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밤에 푹 주무셨나요? 지난밤, 안 그래도 잠을 설쳤는데 출근길마저 왕복 두 시간을 넘는다면 집 나서기 전부터 몸이 천근만근일 거예요. 겨우 출근을 하고 나면 한숨을 돌리기는커녕 그때부터 경쟁 시작이죠. 바쁜 현대 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곯아떨어지는 대신 빠르게 업무를 처리해야 하니까요.
흔히 보는 한국의 현실이라 생각하시겠지만, 홍콩도 상황은 마찬가지예요. 평균 수면 시간이 한국과 유사한 수준으로 턱없이 부족한 홍콩인들은 차라리 집 대신 대중교통에서 쪽잠 자는 것을 편히 여길 정도죠. 하지만 잠을 대충 때우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어떻게 이런 라이프 스타일을 지속할 수 있을까요?
‘슬립(SLEEEP)’은 지나치게 과소평가된 ‘수면’에 대한 시선을 바꾸기 위해 등장한 홍콩 최초로 허가를 받은 캡슐 호텔이에요. 이 캡슐 호텔의 타깃 그룹은 ‘여행자’와 ‘과로하는 홍콩인’이죠. 슬립은 지금껏 미개척 시장으로 남아있던 ‘낮잠 시장’에 도전해 전형적인 캡슐 호텔과는 다른 길을 걸어가고 있어요. 이 캡슐 호텔, 과로하는 홍콩인들의 피로를 어떻게 풀어주고 있는 걸까요?
슬립 미리보기
• 낮에도 도피할 수 있는 ‘도시인 보호구역’
• 스르르 재우고 스스로 깨우는 ‘생체주기 조명’
• 뜬구름을 닮은 ‘모바일 캡슐 호텔’
• 캡슐이 아니라 ‘드림 인큐베이터’
야경이 가장 화려한 도시는 어디일까요? 뉴욕, 런던, 파리, 서울, 홍콩, 상하이, 도쿄 등 강이나 바다를 따라 스카이라인이 늘어선 도시들 중에서요. 물론 보는 사람 마음이겠지만, 객관적인 숫자로 본다면 홍콩이 으뜸이에요. 전 세계 도시 중에 홍콩에 고층 빌딩이 가장 많거든요. 어느 정도냐면, 홍콩에는 150m 이상의 고층 빌딩이 657개 있는데요. 스카이라인으로 유명한 뉴욕이 421개니, 뉴욕보다 50% 이상 많은 거예요. 그러니 야경이 더 반짝일 수밖에요.
하지만 모든 빛에는 그림자가 있기 마련이에요. 눈부신 홍콩의 밤 풍경도 예외는 아니죠. 홍콩 대학교의 연구에 따르면 홍콩의 밤하늘은 자연 그대로보다 약 1,000배나 밝아요. 밤늦게까지 켜져 있는 네온사인과 광고판, 밀집된 가게나 술집에서 밝혀 놓은 조명 때문이에요. 이 빛은 홍콩만의 독특한 야경을 만들어주기도 하지만, 홍콩을 세계에서 빛 공해가 가장 심한 도시 중 하나로 만들기도 해요.
©시티호퍼스
‘잠들지 않는 도시’의 불빛은 홍콩인의 생활에도 영향을 미쳐요. 밤에도 환하다 보니 불면증을 유발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홍콩은 ‘잠들지 못한 도시’이기도 해요. 한 연구에 따르면 홍콩인의 일일 수면 시간은 평균 6.5시간에 불과한데요. 피로사회로 불리는 한국의 수면 시간이 하루 평균 6.3시간, 일본이 6.1시간인 점을 감안하면 피로의 수준이 만만치 않죠. 한 조사에서는 홍콩인의 약 75%가 수면 부족으로 인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힌 바 있고요.
밤잠을 제대로 못 잔 홍콩인들은 집 대신 도로에서 쪽잠을 자요. 출퇴근 시간을 활용해 버스에서 부족한 잠을 보충하는 거죠. 에어컨이 빵빵하고 미세한 흔들림이 있는 대중교통을 침대보다 편안하다고 생각하는 시민도 많을 정도예요. 이렇게 틈틈이 잠을 청하면 수면 시간을 채울 수도 있지만, 수면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이러한 상황에서 2016년 말, 홍콩 최초의 캡슐 호텔인 ‘슬립(SLEEEP)’이 이 수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섰어요.
낮에도 도피할 수 있는 ‘도시인 보호구역’
야경은 누군가의 야근 덕분에 가능한 풍경이에요. 늦게까지 일하는 열정이 빛나서 건, 퇴근하지 못하는 슬픔이 투영돼서 건 영롱하게 반짝이죠. 이러한 홍콩의 야경 중에서도 센터를 담당하는 곳이, 홍콩의 중심가인 센트럴 지역이에요. 그만큼 잠 못 드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기도 해요. 수면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슬립의 첫 번째 캡슐 호텔은 이 센트럴 지역의 골목길에 위치해 있는데요. 그 입구에 풍자적인 문구를 적어 놓았어요.
‘나는 잠자는 걸 잘 해요. 눈만 감으면 되거든요.’
(I’M SO GOOD AT SLEEEPING. I CAN DO IT WITH MY EYES CLOSED.)
©시티호퍼스
여기서 슬립의 문제의식과 사업 철학을 엿볼 수 있어요. 먼저 문제의식. 슬립의 말대로 잠을 못 자는 사람이 있을까요? 아마 거의 없을 거예요. 누워서 눈만 감으면 되는걸요. 그렇다면 잠을 잘 자는 사람은요? 이 역시도 아마 별로 없을 거예요. 스트레스, 과로, 불야성 등이 잠을 방해하니까요. 그럼에도 홍콩인에게 수면은 경쟁이라는 미명 하에 우선순위에서 밀렸어요. 슬립의 공동 창업자들은 수면의 가치가 과소평가되어 있는 현실에 의문을 가졌어요. 눈을 감는다고 잠을 잘 잘 수 있는 건 아닌데 말이죠.
다음은 사업 철학. 슬립의 영문명은 SLEEP이 아니라 ‘SLEEEP’이에요. 알파벳 E가 연속으로 3번 들어가죠. 수면이 ‘모두에게(Everyone), 매일(Everyday), 어디서나(Everywhere)’ 필수임을 뜻해요. 단순히 잠을 자는 행위(Sleeping)를 잘 하겠다가 아니라 잠을 잘 자는 문화(Sleeeping)를 꿈꾼다는 포부가 담겨 있죠. 그래서 슬립은 보통의 캡슐 호텔과 형태적으로는 비슷할 수 있어도 운영 방식에 차이가 있어요.
캡슐 호텔은 1979년에 일본에서 처음 등장했는데요. 당시 캡슐 호텔은 야근을 하다가 집으로 돌아갈 막차를 놓친 샐러리맨을 위한 숙소였죠. 잠만 잘 수 있으면 됐으니, 풀 사이즈 객실 대신 최소한의 수면 공간을 싸게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었어요. 하지만 슬립은 밤에 자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낮잠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타깃 했어요. 피로에 절은 도시인들을 위해 낮에도 잠깐 쉴 수 있는 ‘보호구역’을 추구하는 거예요.
슬립은 당시 ‘낮잠 시장’을 새롭게 개척하면서 시간제 예약을 도입했어요. 최소 45분부터 1시간, 2시간 등 단기 투숙이 가능하죠. 45분짜리 플랜의 비용은 148홍콩 달러(약 3만 원)인데요. 오후 5시부터 익일 오전 11시까지 18시간 사용할 수 있는 플랜이 348홍콩 달러(약 7만 원)인 걸 감안하면 저렴하지 않죠. 이렇게 하니 낮 시간대에 2~3시간만 운영해도 매출이 2배 이상 올라가요.
또한 슬립은 정기적으로 잠 보충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월정액 플랜도 선보였어요. 1,280홍콩 달러(약 25만 6천 원)만 내면, 매일 낮 12시부터 오후 3시까지 한 달 내내 슬립을 사용할 수 있는 거예요. 고객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부담 없이 점심시간대의 보호구역을 확보할 수 있어 인기가 높죠. 반면 슬립 입장에서는 공실에 대한 걱정 없이 안정적인 매출을 기대할 수 있고요.
이처럼 슬립은 모자란 잠을 보충할 수 있게 운영 방식을 바꿨어요. 하지만 시간제 예약이 잠을 잘 자는 문화를 달성하기 위한 필요조건이 될 수는 있어도 충분조건은 아니에요. 캡슐 호텔의 시간을 쪼개서 파는 건 누구나 흉내 낼 수 있으니까요. 이를 모를 리 없는 슬립은 디자인과 기술을 더해 고객 경험을 업그레이드했어요. 고객이 수면 시간을 넘어 숙면 시간을 늘릴 수 있도록요.
스르르 재우고 스스로 깨우는 ‘생체주기 조명’
시간제 운영은 단순히 시간을 쪼개 파는 것과는 달라요. 그에 따라 고객 경험 디자인도 바뀌어야 하죠. 45분 낮잠 자러 왔는데 체크인에 10분이 걸린다면 피곤한 일이 될 테니까요. 그래서 슬립은 체크인 프로세스를 간소화했어요. 키리스 액세스(Keyless access)로, 리셉션에서 키 카드를 받을 필요 없이 출입할 수 있죠. 예약하면 QR 코드를 보내주는데, 이를 입구의 터치패드에 스캔하면 문이 열려요. 이후 불빛이 깜빡이는 캡슐을 찾아가면 끝. 마치 집에 드나드는 것처럼 간편해요.
이를 시작으로 슬립은 캡슐 호텔을 만들면서 고객 경험에 세심한 신경을 썼어요. 첫 번째 지점인 슬립 고프(SLEEEP GOUGH)에는 10평 정도의 공간에 ‘슬리퍼(SLPer)’라 불리는 캡슐 8개가 있는데요. 이 슬리퍼를 수면의 질을 높일 수 있게 디자인했어요. 우선 캡슐에서 느낄 수 있는 폐소공포증을 막기 위해 모서리를 곡선화했죠. 또한 자석 클립으로 닫히는 커튼 도어로 소음을 줄이고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고요.
기본에만 충실한 게 아니에요. 각 캡슐에 설치된 조명은 슬립이 자체 개발했는데요. 이 ‘생체주기 조명(Circadian lighting)’이 고객의 숙면을 도와줘요. 일어날 시간이 되면 조명이 수면 모드인 주황색에서 자연광을 닮은 파란색으로 바뀌면서 투숙객을 천천히 깨우거든요. 덕분에 알람 대신 조명으로 일어날 수 있어요. 알람이 울리지 않으니 동시에 이용하는 사람들끼리 서로의 잠을 방해하지도 않죠.
©슬립
©슬립
©슬립
또한 슬리퍼는 최첨단 IT 기술까지 갖췄어요. 반응형 환경 조절기인 REM(Responsive Environmental Modulator)을 장착했죠. 조명과 사운드, 공기 흐름 등 캡슐 환경을 사용자가 지정할 수 있는 건 물론이고, 그 내용을 클라우드에 저장해 재방문 시 캡슐을 개인화할 수 있어요. 이처럼 숙면을 위해 디자인된 슬리퍼는 특허를 받았을 뿐만 아니라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등에서 수상했어요.
여기에다가 슬립은 수면 시설을 업그레이드하면서 서비스도 개선했어요. 고객이 온라인에서 예약할 때 개인의 선호에 따라 매트리스의 단단함이나 이불과 베개의 두께 등을 사전에 선택할 수 있죠. 캡슐 호텔이라고 해서 효율성만을 추구하며 만족의 기준을 낮추는 대신, 맞춤형 환경을 제공해 아무리 짧은 시간이라도 숙면할 수 있도록 돕는 거예요. 슬립이 추구하는 건, 수면 그 자체가 아니라 숙면이니까요.
이처럼 슬립은 합리적인 가격에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하이테크 수면 환경을 구현했어요. 덕분에 공실을 찾아보기가 어려웠죠. 하지만 두 공동 창업자는 성완 지점의 성공에 만족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슬립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고객의 반응을 보면서 숙면의 중요성을 더 널리 전파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홍콩을 넘어 해외 진출에 도전하기로 했어요. 목적지는 일본. 캡슐 호텔의 본고장이죠. 그렇다면 슬립은 전통의 강호들이 있는 일본 시장의 틈새를 어떻게 비집고 들어갔을까요?
뜬구름을 닮은 ‘모바일 캡슐 호텔’
슬립은 일본 시즈오카현 후지노미야시에 첫 지점을 열었어요. 후지산 등반이 가능한 지역이라 관광객 수요가 풍부한 곳이죠. 하지만 단순히 캡슐 호텔 지점을 하나 더 늘릴 목적으로 일본에 진출한 건 아니었어요. 그럴 거면 홍콩에다 하는 편이 나았겠죠. 두 공동 창업자는 캡슐 호텔의 발상지에서 캡슐 호텔의 새로운 모델을 시험해 보고 싶었어요. 그렇게 그들이 주목한 건 ‘캠핑카’예요.
캡슐 호텔과 캠핑카 사이에 무슨 상관관계가 있냐고요? 언뜻 다른 비즈니스처럼 보이지만 슬립이 이런 시도를 한 데는 이유가 있어요. 캡슐 호텔을 운영하며 고객의 명확한 니즈를 확인했거든요. 슬립의 성공에는 ‘편안하게 쉬고 싶다’는 사람들의 갈증이 밑바탕에 깔려있었어요. 이를 캡슐 호텔로 풀어낸 거고요. 여기에다가 슬립은 정적인 해결책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동적인 라이프스타일로 진화시키고자 했는데요. 이때 캠핑카가 딱이었어요. 캡슐 호텔에다가 이동성을 더한 셈이니까요.
캠핑카의 이름은 ‘후운(浮雲, FUUUN)’. 일본어로 ‘뜬구름’을 가리키면서 동시에 ‘즐거움(Fun)’을 의미하기도 해요. 슬립(SLEEEP)과 유사한 방식으로 후운에는 U가 3번 들어가는데, 이는 각각 ‘정의하지 않고(Undefined), 속박되지 않으며(Unattached), 한계가 없는(Unlimited)’ 마음가짐을 나타내요. 무언가에 혹은 어딘가에 얽매이지 않고 스스로가 자유로워지는 걸 추구하는 젠(Zen) 사상을 반영하는 거예요. 그렇다면 후운이 이 철학을 어떻게 구현하고 있을까요?
첫째는 ‘미니멀한 다거점 생활’이에요. 후운이 목표로 하는 삶은 일상에 집착하지 않고 마치 뜬구름처럼 자유롭게 떠돌아다닐 수 있는 경쾌한 삶이죠. 최근 들어 증가하고 있는 긱 워커(Gig worker)나 프리랜서, 혹은 단순한 삶을 추구하는 미니멀리스트의 라이프스타일에서도 흔히 엿볼 수 있고요. 그래서 후운에는 꼭 필요한 기능만 넣으면서도 이동 시 여러 거점에서도 불편함 없이 일상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차내에 5G 와이파이를 설치했어요.
둘째는 ‘이동하는 다실’이에요. 후운은 일본 가옥에서 영감을 받아 차내를 다실로 디자인했어요. 그리고 이 공간에 나무 소재의 다다미를 깔았죠. 특히 가변성에 신경 썼어요. 차를 마시며 마음의 평온을 찾다가도 간편한 조작으로 캠핑카를 오피스로 바꿀 수 있도록 설계했죠. 배치를 바꾸기만 하면 다실은 금세 작업실이나 회의실로 변해요. 물론 슬립의 슬리퍼에서 볼 수 있던 미니멀한 디자인과 빛, 소리, 공기 조절 등의 시스템은 후운에도 반영돼 있고요.
©후운
반응도 긍정적이에요. 후운을 이용해 본 고객들은 도시와 자연 사이를 오가며 좀 더 유연한 삶을 즐기는 중이죠. 다과회, 이동식 좌선회, 가족 여행 등 후운을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하면서 자신이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이나 행복에 관해 다시 생각해 보기도 하고요. 현재 후운은 시즈오카현 후지노미야시에서만 운영 중이지만, 앞으로는 더 다양한 곳에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에요. 더 많은 사람들이 ‘뜬구름’ 속에서 자유롭게 다니며 자신의 삶을 돌볼 수 있도록요.
더불어 후운은 캠핑카를 통해 일본의 사회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목표도 있어요. 일본은 지방 소멸로 인해 의료, 교통, 교육 등 필수 분야 인력이 부족하다는 문제가 있는데요. 후운이 있다면 지방을 돌면서 일하는 것이 좀 더 손쉬워지죠. 갑자기 지방으로 이주하는 데는 큰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지만, 일로 오가는 건 마음만 먹으면 가능한 일이니까요. 여기에다가 일을 마치고 여가시간을 즐기거나 친구를 사귀다 보면 자연스레 지역과의 연결고리도 생길 수 있고요.
이제껏 캠핑카 라이프스타일은 전형적이었어요. 미국에서 시작한 방식대로 캠핑의 목적에 충실했죠. 하지만 슬립은 후운을 통해 캠핑카에 일본식 젠 사상을 도입한 뒤, 홍콩에서 개발한 기술까지 결합시켜 새로운 캠핑카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냈어요. 물론 수면 문제를 해결해 더 건강한 삶을 추구한다는 철학은 변치 않은 채로요. 여기에다가 지방 소멸 문제를 해결하는 데 보탬이 되겠다는 희망까지 얹어서요.
캡슐이 아니라 ‘드림 인큐베이터’
일본에서 캠핑카를 선보이기 전, 슬립은 홍콩에서도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어요. 2019년에 문을 연 센트럴 지점에서죠. 이곳의 이름은 ‘슬립 성지(SLEEEP SHRINE)’.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태생적 재능인 ‘수면’에 경의를 표하는 의미에서 성지라 이름 붙였어요. 연구 센터 역할을 겸하는 이곳은 최신 기술을 적용한 시설을 자랑하며 슬립의 진화를 보여주는데요. 슬립 2.0의 핵심은 따로 있어요. 캡슐 호텔이 아니라 공동 주거 공간인 ‘코리빙 하우스’이거든요.
그렇다면 슬립은 왜 사업적으로 검증된 캡슐 호텔 대신, 코리빙 하우스를 연 걸까요? 공동 창업자들은 휴식과 숙면을 위해 좋은 환경을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봤어요. 그보다는 수면을 과소평가하는 가치관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잠을 잘 자는 문화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죠. 그러려면 새로운 문화의 씨앗을 심을 커뮤니티가 필요했어요. 결국 코리빙 하우스는 비즈니스를 넘어 사회적 변화까지 고려한 결정이에요.
이처럼 슬립의 공동 창업자들은 캡슐 호텔을 단순히 잠을 저렴한 비용으로 자는 곳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캡슐 호텔로 사회를 변화시켜 나가고자 하는 꿈을 꾸죠. 그러면서 캡슐 호텔을 꿈을 탄생시키는 ‘드림 인큐베이터(Dream incubator)’라 부르는데요. 그 이유는 홍콩에 있는 슬립 성지 지점 벽면에 쓰여 있는 중의적이면서도 위트 있는 문구를 보면 이해할 수 있어요.
©시티호퍼스
‘잠을 자지 않으면 꿈을 꿀 수 없습니다.’
(If you do not sleep, you cannot dream.)
슬립 입구에 적어 놓은 말처럼 어찌 보면 당연한 말을 벽에 또 써놓았어요. 하지만 곱씹어 보면 이 역시도 심오한 의미를 담고 있죠. 잠을 푹 잔다는 건 단지 그날의 달콤한 꿈을 꾸기 위해서만은 아니에요. 미래에 이루고 싶은 꿈을 꾸기 위해서라도 잠을 잘 잘 수 있어야 하죠. 그러니 슬립의 말처럼 일단 제대로 자고 볼 일이에요. 일장춘몽이 될지, 일생의 꿈이 될지는 알 수 없지만요.
Refer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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