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의 가능성을 무한대로 넓히는, 이 마트의 결정적 차이

토토야

시티호퍼스

2023.07.25

'B.Y.O.C.'

Bring Your Own Container의 약어예요. 용기를 직접 들고오라는 뜻이죠. 친환경 스토어 중에는 B.Y.O.C. 정책을 사용하는 곳이 많아요.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최소화하려는 목적이에요. 제품이나 식료품을 큰 용기 안에 넣어 벌크(bulk)로 팔고, 고객은 원하는 상품을 필요한 만큼만 구매해요. 저울로 계량한 후 가격을 산출해서 구매하는 시스템이죠. 그런데 취지가 아름다운 이 시스템에는 의외의 단점이 있어요. 쇼핑 프로세스가 고객 친화적이지 않다는 거예요.

먼저 결제 시간이 오래 걸려요. 일반 매장에서는 미리 포장된 상품을 팔기 때문에 제품마다 바코드가 붙어있어요. 바코드 리더기로 스캔만 하면 계산이 바로 끝나요. 하지만 친환경 스토어라면 사정이 달라져요. 구매하려는 상품을 저울에 올린 후, 품목명을 검색하거나 직접 찾아 클릭해야 하죠. 취급하는 품목이 한 두개라면 그나마 낫지만, 개수가 많을수록 시간은 비례해서 늘어나요. 실수로 다른 상품을 선택하기라도 하면 금액에 오류도 발생하고요.

그뿐 일까요. 마트에서 장을 보려면 여러 개의 용기를 준비해 가야 하는데, 들고가기도 불편하고 크기도 무게도 제각각인 용기의 무게를 매번 측정해야 해요. 필요한 물품을 담았을 때 전체 무게 중에서 용기의 무게는 빼고 계산해야 하기 때문이에요. 이런 사소한 불편함이 여러 번 반복되면, 아무리 의도가 좋아도 고객의 외면을 받게 돼죠.

그런데 토토야는 이런 불편함을 전부 제로(0)로 만들어요. 어떻게냐고요?

토토야 미리보기

• #1. 불편 없음 - 기술로 쇼핑 프로세스를 리디자인한다

• #2. 허세 없음 - 작고 빠르게 실패한 후 문제를 개선한다

• #3. 폐기 없음 - ‘삼모작’으로 버리는 음식을 제로화한다

• 노하우를 독점하지 않고 공유하는 이유

‘이제는 안녕, 뚜껑 고정 씰.’

2021년 6월, 일본 전역에서 화제가 된 트윗이 올라왔어요. 세계 최초로 인스턴트 컵라면을 만든 닛신식품이 자사 컵누들 공식 트위터 계정에 올린 작별 인사예요. 컵누들에서 오랫동안 사용했던 뚜껑 고정 씰을 없애기로 했거든요. 뚜껑 고정 씰은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붓고 난 뒤, 뚜껑이 들뜨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붙이는 스티커인데요. 젓가락이나 평평한 물건을 올려놓는 대신 스티커를 사용할 수 있도록 컵라면 바닥에 붙어 있었죠.

ⓒnissin

1984년에 처음 등장한 이 고정 씰은 컵누들과 약 40년간 여정을 함께 했어요. 일본 최대의 라면 회사가 준비한 배려심과 섬세함에 많은 사람들이 감동했죠. 작은 스티커 하나로도 고객을 환대하는 ‘오모테나시’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거든요. 이러한 고정 씰을 없애기로 했으니, 그 결정의 배경이 궁금해질 수밖에요. 그렇다면 닛신은 왜 수십 년간 사용했던 고정 씰과의 안녕을 고했을까요?

고객을 위한 배려였던 고정 씰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어요. 전 세계 80개국으로 수출된 컵누들의 판매량이 500억 개를 돌파할 정도였으니, 씰만 해도 환경에 큰 부담이 될 만큼 그 양이 어마어마했죠. 그런데 기후 변화와 환경 오염 문제가 점점 대두되면서 닛신도 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했어요. 그래서 컵누들 탄생 50주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고정 씰을 없애기로 한 거예요. 그렇게 줄어든 플라스틱 사용량은 연간 33톤에 달했어요.

이처럼 고객 친화적인 상품이나 서비스가 꼭 좋은 것만은 아니에요. 지금 혜택을 누리는 대신, 언젠가 대가를 치러야 하죠. 그래서 닛신식품뿐만 아니라 많은 기업들이 자사의 제품과 서비스를 재점검하고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는 중이에요. ESG 시대, 어제는 맞았던 것들이 오늘은 틀릴 수도 있거든요. 그렇다고 환경을 생각해 편리함을 포기하자니, 그것도 아쉬워요. 환경 보호와 고객 경험을 둘 다 충족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교토에 있는 일본 최초의 제로 웨이스트 슈퍼마켓 ‘토토야’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어요. 토토야는 제품 용기, 일회용 포장지까지 전부 없애버린 슈퍼마켓이에요. 식료품, 와인, 세제, 샴푸 등 700여 개의 품목을 포장지 없이 날것의 상태로 진열했죠. 이러한 제로 웨이스트 매장은 전 세계 곳곳에서 등장하고 있는데요. 토토야에는 그들과 결정적인 차이가 있어요. 고객이 쉽고 편리하게 쇼핑할 수 있도록 고객 경험의 디테일을 살렸으니까요.

#1. 불편 없음 - 기술로 쇼핑 프로세스를 리디자인한다

‘B.Y.O.C.’ Bring Your Own Container의 약어예요. 용기를 직접 들고오라는 뜻이죠. 친환경 스토어 중에는 B.Y.O.C. 정책을 사용하는 곳이 많아요. 환경 오염의 주범인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최소화하려는 목적이에요. 제품이나 식료품을 큰 용기 안에 넣어 벌크(Bulk)로 팔고, 고객은 원하는 상품을 필요한 만큼만 구매해요. 저울로 계량한 후 가격을 산출해서 구매하는 시스템이죠. 그런데 취지가 아름다운 이 시스템에는 의외의 단점이 숨어있어요. 쇼핑 프로세스가 고객 친화적이지 않다는 거예요.

먼저 결제 시간이 오래 걸려요. 일반 매장에서는 미리 포장된 상품을 팔기 때문에 제품마다 바코드가 붙어있어요. 바코드 리더기로 스캔만 하면 계산이 바로 끝나요. 하지만 친환경 스토어는 사정이 달라요. 구매하려는 상품을 저울에 올린 후, 품목명을 찾아서 일일이 클릭해야 하죠. 개수가 많을수록 시간은 비례해서 늘어나요. 실수로 다른 상품을 선택하기라도 하면 금액에 오류도 발생하고요.

그뿐일까요. 여러 종류의 제품을 사려면 용기도 그 가짓수만큼 필요한데, 들고 가기도 불편하고 크기도 무게도 제각각인 용기의 무게를 매번 측정해야 해요. 구매할 물품을 담았을 때 전체 무게 중에서 용기의 무게는 빼고 계산해야 하기 때문이에요. 이런 사소한 불편함이 여러 번 반복되면, 아무리 의도가 좋아도 고객의 외면을 받게 되죠.

토토야는 이런 불편함을 전부 제로로 만들어요. 대형 마트조차 시도하지 않은 첨단 기술을 마트 곳곳에 심어서 쇼핑 프로세스를 새롭게 디자인했죠. 우선 토토야에서는 무게를 잴 때 상품명을 검색할 필요가 없어요. 일본 최초로 셀프 계산대를 개발한 테라오카 정공의 기술 ‘e.sense’를 접목해 기계가 사람보다 빨리 상품을 인식하니까요. e.sense는 동전 사이즈의 최신 모션 센서인데요. 이걸 벌크 용기에 붙이면 센서가 모든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감지하죠.

ⓒ시티호퍼스

예를 들어 병아리콩을 산다고 할게요. 고객은 진열되어 있는 잡곡 용기 중에서 병아리콩을 찾아 레버를 당겨요. 그럼 레버에 붙어있는 모션 센서가 즉각적으로 바로 옆 전자저울에 정보를 전달하죠. ‘방금 전 고객이 병아리콩을 샀다’고요. 그리고 고객이 병아리콩의 무게를 재기 위해 저울 위에 용기를 올리면 스크린에 자동으로 상품명이 떠요. 저울 앞에서 상품명을 찾느라 헤매지 않아도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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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사과나 당근 같은 청과류는 어떻게 인식할까요? 과일과 채소는 매대 위에 대량으로 올려놓고 팔아서 모션 센서를 붙일 곳이 없어요. 그렇다고 과일에 하나씩 모션 센서를 부착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토토야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테라오카 정공의 청과용 AI 저울을 도입했어요. 고객이 저울 위에 상품을 올려놓는 순간, 카메라가 과일의 형태를 인식한 후 스크린에 상품명을 띄우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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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토야가 매장에서 파는 품목은 700여 가지. 만약 고객이 스크린 앞에 서서 상품명을 일일이 찾아야 한다면 의도치 않게 쇼핑 시간이 길어질 거예요. 피로감은 말할 것도 없고요. 사람들이 붐비는 때라면 저울 앞에서 트래픽이 발생하겠죠. 매장도, 고객도 원치 않는 일이에요. 그래서 토토야는 아무도 원치 않는 일의 가능성을 제로로 만들었어요.

이번엔 무게를 측정하는 법을 살펴볼게요. 고객이 가져온 용기에 물건을 담아 무게를 재는데, 이때 물건 무게만 정확히 알려면 용기 무게를 빼야 해요. 그런데 장을 볼 때마다 용기 무게를 계산해야 한다면 얼마나 번거로울까요. 그래서 토토야는 용기를 전자저울에 올리면 그 값을 RFID 라벨에 기록해 부착할 수 있도록 했어요. 그 후 식료품을 담아 무게를 달면 시스템에서 용기의 무게를 자동으로 차감해요.

아예 벌크 용기와 저울을 하나로 합쳐서 용기 계량 과정을 생략할 수도 있어요. 리퀴드 스케일(Liquid Scale)이라는 감산식 저울을 사용하면 간장이나 와인 같은 액체류를 살 때 구매하려는 양만 측정되거든요. 액체가 줄어든 만큼만 계산되기 때문에 용기의 무게는 신경 쓸 필요가 없죠. 이처럼 토토야는 친환경이라는 가치에 기술을 적용해 불편함을 줄이는 방법을 찾아냈어요. 제로 웨이스트라는 명분에 어울리는 실리까지 마련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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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허세 없음 - 작고 빠르게 실패한 후 문제를 개선한다

토토야는 친환경 제품을 판매하는 동시에 새로운 쇼핑 프로세스를 선보이며 일본 최초이자 최고의 제로 웨이스트 슈퍼마켓으로 자리매김해요. 선한 의도를 살리는 실행 방식 덕분에 추진력이 생겼죠. 그런데 어떻게 대기업이 아닌 토토야가 이런 시도를 할 수 있었을까요? 토토야 대표 우메다 아츠코는 이렇게 말해요. 오히려 작은 규모이기 때문에 더 나은 방법을 탐색하고 시도할 수 있었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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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토야의 시작은 지금보다 더 가벼웠어요. 2017년에 주식회사 토토야를 설립한 우메다 아츠코는 2년 뒤 ‘아오야마 파머스 마켓’에 참가해 포장 없는 날것의 식료품을 팔았어요. 야채, 과일, 올리브유, 콩 등의 식재료를 포장하지 않고 무게 단위로 판매하는 시스템을 시험해보고 싶었죠. 그리고 같은 해, 도쿄에 ‘누 바이 토토야(nue by Totoya, 이하 nue)’라는 모델 숍을 오픈했어요.

프랑스어로 벌거벗은이라는 뜻을 지닌 이 가게는 일요일에만 열었어요. 당시에 취급 품목이 30개가량이었으니 작은 규모였죠. 하지만 우메다는 이 모델 숍을 통해 일본에 가장 적합한 제로 웨이스트 마트는 어떤 모습인지 찾고자 했어요. 역설적이게도 규모가 작으니, 이곳에서는 새로운 시도와 실험을 할 수 있고 노하우와 지혜의 축적도 가능할 거라 생각했죠.

모델 숍을 운영하며 시행착오도 수차례 겪었어요. 계량법이나 계산 절차가 지금과는 많이 달랐거든요. 쇼핑 프로세스의 효율성보다는 상품 관리에 주력하던 시기였죠. 결제를 하려면 일단 계산대의 점원에게 골라 담은 물건을 전달해야 했어요. 그러면 점원이 저울로 무게를 잰 후 다시 고객이 가져온 용기에 담았죠. 그 후 태블릿 단말기로 상품명을 선택하고, 무게를 직접 입력했고요. 이 수작업을 상품 수만큼 반복했으니 시간이 많이 걸리는 건 당연했어요. 계산 실수는 말할 것도 없고요. 게다가 당시에는 고객이 용기를 가져오지 않으면 별다른 대안이 없어 손수건이나 주머니에 상품을 담아가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었어요. 지금이야 보증금을 받고 용기를 빌려주거나 판매하지만요.

그러던 중 지금의 토토야를 탄생시킨 중대한 사건이 일어났어요. 세계 최초로 셀프 계산대를 만든 테라오카 정공 회장이 이 모델 숍에 직접 찾아온 거예요. 테라오카 정공은 1925년에 자동 스프링 저울을 만들어 창업한 기업인데요.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베테랑 기업 회장이 무슨 연유로 직원이 10명도 되지 않는 모델 숍에 찾아온 걸까요?

테라오카 정공의 회장 테라오카 카즈하루는 2020년 2월, 직원을 통해 nue를 다룬 신문기사를 전달받았어요. 기사는 제로 웨이스트를 목표로 하는 nue의 철학과 방식을 다루고 있었죠. 무게 단위 판매의 가치를 설파하는 모습에 감명을 받아 직접 매장을 방문한 거예요. 그가 실제로 가보니 매장은 작고 저울도 평범했어요. 하지만 직원들의 열정만큼은 대단했어요. 저울 사업으로 시작한 테라오카 정공이야말로 이런 판매 방식이 일본 전역에 보급되길 원했지만, 실행은 nue가 한발 앞섰죠.

nue의 의도도 실행도 좋았으나 테라오카 회장의 눈에는 문제가 보였어요. 그는 상품을 고르고 결제가 끝날 때까지의 시간을 스마트폰으로 몰래 재봤는데요. 최종 결제까지 10분이나 걸렸어요. 테라오카는 아무리 바람직한 가치를 전파하더라도 고객을 기다리게 하면 안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며칠 뒤 가게 앞으로 메일 한 통을 보냈죠. 저울을 무상으로 대여해줄 테니 사용 후기를 알려달라고요. 그 후로 일 년 반 뒤인 2021년, 시행착오를 반영해 테라오카 정공의 최첨단 계량 시스템을 도입한 토토야 교토 본점을 오픈했어요.

만약 우메다 대표가 작은 가게에서의 실험 없이 곧바로 슈퍼마켓을 오픈했다면 어땠을까요? 30개 품목을 다루는 모델 숍에서 미리 시행착오를 겪지 않았다면, 700개 품목을 다루는 슈퍼마켓에서는 더 큰 혼란을 겪었겠죠. 무엇보다 지금의 토토야를 만들어준 최첨단 기술은 도입하기 어려웠을지도 몰라요. 모델 숍이 아니었다면 테라오카 정공 회장이 찾아올 일도 없었을 테니까요. 결국 리스크가 적을 때 도전하고 실수해서 성장하겠다는 대표의 철학이 오늘날의 토토야를 만든 셈이에요.

#3. 폐기 없음 - ‘삼모작’으로 버리는 음식을 제로화한다

앞서 설명했듯이 토토야는 쓰레기 배출을 제로로 만드는 슈퍼마켓을 지향하는데요. 그래서 제품을 패키지 없이 팔 뿐만 아니라 일회용품도 취급하지 않아요. 그런데 신선 식품을 파는 슈퍼마켓에서 쓰레기가 나오지 않는다는 게 가능할까요? 유통기한이 지나서 폐기되는 식품들이 있을 텐데 말이죠. 토토야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매장에 ‘삼모작’ 구조를 도입했어요.

삼모작 구조는 푸드 로스(Food Loss)를 제로화하는 기발한 방식이에요. 먼저 매장에서는 신선 식품을 판매해요. 그 후 식품의 유통기한이 가까워지면 매장 안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요리 재료로 사용해요. 마지막으로 그래도 남은 식재료는 끓여서 보존식으로 만들어서 판매해요. 이렇게 하면 음식을 냉장고 없이 상온에서 최대 2년간 보관할 수 있죠. 보관 방식까지 친환경적이에요. 이 세 단계를 거치고 나면 버려지는 식료품의 양은 사실상 0에 가까워져요. 그럼에도 남은 음식물은 퇴비로 만들고요.

매장 안에 있는 레스토랑 ‘파말(Pas mal)’이 삼모작의 핵심 축이에요. 저녁 6시가 되면 문을 여는데요. 당일 마트에서 유통기한이 임박한 식재료로 음식을 만들기 때문에 매일 메뉴가 달라지죠. 그런데 기발한 운영 방식과 달리 이 레스토랑은 기구한 운명에 처했어요. 론칭한지 이틀 째 되는 날, 교토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한 대책으로 식당의 저녁 영업을 금지했거든요. 저녁 시간에 문을 여는데, 저녁 영업을 못하게 하다니. 사실상 문을 닫아야 할 판이었죠. 그렇다면 삼모작은 물 건너간 걸까요? 토토야는 늘 그랬듯이 해결책을 찾아냈어요. ‘토토야 카트’를 활용하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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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토야에 카트는 디자인이 독특해요. 일반 카트처럼 바구니가 있는데, 바구니 앞쪽에 받침대로 쓸 수 있는 판이 카트에 연결되어 있어요. 필요한 경우 받침대를 들어 올려 테이블처럼 만들 수 있죠. 받침대에는 미끄럼 방지 처리가 되어 있어 물건을 올려두었을 때 쓰러질 염려도 덜하고요. 이렇게 하니 가져온 용기에 식료품을 옮겨 담거나, 라벨 등을 붙이는 작업을 하거나, 어떤 제품들을 샀는지를 한 눈에 볼 수 있게 진열할 수 있어요. 친환경적인 소비를 할 때 발생하는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 테라오카 정공과 함께 카트까지 개발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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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토토야 카트가 저녁 영업을 금지한 기간 동안 제 몫 이상의 역할을 톡톡히 했어요. 레스토랑에 원형 상판을 비치해 두고, 받침대 위에 원형 상판을 올리면 이동식 테이블로 변신할 수 있도록 했거든요. 고객들은 음식을 주문한 후 널찍한 공간이나 매장 밖으로 이동식 테이블을 끌고 나갈 수 있었고, 그곳에서 서서 식사를 하거나 와인을 즐길 수 있었죠. 식당에서 요리를 못하게 막은 게 아니라 먹지 못하게 한 거니, 이동식 테이블이 문제 해결의 대안이 될 수 있었어요.

마지막으로 토토야가 없앤 건 식료품 포장지만이 아니에요. 매장 자체가 ‘포장되지 않은 공간’이기를 원했죠. 슈퍼마켓을 짓고 허물 때마다 건축 자재가 산업 폐기물이 되는 것은 경제적으로도, 환경적으로도 큰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나중에 지점을 폐업하게 된다면 벽, 천장, 바닥 등을 분해해서 이동한 후 재조립할 수 있도록 설계했죠. 소재로는 오래된 목재인 고재를 사용했고요. 토토야가 지속 가능한 상업 건축물의 프로토타입이 되길 바랐던 거예요.

노하우를 독점하지 않고 공유하는 이유

그렇다면 토토야의 다음은 무엇일까요? 제로 웨이스트 슈퍼마켓으로서 안정적인 궤도에 올랐으니 프렌차이즈화하면 ESG 시대에 단번에 유통업계의 키 플레이어가 될 가능성이 커요. 하지만 그들이 진짜 원하는 건 규모가 큰 기업이 아니에요. 일본의 제로 웨이스트 레벨을 업그레이드 하는 거죠. 그래서 직접 터득한 노하우를 독점하지 않고 공유하기 시작해요. 비즈니스 업계에서 노하우는 비밀에 부치는 게 일반적이니 특이한 행보라 볼 수 있죠.

"토토야 매장이 근처에 없어도 쓰레기 없는 쇼핑을 할 수 있도록, 제로 웨이스트 라이프스타일이라는 선택지가 전국에 확산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이를 위해 토토야는 가게를 열고 싶은 분에게 강좌를 열거나 대기업을 컨설팅하는 등 최대한 많은 분들과 힘을 합쳐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기 위해 움직이고 싶어요."

-〈마루이 그룹〉인터뷰 중

토토야 홍보 담당자 노이 하우스의 설명이에요. 토토야는 아무리 훌륭한 철학과 기술이라도 혼자 독점한다면 전파되지 않을 거라 봤어요. 그래서 기술력이나 노하우를 꼭꼭 숨기기보다 활짝 열어 가능한 더 많은 플레이어를 초대하는 데 힘써요. 제로 웨이스트 매장을 열고 싶어 하는 기업이나 개인에게 컨설팅을 하거나 온라인으로 제로 웨이스트 매장을 운영하는 법에 관한 강좌를 여는 식으로요. 컨설팅, 도매 판매 등 토토야의 지원을 받은 가게를 ‘토토야 프렌즈’라고 하는데요. 2023년 4월 기준으로 토토야 프렌즈 점포는 90여 개에 달해요.

이처럼 스스로가 직접 길을 만들어온 토토야는 이제 진입장벽을 제로로 만들고 있어요. 누구나 제로 웨이스트의 세계에 시행착오를 줄이면서 쉽게 들어올 수 있도록요. 토토야가 추구하는 제로의 가능성이 무한대로 커질 수 있는 이유예요. 이런 러닝메이트가 있다면 제로 웨이스트라는 무브먼트도 함께, 멀리까지 갈 수 있지 않을까요. 토토야가 바라는 모습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