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머신으로 차를 내린다고요? 마시는 방식에 우아한 혁신을

티 샤토

2024.12.02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따뜻한 차(Tea)를 찾는 사람이 늘고 있어요. 하지만 풍미 좋은 차 한 잔을 마시기 위해 필요한 티포트, 찻잔, 거름망 등을 떠올리면 금세 마음을 접게 되죠. 간편하게 마실 수 있는 티백으로 차를 마시곤 하지만, 그 풍미가 잎차를 따라가지 못해 아쉬울 때도 있고요.  


그런데 이런 고민을 단번에 해결해 줄 제품이 있어요. 바로 티 캡슐(Tea Capsule)이에요. 조금 생소할 수 있지만 커피 캡슐을 떠올리면 쉬워요. 커피 머신에 넣은 뒤 클릭 한 번으로 차를 우려낼 수 있는 제품이죠. 티백과 뭐가 다르냐고요? 티 캡슐에 맞는 최적화된 찻잎 분쇄 수준과 밀폐 기술로 차의 풍미가 살아 있어요. 풍미 좋은 차를 단 30초 만에 즐길 수 있는 거죠. 


티 캡슐을 만든 회사는 홍콩의 ‘티 샤토(Tea Château)’예요. 와이너리를 지칭할 때 자주 붙는 ‘샤토’라는 단어 때문에 와인인가 싶을 수 있지만, 사실은 티 캡슐을 만들어 새로운 차 문화를 널리 전파하고 있는 티 캡슐 제조 회사예요. 그렇다면 티 샤토는 차를 즐기는 방식을 어떻게 혁신해 나가고 있는 걸까요? 


티 샤토 미리보기

• 전에 없던 시장을 여는 방법 - 사촌의 혁신을 응용한다

• 경쟁자를 내 편으로 만드는 방법 - 상대의 어깨에 올라선다

• 더 큰 시장을 공략하는  방법 - ‘원래 이랬던 걸’ 부정한다

• 미래의 풍경을 바꾸는 마법 - 경계를 넘나든다




차 마시는 문화에도 한, 중, 일 삼국지가 있어요. 차를 준비하고, 우리고, 마시는 과정을 ‘차 의식’이라고 하는데요. 세 나라의 차 의식이 미묘하게 다르거든요. 한국은 차를 대할 때 ‘예절’을 중시해서 ‘다례(茶禮)’로, 중국은 차를 ‘예술’로 바라봐서 ‘다예(茶藝)’로, 일본은 차를 마실 때의 ‘정신’에 초점을 맞춰 ‘다도(茶道)’로 부르죠. 삼국이 차 의식에 대해 관점의 차이를 보이지만, 공통점도 있어요. 차를 즐기려면 시간과 정성을 들여야 한다는 거예요.


이러한 전통적인 방식은 도시인의 바쁜 라이프스타일에 어울리지 않아요. 그래서 여러 티 브랜드들이 차에 대한 접근을 달리하죠. 크게 3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요. 차 ‘패키지’에 변화를 주거나, 차를 ‘분류’하는 방식을 바꾸거나, 차의 ‘맛’을 새롭게 하는 식이에요. 차를 보다 쉽고, 익숙하고, 간편하게 마실 수 있도록요. 상하이, 타이베이, 홍콩에서 만날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를 하나씩 살펴볼게요.  


먼저 차 패키지. 상하이의 ‘카이지 차관’은 냉차를 파는데요. 차의 풍미를 유지하기 위해 차를 우린 후 급속 냉각하는 방식이 특징이에요. 그런데 이 차를 ‘맥주병’에 넣어 판매해요. 맥주가 가진 이미지 덕분에 냉차의 시원함을 간접적으로 전달할 수 있어서죠. 심지어 빛에 의해 차 맛이 달라지는 것을 방지하는 등 기능적 장점도 있어요. 이처럼 카이지 차관은 간편하게 차를 즐길 수 있도록 돕는 것은 물론이고, 힙한 브랜딩으로 차에 대한 이미지도 바꿨죠. 


©카이지 차관


다음은 차 분류 방식. 중화권에서는 차를 산화 여부, 산화 수준, 발효 정도 등에 따라 구분해요. 하지만 산화라는 개념조차 생소하죠. 그래서 타이베이의 ‘징셩위’는 ‘풍미’를 기준으로 차를 분류했어요. ‘신선한 향’, ‘로스팅 향’, ‘과일과 꽃 향’, ‘숙성한 향’ 등 4가지로요. 여기에 각각 청색, 녹색, 홍색, 갈색을 부여해 시각적으로도 맛을 연상할 수 있도록 했고요. 차를 잘 몰라도, 누구나 원하는 맛의 차를 직관적으로 고를 수 있어요. 


ⓒ징셩위


마지막으로 차의 맛. 홍콩에서 마실 수 있는 ‘사이초’는 차에 ‘탄산’을 더했어요. ‘스파클링 티’를 선보인 거예요. 그러고는 스파클링 티를 식후에 마시는 게 아니라 ‘식중’에 페어링 해서 마시도록 제안하죠. 마치 샴페인을 음식과 함께 즐기듯, 사이초의 호지차는 해산물에, 다즐링은 구운 고기에, 재스민은 디저트에 곁들이는 식이에요. 탄산을 넣어 차의 맛을 새롭게 한 덕분에 음식과 잘 어울리는 것은 물론이고, 칵테일 재료로도 활용할 수 있어요.   


ⓒ사이초


이러한 시도들은 의미 있는 변화예요. 차의 저변을 넓혀주니까요. 그런데 홍콩에는 또 다른 방식으로 차를 쉽고, 익숙하고, 간편하게 마실 수 있도록 만든 티 브랜드가 있어요. 바로 ‘티 샤토(TEA CHÂTEAU)’예요. 이곳은 ‘캡슐 커피’에서 착안해 ‘차를 우리는 방식’을 혁신했는데요. 캡슐 커피만큼이나 편리한 방식으로 집이나 사무실 등을 파고들면서 차를 일상 더 가까이에 들이고 있어요. 


ⓒ시티호퍼스



전에 없던 시장을 여는 방법 - 사촌의 혁신을 응용한다


차별화를 추구하는 다양한 티 브랜드들이 나타나기 이전에,  시간과 정성의 음료였던 티는 어떻게 대중적인 음료가 됐을까요? 맛, 효능, 가격 등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마시는 방식’의 변화가 중요한 역할을 했어요. 1908년에 등장한 티백 덕분에 차를 간편하고 빠르게 마실 수 있는 방법이 생기며 보편화되기 시작했죠. 그런데 티백은 혁신을 목적으로 개발한 게 아니에요. 우연의 산물이었죠. 사연은 이래요.   


뉴욕에서 차를 수입하던 상인인 ‘토마스 설리번(Thomas Sullivan)’이 있었어요. 그는 고객에게 차 샘플을 보내는 비용을 아끼고 싶었죠. 그래서 주석 용기가 아니라 비단 주머니에 차를 넣어 보냈어요. 그런데 차 샘플을 받은 고객들이 의도와 다르게 샘플을 활용했죠. 차를 꺼내서 우리는 대신 비단 주머니를 통째로 넣어 차를 우렸거든요. 이게 너무 편하다는 소문이 퍼지자 그는 차를 샘플처럼 소분해 팔기 시작했어요. 이후 비단 주머니가 거즈나 면 등 가격이 저렴한 소재로 바뀌면서 지금의 티백이 된 거예요. 


하지만 편리한 대신 단점도 있어요. 티백은 빨리 우려지도록 만들어진 만큼 잘게 부순 찻잎을 사용해요. 그래서 찻잎을 우려낸 차와 비교했을 때 풍미와 깊이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죠. 또한 차가 제대로 우러나기 위해서는 찻잎이 물에 닿으며 적절하게 팽창해야 하는데요. 티백의 크기 때문에 찻잎이 충분하게 부풀지 못해 차가 잘 우러나지 않는다는 문제도 있어요. 그렇다면 이런 딜레마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티 샤토가 발 벗고 나섰어요. 


"100여 년 전 티백이 등장한 이후로 큰 혁신은 없었어요. 우리는 낮은 품질의 티백과 고급 잎차 사이의 중간 지점을 찾고자 합니다.”

- ‘라이언 체’ 티 샤토 창업자, <SCMP> 중


이 중간 지점을 찾기 위해 티 샤토는 커피 시장을 들여다봤어요. 커피도 유사한 문제를 가지고 있었거든요. 핸드 드립 커피와 인스턴트 커피는 맛과 편리함이 반비례하며 각각의 장단점이 분명했죠. 에스프레소 머신이 중간 지점에 있었지만, 가격대가 높아서 카페가 아닌 집이나 사무실에 들여놓기는 어려웠어요. 이에 등장한 것이 바로 캡슐 커피였어요. 1976년, 네스프레소(Nespresso)가 세계 최초로 캡슐 커피를 개발했죠. 


네스프레소의 캡슐 커피는 혁신이었어요. 커피가 담긴 캡슐을 기계에 넣고 버튼만 누르면 가압 추출한 커피를 몇십 초 만에 즐길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초기에는 가격이 비싸 대중화되지 못했어요. 그러다 네스프레소 캡슐 커피와 기기에 대한 특허가 2012년에 소멸되면서 본격적인 경쟁이 일어났고, 시장이 열리기 시작했죠. 맛과 편리함을 동시에 잡은 캡슐 커피는 빠르게 인기를 얻으며, 집에서 커피를 마시는 보편적인 방식 중 하나가 됐어요. 


티 샤토는 캡슐 커피를 모티브 삼아 ‘티 캡슐(Tea capsule)’을 만들었어요. 티 캡슐은 캡슐 안에 찻잎을 압축해 넣은 제품인데요. 캡슐 커피로 커피를 내리는 것처럼, 티 캡슐로도 30초 만에 차를 우릴 수 있어요. 각종 다구를 꺼내 찻물을 끓여 온도를 맞추고, 찻잎과 물을 계량하고, 시간을 재서 우려내는 모든 과정을 캡슐 하나에 담아낸 거예요. 그럼 티백처럼 맛이 아쉽진 않을까요? 


ⓒ시티호퍼스


목표한 대로 잎차와 티백 사이의 맛이에요. 이를 위해 티 샤토는 차마다 다른 특성을 살려 최적의 맛을 내는 포뮬러를 연구해 적용했어요. 캡슐의 특성상 공기, 빛, 습기 등으로 인한 변질을 방지할 수 있어 별도의 첨가물 없이도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고요. 그뿐 아니라 멤브레인(Membrane 1) 투과 기술을 적용해 차를 우리는 과정에서 부드러운 향을 최대한 추출할 수 있도록 물 흐름을 설계했죠. 


이처럼 티 샤토는 티 캡슐로 차를 마시는 방식을 혁신했어요. 티백의 등장 이후 100여 년 만에, 변화를 넘어 진화를 시도하면서요. 그런데 티 샤토 매장에서 티 캡슐을 보다 보면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어요. 동일한 크기로 다양한 맛을 선보이는 캡슐 커피와 달리, 티 캡슐은 크기가 2개로 구분되어 있거든요. 이유가 뭘까요? 차를 우리는 양을 다르게 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여기에는 전략적인 목적이 숨어 있어요. 



경쟁자를 내 편으로 만드는 방법 - 상대의 어깨에 올라선다


캡슐 커피는 각 브랜드별로 캡슐 크기가 1개예요. 그래야 제품 개발, 재고 관리 등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으니까요. 반면 티 샤토는 티 캡슐을 2개의 크기로 만들었죠. 이를 이해하려면, 캡슐 커피의 원조인 네스프레소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서 알아야 해요. 앞서 네스프레소 캡슐 커피와 기기에 대한 특허 소멸로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돼 캡슐 커피가 보편화되었다고 설명했는데요. 경쟁을 하면 저렴해지는 효과가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캡슐 커피의 비즈니스 모델 특성도 커피 머신의 가격을 낮추는 데 한몫했어요.


기본적으로 네스프레소는 커피 머신을 팔아서 매출을 올려요. 하지만 고객이 기기를 계속 사용해서 커피를 마신다고 하면 더 큰 매출은 캡슐 커피 판매에서 나오죠. 고객이 평생동안 기업에 기여하는 총 가치인 ‘고객생애가치’는 커피 머신보다 캡슐 커피가 더 큰 거예요. 그런데 캡슐 커피는 커피 머신이 있어야만 마실 수 있잖아요. 그래서 기기 가격을 낮춰서라도 고객의 구매를 유도한 뒤 캡슐 커피를 팔아 더 많은 이익을 남기죠. 참고로 이를 ‘면도기-면도날’ 비즈니스 모델이라 불러요. 면도기를 싸게 판매하는 대신, 소모품인 면도날로 마진을 남기는 전략에서 유래한 이름이에요. 


여기에 티 샤토의 캡슐 크기가 2개인 이유가 숨어 있어요. 크기가 큰 캡슐로 차 한 잔을 우리면 150ml가, 작은 캡슐로는 120ml가 내려지는데요. 용량 말고도 큰 캡슐과 작은 캡슐 사이의 결정적 차이가 하나 더 있어요. 작은 캡슐은 네스프레소 머신과 ‘호환’되는 캡슐이에요. 집에 캡슐 커피의 대명사인 네스프레소 머신이 있다면, 티 샤토 기기를 구매하지 않아도 티 캡슐을 즐길 수 있다는 뜻이죠. 게다가 큰 캡슐은 네스카페 돌체구스토 머신과 호환되니 사실상 대부분의 캡슐 커피 기기에서 사용이 가능한 거예요. 


캡슐의 크기를 이원화했을 뿐인데, 고객의 진입장벽이 확 낮아져요. 네스프레소와 네스카페 돌체구스토 커피 머신은 이미 많은 가정에서 사용하고 있으니까요. 부담 없이 티 캡슐을 시도해 볼 수 있죠. 게다가 이 두 기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 모두가 잠재 고객이 될 수 있고요. 면도기-면도날 비즈니스 모델에서는 면도기의 가격을 낮춰서라도 기기를 널리 보급하는 게 중요한데, 티 샤토는 면도기의 금액을 공짜로 만든 셈이에요. 신의 한 수죠.


물론 티 샤토는 기기에도 공을 들였어요. 차의 향을 유지하기 위해 찻물을 최적의 온도까지 순간적으로 끓어오르게 하는 기능을 탑재하고, 15~19바(Bar)의 고압으로 차의 맛을 끌어올렸죠. 여기서 바는 기압의 단위로, 15바의 경우 평상시 느끼는 대기압보다 15배 높은 압력을 뜻해요. 일반적으로 커피든, 티든 고압에서 추출해야 섬세한 맛을 낼 수 있는데요. 보통의 커피 머신은 9~15바 정도로, 고급 커피 머신은 16~20바 정도로 커피를 내리는 점을 감안하면 티 샤토의 티 머신은 수준급이에요.


ⓒ티 샤토


그렇다면 티 샤토 머신의 가격은 어떨까요? 최고급 사양을 기준으로 비교해 보면 1,999홍콩 달러(약 40만 원)와 1,988홍콩 달러(약 39만 8천 원)로 티 샤토 머신과 네스프레소 기기의 가격이 거의 동일해요. 그런데 사양을 낮추면 티 샤토 머신이 100~200홍콩 달러(약 2~4만 원) 더 비싸죠. 7~19%가량 가격이 더 높은 거예요. 여기에서도 티 샤토의 영리한 가격 전략을 엿볼 수 있어요. 


만약 티 샤토가 커피 머신과 경쟁했다면 커피 머신보다 가격을 더 낮춰야 했을지 몰라요. 고객 입장에선 아무래도 커피 머신이 티 머신보다 더 효용이 크고 일상적이라 볼테니까요. 하지만 커피 머신과 공생하니, 티 샤토 머신을 티 캡슐에 최적화된 기기로 포지셔닝 할 수 있어요. 덕분에 가격을 높여도 경쟁력이 생기는 거죠. 고객이 비싸다고 판단하면 집에 있는 커피 머신을 쓰면 되거든요.     


이처럼 티 샤토는 캡슐 커피를 따라 하고 커피 머신을 품으며 차를 일상에 더 가깝게 들여놓았어요. 그럼 티 샤토는 커피와 티라는 차이를 제외하면 캡슐 커피와의 차별화에는 관심이 없는 걸까요? 하루에 마실 수 있는 음료의 양이 정해져 있으니, 결국 캡슐 커피와 티 캡슐은 점유율을 놓고 경쟁해야 할 텐데 말이죠. 이런 의문을 가지고 매장에서 티 캡슐을 살펴보다, 티 샤토가 캡슐 커피와 다른 점을 발견했어요. 



더 큰 시장을 공략하는  방법 - ‘원래 이랬던 걸’ 부정한다


티 샤토는 티 캡슐을 개발해 기능적인 측면에서 캡슐 커피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수준으로 맞췄어요. 그러고는 차가 가진 본원적인 경쟁력을 활용해 효능적인 측면에서 티 샤토만의 엣지를 세웠죠. 커피의 경우 카페인이 들어있어 각성 효과가 있지만 미용이나 건강을 목적으로 마시진 않아요. 반면 차는 종류에 따라 몸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요. 각성 효과뿐만 아니라 피로 회복, 긴장 완화 등 범위도 다양하죠.   

 

티 샤토는 이러한 차의 강점을 살렸어요. 그래서 클래식 차, 스페셜티 차, 블렌디드 차와 같은 일반적인 라인 외에 건강 차인 ‘양생차’ 라인을 선보였죠. 건강하다는 말로 퉁치는 것이 아니라, 차의 효능을 11가지로 세분화했어요. 그러고는 그에 맞춰 차 이름을 지었어요. ‘피부를 빛나게 하세요(Glow Your Skin)’, ‘노화를 멈추세요(Freeze Your Age)’, ‘좋은 꿈 꾸세요(Sweet Dreams)’, ‘날씬해지세요(Trim You Down)’ 등이 대표적이에요. 


이처럼 티 샤토는 차를 건강 음료로 보고, 차에다가 직관적인 이름을 붙였어요. 피부 관리, 저속 노화, 수면 케어, 다이어트 등 요즘 사람들의 건강 고민과도 일맥상통하니 구매 욕구를 자극하죠. 티 캡슐에는 관심이 없더라도 건강에 신경을 쓴다면 티 캡슐을 눈여겨볼 확률이 높아져요. 물론 캡슐 커피에서는 건강과 관련된 카테고리를 찾기 어려우니 뚜렷하게 차별화할 수 있고요. 


그렇다면 티 샤토는 건강상의 효능을 어떻게 구현할까요? ‘피부를 빛나게 하세요’ 차를 예로 들어 볼게요. 이 차는 비장을 강화하는 ‘복령’, 간을 보호하고 시력을 개선하는 ‘구기자’, 황달을 제거하는 데 도움이 되는 ‘감초’ 등으로 만든 허브 차예요. 달콤 쌉싸름한 맛을 내는 대추, 인삼 등도 포함돼 있고요. 마치 한약을 짓듯이, 재료를 조합해 조화로운 차의 맛과 효능을 구현하는 거예요. 


또한 에어사이드(Airside) 쇼핑몰에 있는 티 샤토 매장 한편에는 음료를 파는 코너가 있는데요. 이곳에서는 티 샤토의 차를 활용한 음료를 팔아요. 명차로 손꼽히는 대홍포를 오렌지와 함께 섞은 ‘오렌지 대홍포’, 일본 아오모리산 사과를 재스민에 넣은 ‘아오모리 애플 재스민’ 등이 대표적이에요. 차의 향미에 씹는 맛이 더해지면서 차를 또 다른 방식으로 경험할 수 있죠. 차의 정통성을 깨고 나왔기에 가능한 조합이에요. 


ⓒ시티호퍼스


한술 더 떠서 티 샤토는 차를 베이스로 한 칵테일을 선보였어요. 홍콩의 유명한 칵테일 바와 협업해서요. 홍콩 최초의 스피크이지 바 ‘001’, 일본식 선술집 ‘아카츠키 이자카야’ 등에서 티 캡슐로 내린 차가 들어간 칵테일을 만날 수 있어요. 특히 001에는 ‘당신을 따뜻하게 하세요(Warm You Up)’라는 ‘따뜻한’ 칵테일이 있는데요. 맛만 물리적으로 섞는 게 아니라 차의 속성을 살려 칵테일로 구현한 거예요. 그렇다면 티 샤토가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차를 재해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창업자의 말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어요.   


"차가 널리 인기를 얻지 못한 이유 중 하나는 차를 마시기 전에 그 원산지, 계절성 등을 알아야 하는 부담이 있기 때문이에요. 우리는 이를 뒤집고 싶습니다. 먼저 차를 마시고, 좋아하고, 그 후에 더 알아가는 방식으로요.”

- ‘라이언 체’ 티 샤토 창업자, <SCMP> 중



미래의 풍경을 바꾸는 마법 - 경계를 넘나든다 


티 샤토의 행보에서 알 수 있듯이, 티 샤토는 경계를 넘나드는 데 선수예요. 캡슐 커피를 차에 접목시켜 티 캡슐을 개발했고, 커피 머신과 티 캡슐을 호환할 수 있게 디자인했으며, 차를 넘어 건강 음료로 포지셔닝 했으니까요. 그런데 티 샤토의 이러한 접근 방식은 우연히 만들어진 게 아니에요. 티 샤토라는 브랜드 이름과 로고를 보면, 처음부터 의도한 결과라 볼 수 있죠.  


먼저 이름을 볼게요. 티 샤토에서 ‘샤토’는 프랑스어로 ‘성’, ‘저택’을 의미해요. 또한 와인 업계에서는 포도원을 뜻하는 단어로도 쓰이는데요. 유명 와인 산지인 보르도 지역에서 주로 사용해 고급 와이너리의 대명사로 통하죠. 이처럼 티 브랜드 이름을 짓는데, 와인 업계에서 쓰는 단어를 끌어들였어요. 샤토라는 말에 담긴 우아함, 세련미, 장인 정신과 같은 이미지를 등에 업는 건 덤이고요.  


로고도 마찬가지예요. 티 샤토의 로고는 가장 동양적인 동물 중 하나인 용을 모티브로 디자인했어요. 동양 문화권에서 용은 힘, 지혜, 번영, 권력 등을 상징하죠. 이러한 용에 양복을 입히고 찻 주전자를 들고 있는 모습이 티 샤토 로고예요. 지역의 경계를 넘어 동양의 차 문화를 서양에도, 시대의 경계를 넘어 전통적 차 문화를 일상에도 지혜롭게 퍼뜨리고 싶다는 꿈을 표현한 셈이에요. 


ⓒ시티호퍼스


로고 속 용이 들고 있는 찻주전자에서, 마치 지니 램프 속 요정이 짜잔하고 나오듯 마법처럼 등장한 티 캡슐. 이 작은 캡슐은 차를 마시는 일상을 바꿔 놓을 수 있을까요? 100여 년 전에 티백이 차 문화를 혁신했듯이 혹은 50여 년 전에 네스프레소가 커피 문화를 진일보시켰듯이 말이죠. 2021년에 등장한 티 브랜드라 시간이 지나봐야 알겠지만, 미래의 풍경을 새롭게 할 변화는 이미 시작됐어요.




Reference

티 샤토 공식 웹 사이트

티 샤토 공식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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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머신 시장 규모, 점유율, 성장 및 산업 분석, 유형별(에스프레소, 포드/캡슐, 드립/필터, 빈-컵), 기술별(수동, 반자동, 자동화), 애플리케이션별(상업용, 주거용) ), 유통채널별(전문점, 백화점, 온라인 소매점), 지역별 분석, 2024-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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