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명품을 편의점에서? 명품을 손쉽게 사는 시대를 만든다

트렌비

2024.06.25

요즘엔 편의점과 세탁소에서 명품을 팔 수가 있대요. 무슨 말이냐고요? 명품 커머스 앱 ‘트렌비’가 최근, GS리테일, 크린토피아와 협업해 각 매장에 중고 명품을 맡길 수 있도록 했거든요. 판매자가 판매하고 싶은 중고 명품 제품을 편의점이나 크린토피아 매장에 맡기면, 트렌비의 검수 센터로 보내져 감정을 받고 구매자에게 다시 판매되는 시스템이죠.


트렌비는 갑자기 왜 이런 일을 벌일까요? 트렌비는 2017년 설립해, 명품 시장의 성장과 보복 소비 덕분에 큰 폭의 성장세를 이어가다가 지난 2021~2022년에 위기를 겪었어요. 줄어든 보복 소비, 얼어붙은 투자 시장이 문제였어요. 그랬던 트렌비가 최근 시리즈 E 투자 유치 소식을 알리며 업계를 놀라게 했죠.


트렌비가 위기를 헤쳐나간 비결은 ‘중고 거래로의 피봇팅’이었어요. 그래서 편의점과 세탁소에 중고 명품을 맡기도록 한 거예요. 아무리 그래도 중고 명품을 편의점과 세탁소에서 팔 수 있게 하면 명품 거래 플랫폼으로서의 이미지가 떨어지지 않을까요? 트렌비의 생각은 달라요. 그렇다면 트렌비는 어떤 그림을 그리기에 이런 시도를 하는 걸까요?  


트렌비 미리보기

 #1. 개발자가 기술에 패션을 입힐 때

 #2. 트렌비 시즌2, 중고 명품 시장에 집중하다

 #3. 명품을 럭셔리하지 않게, 새로운 고객을 유입시키다

 달라진 성장세 뒤편의 문화 개편




트렌비를 아시나요? 2017년 설립된 명품 커머스 앱이에요. 명품을 가격 비교해 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죠. 트렌비는 보복 소비가 한창이던 코로나19 팬데믹 때 가파른 성장을 했어요. 그러다가 엔데믹이 찾아오며 위기를 맞았죠. 하지만 2023년 적자 규모를 208억원에서 32억원으로 약 90% 가량 줄이며, 2024년에는 연간 흑자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올해 6월, 시리즈 E 투자 유치도 성공적이었죠. 


트렌비가 위기를 헤쳐나가, 성장세에 다시 돌입한 비결은 뭘까요? 살펴보던 중, 트렌비의 독특한 행보가 눈에 띄었어요. 바로 편의점과의 협업입니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GS25, GS더프레시 매장의 택배기기로, 중고 명품을 맡길 수 있도록 한 거예요.


명품을 편의점에 맡긴다고요? 의아할 수 있어요. 값비싼 명품은, 매장에서도 장갑을 끼고 조심스럽게 만지는 물건이니까요. 그런데 그런 명품을 편의점에 맡기는 이유는 중고 거래를 하기 위해서예요. 편의점에 명품을 택배로 맡기면, 그 물건이 트렌비 명품 검수센터에 배송돼요. 그 후 감정과 공증을 거쳐 판매가 이뤄져요.


트렌비는 그 동안 중고 명품을 판매하는 고객의 편의를 위해, 직접 판매자의 집에 방문해 물건을 수거해가는 서비스도 해왔는데요. 이를 편의점과 협업하여 더 체계적으로 시스템화한 거예요. 앞으로는 세탁 등의 이유로 명품이 가장 많이 맡겨지는 크린토피아와 협업해 집 근처 크린토피아 매장에서 사용하던 중고 명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고요.


명품 판매를 하는데, 중고 제품 확보에 이렇게 공을 들이는 이유가 뭘까요? 트렌비의 생각이 궁금했습니다. 직접 이종현 트렌비 공동대표를 찾아갔죠. 그에게 명품을 생활 속 공간들에서 사고팔 수 있게 만든 이유가 뭐냐 묻자, 그는 답했습니다. “우리의 목표는 명품의 진입장벽을 낮춰, 중고 명품 시장을 몰랐던 소비자들을 유입시키는 것”이라고요.


ⓒ트렌비



#1. 개발자가 기술에 패션을 입힐 때


트렌비는 전 세계의 온오프라인 명품 판매처를 한눈에 보여주고, 구매를 쉽게 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시작했어요. 주력 상품은 명품 가방이고, 주 고객은 40~50대 여성이죠. 구찌 토트백, 루이비통 지갑 등을 최저가를 비교해 모바일로 구매할 수 있어요.


한 마디로 ‘여성들이 명품 가방 저렴하게 사는 곳’이라는 이미지가 강합니다. 그렇다면 이런 서비스를 만든 사람은 누구일까요? 놀랍게도, 트렌비를 창업한 박경훈 대표는 개발자 출신입니다. 박 대표는 2017년, 영국 옥스포드 대학교에서 개발 관련 석사 학위를 밟던 중 트렌비를 창업했어요.


박 대표가 영국에서 대학원을 다닐 때 명품 구매 대행 시장이 눈에 들어왔어요. 당시, 영국 아울렛 등에서 저렴하게 명품 물건을 구매해 한국에 되파는 한인들이 많았죠. 이 풍경을 보고 개인이 아닌 기업이 이 시장에 진입한다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해외에는 이미 파페치, 마이테레사 등의 플랫폼이 생겨나기 시작했던 때였죠. 박 대표는 이 시장을 한국에도 만들고 싶었어요. 그렇게 저렴하게 명품 아이템을 소싱해서 최저가를 찾아준다는 컨셉으로 트렌비의 문을 열었죠.


패션과 IT 결합. 의아하면서도 이질적인 두 영역의 만남에 대해 이종현 공동 대표는 영역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저 역시 패셔너블하기보다 숫자, 데이터와 더 친한 사람이에요. 하지만 좋은 서비스는 꼭 패션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만들 수 있죠. 트렌비가 주목한 포인트는 ‘패션을 한다’가 아닌, ‘한국 소비자만 비싸게 사던 물건의 최저가를 되찾아준다’는 소구점이었어요. 좋은 서비스는 굳이 영역을 가르지 않아도 패인 포인트(Pain point)를 찾아내기만 하면 만들 수 있는 거죠.”


한국 명품 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더 급격히 성장했어요. 명품 신발 구매 건수만 봐도 20대 이상 전 연령대에서 2018년 대비 2021년에 134.9%가 증가했죠. 팬데믹으로 인한 보복 소비가 큰 원인이었어요. 이 기류에 힘 입어 트렌비 역시 2021년 서비스 출시 4년 만에 MAU 450만 명, 월 거래액 200억 원을 기록하는 등 빠른 성장세를 보였어요.


당시 트렌비의 경쟁력은 ‘감정’에 있었어요. 2022년에는 ‘한국정품감정센터’를 독립 법인으로 내보내기도 했어요. 커머스 플랫폼이 감정에 이토록 집중하는 이유는 명품 거래의 핵심이 ‘신뢰’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에요. 이러한 전략적 접근을 바탕으로 물류센터에는 10명 넘는 감정사가 상주하며 제품을 검수하죠. 그럼에도 감정사가 회사 규모에 비해 많은 거 아닐까요? 이에 대해 이종현 대표는 이렇게 설명해요. 


“명품 플랫폼은 신뢰가 무너지는 순간 끝이에요. 감정을 돕는 AI도 만들긴 했지만, 사람과 병행해서 사용하고 있어요. 결국 사람이 해야 하는 일이거든요. 1차적으로는 AI가 비슷한 패턴을 잡아내더라도, 결국 사람의 손에서 다시 한 번 검증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전문적인 감정사 육성에 큰 힘을 들이고 있어요. 다른 중고 명품 플랫폼의 경우 실제로 감정하는 시간은 전체 업무에서 10%~20%밖에 안 된다고 봐요. 다른 시간엔 고객 응대 등을 하죠. 그런데 저희는 감정사들이 감정만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어요. 그 덕에 감정사들이 업계 평균 대비 3배 정도 많은 물량을 감정하면서, 더 빨리 성장할 수 있죠.”


ⓒ트렌비



#2. 트렌비 시즌2, 중고 명품 시장에 집중하다


감정에 집중하는 차별화 포인트는 트렌비가 ‘중고 명품 거래’를 주력으로 피봇한 후에도 힘이 되고 있어요. 트렌비는 2021년 시작한 중고 명품 거래 사업을 2023년부터 주력으로 내세우고 있는데요. 보복소비가 감소하고, 유명 연예인을 모델로 활용해 광고비가 증가하는 등 한 차례 위기를 겪은 뒤 새로운 전략을 세운 거예요.


트렌비의 2021년 영업손실은 330억원으로, 전년보다 3배 이상 상승했어요. 광고비에 299억원을 들이며 매출 대비 손실의 폭이 커졌죠. 뒤 이어, 팬데믹이 완화돼 명품 소비가 줄어든 현상, 경제 불황에 들어서며 투자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 등이 겹쳤고요. 이 위기를 헤쳐나갈 카드가 중고 명품 거래였어요.


중고 명품 거래로의 피봇팅은 주효했어요. 영업손실이 2022년 208억원, 2023년 32억원으로 대폭 줄어들었거든요. 물론 인원 감축, 광고비 절감 등 비용을 줄인 덕이기도 했지만 중고 명품 거래가 성장하면서 수익 개선에 큰 역할을 했어요. 그래서 중고 평품 거래 사업을, 아예 주력으로 밀고 가기로 한 거죠.


“우리나라는 명품 시장은 전 세계 7위 규모입니다. 인당 명품 소비액은 전세계 1위죠. 이에 비해 중고 명품 시장은 아직 커지지 않았어요. 새 상품 시장 대비 중고 명품 시장은 약 8% 대죠. 이에 비해 우리보다 먼저 중고 명품이 발달된 미국, 일본, 이탈리아 같은 나라는 그 비중이 15%~25%까지 올라가요. 이 숫자로만 따져도 우리나라 명품 중고 시장은 앞으로 2배~3배까지 클 수 있겠구나 생각했어요.”


실제로 트렌비의 중고 명품 거래액은 2024년 1월, 서비스 론칭 3년 만에 1,000억원의 거래액을 기록했어요. 그렇다면 빠른 시간 안에 성공적인 피봇팅이 가능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중고 명품 거래를 늘리기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만들기 때문이에요. 


그 중 한 예가 AI입니다. 2023년 3월, 정가품 감정을 돕는 AI ‘마르스’를 발표했고, 2024년 6월에는 시세 예측 시스템 ‘클로이’를 소개했어요. 마르스는 한국정품감정센터에서 확보한 감정 데이터를 통해 감정사의 손에 제품이 들어가기 전 1차적으로 제품을 검수하는 일을 해요. 클로이는 고객이 앱 내에서 클릭을 세 번만 하면 내가 팔고자 하는 명품 제품의 견적을 바로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죠. AI 시스템 덕분에 고객이 중고 거래에 들이는 노력과 비용이 줄어들어, 더 손쉽게 중고 거래를 할 수 있게 돼요. 


시세 예측 AI 클로이. ⓒ트렌비


감정 서비스 AI 마르스. ⓒ트렌비


“중고 거래를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소싱, 즉 고객분들에게 상품을 많이 받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에요. 예전에는 회사에 전화를 걸어서 견적을 물어보고 직원이 ‘네, 찾아봐 드릴게요’ 하면 하루 이틀 걸려서 답변이 돌아오곤 했죠. 그런데 이제는 클릭 몇 번이면 곧장 판매가를 알 수 있으니 전환율이 늘어나게 되죠.”


AI가 중고 판매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면, 중고 판매에 신뢰를 높이는 역할을 하는 도구도 있어요. 2024년 2월부터 오픈하기 시작한 오프라인 소싱 센터입니다. 현재까지 23개 오프라인 매장을 오픈했고, 6월내 7개 매장을 추가로 오픈해 총 30 곳이 됩니다. 국내 중고 오프라인 매장 최대 규모죠.


ⓒ트렌비


오프라인 소싱 센터는 판매자가 직접 찾아가 상담사에게 판매 상담을 받고, 제품을 위탁할 수 있는 중고 매입처의 역할을 해요. 현재 전체 중고 제품 소싱의 20%가 이미 오프라인 소싱 센터를 통해 일어나고 있죠. 3~4개월 만에 이뤄낸 성과예요.


“아무리 중고라고는 하지만, 명품이기 때문에 택배로 상품을 보내는 걸 불안해하는 고객 분들이 계세요. 몇 만 원짜리도 아니고 몇 십, 몇 백만 원 값어치의 물건이니까요. 어딜 찾아가서 누구한테 얼굴 보고 상담 받고 싶을 거라는 니즈가 충분히 있다고 봤어요.”


트렌비에서 중고 명품 상품을 판매하는 판매자는 두 부류로 나뉩니다. 80%는 일반 고객이고, 나머지 20%는 전문 셀러(사업자)로 구성되죠. 일반 고객이 압도적으로 많은 수치예요. 그래서 AI를 통해 명품 거래를 더 가볍게 하고 싶은 고객도 잡고, 오프라인 소싱 센터를 통해 더 신중하고 싶은 고객도 동시에 잡은 겁니다.


앞으로도 트렌비는 중고 명품 거래에 계속 집중할 예정입니다. 현재 트렌비가 보유하고 있는 중고 제품 재고 수는 1만 개가 조금 안 됩니다. 이마저도 소싱보다 수요가 많은 실정이죠. 트렌비는 중고 소싱을 확대하는 게 가장 우선적인 목표라고 합니다. 


“중고는 우선 수익성이 굉장히 좋아요. 새 상품의 2배 정도 됩니다. 중고는 가격 비교가 애플 투 애플로 안 되기 때문이죠. 중고라는 것은 결국 원 앤 온리라는 말이니까요. 모든 제품이 컨디션이 다르고, 이 컨디션의 이 제품은 오직 트렌비 한 곳에만 있는 구조입니다. 더불어, 새 상품은 트렌비에서 직접 발굴하고 소싱해야 한다면 중고는 고객들끼리의 거래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저희는 검수와 서비스를 제공하기만 하면 돼요. 다만, 이 시장이 크기 위해서는 더 많은 플레이어를 유입시켜야 합니다. 그게 트렌비가 지금 하고자 하는 일이에요. 명품 중고 거래 시장의 소비자 파이를 키우는 것이요.”



#3. 명품을 럭셔리하지 않게, 새로운 고객을 유입시키다


중고 명품 거래 시장을 키우려면 결국 새로운 소비자를 유입시켜야 해요. 그래서 트렌비는 더 친근하고, 더 일상적인 중고 명품 거래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앱을 켜면 가장 먼저 보이는 문장은 “명품을 일상처럼”이죠.


앱을 둘러보면, 그 모습마저도 ‘명품답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보다 쿠팡 같은 대중적인 플랫폼의 UI, UX와 비슷하죠. 가령, “재고 대방출 ~90%” 같은 세일 카피라이트를 홍보하고, 중고 명품 상품 설명에는 “중고 명품, 아직도 망설이시나요?” 문구와 함께 실제 고객 리뷰 이미지가 첨부되어 있죠. 매장에 가서 조심스럽게 제품을 구경해야 하는 기존 명품에 대한 이미지와 사뭇 다릅니다.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트렌비의 ‘일상적인’ 브랜딩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2024년 6월 3일부터는 편의점 GS25와 GS THE FRESH 내에 있는 택배 기기로 중고 명품을 맡길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했죠. 편의점에서 명품이라니. 명품을 우리의 생활 속으로 끌어들이려는 노력이 엿보입니다. 


“결국 고객의 구매 빈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에요. 구매 빈도가 높으려면, 고객을 중고 거래로 끌어들여야 하죠. 트렌비에서 새 상품만 구매하는 고객의 구매 빈도는 연간 2회입니다. 반면, 중고 거래를 하는 고객은 1년에 7.2번 구매해요. 200만 원짜리 제품을 중고로 100만 원에 구매할 수 있다는 가격적인 메리트가 크기 때문입니다.”


소비자를 중고 시장으로 끌어들이면, 자연스럽게 중고 구매자와 판매자가 모두 늘어납니다. 이 매커니즘을 활용해 소비자와 판매자가 유동적으로 전환될 수 있는 서비스도 개발했어요. 2023년 4월 오픈한 ‘셔플’입니다. 셔플은 고객이 내가 갖고 있는 명품 상품을 비슷한 가치의 중고 명품 제품으로 교환할 수 있는 시스템이에요. 내 것보다 비싼 가격이면 차액만 지불하면 되고, 내 것이 더 비싸면 차액은 환불 받죠. 내가 3월에 구매한 아미 티셔츠를 또 다른 고객이 5월에 구매한 자크뮈스 지갑으로 교환하는 식이에요.


“내가 프라다 중고 가방을 150만 원에 사려고 하는데, 기존에 갖고 있는 구찌 가방을 파니까 100만 원을 받아. 그러면 50만 원만 내고 사는 거죠. 이런 캐시플로우를 활용해 고객이 실제 소비에 사용하는 금액을 낮아지게 만드는 겁니다.”


ⓒ트렌비


또한 새 상품 거래 고객을 중고 시장으로 돌리려는 노력도 하고 있어요. 특히 추천 및 큐레이션을 통해 지속적으로 새 상품 고객에게 중고 상품을 노출시키죠. 앱 내에서 구매하고자 하는 새 상품을 클릭하면, 그 아래에 반값 수준의 중고 제품을 함께 보여주는데요. 소비자로서는 눈길이 갈 수밖에 없는 구조예요. 이를 위한 큐레이션 AI 시스템도 개발했어요. 개발자의 이름을 따, ‘이서&모리스’라고 불리는 AI죠.


“2024년 3분기 정도가 되면 고객이 보는 대부분의 화면이 커스터마이징 큐레이션이 될 겁니다. 사실 패션 플랫폼에서 추천은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개개인의 취향이 다양하기 때문이에요. 내가 여름에 입을 티셔츠를 찾는데, 트렌비에서 잘 팔린다고 여성 가방만 계속 보여주면 의미가 없죠. 개인의 취향을 반영한 화면을 노출하되, 의도적으로 중고 제품을 많이 섞어서 ‘그 상품 중고도 있었어. 반값인데 몰랐지?’ 묻는 거예요. 저는 큐레이션을 통한 전환율은 기대할 만하다고 봅니다.”


트렌비가 기대하는 것은 소비자의 심리 변화입니다. 새 상품을 사러 트렌비에 접속한 고객에게 더 저렴한 가격의 중고 상품을 추천한 뒤, 그 중고 제품을 사용해 본 소비자가 다시 판매자로 전환되는 과정을 그립니다. 그 과정에서 AI 클로이, 오프라인 소싱 센터 등을 통해 최대한 ‘판매가 쉬운’ 시스템을 구축한 거죠.


ⓒ트렌비


“제 여동생이 작년에 트렌비에서 생로랑 클러치를 중고로 하나 샀어요. 원래 100만원대인 제품인데, 20만원에 구매했어요. 비인기 컬러여서 감가가 많이 떨어진 상품을 구매한 거죠. 그걸 써 보더니 저한테 말하더라고요. ‘이거 사람들이 몰라서 그렇지 알리기만 하면 100퍼센트 잘될 거야’. 20만원인 가격을 감안해 ‘중고 같은 중고 상품이겠지’ 했는데, 너무 상태 좋은 제품이 왔다면서요.”


실제로 트렌비는 중고 상품의 등급을 S+부터 B까지 총 5개로 나누는데요. 제품의 95%가 A 등급 이상이라고 합니다. B+ 이하의 제품은 저렴하게 판매할 수는 있지만, 회전율이 그만큼 낮고 고객이 받을 중고 제품에 대한 인상을 고려해 아예 취급하지 않죠.


“아직 많은 고객 분들이 중고 명품을 사본 적도 없고, 생각조차 못합니다. 이 고객들을 잘 유도해서 시장에 진입만 시킨다면, 반드시 구매자와 소비자 둘 모두의 파이가 커질 거라고 봐요.”



달라진 성장세 뒷편의 문화 개편


제 2의 트렌비를 만든 주역은 이종현 대표입니다. 이종현 대표는 2020년에 트렌비에 입사해, 오퍼레이션 총괄(COO)과 리세일 총괄(CRO)로서 중고 거래를 맡아오다가, 2023년부터 공동대표로 선임됐죠. 


이종현 대표는 공동대표가 되면서 트렌비의 문화를 개편했어요. 글로벌 컨설팅 업체 베인앤컴퍼니, 배달 대행 스타트업 메쉬코리아를 거치면서 쌓아온 노하우로, 트렌비 조직 문화의 체질부터 바꾼 거예요.


트렌비가 위기를 겪던 시기, ‘안 되면 어쩔 수 없다’며 상황에 순응하는 문화가 있었어요. 이 대표는 이를 ‘명확한 목표 지향 문화’로 바꾸기 위해 노력했어요. 이 대표가 메쉬코리아에 재직했던 시절, 영업팀장으로 들어가며 조직 분위기를 뒤바꿔 하락세였던 성과를 뒤집어놓았던 경험이 바탕이 됐죠.


“실적이 잘 안 나온다면 반드시 조직 문화를 살펴봐야 해요. 당시 각 조직원들에게 목표도 정확히 부여되지 않았고, 그걸 리뷰하는 시스템도 없었던 게 문제였어요. 저는 위클리 미팅을 잡아서 직원 개개인의 목표와 프로그래스를 리뷰했죠. 이번 주 어떻게 됐어, 다음 주 뭐 할 거야… 그러다 보니 이후에는 직원들이 자신의 담당 지역 외에도 관심을 갖게 되고 서로를 도와주는 분위기가 형성되더군요.”


그때의 경험을 살려, 트렌비에서 역시 개인 리뷰를 두 달에 한 번씩 진행합니다. 올해 1분기부터는 매니저 평가 역시 실시하고 있죠. 또, 2분기부터는 동료 평가도 진행하고 있고요. 


“많은 스타트업이 공감할 문제일 거예요. 우리 회사의 목표를 알고, 내 업무의 목표를 알고, 그리고 내 업무 목표가 달성됐을 때 우리 회사 목표에 어떻게 기여가 되는 건지 명확해야 해요. 실상 많은 스타트업은 회사가 목표가 없는 경우도 있고, 있더라도 조직원이 모를 수가 있고, 개인의 목표가 없는 경우도 많죠. 그런데 비즈니스는 결국 다 사람이 하는 거고 개개인의 역량에 좌우되거든요. 저희 직원이 100명이 좀 안 되는데, 각자 회사의 1%씩을 맡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개개인의 목표를 명확히 하는 게 가장 중요한 거고요.”


ⓒ시티호퍼스


그렇다면 트렌비의 목표는 무엇일까요? 


“2024년 올해의 목표는 연간 흑자 전환입니다. 그러려면 중고 상품 소싱을 2배 이상 늘려야 해요. 그게 단기 목표입니다. 그리고 3년 안에 글로벌에 진출할 계획입니다. 글로벌 소싱과 글로벌 판매를 기술 혁신을 통해 이뤄내는 거죠.”


단기 목표인 중고 상품 소싱에 열을 가하고 있는 트렌비입니다. 숫자로 그 성과를 보이고 있고요. 과연 3년 뒤, 글로벌 진출의 목표도 지금처럼 무난히 이뤄낼 수 있을지, 이종현 대표가 이끄는 트렌비 시즌 2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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