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레스토랑 뭔가 엉뚱해요. 고급 레스토랑인데도 테이블에 포크, 나이프 등의 식기류를 세팅해주지 않아요. 대신 테이블에 앉으면 나무로 만든 가방을 하나 건네주죠. 이 가방을 열면 코스 요리에 대한 설명과 함께 식기와 와인잔 등이 들어 있어요. 그걸 꺼내서 스스로 세팅을 하면 되는 거예요.
그렇다면 ‘류노히게 바이 미타테’에서는 왜 이렇게 불편한 방식으로 식사를 시작하는 걸까요? 이 레스토랑의 컨셉이 ‘테이블에서 떠나는 교토 여행’이기 때문이에요. 제공해 준 가방도 여행 가방을 은유하는 거예요. 이 가방을 여는 순간부터 여행이 시작되죠. 결과적으로 테이블에 식기류를 세팅하는 건 동일한데, 이렇게 하니 새로운 의미가 생겼어요.
이건 시작일 뿐이에요. 류노히게 바이 미타테는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하면서 교토 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기발한 장치들을 마련했죠. 어떻게냐고요?
류노히게 바이 미타테 미리보기
• #1. 식탁 위에서 교토 여행을 떠나는 방법
• #2. 초콜릿에 자연을 담아내는 방법
• #3. 와인을 향기와 페어링 하는 방법
• 응축할수록 본질이 빛나는 ‘빼기의 미학’
돌과 모래만으로 자연 풍경을 재현한 정원을 만들 수 있을까요? 일본의 ‘가레산스이’를 보면 가능하다고 말할 수도 있어요. 가레산스이는 물과 나무를 사용하지 않고 돌과 모래만으로 산수(山水)를 표현하는 일본 특유의 정원 양식이에요. 산의 역할을 하는 돌만 남기고 강, 바다, 나무 등의 이미지는 생략해 보는이의 상상력에 맡기는 방식이죠. 그래서 ‘물 없는 정원’이라고도 불려요.
‘돌을 보지 말고, 돌을 놓은 짜임새를 보라.’
돌과 모래만으로 자연 풍경을 표현하는 가레산스이를 이해하기 위한 핵심이에요. 구성 요소 하나하나를 디테일하게 표현해야만 자연을 축소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연상을 할 수 있도록 전체의 틀을 구성하는 것만으로도 축경이 될 수 있다는 뜻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뜰 안에다가 자연을 담기 위해 생략해버린 꽃과 나무, 그리고 물이 눈에 아른거릴 수 있어요. 이 아쉬운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 어떤 방법을 썼을까요?
ⓒ료안지
《축소지향의 일본인》에서 시대의 석학 고 이어령 교수는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못한 나머지 자연은 뜰이 아니라 방으로 들였다고 설명해요. 꽃을 방 안에서 보기 위해 ‘꽃꽂이’를, 나무를 가까이서 대하기 위해 ‘분재’를 하나의 문화로 발달시켰다는 거예요. 물은 꽃꽂이와 분재를 풍경 삼아 마시는 차(茶)로 승화해, ‘마시는 자연’으로 방 안에 들였다는 거고요. 설득력 있는 해석이자 상상이에요.
이러한 일본인의 축소지향성을 또 다른 방식으로 보여주는 레스토랑이 있어요. 바로 교토에 있는 ‘류노히게 바이 미타테(Ryu no hige by MITATE, 이하 류노히게)’예요. 이곳에서는 줄이고, 생략하고, 축약하는 빼기의 미학으로 테이블 위에 교토라는 도시를 펼쳐내요. 식사를 하면서 교토 여행을 떠날 수 있게 해주는 거예요. 그렇다면 류노히게는 어떻게 교토를 축소해 테이블 위에다 구현했을까요?
ⓒ시티호퍼스
#1. 식탁 위에서 교토 여행을 떠나는 방법
류노히게는 교토 요리와 프렌치 요리를 퓨전한 레스토랑이에요. 오너 셰프인 코지 미타테는 교토에서 나고 자란 요리사죠. 전통적인 교토 요리에 독창성을 더하고 싶었던 그는 프렌치 요리를 독학으로 공부했어요. 둘을 섞으면 교토 요리만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새로운 장르를 선보일 수 있을 거라 생각했거든요. 그걸로도 부족해 미타테는 요리에다가 ‘교토 여행’이라는 세계관을 요리에 담고 싶었어요.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2022년에 오픈한 이 레스토랑, 뭔가 엉뚱해요. 고급 레스토랑인데도 불구하고 테이블에 포크, 나이프 등의 식기류를 세팅해주지 않아요. 대신 테이블에 앉으면 나무로 만든, 수상해 보이는 가방을 하나 건네주죠. 이 가방을 열면 코스 요리에 대한 설명서과 함께 식기와 와인잔 등이 들어 있어요. 그걸 꺼내서 테이블에다가 스스로 세팅을 하면 되는 거예요.
ⓒ시티호퍼스
그렇다면 류노히게에서는 왜 이렇게 불편한 방식으로 식사를 시작하는 걸까요? 이 레스토랑의 컨셉이 ‘테이블에서 떠나는 교토 여행’이기 때문이에요. 식기류가 담겨있는 가방은 여행 가방을 은유한 트래블 박스이고요. 이 가방을 여는 순간부터 교토 여행이 시작되죠. 결과적으로 테이블에 식기류가 준비되는 건 동일한데, 이렇게 하니 새로운 의미와 재미가 생겼어요.
준비물도 챙겼으니 이제 여행을 할 차례에요. 테이블에 앉아서 떠나는 목적지는 매달 바뀌어요. 계절의 아름다움과 제철 재료를 담기 위함이에요. 봄에는 만개한 벚꽃을 볼 수 있는 교토의 명소로, 초여름에는 비에 촉촉이 젖은 숲으로 떠나는 식이죠. 그렇다고 교토의 명소와 풍경을 정적으로만 펼쳐놓는 건 아니에요. 여행지에서 체험할 수 있는 액티비티까지 표현하거든요. 장면이 아니라 움직임을 어떻게 그릇에 담느냐고요?
코스의 첫 요리는 초여름, 햇살이 비치는 단풍나무 숲길을 걷는 부시워킹(Bushwalking)이에요. 상자와 함께 제공된 종이에는 ‘나뭇가지 사이에 숨겨둔 숟가락을 찾아보세요.’라는 메세지가 쓰여있죠. 셰프의 의도에 따라 나뭇가지 사이로 손가락을 넣어 헤집다 보면 숲속을 걷는 부시워킹의 감각이 떠올라요. 이처럼 숟가락을 숨겨두는 장치 하나로도 액티비티를 체험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어요.
ⓒ시티호퍼스
교토의 풍경을 담는 방식도 남달라요. 그릇 위에 시공간을 압축적으로 표현하거든요. 마지막 메뉴는 여름밤 반딧불이 날아다니는 숲속 개울가를 담은 요리인데요. 이 풍경을 표현하기 위해 필요한 소재는 몇 개일까요? 딱 4개예요. 검정색 그릇은 밤을, 슈가 파우더는 개울을, 노란색 소스는 반딧불을, 말차 초콜릿과 단풍잎은 숲을 상징해요. 마치 그릇 위에 음식으로 구현한 가레산스이 같아요. 요리로 표현한 이곳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시모가모 신사예요. 6월이 되면 경내의 타다스의 숲에서 반딧불을 방생하는 전통 행사가 열리는데, 그 장면을 재현한 거예요.
ⓒ시티호퍼스
생략하고 축약해서 새로움을 더하는 패턴은 고객 커뮤니케이션에서도 반복돼요. 류노히게의 런치 코스는 7개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보통의 고급 레스토랑에서는 메뉴가 바뀔 때마다 셰프나 직원이 직접 요리에 대해 설명해줘요. 그런데 류노히게에서는 이 과정을 생략해요. 대신 다음 코스로 넘어갈 때마다 편지 같은 종이를 건네주죠. 거기에는 목적지뿐만 아니라 장소에 대한 배경 지식, 먹는 방법, 식재료 정보까지 적혀 있어요. 편지를 쓰듯 스토리텔링을 했더니 미식 여행에 낭만이 더해졌어요. 앞서 설명했던 타다스 숲에 대한 설명을 볼까요?
ⓒ시티호퍼스
〈빛나는 반딧불과의 환상적인 다과회〉
우리의 마지막 목적지 시모가모 신사의 타다스 숲입니다. 매년 6월, 시모가모 신사는 ‘반딧불 다과회’를 열어요. 밤이면 개울가 위를 나는 최대 600마리의 반딧불을 볼 수 있답니다.
구아바와 홍차로 만든 케이크를 즐겨주세요. 음료도 선택하시고요.
커피, 홍차, 오렌지 주스, 카페 라테, 카푸치노, 에스프레소 중 무엇을 고르시겠어요?
- 디저트 코스 소개 중
첫 번째와 마지막 요리만 보면 아쉬울 수 있으니 코스의 중간에 나오는 요리도 소개할게요. 런치 코스의 네 번째 순서는 ‘핫슨’이에요. 핫슨은 ‘여덟 마디’라는 뜻인데, 한 마디는 약 3cm예요. 그러니 지름이 24cm 가량인 접시에 여러 가지 메뉴를 담아낸 요리죠. 계절감이 집약되어 있어 가이세키 코스의 백미라 불려요. 이렇게 셰프가 가장 공들인 플레이트의 설명은 특별히 종이접기인 ‘오리가미’로 해요. 종이접기를 풀어보는 무언의 시간은 요리를 더 기대하게 만들죠. 그런데 형형색색의 꽃들이 테두리를 둘러싸고 있는 이 요리는 어느 곳을 묘사한 걸까요?
ⓒ시티호퍼스
이번 요리의 목적지는 요코쿠지 사찰이에요. 물에 꽃을 띄운 장식인 ‘하나초즈’의 발상지죠. 그렇다면 요코쿠지는 어쩌다 하나초즈를 선보이게 됐을까요? 일본에는 신사에서 물로 손과 입을 씻는 초즈라는 풍습이 있어요. 그런데 코로나19 팬데믹 때 바이러스 감염 방지를 위해 일본 전역의 신사에서 초즈를 중지했죠. 요코쿠지는 초즈를 하던 곳을 그냥 두자니 허전해 보여서 여기에 꽃 장식을 하기 시작했어요. 이 장식이 온라인에서 입소문을 탔고, 하나초즈는 전국에서 사랑받는 플라워 아트가 됐죠. 여행지의 배경을 알고 나니 요리가 더 아름답게 다가와요. 맛은 말할 것도 없고요.
#2. 초콜릿에 자연을 담아내는 방법
류노히게에서 여행이라는 컨셉을 통해 궁극적으로 전하려는 메시지는 무엇일까요? 바로 ‘자연이 주는 축복’이에요. 이는 브랜드 로고에서도 확인할 수 있어요. 로고를 보면 사람의 손으로 산과 나무, 달과 해와 별 그리고 하늘에서 땅으로 떨어지는 물방울을 감싸고 있는데요. 자연을 소중히 대하면서 손으로 재창조하려는 의지가 엿보이죠.
ⓒ시티호퍼스
그런데 류노히게 매장 바로 옆에는 똑같은 로고를 사용하는 디저트 매장 ‘아마나 바이 미타테(AMANA by MITATE, 이하 아마나)’가 있어요. 미타테라는 이름을 보니 같은 셰프가 운영하는 매장이에요. 이 매장은 류노히게로 들어가는 입구에 위치해 있어, 레스토랑을 방문하는 고객이라면 들어갈 때 한 번, 나올 때 한 번씩 최소 두 번 지나갈 수밖에 없어요. 마치 류노히게가 제안하는 미식 여행의 시작과 끝을 담당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미타테가 전개하는 디저트 브랜드는 어떤 특징이 있는 걸까요?
ⓒ시티호퍼스
아마나의 매장 디스플레이는 간결해요. 군더더기 하나 없죠. 이곳에 물방울 모양의 초콜릿이 진열되어 있는데요. 색만 다를 뿐 모양도, 크기도 다 똑같아요. 그렇다면 동일한 디자인의 초콜릿으로 무엇을 표현하려고 했을까요? 미타테는 아마나를 통해 ‘자연의 은혜를 먹는 기쁨’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그리고 그 수단으로 앞서 로고에서 봤던 물방울을 선택했죠. 물방울은 프리즘처럼 빛의 모든 색을 머금을 수 있으니, 자연의 빛깔을 담기 위한 최적의 모티브인 거예요. 소재의 형태가 아니라 속성에 주목한 그는 물방울에 자연의 정수를 담기로 했어요.
ⓒAMANA BY MITATE
우선 자연이라는 대주제를 쪼갰어요. ‘태양과 달의 물방울’, ‘대지의 물방울’, ‘숲의 물방울’처럼요. 그러고는 각 시리즈에 어울리는 초콜릿 제품을 만들었어요. ‘태양과 달의 물방울’ 시리즈는 낮과 밤의 기온차 덕분에 더 맛있어진 찻잎이 주인공이에요. ‘대지의 물방울’ 시리즈에서는 발렌시아산 오렌지, 아오모리현의 사과, 미노오시의 유자 등 각 토지의 기운과 정취를 품은 과일을 사용했고요. 한편 ‘숲의 물방울’은 밤처럼 숲과 계곡에서 익어가는 열매가 주재료예요. 어떤 재료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초콜릿의 색이 다채로워지죠.
그리고 각 시리즈의 물방울이 머금은 다채로운 자연의 색은 매장 진열대 위에서 빛나요. 같은 모양, 같은 크기의 디저트를 일렬로 늘어놓으니 초콜릿들이 색의 그라데이션을 이루어 색감이 더 강조되거든요. 물방울 모양의 초콜릿에 자연의 반짝거림을 담겠다는 의도를 아마나만의 관점으로 재해석해서 선보인 거예요. 초콜릿 크기와 모양은 상수로, 색깔은 변수로 만들어 브랜드의 핵심 가치를 간결하게 전달하고 있기도 하고요.
아마나의 또 다른 디저트 라인은 ‘상자 정원’인데요. 커피 푸딩, 녹차 초콜릿, 녹차 앙금, 코코아 쿠키로 만든 이끼 테라리움이에요. 참고로 테라리움은 테라(Terra), 땅와 아리움(Arium), 공간의 합성어로, 유리 용기 안에 흙과 식물로 꾸민 작은 자연을 의미해요. 이 상자 정원 디저트는 용기를 제외한 모든 구성 요소를 먹을 수 있어요. 자연을 축소해, 아마나가 추구하는 자연의 은혜를 통째로 먹는 듯한 기쁨을 전해주는 디저트죠. 물방울 초콜릿이건 상자 정원이건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를 놓치지 않는 거예요.
ⓒ시티호퍼스
#3. 와인을 향기와 페어링하는 방법
미타테는 이렇게 줄이고, 생략하고, 축약하며 교토의 풍경과 자연을 음식과 디저트에 구현하고 있어요. 그런데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가요. 교토의 아라시야마 지역에서 운영하는 또 다른 레스토랑 ‘아라시야마 미타테’에서 자연을 진짜 물방울 안에 담거든요. 와인 페어링을 통해서요.
아라시야마 미타테는 기발한 방식으로 와인 페어링을 시도했어요. 맛이 아니라 향기로 페어링을 제안하는 거예요. 라벤더, 장미, 레몬, 산초 등 자연의 재료를 증류시켜 맛은 쏙 빼고 향만 머금은 액체를 추출한 후, 와인에 몇 방울 떨어뜨리는 식이에요. 추출액은 맛이 나지 않아 와인에 섞이더라도 본래의 맛을 해치지 않아요. 향으로 풍성함만을 더해주죠. 이렇게 페어링하면 똑같은 와인을 마시더라도 잔마다 서로 다른 향이 나는 와인을 마실 수 있어요.
향기 페어링 코스는 와인뿐만 아니라 차에도 적용할 수 있어요. 만약 홍차를 선택하면 요리가 나올 때마다 새로운 잔에 홍차를 담아 그 안에 천연 향료를 떨어뜨려줘요. 향료의 종류는 레몬, 라벤더, 월계수, 계피, 팔각, 커피까지 6종이죠. 같은 차를 마시면서도 다양한 변주를 즐길 수 있는 건 자연을 ‘한 방울’의 크기로 응축한 덕분이에요. 여기서도 줄이고, 생략하고, 축약해서 재창조하는 미타테의 주특기가 빛을 발해요.
한편, 가루로 접시 위에서 꽃이 피는 순간을 보여주기도 해요. 마술도 아니고 가루로 어떻게 꽃을 피우냐고요? 서로 다른 색의 슈가 파우더를 미리 깔아두고, 스프레이를 뿌리면 꽃의 색이 살아나요. 진짜 꽃잎 없이 꽃이 피는 순간을 표현한 거예요. 이처럼 자연의 축복을 중요시하는 미타테는 계절마다 다른 풍경을 그릇 안에 숨겨둬요. 때로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등 셰프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적어두기도 하죠. 마치 영화 속에 숨겨둔 이스터 에그*처럼요.
*이스터 에그: 제작자가 책ㆍ영화 등에 의도적으로 숨겨놓은 메시지를 말해요.
그뿐 아니에요. 2020년에 아라시야마 미타테에서 ‘오세치’를 출시했는데요. 오세치는 새해를 기념하며 먹는 일본의 명절 음식이에요. 한 해의 행복을 기원하는 음식인 만큼 비주얼이 화려하고 의미가 남다르죠. 아라시야마 미타테는 새해 맞이로 먹는 오세치 디저트를 선보이면서 교토의 거리를 축약해 담기로 했어요. 다만 음식이 아니라 상자에다가 표현했죠.
방법은 간단해요. 아라시야마 미타테는 25개의 구획으로 나누어진 상자에다가 오세치 디저트를 올렸어요. 그냥 칸을 반듯하게 구분해 놓은 상자처럼 보이지만, 이 상자로 교토가 일본의 수도로 자리 잡던 8세기 말의 거리를 상징했죠. 당시에 중국 당나라의 수도인 장안성을 벤치마킹해 교토를 계획도시로 설계했는데요. 지도를 보면 그 모습이 바둑판처럼 잘서정연했거든요. 랜드마크 하나 없이 도시를 은유한 셈이에요. 이처럼 아라시야마 미타테는 물방울, 가루, 상자에다가 있는 듯 없는 듯 도시의 풍경과 자연을 담아내면서, 응축의 기술을 정점으로 끌어올렸어요.
응축할수록 본질이 빛나는 ‘빼기의 미학’
류노히게, 아마나, 아라시야마 미타테 등 미타테가 전개하는 브랜드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어요. 매장 인테리어, 제품 기획, 디스플레이, 서비스 등 모든 것을 간결하게, 집약해서, 함축적으로 표현한다는 거예요. 부차적인 것들을 없애고 에센스만 남겨놓아 전달력의 순도가 올라가죠. ‘빼기의 미학’이에요. 하지만 빼기의 미학을 완성하려면 충분 조건이 필요해요. 이쯤에서 서두에 설명했던 가레산스이를 이해하기 위한 핵심을 다시 짚어볼게요.
‘돌을 보지 말고, 돌을 놓은 짜임새를 보라.’
그렇다면 가레산스이에서 돌을 놓은 짜임새를 보면 정원이 보일까요? 물론 돌을 볼 때보다는 자연 풍경을 더 잘 그려볼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모두가 서로 다른 자연 풍경을 떠올리겠죠. 가레산스이를 만든이가 생략한 강, 바다, 나무 등의 이미지는 보는이가 스스로 채워야 하니까요. 그래서 덜어내고 응축할수록 본질이 살아나는 빼기의 미학은 상상력을 만날 때 더 빛나요. 상상력이 충분 조건인 셈이죠.
가레산스이에서 ‘돌은 돌이고 모래는 모래다.’라고 하면 아무 풍경도 볼 수 없어요. 마찬가지로 미타테가 운영하는 3곳의 매장에서도 음식을 있는 그대로만 바라보면 그의 기획의도와 독창성이 반감될 수밖에요. 반대로 상상력이 풍부하다면 교토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교토를 마주할 수 있을 거고요. 미타테가 추구하는 빼기의 미학을 경험하러 갈 때 상상력을 챙겨가야 하는 이유예요.
Reference
• 현재의 코로나로 인해 재조명되고 있는 ‘하나초즈’, 사찰에서 즐기는 힐링 타임!, LIVE JAP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