란하게 펼쳐나가기 때문에 이 영화에서는 팬암을 중심으로 당시 공항의 풍경을 볼 수 있어요. 그중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포인트가 있는데, FBI 요원인 칼 핸래티(톰 행크스 분)가 사기꾼 프랭크 에버그네일 주니어(레오나르도 다카프리오 분)를 뒤쫓아 가면서 심리전을 펼치는 장면이에요.
터널 모양의 이 공간은 팬암 터미널이 아니라 TWA 터미널로 쓰이던 곳이었어요. TWA는 팬암과 함께 당시 미국 항공 산업의 양대산맥이었어요. 팬암 터미널 대신 TWA 터미널에서 이 장면을 촬영한 건 아마 이 건물이 JFK 공항의 랜드마크였기 때문이에요. TWA는 상징적인 건물을 짓고자 했을 만큼 당대를 대표하던 항공사였어요.
팬암과 TWA. 한때는 시대를 이끌었지만 이제는 둘 다 사라진 항공사가 되었어요. 그럼에도 영화 속에 등장할 만큼 미국 항공 산업의 황금기를 주도했던 아이콘들이라 미국인들의 마음 속에는 선망의 대상으로 각인되어 있는 기업이에요. 그래서 기업은 망했어도 브랜드는 죽지 않았어요. 마치 호랑이가 죽어서 가죽을 남기듯, 기업이 망해서 브랜드를 남겼다고나 할까요.
팬암은 LA 근교에서 ‘팬암 익스피리언스(Pan Am Experience)’라는 항공 테마 엔터테인먼트 스튜디오로 다시 태어났고 TWA는 뉴욕에서 호텔로 거듭났죠. 당시엔 팬암이 더 잘나가던 항공사였고 부활도 팬암이 먼저했지만, 다시 태어난 모습과 감각을 보면 TWA가 왜 사기꾼의 선택에서 왜 밀렸는지 의아할 정도예요.
ⓒ시티호퍼스
<캐치 미 이프 유 캔> 영화의 결말보다 TWA가 어떻게 호텔로 거듭났는지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뉴욕에 있는 TWA 호텔로 가볼게요. 시대의 아이콘이었던 브랜드를 어떻게 부활시켜야 하는지에 대한 힌트를 엿볼 수 있을 거예요. 혹시라도 영화의 결말을 알고 싶다면 뉴욕까지 가는 비행기에서 보는 것도 방법이겠죠?
부활의 기술 #1. 장소성을 이어간다
TWA 호텔을 예약할 때 뷰를 선택해야 하는데, 보통의 호텔에서는 볼 수 없는 옵션이 있어요. 바로 ‘활주로 뷰(Runway view)’예요. 활주로 뷰가 보이는 방에서는 정말로 비행기가 활주로에서 뜨고 내리는 풍경을 창밖으로 볼 수 있어요. 저멀리 보이는 정도가 아니라 창문 밖으로 비행기가 대기해 있을 만큼 활주로가 가깝게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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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여기서 두가지 궁금증이 생길 수 있어요. 하나는 ‘어떻게 TWA 호텔은 활주로가 보이는 위치에 호텔을 지을 수 있었을까?’예요. 아무래도 활주로는 보안, 안전 등과 연계된 특수 시설이니까요. 또다른 하나는 ‘비행기 소음 때문에 잠을 설치진 않을까?’예요. 활주로 뷰가 보이는 곳에서 비행기의 이착륙을 바라보는 게 낭만적일 수 있지만 소음이 발생한다면 호텔이 제역할을 하기 어려워지죠.
우선 위치에 대한 궁금증부터 풀어볼게요. TWA 호텔은 뉴욕 JFK 공항 근처가 아니라 공항 내에 있는 유일한 호텔이에요. 공항 내에 위치해 있으면서 활주로 뷰를 가질 수 있었던 건 TWA 터미널인 TWA Flight Center로 쓰던 건물을 리모델링해서 호텔로 만들었기 때문이에요.
이 건물은 TWA가 2001년에 아메리칸 항공에 인수되면서 문을 닫았어요. 그리고는 한동안 방치된 채로 있었죠. 그러다 뉴욕 JKF 공항이 시설 노후화를 타개하기 위한 재개발의 첫 신호탄으로 TWA Flight Center를 호텔로 재개발하기로 결정한 거예요.
부동산 개발업체 ‘모스 디벨롭먼트(Morse Development)’와 미국에서 호텔 브랜드를 운영하는 MCR이 합작하여 입찰에 성공했고, 3여년간의 공사 과정을 거쳐 2019년 5월에 512개의 객실을 가진 퍼스트 클래스(First Class) 호텔로 거듭났어요.
터미널로 쓰던 장소를 리모델링 한 거라 활주로 뷰가 보이는 것은 물론이고, 호텔에서 바로 항공사 터미널로 연결돼요. 호텔 한쪽 끝에 있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면 제트 블루(jetBlue) 항공사 터미널의 짐 찾는 곳이 나와요. 반대로 보자면, 제트블루 비행기를 타고 공항에 도착한 후 짐을 찾은 다음 바로 호텔로 이동할 수도 있는 거죠. 접근성이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어요.
다음은 비행기 소음에 대한 궁금증에 대해 설명해 볼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비행기 소음은 거의 들리지 않아요. 창밖을 보지 않는다면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것을 모를 정도예요. 4.5인치(약 11.43cm) 두께의 유리 커튼월을 사용했기 때문이죠. 참고로 TWA 호텔의 유리는 런던에 있는 미국 대사관에 이어 전 세계에서 두번째로 두꺼운 유리예요. 이처럼 소음에 대한 걱정없이 활주로에서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풍경을 바라보는 건 여행의 기분을 더해줘요.
TWA 호텔은 단순히 브랜드 이름만 빌려온 게 아니에요. TWA가 터미널로 쓰던 장소까지 이어받으면서 TWA 브랜드의 부활에 당위성을 만들어줬어요. TWA 호텔은 이정도에서 그치지 않아요. TWA가 대활약을 펼치던 시기까지도 끌어들이면서 TWA 호텔과 TWA 브랜드 사이의 연관성을 높이죠. 어떻게냐고요?
부활의 기술 #2. 시대성을 끌어온다
• 영화 ‘007’에서 첫 제임스 본드의 등장
• ‘뉴욕 메츠’ 야구팀의 첫 경기
• ‘뉴욕 제트’ 미식 축구팀의 첫 경기
• ‘비틀즈’의 첫 싱글 앨범 발매
이 사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바로 1962년에 일어난 일입니다. 언뜻 봐도 1962년은 영화, 스포츠, 음악 등 문화가 피어나던 시기예요. 이 해에 또 무슨 일이 있었냐면요, TWA 터미널인 TWA Flight Center가 오픈했어요. 여행에 대한 수요도 늘어나기 시작했다는 뜻이죠.
그렇다면 문화가 꽃피기 시작했던 1962년과 2020년을 한 번 비교해볼까요? 미국 인구는 1.87억명에서 3.31억명으로 늘어났고, 기대 수명은 70.1세에서 77.8세로 높아졌어요. 가족당 연간 평균 소득은 5,556달러에서 78,500달러로 14배 증가한 반면 집값은 12,500달러에서 268,655달러로 21배 이상 올랐죠. 1962년을 기점으로 삶의 질이 한 단계 더 도약한 거예요.
이처럼 TWA 호텔은 건물을 리모델링하고 브랜딩하면서 단순히 건물의 역사성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았어요. 과거에 지어진 건물이 아니라 건물이 지어진 과거의 시대에 주목했죠. 그래서 항공사의 전성기이자 문화가 확산되던 시기인 1960년대 레트로 스타일을 호텔 전체에 녹여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한 컨셉으로 설계했어요. 그리고는 ‘1962’를 트레이드 마크로 등록했어요. 상표 등록이 될지는 몰랐는데, 정말로 됐다며 스스로도 놀라워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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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셉을 잡거나 트레이드 마크를 등록하는 일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컨셉에 맞게 공간을 구현하는 일이에요. 여기에서 TWA 호텔은 방부터 공용 공간까지 디테일하면서도, 상징적이면서도, 세련되게 1960년대를 풀어내요. 공간에다가 시대를 녹여내는 정석을 보는 듯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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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볼게요. 우선 빨간색의 메인 컬러와 볼드하면서도 복고풍의 폰트가 TWA 호텔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잡아줘요. 객실에는 검정색 다이얼식 전화기가 비치되어 있고, 펜은 볼펜 대신 지우개 연필이 잔득 꽂아두었으며, 버튼이나 옷걸이 등은 구리 소재로 제작했어요. 또한 화장실에는 할리우드 컨셉의 버블 전구가 달린 거울이 있죠. 벽에도 복고풍 디자인의 포스터를 걸어 두어 톤앤 매너를 유지시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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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용이라고 다르지 않아요. 다른 점이 있다면 컨셉을 위해 사용성이 떨어지는 시설도 구성했다는 거죠. 대표적인 게 공중전화 부스예요. 검정색 빈티지 Western Electric 500 로터리 전화기를 여러 대 설치해 놓았죠. 실제로 전화를 걸 수 있지만, 실제로 쓰는 사람은 거의 없죠. 또한 높은 단상에 앉아서 구두를 닦는 장소도 마련해 놓았어요. 실제로 구두닦에 서비스를 하지 않으니 컨셉인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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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도 곳곳에 클래식 자동차, 옛날 디자인의 코카콜라 자판기, 복고풍의 포스터 등 1960년대를 상징하는 오브제들을 놓아두어 당시의 분위기를 연출했어요. 또한 로비 한쪽에는 2020년 12월에 단종된, 1칼로리 콜라인 ‘코카콜라 탭’ 모형과 포스터를 전시해 놓은 공간이 있어요. TWA 호텔이 현재는 마실 수 없는 코카콜라 탭에 공간을 할애하면서 일종의 은퇴 파티를 열어주는 이유는 이 음료가 1962년에 탄생했기 때문이에요.
이처럼 TWA 호텔은 TWA 항공사의 브랜드를 다시 사용하면서 TWA 항공이 한창 잘나가던 시대를 끌어왔어요. TWA 항공이 미국 항공 산업 황금기의 아이콘이었다 하더라도 그 이름만으로는 사람들에게 추억을 돌려주고, 추억을 만들 수 있게 하기가 어렵다는 걸 알고 있었던 거죠.
부활의 기술 #3. 경험성을 새롭게 살린다
‘1962’ 말고도 TWA 호텔이 트레이드 마크로 가지고 있는 게 하나 더 있어요. ‘Experiential hotel’이에요. 단어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경험적 요소를 제공하는 호텔인 거죠. 모스 디벨롭먼트 CEO 타일러 모스(Tyler Morse)의 설명을 들어보면 Experiential hotel이 추구하는 방향을 짐작해 볼 수 있어요.
“이 빌딩은 여행의 설렘을 표현하려고 디자인되었어요. 실제로 여행의 설렘을 부르는 곳이기도 하죠. 모든 작은 디테일들은 그것을 위해 설계되었어요. (This building was intended to express the excitement of travel. And that’s what it does. Every little detail contributes to that.)”
그렇다면 TWA 호텔은 1960년대의 분위기를 제공하는 것 외에 또 어떤 경험적 요소를 제공하는 걸까요? 호텔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TWA 호텔이 제공하는 경험적 요소를 체험해 볼게요.
TWA 호텔의 체크인 카운터와 푸드홀이에요. ⓒ시티호퍼스
우선 TWA 호텔 건물이 항공사 터미널로 사용되던 곳이라, 호텔에다가 공항의 분위기를 재현했어요. 체크인 카운터는 공항 수속대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어요. 카운터 뒤로 짐을 옮기는 레일도 없애지 않고 유지했죠. 체크인 카운터와 대칭으로 반대편에 있는 공간은 푸드홀로 사용하는데, 이곳에도 매대 디자인이나 공항에서 캐리어를 나르는 짐차 등으로 공항의 분위기를 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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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비의 중앙부에는 입구쪽과 그 반대쪽에 각각 1개씩 플립보드가 설치되어 있어요. 양쪽의 플립보드에서는 출발과 도착을 알리는 과거의 혹은 가상의 항공편 정보가 표시되죠. 이 플립보드는 주기적으로 내용이 바뀌는데, 그 때 촤르르르 플립보드가 돌아가는 소리가 호텔의 분위기를 환기시켜줘요. 또한 선큰 라운지(Sunken lounge) 쪽의 플립보드에서는 다양한 아이콘과 메시지를 띄워 소소한 재미를 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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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큰 가든 밖에는 비행기가 한 대가 서 있어요. ‘Connie’라고 불리는 이 비행기는 역사적인 가치가 있는 비행기죠.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첫번째 전용기(Air force one)로 사용됐으니까요. 그리고 지금은 비행기를 개조해서 칵테일 바로 운영해요. 이곳에서 칵테일을 한 잔 한다면 마치 대통령이 되어 해외 순방을 하는 기분이 들지도 몰라요. 그 옆에는 롤러 스케이트장이 있어요. 1960년대를 대표하던 놀이문화를 구현해 놓은 거예요. 물론 실제로 운영도 하고요.
TWA 호텔에는 푸드홀 외에 고급 레스토랑도 있어요. 세계적인 오너 셰프인 장 조지(Jean-Georges)가 만든 파리 카페(Paris Cafe) 레스토랑이에요. 이곳에서는 TWA 항공 기내식의 인기 메뉴였던 치킨 샴페인을 그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해 대표 메뉴로 제공하기도 해요. 고급 레스토랑에서도 여행의 기분을 더해주는 요소를 빼놓지 않고 있는 거예요.
ⓒ시티호퍼스
TWA호텔의 또다른 볼거리는 루프탑이에요. 루프탑에는 수영장이 있어요. 전망이 탁 트여 있으니 일종의 인피니티 풀인 셈이죠. 그런데 이 수영장에서 볼 수 있는 전망은 자연이 아니라 활주로예요. 활주로에 뜨고 내리는 비행기를 눈앞에서 보면서 수영을 즐길 수 있죠.
이밖에도 1만 평방피트 규모의 세계에서 제일 큰 피트니스 센터, 5만 평방피트의 미드센츄리 현대식 이벤트 공간 있어 부대 시설 공간을 넘어갈 때마다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어요. 여기에다가 시카고 베이스의 카페 ‘인텔리젠시아’, 디트로이트에서 시작한 편집숍 ‘시놀라’ 등 뉴욕에서는 보기 어려운 매장들도 있으니 Experiential hotel 이라고 부를만 하겠죠?
젊은 감각을 추구하는 TWA 호텔이 디자인을 노장에게 맡긴 이유
TWA 호텔은 건축 디자인도 유려해요. 외관은 새가 비행하는 모양처럼 유선형으로 이루어져 있고, 내부 공간도 곡선을 중심으로 균형감 있게 구성되어 있죠. 이런 건물 디자인에 화룡점정을 찍는 곳이 로비에서 호텔 객실로 이어지는 통로예요. 이곳은 건축 디자인적으로 대단히 특별한 건 아닐지 몰라요. 하지만 그곳을 지나가는 경험 디자인만큼은 TWA 호텔에 대한 호감을 끌어올리기에 충분해요. <캐치 미 이프 유 캔>에서 등장하는 장면이 바로 이 터널 통로예요.
TWA 호텔의 외관이에요. ⓒ시티호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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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터널을 윙이라고 부르는데, 양쪽 윙에는 각각 사람 이름을 딴 명칭이 붙어 있어요. 그중에 하나가 사리넨 윙(Saarinen wing)이에요. 윙에 붙어 있는 이름의 주인공인 에로 사리넨은 TWA 호텔을 디자인한 핀란드 출신의 건축 디자이너예요. 아치형의 구조적 곡선과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특징의 설계로 유명해요. 건축 디자인뿐만 아니라 제품 디자인도 하는데 그가 디자인한 작품으로는 튤립 의자가 널리 알려져 있죠.
ⓒ시티호퍼스
그렇다면 모스 디벨롭먼트는 왜 내로라하는 디자이너 대신 비교적 노장인 그에게 TWA 호텔의 디자인을 맡겼을까요? 물론 그의 디자인이 훌륭해서이기도 하지만 그가 1962년에 오픈한 TWA Flight Center를 디자인한 장본이기 때문이에요. 이 건물이 처음 지어졌을 때의 고민과 의미 그리고 특징을 그만큼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없기에 건물을 리모델링했을 때 디자인이 위화감없이 물흐르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 거죠.
단순히 과거에 반짝였던 브랜드를 가져다 쓴다고 해서 브랜드가 부활하는 건 아니에요. TWA 호텔처럼 장소성을 고려하고, 시대성을 이어가며, 경험성을 높일 수 있어야 하죠. 여기에다가 가능하다면 브랜드의 정점을 만든 사람들을 소환하는 것도 추가하면 좋겠죠. 역사성을 알고 있는 건 물론이고 사라진 브랜드에 다시 날개를 달아주고 싶은 마음이 누구보다 강할테니까요.
Reference
• The TWA Hotel at JFK Airport is MCR’s homage to the golden age of air travel, Nareit
• The TWA Hotel Is Gorgeous, but Who Is It For?, Thrillist
• Martinis at the Bar. Sinatra on Repeat. The TWA Hotel Sells a Jet-Age Fantasy, The New York Times
• Inside the TWA Hotel, JFK’s Formerly Abandoned Midcentury Terminal, AFAR
• No Place Like It: A Review of the TWA Hotel at JFK, Thrifty Travel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