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소비는 줄어들고 있어요. 나라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우유 소비량이 줄어드는 데는 근본적인 이유가 있죠. 우유를 주로 소비하는 어린 아이와 청소년 인구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두유, 귀리 우유 등 대체유 시장도 커지고 있어 우유 시장이 여러모로 난처해 졌어요.
그렇다면 기존 우유 회사들의 미래는 어디에 있을까요? 다행히 우유를 ‘마시지’ 않을 뿐, 우유로 만든 유제품 소비는 꾸준히 성장 중이에요. 치즈, 요거트, 버터, 아이스크림 등 남녀노소 구분 없이 유제품은 지속적으로 사랑 받고 있어요. 우유 시장은 지더라도, 유제품 시장은 뜨고 있는 상황이죠.
이런 시장의 변화에 발맞춰 일찌감치 미래를 준비하는 회사가 있어요. 요코하마에 본사를 둔 ‘다카나시 유업’이에요. 다카나시 유업은 2017년부터 요코하마의 주요 지역에 유제품을 활용한 레스토랑과 디저트 매장을 오픈하며 뜨는 시장을 놓치지 않고 있어요. 다카나시 유업이 제안하는 유제품의 세계는 어떤 맛일까요?
다카나시 유업 미리보기
• 모두가 우유의 가격을 말하던 시대, 품질을 논하다
• 우유 회사가 ‘치즈’가 주인공인 레스토랑을 연 이유
• 같은 유제품도 원유에 따라서 맛이 달라진다
• 우유 회사가 스스로의 뼈를 튼튼하게 하는 법
우유를 마시지 않는 시대예요. 실제로 우유 소비량이 수십 년째 감소 중이에요. 우유를 많이 소비하는 아동이나 청소년 인구가 줄어들었기 때문이에요. 일본도 예외가 아니죠. 특히 저출산, 고령화 현상이 맞물려 있어 상황이 더 심각했어요. 일본 총무성 ‘가계조사보고’에 따르면 2000년 이래로 전체 유제품 지출액 추이는 2008년까지 감소세였죠.
그런데 반전이 일어났어요. 2008년 이후 점차 회복해 2012년부터는 성장세로 돌아선 거예요. 게다가 2015년부터는 감소세가 시작되었던 2000년보다 더 많은 유제품을 소비하기 시작했고요. 갑자기 인구 구조나 식생활이 바뀐 것도 아닐텐데, 어떻게 가능한 일이었을까요?
우유의 소비량은 늘지 않았어요. 오히려 여전히 감소 중이죠. 2000년도만 해도 우유가 전체 유제품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60%가 넘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그 비율이 50%를 밑돌아요. 반면 버터, 치즈, 요구르트 등의 유제품들은 소비량이 많아져 전체 유제품 시장의 성장을 견인한 거예요.
그 중에서도 치즈의 활약이 도드라져요.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어요. 먼저 치즈의 효능이에요. 치즈는 성장기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나이대를 가리지 않고 권장되는 고단백, 고칼슘 식품이에요. ‘카더라’가 아니라 실제로 치즈의 영양과 건강 증진 효과는 여러 가지 연구와 실험에 의해 입증되었고, 그 결과는 미디어를 통해 사람들에게 전달됐어요. 최근에는 일부 치즈의 경우 혈관 건강, 치매 예방 효과까지 발표되면서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꾸준한 인기를 모으고 있죠.
두 번째는 SNS상에 분 치즈 열풍이에요. 치즈는 특성상 열을 가하면 쭉쭉 늘어나 보는 재미가 있는 식재료예요. 덕분에 이미지나 영상을 기반으로 한 SNS에서 눈길을 끌기에 유리한 면이 있죠. 그래서 인스타그램, 유튜브, 틱톡 등을 즐겨하는 젊은 세대들 사이에 치즈를 이용한 요리 또는 음식 영상이 지지 않는 해처럼 계속 인기를 끌고 있어요.
마지막으로는 ‘홈술’ 트렌드예요. 집에서 술을 마시는 사람들, 홈술족이 늘어난 데에는 크게 2가지 요인이 있어요. 하나는 소비세 증세에 따른 지출 감소예요. 2019년 10월, 일본 정부는 소비세를 8%에서 10%로 증세했어요. 다만 민생안정을 위해 식료품과 신문에 대해서는 현행 세율인 8%를 유지하기로 했죠. 그러자 일본 사람들은 외식에 쓰는 지출을 줄이고, 8%의 세율이 적용되는 식재료, 반찬, 도시락 등을 집으로 사와 직접 조리해 먹기 시작했어요. 자연스럽게 음주도 집에서 하게 되었고요.
여기에다가 코로나19 팬데믹은 홈술 트렌드에 가속도를 붙게 만들었어요. 사회적 거리두기와 봉쇄 때문에 안 그래도 위축되었던 외식이 아예 멈춰 버리는 시기가 생겼으니까요. 이 때 사람들이 술과 함께 가장 많이 먹는 안주가 바로 치즈였어요.
2016년에 일본의 대형 유제품업체 '유키지루시메구밀크'가 실시한 ‘집에서 즐기는 술 안주 순위’에 따르면 치즈가 와인, 하이볼과는 가장 잘 어울리는 안주 1위, 위스키 안주로 2위 등을 기록했죠. 전체 주류를 통틀어서도 가장 선호하는 안주 1위가 치즈였고요. 이미 일본 사람들의 최애 안주였던 치즈는 홈술 트렌드를 만나 소비량이 점점 더 늘어나게 됐어요.
이러한 유제품 시장의 변화를 반기는 건 우유 회사들이에요. 우유로 시작했지만 변화하는 시장 니즈에 맞춰 상품군을 다변화하고, 새로운 브랜드를 개발하면 성장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일본의 유제품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는 누가 있을까요? 3대 대기업인 ‘메이지(Meiji)’, ‘모리나가 밀크(Morinaga Milk)’, ‘메그밀크 스노우 브랜드(Megmilk Snow Brand)’를 필두로 수많은 준대형 혹은 중견기업들이 뒤를 이어요.
굳건한 3대 기업을 제외하고 10위까지는 늘 치열해요. 그 치열한 경쟁 속에서 늘 5~10위 안에 이름을 올리는 유제품 회사가 있어요. 요코하마에 본사를 두고 일본 전역에 영업소를 둔 ‘다카나시 유업’이에요. 이 회사는 선두권 기업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대신 시장의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면서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죠. 다카나시 유업의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성장 과정을 알아야 해요.
모두가 우유의 가격을 말하던 시대, 품질을 논하다
다카나시 유업은 제대로 된 ‘시그니처’들을 갖고 있어요. 지금의 다카나시 유업을 있게 한, 소비자의 마음 속에 다카나시 유업의 우유를 자리 잡게 만든 효자 상품들이에요. 대표적인 제품은 ‘홋카이도 4.0 우유’. 이 이름에는 ‘홋카이도’라는 청정지역의 이미지와 더불어 ‘4.0’이라는 숫자가 눈에 띄어요. 가격도 1000ml 기준 535엔(약 4,700원)으로, 일반적인 일본 우유 소비자가인 250엔(약 2,200원)의 두 배가 넘는 가격이라 임팩트가 있죠.
홋카이도 4.0 우유는 무엇이 특별하길래 이렇게 비싼 것일까요? 이 우유는 홋카이도 구시로시 인근 하마나카초에서 생산된 유지방 함량 4.0% 이상의 원유만을 사용한 무조정 우유*예요. 일반적인 우유의 유지방 함량이 보통 3%고, 3.3% 이상부터 고지방유라고 부르는데 홋카이도 4.0 우유에는 유지방이 무려 4%나 들어있어요. 유지방 함량이 높을 수록 그만큼 풍미가 고소하고 부드러워 고급스러운 맛을 내요. 독보적인 원유의 품질과 풍미 덕분에 다카나시 유업을 ‘고급스럽고 맛있는 우유를 만드는 회사’로 자리잡게 만든 장본인이죠.
*무조정 우유: 우유 가공과정에서 성분을 조정하지 않은 우유
홋카이도 4.0우유(좌)와 저온 살균 우유(우) ⓒ시티호퍼스
홋카이도 4.0 우유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시그니처가 하나 더 있어요. 바로 ‘저온 살균 우유’예요. 일본 최초의 연속 저온 살균 시스템을 사용해 66도에서 30분간 살균한 우유예요. 저온 살균 우유는 홋카이도 4.0 우유보다는 저렴하지만, 1000ml 기준 371엔(약 3,300원)으로, 여전히 일반 우유보다 비싸요. 그렇다면 살균하지 않는 우유는 거의 없을텐데 이 우유는 무엇이 특별한 걸까요?
시중에서 판매되는 우유 대부분은 고온에서 단시간동안 살균해요. 고온에 의해 원유의 풍미가 죽어 맛이 밋밋해지는 단점이 있지만, 그만큼 유통기한이 길어져 수월하게 상품화할 수 있어요. 반면 다카나시 유업은 유통기한을 짧게 해 가격이 비싸지더라도, 원유의 풍미를 지키는 쪽을 선택했어요. 원유의 풍미가 그대로 살아나니, 애초부터 원유의 맛이 좋아야 해요. 고온 단시간 살균되는 우유보다 원유 관리도 더 까다롭죠. 다카나시 유업은 관리와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효율을 감안하면서도 고급 우유로서 입지를 굳히는 선택을 했어요.
경쟁이 치열하고 소비 주기가 빠른 업계일 수록 정체성이 분명한 인기 제품을 보유하는 일은 중요해요. 브랜드의 생존과 직결되어 있거든요. 소비자들이 기준으로 삼는, 습관적으로 자주 구매하는 인기 제품이 된다면 입지가 굳건해지죠. 반대의 경우 진열대 위 치열한 경쟁에서 밀리는 건 순식간이고요. 습관이 무섭기도 하지만, 기업에게 반가운 이유기도 해요.
홋카이도 4.0우유와 저온 살균 우유는 인기 제품은 물론, 맛 좋은 고급 우유의 기준이 되어 다카나시 유업의 경쟁력이 되었어요. 다카나시 유업은 1982년에 홋카이도 4.0 우유를, 1991년에 저온 살균 우유를 각각 처음으로 선보였는데요. 가격보다 맛에 집중한 우유가 많지 않았던 시기, 과감하게 고급 우유를 출시해 포지셔닝한거죠. 이 두 가지 우유는 출시한지 수십년이 흐른 지금에도 여전히 인기가 좋아요.
다카나시 유업이 고급 우유 생산자로 자리 잡자, 일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B2C 비즈니스뿐만 아니라 B2B 비즈니스도 탄탄해졌어요. 우유를 사용해 제품을 만드는 베이커리, 레스토랑, 아이스크림 가게, 카페 등에서 다카나시 유업의 제품을 더 많이 찾았거든요. 일부 업장에서는 ‘다카나시 유업의 우유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내세우며 마케팅 포인트로 활용하기도 할 정도예요.
품질에 집중하다보니 1984년에는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의 선구자이자 대명사인 ‘하겐다즈 재팬’과 합작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죠. 지분 10%를 출자하면서, 일본에서 생산되는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의 전량을 다카나시 유업이 생산하게 된 거예요. 하겐다즈와의 합작 및 수탁은 재무적 관점에서나, 브랜딩의 관점에서도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됐어요.
우유 회사가 ‘치즈’가 주인공인 레스토랑을 연 이유
다카나시 유업은 우유 품질에 대한 고집만큼이나 고품질의 유제품을 생산해요. 특히 홋카이도 네구치 지역에서 생산한 원유의 풍미를 풍부하게 살린 치즈 제품들이 유명해요. 마스카포네, 리코타, 모짜렐라 등 종류도 다양하죠. 그 중에는 낙농과 미식의 나라, 프랑스의 이즈니 생 메르(Isigny Saint Mère) 낙농 협동조합과 협업해 개발한 치즈 ‘브리즈 드 메르(Brise de mer)’도 있어요.
ⓒ시티호퍼스
2000년대부터 치즈를 본격적으로 생산해 온 다카나시 유업이 최근 들어 치즈의 인기를 체감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어요. 다카나시 유업은 간만에 불어온 순풍에 제대로 탑승했어요. 2017년, 다카나시 유업의 본거지인 요코하마에 치즈 전문 레스토랑을 오픈한 거예요. 이름은 ‘다카나시 밀크 레스토랑(Takanashi Milk Restaurant)’으로, 다카나시 유업이 만든 다양한 치즈를 골고루 맛볼 수 있는 곳이에요.
ⓒ시티호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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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나시 밀크 레스토랑은 ‘우유 본래의 맛과 감동을 많은 사람에게 전하고 싶다.’는 포부를 품고 있어요. 이런 생각은 메뉴에도 고스란히 드러나 있어요. 원유의 풍미를 그대로 간직한 신선한 생치즈와 크림이 주인공인 것은 물론, 메뉴 구성에도 고객이 최대한 많은 치즈의 맛있는 풍미를 즐길 수 있도록 고심한 흔적이 보여요. ‘시간대’와 ‘메뉴’의 함수로 다채로운 치즈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도록 구성한 거예요.
우선 다카나시 밀크 레스토랑은 시간대에 따라 즐길 수 있는 메뉴가 달라요. 오전 11시부터 시작되는 런치 타임에는 3가지 코스 메뉴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데, 모든 코스에는 ‘치즈 & 크림 바’가 포함되어 있어요. 치즈 & 크림 바에는 5가지 신선한 치즈와 크림, 수제잼, 빵, 크래커 등이 준비되어 있는데요. 크래커나 빵 위에 치즈를 올리고 각종 소스를 조합해 먹어볼 수 있어요.
ⓒ시티호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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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 & 크림 바는 뷔페로 운영되어 3가지 코스 중 프리미엄 플랜 또는 A 플랜을 선택한 고객이라면 무제한으로 리필도 가능해요. 여기에 ‘오늘의 런치 플레이트’를 메인 요리로 선택할 수 있는데, 파스타, 그라탕, 수프 등 모두 치즈나 크림이 들어간 메뉴들이에요. 디저트도 홋카이도 휘핑 크림 케이크, 요구르트 케이크, 치즈 타르트, 우유 푸딩 등 우유가 들어간 디저트 중 한 가지를 고를 수 있죠.
ⓒ시티호퍼스
ⓒ시티호퍼스
다음은 점심 시간이 지난 오후 2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이때는 ‘화이트 치즈 애프터눈 티’를 운영해요. 우유의 하얀 색을 테마로 각종 유제품으로 만든 디저트들을 3단 트레이에 플레이팅해 판매해요. 1단에는 치즈 무스, 치즈 타르트 등이, 2단에는 마스카포네 치즈와 커스터드 크림이 들어간 파이, 과일 타르트 등이, 3단에는 모짜렐라 크림 스프, 치즈 크림파이 등이 있어요. 1단과 2단에는 단맛의 디저트를, 3단에는 짭짤한 맛의 디저트를 배치해, 1,2,3단 순서로 먹으면서 질리지 않도록 구성한 거죠. 맛있는 유제품을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도록 고민한 결과예요.
ⓒTakanashi Milk Restaurant Instagram
마지막으로 저녁 메뉴는 점심 메뉴와 비슷한 스킴으로 운영해요. 치즈 & 크림 바가 포함된 3가지 코스 중 하나를 고를 수 있죠. 다만 선택할 수 있는 메인 메뉴가 점심 때보다 다양해요. 종류도 함바그 스테이크, 구운 치킨, 랍스터 수프 등 보다 저녁에 어울리는 메뉴들로 구성되어 있고요.
같은 유제품도 원유에 따라서 맛이 달라진다
레스토랑으로 치즈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던 다카나시 유업은 또 한 번 다른 종류의 유제품에 주목해요. 이번엔 버터와 아이스크림이에요. 치즈가 들어간 식사 메뉴에서 버터와 아이스크림을 활용한 디저트로 눈을 돌린 거죠. 다카나시 유업이 운영하는 디저트 매장은 단 2곳이에요. 그런데 하나의 브랜드로 두 매장을 연 것이 아니라, 각기 다른 이름으로 매장을 운영 중이에요. 당연히 주력 메뉴도, 컨셉도 다르고요.
하나는 2017년 4월, 다카나시 밀크 레스토랑보다도 먼저 문을 연 ‘다카나시 밀크 팔러(Takanashi Milk Parlor)’예요. 다카나시 밀크 팔러는 다카나시 유업의 대표 제품인 ‘저온 살균 우유’로 만든 아이스크림, 우유 음료 등을 주로 판매해요. 아이스크림의 경우, 상시 판매하는 기본 우유 맛에, 계절에 따라 고구마, 포도 등의 제철 식재료를 가미한 2가지 메뉴를 더 판매해요.
ⓒ시티호퍼스
ⓒ시티호퍼스
ⓒ시티호퍼스
이곳에서 만날 수 있는 또 하나의 주력 메뉴는 ‘콘센 버터 샌드(Konsen butter sand)’예요. 홋카이도 네구치 지구의 생유 100%로 만든 다카나시 버터가 듬뿍 들어간 쿠키 샌드로, 부드럽고 고소한 버터 풍미를 제대로 즐길 수 있어요. 다카나시 버터의 매력을 느끼기에 손색 없는 디저트죠.
ⓒ시티호퍼스
2022년 12월에는 또 하나의 디저트 매장, ‘다카나시 밀크 마르쉐(Takanashi Milk Marché)’가 문을 열었어요. 다카나시 밀크 마르쉐에서도 다카나시 밀크 팔러처럼 우유 아이스크림과 우유 음료를 판매하는데, 이 곳에서는 저온 살균 우유 대신 ‘홋카이도 4.0 우유’를 사용해요. 같은 메뉴라도 매장에 따라 다른 종류의 원유를 사용하는 거예요.
ⓒ시티호퍼스
다카나시 밀크 마르쉐는 프랑스어로 ‘시장’이라는 의미를 가진 ‘마르쉐’라는 이름처럼, 계절마다 제철 소재와 우유를 활용해 개발한 디저트를 판매해요. 대표 메뉴는 ‘보틀 디저트(Bottle dessert)’와 ‘고프레트(Gaufrette)’예요. 보틀 디저트는 캔 모양의 병 안에 쇼트 케이크나 판나코타를 담은 메뉴로, 제철 과일을 넣어 계절마다 메뉴가 바뀌어요. 고프레트는 홋카이도산 버터를 듬뿍 넣은 반죽을 고온의 프레스기로 눌러 납작하게 구워낸 과자예요. 고프레트 안쪽에 바르는 스프레드에 변화를 주어 여러 가지 맛을 판매하고 있고요.
ⓒ시티호퍼스
ⓒ시티호퍼스
다카나시 밀크 마르쉐는 요코하마의 대표 관광지이자 쇼핑몰인 ‘아카렌가 소코’에 위치해 있는데요. 아카렌가 소코는 바다 바로 옆에 넓은 광장을 끼고 있어 각종 야외 행사나 페스티벌이 열리는 곳이기도 해요. 다카나시 밀크 마르쉐는 이런 장소의 특징을 반영해 테이크 아웃이 용이한 보틀 디저트나 고프레트로 메뉴로 정했어요.
ⓒ시티호퍼스
뿐만 아니라 매장 인테리어 컨셉도 ‘Clear Pop Milk’로, ‘푸른 하늘 아래 모여 맛있는 우유를 즐기는 즐거움’을 이미지화했어요. 맑고 푸른 하늘의 파란색과 흰 구름 또는 우유를 상징하는 흰색을 주요 컬러로 사용했죠. 구름 위 주방에서 일하는 요정의 모습을 본 떠 디자인한 소녀 일러스트를 매장의 캐릭터를 개발했고요. ‘밀크 마르쉐’라는 이름과 어울리는 브랜딩으로 맛있는 우유 디저트를 먹는 즐거움을 환기시키고 있어요.
우유 회사가 스스로의 뼈를 튼튼하게 하는 법
다카나시 유업은 우유 시장이 성장하던 시기, 우유를 살균 방법, 유지방 함량 등을 달리해 상품군을 넓히며 성장해 왔어요. 하지만 다카나시 유업은 우유 시장의 침체와 치열한 경쟁 속에서 변해야 했어요. 우유에 대한 수요가 점차 줄어드니, 사람들을 우유로 설득하는 대신 유제품을 소재로 식당과 디저트 전문점을 연 거예요. 이처럼 시장 상황에 맞춰 수평적 확장과 수직적 확장을 선택하며 전략적으로 시장에 대응하고 있죠.
또한 다카나시 유업의 확장은 오프라인 매장에만 한정되지 않아요. ‘다카나시 우유 WEB SHOP’이라는 온라인 몰을 열어 사람들이 집에서도 편리하게 다카나시 유업의 유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했어요. 유제품뿐만 아니라 제과 재료, 찻잎 등 유제품 관련 식재료를 함께 판매하고 있죠.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건 다카나시 유업의 유제품을 사용해 만드는 디저트 메뉴들인데요. 다카나시 유업이 직접 만든 디저트들이 아니라, 다카나시 유업의 고객사들이 만든 디저트들이에요. 다양한 브랜드만큼이나 케이크, 쿠키, 마카롱, 버터 샌드, 파이, 초콜릿 등 종류도 다양해요. 이 파트너들이 다카나시 유업의 제품을 사용한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알리며 마케팅 포인트로 활용하듯, 다카나시 유업은 파트너들의 제품을 자사몰에서 판매하며 상부상조하고 있어요.
물론 자사몰의 매출이 전체 매출의 관점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지는 않아요. 22년 9월 기준, 다카나시 유업의 전체 매출은 약 952억엔(8,287억원)인데요. 여기에서 온라인 자사몰 매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1%도 채 되지 않죠. 3개 뿐인 오프라인 매장에서 발생하는 매출도 비슷한 실정이고요. 하지만 중요한 건, 당장의 숫자보다 방향이에요. 미래를 준비하는 작은 시도들이 모여 경쟁자들과는 다른, 다카나시 유업만의 자리를 견고하게 지킬 수 있을 테니까요.
Reference
• 도쿄 무역관 김종민, ‘일본, 우유보다 치즈!’, ‘코트라’
• “MILK MARCHÉ” Yokohama Red Brick Warehouse Branding Example, World Platform Servi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