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유럽 최대 인테리어 박람회인 메종 에 오브제에 칫솔이 등장했어요. 그런데 이 칫솔이 그 쟁쟁한 브랜드 사이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존재감을 보였죠. 하루 평균 8,000명 이상의 사람들이 호기심을 가지고 방문할 정도였어요. 어떻게 했길래 칫솔 하나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을까요?
투명한 칫솔을 보석인 듯 엮어 샹들리에를 제작해서 전시한 거예요. 유려한 샹들리에를 보러 부스를 찾아온 고객들은 샹들리에의 정체가 칫솔이라는 점에 한 번 놀라고, 치약 없이 양치를 할 수 있는 칫솔이라는 사실에 두 번 놀라서 제품에 큰 관심을 보였죠. 바로 ‘미소카’ 칫솔 이야기예요.
미소카는 치약 없이 양치질이 가능한 칫솔이에요. 하지만 단순히 여행이나 캠핑에서 간편하게 한 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 칫솔이 아니에요. 너무나 당연해서 불편한 줄 몰랐던 부분들을 구석구석 닦아내주고 있죠. 치약도 없애고, 칫솔 거치대도 없애며, 심지어 칫솔까지 없애버린 미소카. 도대체 무슨 이유로 양치질에 대한 상식을 파괴하는 데 도전하는 걸까요?
미소카 미리보기
• 거절에 거절이 낳은 상식 파괴 아이디어
• 깨끗한 자동차를 위해 만든 기술을 입 속으로 옮기다
• 칫솔이 아니라 양치질이라는 행위에 주목한다
• 일상 속 양치질에 럭셔리를 담아내다
• 정체성에 딱 맞는 불편함을 포착해 제품을 다양화한다
• 제작뿐만 아니라 판매 과정에서도 장인정신을 담는다
• 평범했던 ‘물건’이 특별한 ‘그것’이 되는 경험
하루에 세 번, 남녀노소 습관적으로 하는 일이 있죠. 바로 양치질이에요. 치아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건, 입 냄새를 없애기 위해서건, 기분 전환을 하기 위해서건 양치질을 하지 않는 사람은 없어요. 목적은 다를 수 있어도 양치질을 하는 방식은 동일해요. 칫솔을 들고, 치약을 짜는 거예요.
미소카 칫솔은 이 당연한 상식을 파괴해요. 치약을 짜지 않고 칫솔을 물에 적신 뒤, 바로 양치를 할 수 있다고 말하죠. 치약 없는 칫솔이라. 날개 없는 선풍기만큼이나 선풍적인데요. 평생 치약을 써 온 우리들의 머릿속에는 한 가지 의문이 들어요. 플라시보 효과가 아니고, 이게 진짜 가능한 건가?
믿기진 않지만, 미소카 칫솔이 말하는 방식은 허풍이나 페이크가 아니에요. 찬찬히 들여다보면 치약 없이도 양치를 할 수 있는 과학적인 칫솔의 비밀이 숨어 있죠. 이론적으로는 가능할 지 몰라도, 잘 닦이지 않고 찝찝한 기분이 들 것만 같은 칫솔을 누가 사냐고요?
의외로 잘 팔려요. 2007년부터 현재까지 전 세계 각국에서 500만 개 이상이 팔렸을 정도예요. 약 15년 동안 500만 개가 소비됐으니 하루 평균 1,000여 개가 팔린 셈이에요. 그렇다면 이 상식을 깨는 칫솔은 누가, 왜 그리고 어떻게 만든 걸까요?
거절에 거절이 낳은 상식 파괴 아이디어
이 칫솔을 만든 장본인이자 창업자인 유헤이 츠지는 애초에 칫솔을 만들 생각은 아니었어요. 재료 소재 기업에 다니던 그는 자동차를 좋아했는데요. 자신이 아끼는 차가 더러워지는 것이 싫어서 오염을 막을 수 있는 미네랄 코팅 기술을 개발했어요. 취미를 즐기며 재능 낭비를 한 거예요.
개발에 성공한 후 자동차 기업에 기술을 판매해보려고 했어요. 안타깝게도 자동차 업계에서는 이전까지 없었던 새로운 기술이 적용된 상품에 딱히 관심을 갖지 않았어요. 츠지는 여기서 포기하지 않고 주변에 보이는 갖가지 물건에 미네랄 코팅 기술을 적용해보기 시작했어요. 유리잔, 와인 글라스, 타코야키 불판까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시도해봤죠. 그러나 이런 물건들을 깨끗하게 유지해주는 다른 제품들이 넘쳐나서 상품화하기는 어려웠어요.
거절에 거절을 당하고 집에서 목욕을 하던 중, 불현듯 욕조를 깨끗하게 유지하기 위해 이 기술을 사용해보자는 생각이 스쳤어요.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욕조를 코팅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하고, 욕조를 청소하는 솔에 기술을 적용해보는 쪽으로 아이디어를 구체화했어요. 이 솔로 욕조를 청소하면 간접적으로 욕조를 코팅할 수 있고 오염을 방지할 수 있을 거라고 봤죠. 하지만 욕조 청소솔은 이미 다양한 상품들이 많이 나와있어서 딱히 경쟁력이 없었어요.
또 한 번 낙심. 마음을 달래려 양치질을 하다가 머릿속이 번쩍였어요. 사람들이 매일 사용하고, 개인 용품이기 때문에 인당 한 개를 무조건 써야하는 칫솔에 이 기술을 적용해보자고 결심하게 돼요. 그렇게 치약 없이 양치가 가능한 칫솔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욕조 청소솔과는 달리 미네랄 코팅 기술에 나노 기술까지 접목해서 더 미세한 입자의 미네랄로 칫솔을 코팅했어요. 덕분에 일주일 정도였던 효과 기간을 한 달 정도까지 늘릴 수 있었죠. 그는 자신이 개발한 칫솔에 ‘미소카’라는 이름을 붙였어요. 미소카는 ‘달의 마지막 날’이라는 뜻의 일본어예요. 한 달이라는 미소카 칫솔의 교체 주기를 이름에 담은 거예요.
깨끗한 자동차를 위해 만든 기술을 입 속으로 옮기다
이렇게 우연히 만들어진 미소카의 칫솔모에는 두 가지 기술이 들어있어요. 첫 번째 기술은 츠지가 직접 개발한 나노 미네랄 코팅 기술이에요. 칫솔모 하나하나에 나노 크기(10억분의 1미터)의 마그네슘, 칼슘, 나트륨 입자를 코팅시켰어요. 미네랄 농도는 수돗물 안전 기준에 맟췄기 때문에 아이들이 사용해도 안전해요. 자연에서 나오는 미네랄을 사용해서 양치를 하는 동안 그 어떤 화학 물질도 사용되지 않아요. 환경 오염도 제로인 건 덤이죠.
두 번째 기술은 극세모 가공 기술이에요. 머리카락만큼 얇은 칫솔모를 만들었죠. 참고로 머리카락 평균 두께는 0.1mm인데, 미소카 칫솔모 두께는 0.178mm예요. 얇은 칫솔모는 부드럽게 양치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죠. 또한 보통 일정한 굵기로 만들어지는 보통 칫솔모와는 다르게, 끝부분으로 갈수록 얇아지도록 디자인되어 치약의 연마제가 없이도 효과적으로 치석과 프라그를 제거할 수 있어요.
미소카 칫솔을 사용하는 방법은 간단해요. 사용 전에 칫솔을 물에 담가 두기만 하면 치약 없이 양치 준비 완료. 칫솔모에 코팅된 미네랄이 물과 만나면 이온이 활성화되고, 이 상태에서 양치를 하면 이 미네랄이 치아를 감싸요. 미네랄로 덮인 치아는 친수성이 되어서 타액이 다시 한 번 치아를 코팅하게 되죠. 타액층이 생긴 치아는 매끈한 상태가 되어서 세균이나 오염 물질이 잘 달라붙지 못 해요. 그래서 치아 부식의 가능성을 낮추고 청결을 유지할 수 있는 거예요.
또한 미네랄로 코팅된 치아는 식사 이후에도 청결한 치아 상태가 유지 돼요. 그래서 극단적인 경우에는 하루 한 번, 아침 양치만으로도 치아 청결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예요. 실제로 미소카 칫솔을 사용한 경우와 치약과 일반 칫솔을 함께 사용한 경우를 비교 실험한 결과, 미소카 칫솔이 치아 코팅을 2배 이상 강력하게 해 오염을 방지하는 효과가 높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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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미소카 칫솔의 특성은 치아를 코팅하는 거예요. 그래서 미소카 칫솔로 양치를 하고 나서 치아를 혀로 쓸어보면 눈에 띄게 매끈해진 걸 알 수 있어요. 미소카 칫솔 안내문에는 양치 전과 후에 치아 표면이 변하는지를 꼭 확인하라고 권장하기도 하고요. 양치 후에도 매끄럽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잘 닦이지 않았다는 뜻이라 다시 닦아야 해요. 내 치아가 잘 닦였는지 여부를 직관적으로 확인하고 치약 없이 바로 또 양치하면서 더 깨끗하고 새로운 양치질을 경험하게 되는 거예요.
칫솔이 아니라 양치질이라는 행위에 주목한다
미소카 칫솔은 치약 없이 양치질이 가능한 칫솔이에요. 하지만 단순히 여행이나 캠핑에 가서 간편하게 한 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 간이 칫솔이 아니에요. 그 대신 우리가 매일 하는 양치질 과정에서 치약을 대체하고 구강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자 했어요.
이런 목표를 위해서 츠지는 양치질이라는 행위에 주목했어요. 칫솔 자체의 기능도 중요하지만 이 칫솔을 이용하는 사람이 얼만큼 양치질을 잘 할 수 있는지를 고려한 거예요. 아무리 좋은 칫솔이 있더라도 제대로 된 양치질을 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니까요.
미소카 칫솔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면 이 회사가 양치질에 대해서 얼마나 고민했는지 알 수 있어요. 미소카 칫솔을 처음 경험하는 사람들에게 딱 맞는 제품을 추천하기 위해 다양한 요소를 고려한 설문을 받고 있어요. 손 크기, 선호하는 칫솔모의 강도, 칫솔을 쥐는 법, 양치할 때 가장 신경쓰는 점, 휴대성, 디자인 등 칫솔을 선택하는 데에 필요한 요소들을 물어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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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카 칫솔은 양치질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에 따라서 다양한 제품을 개발했어요. 효과적인 양치질을 위해서는 칫솔의 그립감이 중요하기 때문에 사람들의 손 크기에 따라 사이즈를 고를 수 있게 제품을 만들었죠. 더 나아가서 사람들이 칫솔을 잡는 방식도 고려했어요. 칫솔을 연필처럼 잡는 사람을 위해 펜 그립을 추가하여서 더 섬세한 양치질을 할 수 있는 제품을 추가했죠.
이렇게 다양한 제품들을 통해서 사람들이 양치질이라는 행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자신의 양치 습관까지 되짚어 볼 수 있게 했어요. 이후에는 대나무, 고무 등 다양한 소재로 칫솔을 만들면서 사용자에게 새로운 촉감도 전달하고요.
일상 속 양치질에 럭셔리를 담아내다
다양한 제품을 준비했으니 미소카 칫솔을 소비자들에게 알리는 과정이 필요해요. 지금까지는 없었던 새로운 컨셉의 칫솔이었기 때문에 첫 접근이 그만큼 더 중요했어요. 처음에는 600엔(약 6천원)으로 가격을 정하려고 했어요. 칫솔 하나 가격으로는 높은 편이지만 다양한 기술과 디자인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츠지는 오히려 여기서 가격을 더 높이기로 결심해요. 1,000엔(약 1만원)이라는 높은 가격을 책정해서 고급 칫솔로 인식되는걸 노린 거죠.
높게 책정한 가격에 어울리게 마케팅 방식도 럭셔리 컨셉에 눈높이를 맞췄어요. 처음엔 백화점에서 작은 공간을 임대해 직접 판매하기 시작했어요. 가격 때문에 구입을 꺼리는 손님들이 많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입소문을 타고 손님들이 늘어났어요. 나중에는 “백화점 간다고? 꼭 미소카 사와!”라는 느낌의 제품이 되었다고 츠지는 말해요. 사람들에게 백화점에 간다면 꼭 사와야 하는 고급 칫솔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데 성공한 거예요.
또한 미소카 칫솔을 선물하는 문화를 만들 수 있는 장치도 마련했어요. 고급이라면 선물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거니까요. 이때 츠지가 주목한 건 ‘증답 문화’예요. 일본에서는 비즈니스 거래나 방문을 할 때 간단한 선물을 주는 증답 문화예요. 특별한 날이 아니더라도 자신과 관계를 형성한 사람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는 거죠.
언뜻 보기엔 좋은 문화 같지만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에겐 어쩌면 어렵거나 귀찮게 느껴질지도 모르는 일이에요. 적당히 센스 있으면서, 상대방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선물을 찾는다는게 쉽지 않거든요. 츠지는 비즈니스하는 사람들의 이러한 고충을 파악하고 럭셔리 이미지를 얻은 미소카 칫솔을 선물화하기로 했어요. 그렇게 ‘명함 미소카 칫솔’이 탄생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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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명함 미소카는 인기를 끌었어요. 회사원들에게 칫솔은 필수품인데, 미소카 칫솔은 다른 칫솔보다 비싼 가격과 럭셔리 이미지로 특별한 느낌을 주고, 칫솔의 색상과 종류를 커스텀한 후에 이름과 문구를 새겨주면서 상대방을 고려했다는 센스도 보여줄 수 있어요. 양치를 할 때마다 칫솔에 새겨준 문구를 보면서 상대방을 떠올리게 되고 지속적으로 관계를 이어갈 수 있다는 아이디어였어요. 핵심 포인트는 그래도 칫솔이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다는 거죠. 지금은 아예 회사들을 대상으로 상품을 판매하고 있을 정도로 반응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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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 컨셉으로 연속 히트를 치자 이 컨셉 그대로 해외 진출까지 노려보기로 했어요. 미소카의 철학과 기술을 보여줄 수 있으면서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만들었죠. 도쿄 인더스트리얼 디자인 스튜디오의 디자이너 코쇼 우에시마가 디자인한 ‘미소카이즘(MISOKA-ISM)’은 물만 있으면 양치가 가능한 미소카 칫솔의 핵심을 담고자 흐르는 물을 형상화했어요. 그리고 다섯가지 색깔로 ‘순수함, 상쾌함, 환경 보호, 유연함, 새로움’이라는 미소카의 컨셉을 전달했죠. 아름다운 외형 속에 제품의 정체성을 잘 담아낸 디자인은 좋은 평가를 받은 건 물론이고, 6개의 디자인 어워즈에서 수상했어요.
©Miso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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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새로운 디자인을 가지고 2016년에 유럽 최대 박람회 메종 에 오브제(Maison et Objet)에 참가하면서 본격적으로 미소카 칫솔의 해외 진출이 시작됐어요. 화려한 인테리어 제품들 사이에서 칫솔을 홍보하는 건 어려운 일이었지만, 미소카 칫솔은 한 번 더 럭셔리한 방법으로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았어요. 어떻게냐고요?
투명한 MISOKA-ISM 칫솔로 샹들리에를 제작해 전시한 거예요. 하루에 8,000명 이상의 사람들이 호기심을 가지고 방문했죠. 이렇게 찾아온 고객들은 샹들리에의 정체가 칫솔이라는 점에 한 번 놀라고 치약 없이 양치를 할 수 있는 칫솔이라는 사실에 두 번 놀라서 제품에 큰 관심을 보였어요. 이후 계속해서 좋은 평가를 받으며 Maison et Objet에 꾸준히 출품하고 있고, 2017년에는 밀란에서 열린 HOMI 박람회에도 출품하면서 다양한 국가에 진출하게 되었죠.
정체성에 딱 맞는 불편함을 포착해 제품을 다양화한다
양치질을 주목해 다양한 제품으로 선보여왔던 미소카는 계속해서 새로운 경험에 집중했어요. 치약이 없어도 되는 미소카 칫솔이 고객들에게 높은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상황을 찾으려고 했죠. 그래서 치약이 실생활에서 번거롭게 하는 경우를 찾아 자신들의 제품이 사용될 수 있는 영역을 넓혔어요. 치약이 불편한 상황이라니, 언뜻 상상이 안 될 수도 있는데요. 어떤 상황이 있을 수 있을까요? 예를 들어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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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아이들 중에서 치약의 맛이 싫어서 양치질을 싫어하거나 자꾸 치약을 삼켜서 양치질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요. 치약이 양치질이라는 행위를 방해하는 경우인 거예요. 그래서 키즈 전용 미소카 칫솔을 개발했어요. 인형 모양의 손잡이로 아이들의 흥미를 유발하고 양치질을 놀이로 인식하게 했죠.
그리고 모자 형태의 부드러운 캡을 씌워 아이들이 양치하면서 입 안이나 목구멍을 찌르지 않도록 도와줘서 치아 손상이나 입 주변을 다치는 일이 없도록 했어요. 칫솔만으로 양치를 할 수 있게 되면서 아이들이 치약 걱정 없이 양치질을 더 즐겁고 효과적으로 할 수 있게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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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약이 우리를 번거롭게 하는 경우는 또 있어요. 바로 여행을 갈 때죠. 짐을 줄이고 미니멀한 여행을 선호하는 여행가들에겐 치약을 챙기는 것도 사치인 경우가 있어요. 또 현지에서 산 치약이 취향에 맞지 않을 수도 있고요. 미소카 칫솔은 휴대가 간편한 형태의 여행용 칫솔을 제작해서 이런 여행가들에게 매력적인 옵션을 제공하고 있어요.
여행용 칫솔은 경량화와 콤팩트한 여행용품으로 유명한 일본의 트래블 기어 브랜드 “To & Fro”와 협업해서 만들었어요. 이 제품은 간편한 휴대를 위해 분리형으로 디자인했어요. 일반적인 껌 한 통과 비슷한 크기로 쉽게 들고 다닐 수 있고 구멍이 뚫려 있어서 여행가들이 카라비너에 매달아 다닐 수 있도록 했죠. 교체 주기가 다가오면 칫솔모만 교체해서 계속해서 사용할 수도 있어서 장기 여행가들에게도 적합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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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카 칫솔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어요. 이번엔 칫솔까지 없앴어요. ‘입 안을 깔끔하게 한다’는 양치질의 본질에 집중하고, 치약뿐만 아니라 칫솔이 양치질을 어렵게 하는 경우까지 고려한 거예요. 대표적으로 간병 받아야 하는 중증 환자 분들은 스스로 양치할 수 없는 상황에 있어요. 그래서 간병인이나 가족이 대신 양치질을 해줘야 하죠. 하지만 고개를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중증 환자의 경우에는 치약과 칫솔을 사용한 양치질이 큰 고역이에요. 누워있던 환자를 일으켜야 하고, 칫솔질을 하는 과정에서 입 안에 상처가 나기도 하죠. 그리고 치약을 제대로 헹궈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요.
©Miso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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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미소카는 칫솔을 과감하게 없애고, 손가락에 착용할 수 있는 장갑을 만들었어요. 미소카 칫솔과 같이 미네랄 코팅이 되어 있어 치약 없이도 양치가 가능하고 손에 직접 착용하기 때문에 직관적으로 양치를 해줄 수 있어 환자 입 안에 상처가 나는 경우도 줄어들었죠. 미소카는 이 제품을 확장해서 반려견을 위한 제품까지 만들었어요. 치약의 맛과 향 때문에 양치를 거부하는 반려견이나 치약을 삼키면 안 되는 반려견들에게도 양치질을 해줄 수 있게 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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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뿐 아니에요. 칫솔을 보관하는 과정에도 미소카의 철학을 담은 제품도 있어요. 칫솔을 그냥 눕혀서 보관하는 걸 찝찝하게 생각하는 분들은 칫솔 거치대나 소독기를 따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죠? 미소카 “The Toothbrush”는 칫솔 손잡이에 10g 무게추를 추가해서 별도의 거치대 없이도 칫솔 혼자 서있을 수 있게 했어요. 치약과 칫솔에 이어 칫솔을 보관하는 거치대도 없애버린거죠.
이렇게 미소카 칫솔은 치약 없이 양치할 수 있다는 제품의 특성과 딱 맞는 불편함을 포착해서 제품을 다양화했어요. 그리고 양치질을 하면서 고객이 경험하는 전 과정에 맞게 새로운 디자인을 만들었죠. 일상적이고 평범한 행위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자신들의 장점이 더욱 부각되는 상황들에 맞게 제품을 만들면서 새로운 형태의 양치질을 전달하고 있어요.
제작뿐만 아니라 판매 과정에서도 장인정신을 담는다
미소카 칫솔을 만드는 회사는 ‘유메쇼쿠닌’이에요. 유메쇼쿠닌이라는 이름은 ‘꿈 장인’이라는 뜻을 가진 일본어예요. 이 기업이 추구하는 장인 정신을 담았죠. 유메쇼쿠닌은 제조업 환경에 의문을 품고 손쉬운 생산, 유통 및 판매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장인 품질의 제품을 통해 고객에게 행복한 경험을 전달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어요.
그래서 스스로를 장인 품질을 추구하는 모노즈쿠리 집단이라고 소개하죠. 모든 직원을 장인이라고 부르고요. 참고로 모노즈쿠리는 물건을 뜻하는 ‘모노’와 만들기를 뜻하는 ‘즈쿠리’가 합쳐진 단어로, 혼신의 힘을 다해 최고의 제품을 만든다는 일본의 문화예요.
유메쇼쿠닌에서는 가내 수공업 형태로 미소카 칫솔을 제작하는 모든 공정을 수작업으로 진행해요. 모든 직원이 장인 정신을 가지고 ‘살면서 한 번쯤은 꼭 써보고 싶은 칫솔’을 만들기 위해 한 몸처럼 움직이는 거죠. 1개의 미소카 칫솔을 만드는 과정에 최소 장인 7명이 관여하고, 칫솔을 포장하는 박스까지 모두 ‘장인’의 손길로 접을 정도예요. 이렇게 생산 공정에서 최대한 숙련된 ‘장인’들을 참여시켜 견고한 품질을 보장하고 공정상 실수도 줄이는 것이 유메쇼쿠닌의 정신이에요.
유메쇼쿠닌의 장인정신은 칫솔 제작뿐만 아니라 판매 과정에서도 찾아볼 수 있어요. 일반적으로 칫솔과 같은 소비재는 가능한 많은 소매점에 입점시켜서 최대한 많은 고객에게 노출시키는 전략이 보통이에요. 하지만 유메쇼쿠닌은 아무 소매점에 미소카 칫솔을 입점시키지 않아요. 소매점에서 직접 연락해서 판매를 진행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해도 바로 거래하지 않아요. 어떤 매장에서 어떻게 미소카 칫솔을 판매할 것인지 면밀한 인터뷰를 통해 심사숙고해서 거래처를 선정하죠.
이 과정에서 소매업자가 미소카 칫솔에 대한 정보와 특징에 대해 높은 이해도를 가졌는지 확인해야만 거래를 시작해요. 그 이후에도 미소카 칫솔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과정에 대해 지속적으로 교류하고 점검하죠. 2018년에는 유메쇼쿠닌에서 직접 운영하는 직영 매장도 오픈해서 고객들에게 더 직접적으로 다가가고 있어요. 소매점에 단순히 물건을 맡겨두고 팔리기만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모든 판매 과정에서 기업이 추구하는 장인정신을 담고 제품 자체의 매력이 셀링 포인트가 되도록 하는 거예요.
평범했던 ‘물건’이 특별한 ‘그것’이 되는 경험
유메쇼쿠닌의 대표인 츠지는 쌀 판매 사업을 시작할 거라고 선언했어요. 나노 기술을 활용해서 칫솔을 만들던 회사에서 갑자기 쌀이라니, 무슨 뜬금없는 소리냐고 생각할 수 있어요. 하지만 츠지는 칫솔에만 갇혀 있지 않고 사람들이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다양한 물건들에 기술이나 서사를 부여해서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해요.
그가 구상하는 쌀 판매 사업은 판매보다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모내기 과정부터 추수까지 고객이 먹을 쌀이 어떻게 자라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도록 유메쇼쿠닌에서 ‘계약직 농부’가 되어 매일 먹게 될 쌀에 대한 특별한 경험을 줄 거라고 말하죠. 평범한 밥에 서사를 어떻게 담아낼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볼 일이에요.
이처럼 유메쇼쿠닌은 너무나 당연하고 평범했던 ‘물건’들이 특별한 ‘그것’이 되어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경험을 전달하기 위해 영역과 장르를 가리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계속해서 하고 있어요. 유메쇼쿠닌은 또 어떤 지루하고 평범한 물건들을 새롭게 바꿔서 전달할까요? 상상하지 못한 영역에서 다른 방식으로 상식을 파괴하는 제품이 탄생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Refere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