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폰(Dumb phone)’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직역하면 ‘바보폰’, 흔한 말로 ‘벽돌폰’이라고 하죠. 통화, 문자 등 기본적인 기능밖에 없는 피쳐폰을 의미해요. 그런데 이 덤폰이 MZ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어요.
어느정도냐면요. 최근에 배우 한소희가 인스타그램에 폴더폰을 사용하고 있는 사진을 업로드했어요. 래퍼 켄드릭 라마는 직접 덤폰 제조 회사와 협업해 덤폰을 제작했고요. 한 두명의 인플루언서의 돌발행동이 아니에요. 맥주 브랜드 하이네켄은 2024년 4월에 콜라보하여 덤폰을 5,000대 한정으로 출시했어요. 바비 인형으로 유명한 마텔도 덤폰을 콜라보로 선보일 계획이죠.
트렌드가 돌아오면, 기존의 헤리티지 있는 브랜드가 다시 각광받기 마련이잖아요. 이번에 다시 재조명된 브랜드는 다름 아닌 노키아예요. 오래 전 망한 줄 알았던 노키아가, 어떻게 다시 피쳐폰 업계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게 됐을까요?
노키아 미리보기
#1. 위기 극복을 위해서라면 헤리티지도 버린다
#2. ‘덤폰’ 붐, 노키아의 헤리티지가 빛을 발하다
#3. 덤폰 + 뉴트로 = 오래될수록 트렌디하다
노키아에서 ‘노키아’를 뗀 HMD으로
지난 2024년 7월 4일, 영국의 명문 고등학교 이튼 칼리지(ETON College)에서 독특한 규정을 만들었어요. 캠퍼스 내에서 학생들의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한 것이죠. 그 대신, 학교는 14세가 되는 학생들에게 노키아 핸드폰을 제공했어요. 통화와 문자 기능만 있는, 우리가 흔히 ‘벽돌폰’이라고 부르는 피쳐폰이죠.
명문 학교가 이런 규정을 내놓은 건 이튼 칼리지가 처음이 아니에요. 앨린스, 브라이튼, 토마스 칼리지 등 많은 학교가 스마트폰을 금지하고, 피쳐폰 사용을 권하고 있어요. 스마트폰이 청소년 시기에 정신적으로 안 좋은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해서예요.
실제로 스마트폰이 정신 건강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 보고가 많이 있어요. 우리나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실시한 ‘2023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에 따르면 만 3~69세 스마트폰 이용자 2만 2,844명 중 23.1%가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이라고 하죠. 2022년 미국 아칸소대 연구팀은 소셜미디어 사용 시간과 우울 증상이 비례하다는 걸 밝혀냈고요.
특히, 젊은 세대에게 스마트폰이 주는 악영향에 대한 걱정이 불거지고 있어요. 이에 따라 새롭게 등장한 트렌드가 있어요. 이튼 칼리지처럼 학교가 제재하지 않아도, 스스로 피쳐폰을 사용하는 거죠. 일명 ‘덤폰(dumb phone)’ 트렌드예요. 직역하면 ‘바보폰’이라는 뜻인데, 통화나 문자 같은 기본적인 기능만 있는 피쳐폰에 붙는 별명이에요.
덤폰의 유행으로 다시금 떠오른 브랜드가 있어요. 한때 휴대폰 사업으로 정점을 누렸던 노키아(Nokia)가 그 주인공이죠. 노키아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밀려났지만, 여전히 노키아 해리티지의 피쳐폰을 만들어왔는데요. 그 뚝심이 덤폰을 사용하는 트렌드에 힘입어, 다시금 재조명된 거예요. 노키아 휴대폰을 제조하는 회사 HMD의 피쳐폰 판매량은 2022년 대비 두 배(2024년 3월)로 증가했어요.
ⓒHMD
#1. 위기 극복을 위해서라면 헤리티지도 버린다
덤폰으로 인해 노키아가 부활한 걸까요? 사실, 노키아는 이미 한 번의 부활을 거쳤어요. 우리가 여전히 ‘망한 휴대폰 회사’라고 인식하는 이유는 노키아가 B2C 사업에서 B2B 사업 중심으로 전환해 대중에게 잘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죠. 덤폰 이야기에 앞서, 노키아의 부활 스토리를 잠시 들여다 볼까요?
노키아는 1858년 핀란드에서 시작된 기업이에요. 원래는 종이를 만드는 제지 펄프 공장이었죠. 1871년, 본사가 있던 마을의 이름을 따서 노키아라는 사명을 갖게 됐고요. 전자 장비를 처음 만든 건 1960년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타이어, 고무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했던 것의 일환이었죠.
다만, 기준 없는 카테고리 확장을 오히려 독이 됐어요. 노키아는 1980년대 처음으로 파산 위기를 맞게 되죠. 그 위기를 딛고 일어설 수 있었던 이유가 1990년대 들어서 확장했던 사업을 분리 매각하고, 통신 기술 분야에 집중했기 때문이에요. 그러면서 노키아는 휴대폰 제조로 전성기를 맞이하죠.
2000년대 노키아는 모토로라와 함께 휴대폰 업계의 양대산맥을 이뤘어요. 2007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49.4%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했죠. 전 세계 사람들 중 절반이 노키아 휴대폰을 들고 다닌 셈이죠. 2000년대 출시된 노키아의 베스트셀러 3310 모델은 전 세계 1억 2,600만 대가 팔렸을 정도로 ‘세계 어디를 가도 발에 치인다’는 농담까지 생겼었어요.
그랬던 노키아 고꾸라지기 시작한 건 2010년대예요. 이유가 짐작 가시나요? 노키아가 최고 매출을 찍었던 2007년, 스티브 잡스가 최초의 아이폰을 발표했죠. 그 뒤로 노키아는 애플, 삼성과의 스마트폰 경쟁에 밀려 2014년에 최저 매출 117억 6천만 유로(약 17조 6000억원)를 기록해요. 2007년 판매 매출 510억 6천만 유로(약 76조 4800억원)에서 390억 유로(약 58조 4000억원)가 넘게 준 거예요. 주가는 90% 이상 폭락했죠.
물론 노키아 역시 스마트폰 경쟁에 뛰어들었어요. 하지만 발 늦은 대처와 아쉬운 상황 판단으로 경쟁에서 밀린 거죠. 노키아는 자체 OS인 ‘심비안’과 ‘미고’를 고집했는데, 대세였던 IOS, 안드로이드와 경쟁하기엔 무리가 있었어요. 결국 자체 OS를 포기하고 2011년 마이크로소프트와 함께 윈도우폰 ‘루미아(Lumia)’를 출시했지만 이미 대세는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으로 기운 뒤였어요.
노키아 루미아 ⓒNokia
결국 노키아는 2014년, 스마트폰 사업을 마이크로소프트에 약 70억 달러(약 9조 6000억원)에 매각해요. 이후 마이크로소프트의 이름으로 루미아 폰이 몇 번 더 출시됐지만, 오래지 않아 마이크로소프트조차 루미아를 단종시켰죠. 이렇게 노키아 휴대폰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어요.
하지만 망한 건 모바일 산업일 뿐이에요. 모바일 산업을 정리한 노키아는 위성 지도 사업 등 불필요한 사업을 마저 정리해요. 그리고 네트워크 사업에 모든 걸 집중하기 시작했죠. 각종 사업부를 매각한 돈으로 네트워크 업계 경쟁사를 인수하면서요. 그 덕에 업계 강자인 에릭슨, 화웨이 등과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고요. LTE와 5G 등 무선 네트워크에 필요한 장비 업계의 강자로 거듭난 거예요.
노키아는 스마트폰 산업에서 뒤쳐졌다는 걸 인정하고, 고객에게 휴대폰을 판매하던 B2C 사업에서 통신사에 네트워크 장비를 공급하는 B2B 사업으로 무게중심을 옮겼어요. 이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쳐 2017년, 다시금 흑자 전환에 성공할 수 있었죠. 비록 대중의 곁에선 희미해졌지만, 상황에 맞는 선택과 집중으로 현명한 위기 탈출이 가능했어요.
#2. ‘덤폰’ 붐, 노키아의 해리티지가 빛을 발하다
잠깐, 그러면 지금 출시되고 있는 노키아 휴대폰은 누가 만드는 거죠? 바로 HMD 글로벌이라는 휴대폰 제조 업체예요. 2016년, 마이크로소프트는 노키아 모바일 사업부를 HMD 글로벌과 중국 폭스콘에 분할 매각해요. 때문에 현재 ‘노키아 폰’이라고 하면, HMD의 운영 하에 있는 브랜드를 뜻하죠.
그렇다면 HMD는 어떤 이유로 답이 없던 노키아 모바일 사업부를 다시 사들이고, 스마트폰 경쟁에서 밀려났음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휴대폰을 출시하고 있는 걸까요? 힌트는 HMD를 설립한 사람들이 바로 노키아의 전 직원들이라는 점에 있어요.
2014년 노키아의 모바일 사업부가 매각될 당시, 뜻을 모아 노키아 폰을 지켜내기로 한 노키아의 전 직원들이 모여 2016년에 HMD를 설립했어요. 그리고 곧장 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 노키아 모바일 사업부를 다시 사들였죠. 현재 공동창업자이자 CEO인 장 프랑수아 바릴은 1999년부터 노키아에서 수석 부사장 겸 CPO로 근무했던 임원 출신이에요.
2016년부터 HMD는 다시금 노키아 폰을 만들어왔어요. 2016년에는 피쳐폰 5종, 2017년에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5종을 출시했죠. 2024년 7월 현재 구매 가능한 스마트폰 종 수는 37개, 피쳐폰은 38개일 정도로 적극적으로 휴대폰을 선보이고 있어요. 노키아의 명성을 이어간 덕에, 2023년 글로벌 피쳐폰 시장에서 2위의 점유율을 차지했죠.
2024년에는 출시 25주년을 맞아 베스트셀러 중 하나였던 노키아 3210 모델을 재출시했는데요. 25년 전과 달리 듀얼 SIM을 지원하고, 4G LTE를 사용할 수 있고, 블루투스 5.0을 지원하지만, 디자인과 내장되어 있는 레트로 게임 ‘스네이크’ 등은 그 시절의 노키아를 떠오르게 하죠.
노키아 3210 ⓒHMD
HMD가 부활시킨 노키아 피쳐폰이 처음부터 환영 받은 건 아니에요. 2017년만 해도 여전히 “이걸 누가 쓰냐, 스마트폰이 대세다.” 같은 의견이 많았죠. 하지만 HMD는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피쳐폰을 출시해왔고, 드디어 노키아가 다시 젊은 세대에게 사랑 받을 수 있는 트렌드가 돌아왔어요. 바로 ‘덤폰(dumb phone) 유행’이에요.
“플립폰 시장이 5% 성장한 것으로 보입니다. 저희의 2022년 플립폰 시장 점유율은 두 배 증가했습니다. 이는 매우 중요한 일이죠. 저는 이 추세가 사람들이 자신의 삶, 특히 디지털 삶을 스스로 통제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라스 실버바우어 HMD 글로벌 최고 마케팅 책임자, 유로뉴스 넥스트에서
특히 MZ 세대를 중심으로 디지털 환경이 주는 악영향을 깨닫고, 이를 통제하려는 노력이 엿보이고 있어요. 2023년 11월, 래퍼 켄드릭 라마는 피쳐폰 제조 회사 라이트(Light)와 협업해 덤폰 ‘라이트업’을 출시했는데, 250대 모두 당일 소진됐죠. 그 외에도 스위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펑크트(Punkt)가 미니멀리즘 산업 디자인의 대가 재스퍼 모리슨과 함께 출시한 ‘MP’ 시리즈, 테크리스(Techless)의 ‘와이즈폰’ 등 트렌디한 피쳐폰들이 새로이 등장하고 있어요.
라이트업 ⓒLight
MP02 ⓒPunkt
와이즈폰 ⓒTechless
경쟁 제품이 속속 생김에도 불구하고, 미국 IT 통신 컨설팅 기관 IDC의 조사에 따르면, 2022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피쳐폰은 ‘노키아 105’라고 해요. 사람들이 다시 피쳐폰을 찾기 시작하자, 남들이 다 말릴 때에도 끝까지 피쳐폰의 해리티지를 고집했던 ‘원조 피쳐폰’ 브랜드가 주목 받은 거예요.
HMD는 2023년까지 총 4억 대가 넘는 휴대폰을 판매했는데요. 글로벌 통계 기관 Statista에 따르면, 설립 이후 2021년 말까지 줄곧 200억 유로(약 30조원)에 가까운 매출을 기록하고 있죠.
노키아 105 ⓒHMD
“많은 사람들, 특히 젊은 세대는 이제 가상 세계와 소셜 미디어에서 벗어나 휴식을 취하고 싶어합니다. 이를 위해 간단한 보조 전화를 선호하기 시작했죠. 이 흐름 속에서 우리는 혁신과 고전이 결합된 상징적인 노키아의 유산을 선보일 수 있어 자랑스럽습니다.”
-산밋 싱 코차르 HMD 글로벌 인도, 중동 및 아프리카 담당 부사장, Firstpost에서
실패를 겪었고, 다시 일어선 뒤에도 응원의 소리는 적었지만, 그래도 HMD는 ‘노키아 피쳐폰’을 꾸준히 고집했어요. 뒤에서 아무리 ‘바보’ 소리를 듣더라도 자신들이 할 수 있는 한 역사를 유지하고 싶었던 거죠. 이처럼 묵묵하게 헤리티지를 이어가다 보니 ‘바보 폰’ 시대가 돌아왔고, 그들의 ‘바보 정신’도 드디어 빛을 보기 시작한 거예요.
25년 만에 노키아 3210을 재출시하며 HMD는 말했어요.
“문화적 아이콘인 노키아 3210이 소비자들이 스마트폰 사용과 디지털 디톡스를 균형 있게 조절하고자 하는 ‘덤폰 붐’의 정점으로 돌아왔습니다. 노키아 3210의 핵심은 단순함에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완전히 현재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죠. ‘덤폰’은 잊어버리세요. 노키아 3210은 2024년의 재미있는 폰일 뿐입니다.”
-라스 실버바우어 HMD 최고 마케팅 책임자
#3. 덤폰 + 뉴트로 = 오래될수록 트렌디하다
‘덤폰’ 트렌드에 맞춰, HMD는 기존의 노키아 폰 출시 외에도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어요. 먼저, 고리타분하게 여겨졌던 피쳐폰을 트렌디하게 변신시키기 시작했죠. 대표적인 예가 네덜란드 맥주 브랜드 하이네켄, 미국 패션 브랜드 보데가와 협업한 ‘더 보링 폰(The Boring Phone)’이에요.
보링 폰은 영국, 미국의 MZ 세대 스마트폰 사용에 대한 하이네켄의 조사로부터 시작됐어요. 하이네켄 조사에 의하면, 참여자 중 90%가 ‘둠 스크롤링’을 한 적 있다고 응답했죠. ‘둠 스크롤링’이란, 암울한 뉴스만 강박적으로 확인하는 행위를 뜻해요. 뿐만 아니라, 37%는 사회 활동을 하는 동안 휴대폰을 너무 자주 확인한다고 생각했고, 32%는 외출할 때 휴대폰을 끄고 싶다고 말했어요. 이를 토대로 덤폰을 만들기 위해, 디자인은 보데가에, 제작은 HMD에 맡긴 거죠.
보링 폰을 출시하면서 협업 브랜드들은 말했어요.
“스마트폰이 사람들을 흥미로운 방식으로 온라인 세계에 연결하는 것은 그 어느 때보다 쉬워졌습니다. 하지만 지금 현재의 순간에 머무르는 것은 더 어려워졌죠. 그래서 보링 폰은 소셜 미디어나 현재를 방해하는 여러 앱들을 다운로드할 수 없도록 만들었습니다.”
이에 더해, 보링 폰을 덤폰 붐의 또 다른 요인인 레트로 트렌드에 맞춰 디자인했어요. 기본적으로 폴더형에, 홀로그램 스티커를 붙일 수 있는 투명 케이스, 하이네켄 맥주병 두 개가 맞부딪치고 있는 픽셀 화면, 단순한 픽토그램으로 되어 있는 메뉴 화면, 초록 빛의 키패드 등.
“스마트폰은 너무 흥미롭기 때문에, 우리는 지루한 스마트폰을 디자인하고 싶었습니다. 우리는 뉴트로의 부상에 큰 영감을 받았고, 일부 젊은 질레니얼 세대가 경험하지 못했을 과거의 문화적 아이콘을 재해석하고 싶었습니다.”
-올리버 막 보데가 공동 창립자, dezeen에서
ⓒHMD
ⓒHMD
보링 폰은 2024년 4월, 5,000대 한정으로 출시됐어요. 그리고 HMD는 덤폰+레트로 붐에 부합하는 또 다른 컬래버레이션을 준비 중이죠. 마텔과 협업해 2024년 7월 중, 바비 폰을 출시하겠다고 발표했어요. 아직 어떤 형태로 출시될지 공개된 바는 없지만, 액세서리를 달 수 있도록 핀이 달린 디자인이 될 예정이에요. 레트로를 사랑하는 MZ 세대의 마음을 저격할 수 있게요.
HMD가 이렇게 레트로 위주의 협업을 시도하는 이유는, 레트로 붐과 덤폰 붐이 함께 해야 시너지가 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둘 모두 과거에 대한 향수로 탄생한 트렌드이기 때문이죠.
“사람들은 2000년대 초반이나 90년대로 돌아가고 싶어합니다. 저는 그게 더 행복했던 시절, 모든 것이 좀 더 단순했던 시절에 대한 기억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라스 실버바우어 HMD 글로벌 최고 마케팅 책임자, 유로뉴스 넥스트에서
노키아에서 ‘노키아’를 뗀 HMD으로
HMD는 노키아의 피쳐폰 정신을 고집했고, 그래서 다시 주목 받고 있지만, 스마트폰 역시 꾸준히 만들고 있어요. 특히 2023년 1월에는 사용자가 직접 수리할 수 있는 독특한 컨셉의 스마트폰 ‘노키아 G22’를 선보였죠.
“이 제품은 시장에서 가장 지속 가능한 휴대전화 중 하나입니다. 기본적으로 기타 피크와 같은 작은 스크루드라이버만 있으면 직접 휴대폰을 수리할 수 있죠. 몇 분 안에 화면, 충전 소켓, 배터리를 교체할 수 있습니다. 저희는 사람들의 손에 휴대폰을 더 오래 쥐어주고 싶습니다. 고객이 매년 새 휴대폰을 살 필요가 없도록 만들고 싶다는 이야기죠.”
-라스 실버바우어 HMD 글로벌 최고 마케팅 책임자, 유로뉴스 넥스트에서
노키아 G22 ⓒHMD
노키아가 스마트폰 경쟁에서 밀렸던 이유는 R&D를 느슨하게 해 경쟁 기업들보다 속도가 느렸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HMD는 꾸준히 전에 없던 스마트폰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죠.
앞으로 HMD의 목표는 ‘노키아’를 뗀 ‘HMD’ 자체 브랜드 제품을 더 많이 출시하는 거예요. 노키아에 힘을 빼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HMD의 무기를 하나 더 만들겠다는 의미에서요. 실제로 2024년 4월, 자체 브랜드 모델 ‘HMD Pulse’를 출시했죠. 이 역시 HMD의 가치관을 담아, 최대 59시간의 긴 배터리 수명과 직접 수리가 가능한 기능을 자랑해요.
HMD는 이제 노키아에서 한 발 더 나아가 ‘HMD’의 가능성을 보고 있지만, ‘노키아’ 브랜드의 영향력을 작아지지 않을 거라고 확신해요. 실제로 노키아의 영향력이 그대로 유지될지, 혹은 덤폰 붐에 의해 더 크게 떠오를지, 그것도 아니면 잠깐 왔다 갈 유행에 불과할지, 아직 앞날을 알 수는 없어요. 분명한 것은, 모두가 말릴 때에도 피쳐폰을 만들어왔던 HMD의 고집은 그 누구도 꺾을 수 없으리란 거죠.
ⓒHMD
Refer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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