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할 뻔한 가구 브랜드는 어떻게 오프라인 매장으로 부활했나

RH

2022.11.25

지난 10년 간 테슬라 다음으로 주가 상승률이 높은 기업은 어디일까요? 애플,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나이키, 스타벅스, LVMH, 에르메스 등. 이정도를 떠올리면 답이 있을까요? 그렇지 않아요. 저마다 추가적으로 떠올리는 기업이 다르겠지만, 답을 말씀드리면 두번째 자리는 프리미엄 가구 브랜드 ‘RH’가 차지하고 있어요. RH는 2012년 11월에 재상장한 이후 테슬라 다음으로 높은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죠.  


여전히 위의 예시에 나온 기업들보다 낯설고 관심도가 떨어진다고요? 그러면 이런 설명은 어떨가요. 투자의 전설 워렌버핏이 이 기업의 가치를 알아보고 2019년에 투자했어요. 이제 관심이 조금 더 생기려나요. 이렇게까지 이 기업을 수식하는 건, 투자하라는 뜻이 아니에요. 오프라인 비즈니스가 위기를 겪고 있는 이 험난한 시기에 RH가 오프라인 비즈니스의 희망의 편에 서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죠.


오프라인 매장, 멤버십 비즈니스, 럭셔리 라이프스타일. 이 3가지 키워드에 관심이 있다면, 이 기업에 관심을 가지고 꼭 벤치마킹해봐야 해요.


RH 미리보기

 벼랑 끝에 서서 ‘럭셔리’라는 날개를 달다

 #1. 역사적 건축물의 상징성을 등에 업는다

 #2. 먹는 경험은 온라인이 대체할 수 없다

 #3. 멤버십 중심의 매출 구조로 체질을 개선한다

 #4. 럭셔리 라이프스타일의 경계를 허문다

 매장은 럭셔리를 빛내는 겸손한 미디어다




‘오프라인의 종말(The retail apocalypse)’.


이 극단적 주장처럼 종말이 올지는 모르겠지만 오프라인 비즈니스가 위기인 건 분명해요. 장난감 왕국 ‘토이저러스’, 프리미엄 식료품 체인점 ‘딘앤델루카’, 전통의 패션 브랜드 ‘브룩스 브라더스’ 등 미국의 내로라하는 브랜드들이 속절없이 무너졌으니까요. 일시적 현상도 아니에요. 글로벌 금융 기관인 ‘UBS’는 2025년까지 미국의 10만여 개 매장이 문 닫을 거라 예측했죠.  


한편, 정반대의 상황도 벌어지고 있어요. 온라인 커머스로 성공한 D2C 브랜드들이 오프라인에 매장을 내기 시작한 거예요. 안경의 유통 구조를 혁신한 ‘와비파커’, 투명한 원가 공개로 신뢰를 얻은 ‘에버레인’, 밀레니얼 세대가 열광하는 뷰티 브랜드 ‘글로시에’ 등 많은 브랜드들이 오프라인으로 나오고 있죠. 오프라인이 위기라는 걸 모를 리 없는데, 어째서 온라인 커머스 브랜드들은 오프라인 매장을 여는 걸까요?


이를 이해하려면 온라인 커머스의 본질적 속성을 알아야 해요. 온라인 커머스의 핵심은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가상의 공간에서 제품을 판다는 거예요. 진열 공간이 필요 없으니 임대료를 절약할 수 있고, 품목 수를 원하는 만큼 늘릴 수 있으며, 고객의 지역적 범위도 확장할 수 있죠. 임대료 등의 비용은 제한적인데 매출 상한이 열려 있어 경쟁력이 생길 수밖에요. 하지만 물리적 공간이 필요 없다는 게 꼭 긍정적으로만 작용하는 건 아니에요. 


가상의 공간은 접근성에서 양면성을 가지고 있어요. 접근은 쉽지만, 눈에 보이지 않아 매장의 존재를 모르면 사실상 방문하기 어렵죠. 이 가상의 공간에 트래픽을 유도하려면 광고비를 써야 해요. 그럼에도 광고비가 매장을 운영하는 비용보다 저렴해서 여전히 온라인 커머스는 경쟁력을 가졌어요. 그러니 D2C 온라인 커머스 브랜드들이 우후죽순 늘어났죠. 미국의 경우 2020년까지 지난 3년간 연평균 37% 성장했을 정도예요.


이렇게 늘어난 브랜드들은 스스로를 알리기 위해 광고를 해야 해요. 문제는 아무리 온라인이라 해도 유의미한 광고 슬롯을 무한정 늘릴 수는 없다는 거죠. 검색 키워드와 연계된 자리도 한정적이고, SNS 타임라인에 노출시킬 수 있는 광고의 양도 적정 수준으로 관리되고 있어요. 그래서 광고하려는 수요는 느는데, 광고 슬롯이 그 속도를 따라가기 어려워 광고 단가가 점점 올라가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거예요. 


여기에다가 경쟁이 치열해지니 구매전환율이 낮아져 동일한 매출을 올리려면 더 많은 트래픽을 유도해야 해요. 그뿐 아니라 개인정보 보호 이슈로 타깃팅이 어려워져 광고 효율도 떨어지고 있어요. 그만큼 광고비 지출이 커지는 거예요. 이러한 상황에서 D2C 온라인 커머스 브랜드들이 문제 해결을 위해 주목한 것이 역설적이게도 오프라인 매장이에요. 오프라인 매장을 ‘매체’로 바라보기 시작한 거죠. 


매장의 미디어화. 여기에 오프라인 비즈니스의 가능성이 있어요. 심지어 오프라인 매장은 비용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효과적인 측면에서도 유리하죠. 브랜드를 더 입체적이고 직접적으로 고객에게 전달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D2C 온라인 커머스 브랜드도 아닌데 이 흐름을 일찌감치 알아본 리테일 브랜드가 있죠. 바로 ‘RH(Restoration Hardware)’예요. 



벼랑 끝에 서서 ‘럭셔리’라는 날개를 달다

RH는 미국의 대표적인 럭셔리 가구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예요. 1979년에 캘리포니아 유레카 지역에서 시작했는데, 처음부터 럭셔리를 지향했던 건 아니에요. 창업 당시에는 빅토리아 스타일의 빈티지한 고품질 가구를 대중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사업을 하고자 했어요. 베이비부머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면서, 북부 캘리포니아와 보스턴을 중심으로 사업 초기 빠르게 성장했죠. 1998년에는 상장까지 했고요.  


하지만 잘 나가던 RH에게 2000년대 들어 위기가 찾아왔어요. 미국 주택 시장이 침체 되면서 가구 수요가 타격을 받았죠. 경쟁의 틈바구니 속에서 나름대로 버티고 있었는데, 그러다 결정타를 맞았어요. 2008년에 금융위기가 닥친 거예요. 이때 RH는 파산 위기에 몰리며 상장폐지까지 하게 됐죠. 구조조정을 시작했어요. 단순히 인력을 감원하는 게 아니에요. 비전, 전략적 방향성 등 RH가 새롭게 거듭나기 위한 총체적인 변화를 시도했죠.


RH는 선택의 기로에 섰어요. 럭셔리 브랜드로 포지셔닝을 바꿀 것인지 말지를 고민한 거예요. 럭셔리 브랜드 시장이 수익성이 높지만, 시장 상황이 만만치가 않았어요. 업계에서는 금융위기로 인해 소비자들이 럭셔리 제품 소비를 줄일 거로 예측했거든요. 실제로 경쟁자였던 Pottery Barn과 Williams-Sonoma는 오히려 가성비를 추구하는 소비자를 타깃하면서 하이엔드에서 벗어나는 분위기였어요.


절대절명의 고민 속에서, RH는 럭셔리를 추구하기로 결정했어요. 불경기와 상관없이 럭셔리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니치(Niche) 고객은 분명히 있을 거라 판단했으니까요. 그리고는 럭셔리 브랜드로 도약하기 위한 시동을 걸었죠. 결과는 성공. 2010년부터 2014년까지 매년 20%씩 성장하면서 위기에서 탈출했어요. 2012년에는 브랜드 이름도 Restoration Hardware에서 RH로 바꿨죠. 하지만 진정한 럭셔리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이걸로 충분하지 않았어요.



갤러리 샌프란시스코입니다. ⓒRH



#1. 역사적 건축물의 상징성을 등에 업는다

RH는 럭셔리 브랜드로 포지셔닝하기 위해 오프라인 매장에 초점을 맞췄어요. 물론 그 때 당시에는 오프라인 비즈니스가 건재할 때니 당연한 선택이라고 볼 수도 있어요. 하지만 RH는 접근을 달리 했어요. 오랜 역사를 가진 상징적인 건축물을 플래그십 스토어로 탈바꿈하기 시작한 거예요. RH의 변화를 이끌고 있는 CEO 게리 프리드먼(Gary Friedman)는 RH의 플래그십 스토어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죠.


“우리는 건축물의 오리지널 디자인을 되찾고, 회복시키며, 공간을 새롭게 재해석합니다. 지역 커뮤니티에 다시 연결되고 영감을 줄 수 있도록요.”

(Our vision is to reclaim and restore the building’s original design, and then reimagine the space, making it once again relevant and inspiring to the community.)


그리고는 이 플래그십 스토어에 ‘갤러리(Gallery)’라는 이름을 붙였어요. 가구를 구매하는 쇼핑의 공간이 아니라, 미술 작품을 관람하듯이 가구가 주는 느낌과 분위기를 경험할 수 있게 하는 공간임을 강조하기 위해서죠. 그렇게 2013년에 자연사 박물관으로 쓰였던 건물을 리모델링해 첫번째 갤러리인 ‘갤러리 보스턴’을 오픈했어요. 이후 2014년에는 국가 사적으로 등재되어 우체국으로 사용하던 건물을 ‘갤러리 그리니치’로, 2016년에는 여성 예술가들의 레지던스로 쓰이던 역사적 건물인 Three Arts Club을 ‘갤러리 시카고’로 탈바꿈하며 갤러리를 늘려갔죠.



갤러리 보스턴입니다. ⓒRH



갤러리 그리니치입니다. ⓒRH



갤러리 시카고입니다. ⓒRH


상징적으로 몇 개만 한 게 아니에요. 2021년 말 기준, RH가 운영하는 4개지 타입의 67개 갤러리 중 플래그십 스토어 형태의 디자인 갤러리가 27개로 40% 이상을 차지할 정도예요. 2013년부터 열기 시작했으니 연간 3.5개 정도씩 오픈한 거예요. 계속해서 늘려갈 계획이고요. 이렇게 하니 자연스럽게 럭셔리 브랜드로서 클래식하면서도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입혀져요. 광고만으로 ‘럭셔리’, ‘클래식’ 등을 강조해서는 달성하기 힘든 효과죠.



갤러리 뉴욕입니다. ⓒRH



갤러리 애틀랜타입니다. ⓒRH



갤러리 웨스트팜입니다. ⓒRH



갤러리 보스턴입니다. ⓒRH



#2. 먹는 경험은 온라인이 대체할 수 없다

RH는 오프라인 매장을 매체 삼아 사람들에게 럭셔리 브랜드라는 걸 인지시켰어요. 기왕 돈 들여서 입이 떡 벌어지는 오프라인 매장을 만들었는데, 사람들이 더 많이 찾아오면 좋겠죠. 그래야 RH가 럭셔리 브랜드라는 걸 더 널리 알릴 수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가구만 판매해서는 더 많은 사람들을 더 자주 불러모으기 어려워요. 가구가 일상적으로 구매하는 제품은 아니어서죠.


그래서 RH는 세번째 갤러리인 RH 시카고에 레스토랑, 와인바, 카페 등을 함께 열었어요. 사람들은 꼭 가구를 알아보거나 살 일이 없어도 갤러리에 갈 이유가 생겼죠. 식사를 하면서, 커피나 와인을 마시면서 자연스럽게 RH의 제품뿐만 아니라 RH가 추구하려는 럭셔리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경험도 할 수 있고요. 사람들에게 더 많이, 더 자주 노출되면서, 입소문 또는 SNS 등을 통해 RH도 더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죠.



RH 시카고의 레스토랑 ⓒRH



RH 시카고의 와인바 ⓒRH


언뜻 보기엔 이케아(IKEA)에 있는 레스토랑처럼 가구 매장의 전형적인 구성이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하지만 근본적인 차이가 있죠. 이케아의 레스토랑은 가구를 사다가 쉬어가는 혹은 가구 구매를 마친 후에 허기를 달래는 공간인 반면, RH의 레스토랑은 가구 구매와 관계없이 이곳 자체가 목적인 공간이에요. 분위기만큼이나 맛을 강조하면서 고급 레스토랑 그 본연의 기능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거예요. 그래야 집객 효과가 생기고, 자연스럽게 RH 제품과 라이프스타일을 알리면서 제안할 수 있으니까요.



RH 샌프란시스코의 레스토랑 ⓒRH



RH 뉴욕의 레스토랑 ⓒRH



RH 내슈빌의 레스토랑 ⓒRH



RH 웨스트팜의 레스토랑 ⓒRH


이렇게 접근하니 레스토랑을 비롯한 식음료 공간 자체의 성과도 좋을 수밖에요. 초기에는 4개 매장에서 연간 약 1천만 달러(약 135억원)정도의 매출이 발생해 매장당 연간 평균 매출 250만 달러를 기록했죠. 그리고 2022년 10월 기준으로는 15개의 매장에서 약 1천만 달러의 연간 평균 매출을 올리고 있고요. 5년 사이에 매장당 평균 매출이 4배 증가한 셈이에요. 그리고 이 수치는 미국 레스토랑 협회가 발표한 미국의 전형적인 레스토랑 연간 평균 매출의 10배가 넘어요.



#3. 멤버십 중심의 매출 구조로 체질을 개선한다

RH는 2016년에 또다른 큰 변화도 시도했어요. 연간 멤버십을 도입한 거예요. 연간 100달러(현재는 175달러)를 내고 멤버십에 가입하면 25%의 할인 혜택을 제공하죠. 심플하고 별거 아닌 거처럼 보이지만, 업계에선 파격적인 시도예요. 프로모션 중심의 판매에서 벗어나 멤버십 중심의 판매로 전환하는 거니까요.


일반적으로 가구 매장의 매출은 시즌성이 있어요. 크리스마스, 발렌타인데이, 부활절, 여름 휴가, 추수감사절 등에 대대적인 프로모션과 할인을 통해 매출을 올리죠. 하지만 이 방식의 중대한 문제점이 있어요. 프로모션이 끝나고 재고가 남는다는 거예요. 수요 예측을 정확히 하고, 기대 이상의 반응이 있다면 좋으련만 늘 그런 건 아니니까요. 재고를 처리하지 못하면 도리어 수익성이 악화되는 결과를 초래하죠. 


그래서 RH는 과감하게 프로모션 행사를 없앴어요. 그리고 멤버십을 통한 상시 할인 방식으로 판매를 하죠. 연간 100달러를 내면 25%를 할인해주니, 고객 입장에서는 400달러(약 54만원)이상 구매할 경우 멤버십에 가입하는 게 경제적으로 유리하죠. RH에서는 뭘 사더라도 400달러는 금방 넘으니 사실상 멤버십에 가입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셈이에요.




2016년에 멤버십을 시작했는데, 2017년 기준으로 멤버십 가입자수는 405,000명. 1년 사이에 폭발적으로 40여만명을 새로 모았다기보다, 기존 적립 멤버십 등을 전환한 거로 봐야해요. 그 후로 2021년까지 5년 동안 추가로 54,000여명을 더 모은 걸 보면요. 2021년 멤버십 가입자수는 459,000명으로 2017년 대비 13% 밖에 늘어나지 않은 수치죠. 연평균 성장률로 따지자면 3.2%이니 더 저조해 보이고요.


그럼 이런 의문이 들 수 있어요. 차라리 프로모션 행사를 하는 게 나은 거 아닌가라는 반문이죠. 하지만 멤버십 1인당 매출을 보면 생각이 달라질 거예요. RH 핵심 사업부문 매출의 97%가(2019년까지는 95%) 멤버십으로부터 발생했는데, 멤버십 1인당 매출은 2017년 대비 38% 정도 증가했어요. 멤버십 가입 혜택이 크니, 다음에 살 때 또 방문하는 재구매율이 높아지고 한 번에 다른 제품들까지 사는 크로스셀링이 더 많아진 거예요. 신규 고객보다 기존 고객의 매출 기여도가 높아졌으니 매출 구조가 더 건강해진 건 물론이고요.



#4. 럭셔리 라이프스타일의 경계를 허문다

RH는 집이라는 사업 영역에만 갇혀 있지 않아요. 집에서 여행으로, 틀을 깨고 나오고 있죠. 그 중간 단계로 2019년에 RH 비치 하우스(Beach house)와 RH 스키 하우스(Ski house)를 선보였어요. 여름 휴가와 겨울 휴가 때 여행가서 주로 사용하는 별장에 적합한 가구나 제품 등을 큐레이션하고 판매하는 거예요. 별장이면 집과 여행 사이에 있는 셈인데, 이후에는 보다 직접적으로 여행 산업에 노크하기 시작했어요.


2021년에 RH는 프라이빗 비행기인 ‘RH1’을 띄웠어요. 12인용의 비행기인데, 눈에 보이는 불필요한 요소를 최대한 제거해 심플하게 실내 공간을 디자인한 게 특징이에요. 이어 두번째 프라이빗 비행기인 ‘RH2’, 프라이빗 요트인 ‘RH3’를 런칭했죠. 3가지 모두 프라이빗하면서도 럭셔리한 여행을 즐기고자 하는 고객들을 위한 서비스예요. 초럭셔리 브랜드로 포지셔닝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죠.



프라이빗 비행기 RH1입니다. ⓒRH



RH1의 내부입니다.ⓒRH



프라이빗 요트 RH3입니다. ⓒRH


탈 것뿐만 아니에요. RH는 호텔도 런칭했어요. 이름은 RH 게스트하우스. ‘게하’라는 약어로 불리는 곳들과는 차원이 달라요. 객실은 9개뿐이고, 체크인부터 시작해서 루프탑 가든과 수영장 이용까지 프라이빗하게 할 수 있어요. 심지어 프라이버시를 위해 개인 전용 짐(Gym)이 모든 방에 딸려 있을 정도예요. 여기에다가 SNS에도 못 올리는 게 원칙이죠. RH는 여행 산업에서 프라이버시 보호를 추구하는 여행 시장이 커질 것으로 보고, 관련 공간 및 서비스를 늘려가는 거예요.



뉴욕의 RH 게스트하우스입니다. ⓒRH



RH 게스트하우스의 와인바 ⓒRH



RH 게스트하우스의 수영장 ⓒRH


갤러리, 전용기, 요트, 호텔까지. RH는 오프라인 비즈니스 영역을 늘려가면서 럭셔리 브랜드로 포지셔닝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끊임없이 하고 있죠. 물론 럭셔리 브랜드가 되는 건 긍정적인 일이지만, 도대체 왜 RH는 럭셔리 브랜드가 되는 것에 이토록 진심일까요? CEO 게리 프리드먼이 자주 인용하는 LVMH의 CEO 베르나르 아르노의 말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어요.


“럭셔리 제품은 럭셔리한 마진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영역입니다.”




그렇다면 RH는 럭셔리한 마진을 얻고 있을까요? 2017년에 4.8%에 불과했던 영업이익률이 2021년에는 24.7%까지 높아졌어요. 2021년 한해 반짝 거린 거 아니냐고요? 2018년에는 10.4%, 2019년에는 13.7%, 2020년에는 16.4% 였으니 영업이익률이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고 볼 수 있죠. CEO인 게리 프리드먼이 향후에도 영업이익률 25% 이상을 유지할 거란 자신감을 내비칠 정도로 체질이 개선된 거예요.



매장은 럭셔리를 빛내는 겸손한 미디어다

오프라인 비즈니스를 통해 럭셔리 브랜드로 포지셔닝하고 마케팅하는 건 알겠어요. 그런데 2가지 궁금증이 생겨요. 하나는 기존 매체 광고는 유지하면서 오프라인 매장을 추가적으로 보완한 게 아닌가라는 의문. 또다른 하나는 오프라인 매장을 매체화한다고 랜드마크적인 건축물을 통째로 갤러리로 바꾼다면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죠. 디자인 갤러리 하나당 평균 면적이 3112로 규모도 크고, 갤러리 내부로 들어가보면 보통 럭셔리하게 꾸며 놓은 게 아닌데 말이죠.


먼저, 기존 매체 광고에 대해서 살펴볼게요. RH는 기본적으로 온라인 광고에 소극적이에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그 흔한 자체 SNS 사이트조차 운영하지 않고 있어요. 그럼 제품 소개 등 마케팅은 어떻게 하냐고요? 소스북(Source book)이라고 부르는 카탈로그를 통해서 해요. 기존 광고 매체 역시도 오프라인을 선택한 거죠. 물론 온라인 버전으로도 배포를 하긴 하지만요.




멤버십을 도입한 이후 광고비 내역을 보면 2017년에 1억 7백만 달러(약 1,445억원)을 지출했는데, 2020년에 5,900만 달러(약 797억원)로 2017년 대비 1/2 수준으로, 2021년에는 4,000만 달러(약 540억원)로 2017년 대비 1/3에 가까운 수준으로 광고비가 급격히 줄어들어요. 반면 소스북 제작에 필요한 비용은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죠. 갤러리와 멤버십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에요. 참고로 나머지 광고비도 주로 잡지의 지면 광고에 집행하고 있고요.


다음은, 갤러리를 오픈하고 유지하는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지를 알아볼게요. RH 갤러리가 들어서면 건물의 가치가 높아지고 유동인구가 늘어나는 효과가 생겨요. 그래서 RH는 건물주와 계약할 때 협상력을 가지고 있죠. 상대적으로 적은 자본(Capital light)으로 임대하는 게 가능한 거예요. 어느정도냐면, 초기 투자비의 65%에서 많게는 100%까지 건물주가 부담을 하죠. 초반에는 35%~50% 수준의 지원을 받았으니, 초기 투자비가 2배 가까이 줄어들었다고 볼 수 있죠.


게다가 갤러리에서 창출하는 매출로 초기 투자비를 비교적 빠른 기간 내에 회수할 수도 있어요. 실제로 RH 뉴욕의 경우 5천만 달러(약 675억원)의 초기 투자비가 들어갔는데, 매년 약 1억 달러(약 1,350억원)의 매출에 28%의 수익을 기록하면서 2년 만에 초기 투자비를 상쇄할 수 있을 정도였죠. 여기에다가 직접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에 갤러리를 오픈하기 시작하고, 부동산 개발업체와 JV로 갤러리를 개발하는 경우도 도입하고 있으니 갤러리를 열 때 들어가는 비용 부담도 점점 줄어들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CEO 게리 프리드먼의 설명을 덧붙여 볼게요.


“온라인 광고는 트래픽수, 경쟁 상황 등에 의해 가격이 올라가지만, 오프라인 매장은 고정적인 비용으로 브랜드를 알릴 수 있습니다.”


이정도면 오프라인의 반격을 넘어 오프라인의 진격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RH가 오프라인 비즈니스에 불어넣어갈 상상력이 궁금해집니다.




Reference

 <오프라인의 모험>, 이동진, 블루랍스터

 RH 공식 홈페이지

• RH annual report

 The Company Once Known as Restoration Hardware Is Opening Restaurants. Why?, NYtimes

 Gary Friedman Presents A New Expansive Luxury Vision For RH, But Can His Dream Become Reality?, Pamela N. Danziger, Forbes

 How once-quirky homeware store RH became a skyrocketing luxury stock, Robert Ferris, CNBC

 RH San Francisco’s Impressive 80,000-Square-Foot Design And Dining Destination At Historic Pier 70, Chelsea Davis, Forbes

 RH Guesthouse Opens Its First Hospitality Concept In The Heart Of New York City, Erica Wertheim Zohar, Forbes

 Restoration Hardware invests $105M in Aspen real estate ‘ecosystem,’ 2022 plans include retail, restaurants, suites, spa, etc., Erica Robbie, Aspen Daily News

 RH, Formerly Restoration Hardware, Opens Its First Overnight Hospitality Experience in NYC—Just Don’t Call It a Hotel, EMMA REYNOLDS, Robbreport

 RH doubles down on experiential brick-and-mortar retail—and hospitality, Marianne Wilson, Chain Store Age

 RH Proves Retail Is Far From Dead With New $50 Million Manhattan Location, Warren Shoulberg, Forb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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