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사람은 ‘현장 요원’이다, 나사의 기술로 셔츠를 만드는 이유

미니스트리 오브 서플라이

2024.10.15



“우주복에서 시작해 지구를 위해 만들어지다(Born from Spacesuits, built for Earth.)”


여기, 우주복을 만드는 소재를 활용해 신소재를 개발한 의류 브랜드가 있어요. 열을 흡수하거나 방출해 자동으로 온도를 조절하는 PCM 소재로 만든 ‘아폴로 셔츠’로 대히트를 쳤던 ‘미니스트리 오브 서플라이’예요.


미니스트리 오브 서플라이는 아폴로 셔츠를 시작으로 주름이 생기지 않는 ‘에어로 셔츠’, 물세탁이 가능한 정장 ‘벨로시티’ 등 진화를 멈추지 않아요. 최근에는 열을 가하면 핏이 달라지는 원피스를 개발하기도 했어요. 이처럼 미니스트리 오브 서플라이는 옷에 ‘과학’을 더했어요.


테크 마니아들을 위한 옷인가 싶지만, 의외로 미니스트리 오브 서플라이의 옷들은 비즈니스 맨들을 위한 ‘워크레저’예요. 사무실에서 입는 비즈니스 캐주얼치고는 기술이 오버 스펙이 아닌가 싶다고요? 하지만 이 브랜드의 과학적 접근법을 알고 나면, 도리어 브랜드의 행보에 공감하게 될 거예요. 이 워크레저에는 세상에 영향력을 만드는 비즈니스 맨들을 응원하는 마음이 담겨 있거든요.


미니스트리 오브 서플라이 미리보기

 워크레저의 대표주자를 꿈꾸다

 과학으로 신(新)의류의 시대를 열다

 컨셉을 보여주는 패셔너블한 방법

 패션계의 엄친아, 위기에도 똑똑했다

 해법에 대한 믿음이 확률을 이긴다




입기만 해도 활력이 충전되고 피로가 풀리는 옷이 있다면 믿으시겠어요? 마법같은 수식어구에 과장 광고를 의심하다가도 한 번 입어보면 진짜라는 것을 알 수 있어요. 휴식을 위한 옷, '리커버리 웨어(Recovery wear)'의 선구자인 도쿄의 '베넥스(Venex)'예요.


베넥스는 입는 것만으로도 피로 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입증 받았거든요. 베넥스는 건강과학 제품과 서비스의 과학적 근거를 검증하고 평가하는 일본 '건강과학 비즈니스 추진기구(健康科学ビジネス推進機構)*'로부터 '치유 쾌적 인증'을 받았어요. 일본, 미국, 유럽 등 세계 각국에서 특허를 획득했고요. 실제로 베넥스 옷을 입고 졸음을 느끼는 사람들도 많아 운전이나 운동 중에는 베넥스 옷을 추천하지 않는다고 해요.


*건강과학 비즈니스 추진기구: 2012년 10월 31일 간사이 바이오 메디컬 클러스터 건강과학추진회의와 연계하여 간사이를 건강과학산업의 일대 거점으로 하는 것을 목표로 설립된 산학관 협력 기구예요. 


베넥스는 적극적인 휴식을 위한 다양한 형태의 옷을 만듭니다. ⓒVenex


어떻게 만들었길래 졸음이 올 정도의 편안함을 유발할 수 있는 걸까요? 베넥스는 ‘DPV576’라는 독자 소재를 개발, 이 소재를 함유하고 있는 PHT(Platinum Harmonized Technology)라는 특허 섬유로 옷을 만들어요. PHT는 나노 플라티나(Nano Platina)를 중심으로 수십 종류의 광물을 섬유와 혼합해 만든 베넥스만의 신소재예요.


일정 비율대로 배합된 광물은 인체의 신경 세포를 자극하고, 신경 세포들은 이 자극을 뇌로 전달해 뇌에서는 혈관을 확장하도록 명령하죠. 이는 면역세포를 활성화하고 혈액순환을 촉진해 피로 회복에 도움이 되어요. 쉽게 말해 PHT 속 광물들이 피로를 회복하는 신체 반응을 이끌어 내는 거예요. 그래서 운동 후나 휴식 시간, 수면 시에 베넥스 옷을 입고 있으면 그냥 쉴 때보다 더 양질의 휴식을 즐길 수 있다고 해요.


ⓒVenex


사실 베넥스는 처음부터 옷감의 소재는 아니었어요. 베넥스의 창립자인 나카무라 타이치는 원래 와병 생활을 하는 노인들을 위해 욕창이 생기지 않는 매트리스를 개발하고자 했어요. 혈류를 개선하기 위한 방법을 연구하다가 광물질이 발생시키는 원적외선과 부교감 신경과의 관계에 주목했죠. 소재 개발 회사와 함께 수개월을 연구한 끝에 PHT를 개발하게 되었고, PHT로 만든 매트리스를 출시했어요. 하지만 PHT 매트리스는 너무 비싼 가격 때문에 경쟁력이 없어 결국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죠.


매트리스 사업은 실패했지만, PHT 섬유가 남아 있었어요. 나카무라 타이치는 남은 섬유를 가지고 티셔츠를 만들어요. 그리고 이 옷을 간병인을 위한 '케어 웨어(Care wear)'로 출시했죠. 그런데 뜻밖의 고객들이 이 옷을 찾아요. 우연히 스포츠센터 바이어의 눈에 띄어 운동선수들의 회복을 위한 티셔츠로 사용된 거예요.


이를 계기로 나카무라는 운동할 때 입는 스포츠웨어는 많지만 운동 후 피로 회복이나 적극적인 휴식을 위한 의류는 부재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이후 운동선수들의 회복을 위한 리커버리 웨어를 본격적으로 출시하면서 점차 비즈니스맨, 주부 등 양질의 휴식을 원하는 사람들로 타깃층을 넓혔어요. 지금은 운동 후 입는 옷 뿐만 아니라 잠옷, 라운지웨어 등 일상복을 출시해 휴식에 최적화된 의류를 선보이고 있어요.



워크레저의 대표주자를 꿈꾸다


이처럼 과학과 의복이 만나면 완전히 다른 레벨의 기능성 의류가 탄생해요. 미국 보스턴에서 시작한 패션 브랜드, '미니스트리 오브 서플라이(Ministry of Supply)'도 과학 기술을 활용해 옷을 만들어요. 다만 차별점은 간병인이나 운동 선수 등을 타깃한 옷이 아니라 비즈니스 맨을 위한 옷, 즉 오피스 룩을 만든다는 점에 있어요. 미니스트리 오브 서플라이는 '일(Work)'과 '여가(Leisure)'를 결합한 '워크레저(Workleisure)'를 지향하거든요.


워크레져는 일할 때 입는 오피스 룩과 운동복 겸 일상복을 합친 패션이에요. 애슬레틱(Athletic) 의류의 대표주자는 '언더아머', 애슬레저(Athleisure)는 '룰루레몬'이듯, 미니스트리 오브 서플라이는 워크레저의 대표주자를 꿈꿔요. 그렇다면 미니스트리 오브 서플라이가 정의하는 워크레저란 어떤 옷일까요?


ⓒMinistry of Supply


"일상적인 편안함을 잃지 않으면서 동시에 예리하고 포멀한 룩을 유지하세요.(Look sharp and presentable with without sacrificing everyday comfort.)"

- 미니스트리 오브 서플라이, 공식 홈페이지


미니스트리 오브 서플라이가 워크레저를 설명하는 말이에요. 워크레저는 격식있는 룩을 위한 디자인과 편안함을 위한 기능성이 동시에 강조되어요. 겉모습은 셔츠, 재킷, 슬랙스 등 처럼 전문적인 느낌을 주지만 신축성이 뛰어나고 편안한 소재로 착용감이 좋은 의류들이 대표적인 예죠.


일과 일상의 경계가 사라지고, 재택근무와 유연근무제가 뉴노멀이라 불리던 코로나 시대를 지나면서 워크레저가 큰 주목을 받았어요. 여전히 프로페셔널한 스타일에 운동복같은 기능성을 결합한 워크레저는 인기가 좋아요. 꼭 워크레저 브랜드가 아니더라도, 웬만한 의류 브랜드에서 워크레저 라인을 쉽게 찾아볼 수 있어요.


그 중에서도 미니스트리 오브 서플라이의 워크레저는 단연 돋보여요. 표현으로만 워크레저를 외치는 게 아니라, 기능성도 극강, 디자인도 극강이기 때문이죠. 샤프한 디자인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드라이 클리닝, 다림질 등의 케어도 필요하지 않아요. 온도 조절 기능까지 갖추고 있죠. 


ⓒMinistry of Supply



과학으로 신(新)의류의 시대를 열다


그런데 미니스트리 오브 서플라이의 워크웨어가 특별한 이유는 이게 끝이 아니에요. 미니스트리 오브 서플라이는 옷을 '과학의 관점(Lense of science)'으로 바라 봐요. 과학의 눈으로 의류를 해석하니 업그레이드할 여지가 무궁무진해져요. 미니스트리 오브 서플라이의 과학은 의류의 품질과 기능부터 워크레저의 모든 부분을 업그레이드합니다. 과학을 만난 워크레져, 어디에서 시작해 어떻게 진화하고 있을까요?


“우주복에서 시작해 지구를 위해 만들어지다(Born from Spacesuits, built for Earth.)”


미니스트리 오브 서플라이는 의류에 미국 항공 우주국 나사(NASA)의 기술에서 출발해요. 2012년 브랜드 탄생과 궤를 같이 하는 셔츠, '아폴로 셔츠(Apollo Shirts)'가 대표적인데요. 아폴로 셔츠는 우주복을 만들 때 사용하는 소재인 PCM(Phase Change Materials)을 기본으로 개발한 신소재를 사용해 만들어요.


PCM은 외부 온도가 너무 덥거나 추워지면 열을 흡수하거나 방출하여 자동으로 온도를 조절하는 기능을 갖고 있어요. 미니스트리 오브 서플라이는 PCM 소재에 습기를 빨아들이고 냄새와 박테리아를 조절하는 기능까지 탑재한 신소재를 사용해요. 아폴로 셔츠라는 이름도나사의 유인 달 탐사 계획인 '아폴로'에서 따왔어요. 


아폴로 셔츠 ⓒMinistry of Supply


아폴로 셔츠의 성공 이후, 미니스트리 오브 서플라이는 제품 라인업을 넓혀 양말, 재킷, 수트 등으로 라인업을 확장했어요. 모든 제품이 나사 기술을 사용한 것은 아니지만, 과학의 힘을 빌려 입을 때는 물론 관리까지도 용이한 워크레저를 제안해요.


열경화성수지 섬유를 사용해 건조기에 돌려도 주름이 생기지 않는 '에어로 셔츠(Aero Shirts)', 물세탁이 가능한 정장 '벨로시티(Velocity)', 세계 최초의 지능형 열선 재킷 '머큐리 지능형 열선 재킷(Mercury Intelligent Heated Jacket)' 등 진화를 멈추지 않죠.


ⓒMinistry of Supply


2023년에는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통풍이 좋은 구조를 유지하면서 불투명한 ‘니트 폴로’를, 2024년에는 ‘4D 니트 드레스’를 선보였어요. 4D 니트 드레스는 3D 뜨개질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옷이에요. 3D 뜨개질이란, 옷을 만들기 위해 평평한 시트를 자르고 꿰매는 것이 아니라 직물을 3차원으로 뜨개질하는 것을 의미해요. 3D 뜨개질로 튜브 모양의 드레스를 제작하고, 프로그래밍된 로봇 팔에 열을 가하면 원피스의 핏이 바뀌어요. 열 활성원사를 사용해 열을 가하면 온도에 반응해 수축하거든요. 원피스 하나로 루즈 핏, A라인, 바디콘 드레스 등 다양한 핏을 연출할 수 있어요.


ⓒSelf-Assembly Lab


ⓒSelf-Assembly Lab


물론 소재만 혁신한 건 아니에요. 미니스트리 오브 서플라이는 소재 뿐만 아니라 디자인과 제조 기술에도 과학적 원리를 활용해요. 4D 니트 드레스의 경우에도 뜨개질 구조가 원단이 변형되는 방식을 결정하기에, 섬유가 변형될 때 정확한 방향 제어와 특정 양의 변형을 개발하기 위해 수년간 연구를 거듭해 왔어요.


셔츠의 경우, 셔츠의 변형률 분석을 통해 소재가 늘어나는 방식을 이해해요. 그 다음 셔츠가 사용자의 몸과 함께 움직이면서도 셔츠 끝이 바지에서 빠져 나오지 않도록 셔츠의 솔기와 스트레치 패널의 위치를 정하는 식이죠. 또한 적외선 열화상 카메라를 사용해 신체에서 열이 발생하는 위치를 확인하여 디자인에 적용하기도 하고요. 이처럼 미니스트리 오브 서플라이는 인체공학적 설계를 반영해 궁극의 워크레저를 구현해요.


ⓒMinistry of Supply



컨셉을 보여주는 패셔너블한 방법


브랜드를 계속 파헤치다 보니, 한 가지 의문이 들어요. 패션 브랜드 이름을 왜 '군수성'이라는 의미의 '미니스트리 오브 서플라이'로 지었을까요? 여기에도 재밌는 스토리가 있는데요. 미니스트리 오브 서플라이라는 이름은 영화 007 시리즈의 소설 원작에서 따왔어요.


소설에는 제임스 본드를 위한 온갖 무기와 기능이 장착된 자동차를 만들어 주는 인물이 등장해요. 바로 Q라는 인물인데, Q는 '찰스 프레이저 스미스(Charles Fraser-Smith)'라는 실존 인물을 기반으로 한 캐릭터예요. 찰스 프레이저 스미스는 제 2차 세계 대전 중 현장 요원을 위한 의류와 장치를 디자인하던 인물로, 그가 소속된 조직 이름이 바로 '영국 군수성(British Ministry of Supply)'이에요.


미니스트리 오브 서플라이의 공동 창업자들은 자신들의 고객이 제임스 본드같은 사람들로, 그들을 위한 의복과 장비를 만들고 있다고 말해요. 일하는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오피스에서는 제임스 본드와 같은 현장 요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우리는 영향력 있는 사람들을 위한 비즈니스 클래스, 퍼포먼스 의류를 만듭니다.(We Make Business Class, Performance Dress Clothes for People Making an Impact.)”

- 미니스트리 오브 서플라이, 공식 홈페이지


미니스트리 오브 서플라이는 재미있는 브랜드 이름의 유래만큼이나 브랜드 컨셉을 전달하는 방법에서도 위트를 놓치지 않아요. 공동 창업자 중 한 명인 기한(Gihan)과 그의 아내는 미니스트리 오브 서플라이가 얼마나 흡습성, 통기성, 신축성 등이 뛰어난 워크레저인지 보여 주기 위해 하프 마라톤에 참가했어요. 미니스트리 오브 서플라이의 '키네틱 정장(Kinetic Suit)'을 입고요. 셔츠, 바지, 자켓, 심지어 양말까지 미니스트리 오브 서플라이 제품으로 장착하고 마라톤을 뛰었죠.


ⓒMinistry of Supply


이들은 정장을 입고 뛴 마라토너 중 가장 빠른 기록을 세워 기네스 북에 등재되기도 했어요. 실제로 기한 이전에 다른 브랜드의 정장을 입고 마라톤을 뛴 사람이 있었고, 기한은 그의 기록을 가뿐히 깨버렸죠. 훌륭한 기록을 세운 것은 물론, 마라톤을 뛰고 난 후 기한의 정장은 멀쩡했어요. 재미있지만 우습지는 않은 이 이벤트는 미니스트리 오브 서플라이의 기술력을 지루하지 않고 임팩트 있게 증명했어요.


ⓒMinistry of Supply


미니스트리 오브 서플라이는 협업 파트너를 고를 때에도 과학의 정체성을 놓치지 않아요. 대중적인 인지도를 위해 인플루언서나 연예인과 컬래버레이션을 하기보다는 나사, 과학 박물관(Museum of Science), MIT 자가 조립 연구소(MIT Self-Assembly Lab) 등의 파트너와 함께 하죠.


물론 사업적 감각을 발휘해 마케팅을 위한 협업을 하기도 해요. 웨스틴 호텔(Westin Hotel)과 함께 투숙객을 대상으로 미니스트리 오브 서플라이 수트를 빌려주는 서비스를 런칭하기도 했어요. 갑자기 커피를 쏟았다든지, 출장 중 셔츠를 놓고 왔다든지, 갑작스러운 상황에 든든한 서비스가 되어 예상보다 높은 이용률을 달성하기도 했죠. 정체성과 상업성 사이를 오가며 미니스트리 오브 서플라이다운 컬래버레이션을 보여주고 있어요.


ⓒMinistry of Supply



패션계의 엄친아, 위기에도 똑똑했다


미니스트리 오브 서플라이는 대중적인 브랜드는 아니지만 미국의 화이트 칼라 고객들을 중심으로 2019년까지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왔어요. 2019년에는 1,400만 달러(약 189억원)의 매출을 달성하며 6개가 넘는 직영 매장을 오픈할 정도였죠. 미국의 인기 있는 의류 구독업체인 스티치픽스(Stitch Fix)에 입점하기도 했고요.


MIT 출신의 공동 창업자들이 나사의 기술과 과학적 원리를 활용해 만든 워크레저는 그야말로 패션계의 엄친아였어요. 이 엄친아는 2020년에 60%의 매출 성장, 2,200만 달러(약 297억원)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었죠.


그런데 2020년 3월, 뜻밖에 코로나 19가 전 세계를 강타하며 팬데믹이 시작되었어요. 문제는 미니스트리 오브 서플라이가 '출근복' 브랜드라는 점이었죠. 미국의 수많은 회사들이 문을 닫았고, 그나마 남아 있는 회사들도 약 66%가 재택 근무 제도를 도입했어요. 자연스레 정장, 오피스 룩에 대한 수요는 줄어들었고 일할 때 입는 옷 스타일도 바뀌었죠.


사람들은 재택 근무를 하며 정장 바지나 단추가 달린 드레스 셔츠 대신 보다 편안하면서 격식을 덜 차린 폴로 셔츠를 선택했어요. 하의는 화상 회의를 해도 잘 보이지 않기에 긴 바지보다 반바지를 선호했고요. 아무리 잘난 브랜드라도 이런 변화를 피해갈 수 없었죠. 포멀한 룩을 주로 생산하던 미니스트리 오브 서플라이의 매출도 즉각적으로 하락했어요. 미니스트리 오브 서플라이는 과연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했을까요?


예상치 못한 위기를 맞닥뜨린 미니스트리 오브 서플라이는 막연하게 일상의 회복을 기다리기보다는 새로운 국면에 맞춰 해결책을 고민했어요. 그리고 곧바로 차려 입은 듯한 디자인에 편안한 기능을 탑재했던 아이템들을 다양한 상황에서 입을 수 있는 편안한 의류로 바꾸기 시작했죠.


양복 재킷, 드레스 셔츠, 수트 등의 생산을 일시 중단했고, 생산 중이던 제품에는 신축성 있는 허리 밴드 등과 같은 기능을 추가했어요. 웹사이트에서 하이힐, 정장 구두, 바지에 넣어 입는 셔츠 등 사무실의 이미지를 지우기 위해 약 200개 제품의 사진을 다시 촬영했고요. 제품 이름에서도 '정장', '포멀한' 등의 의미를 가진 '드레스(Dress)'라는 단어를 모두 제거했죠. 대표 제품인 '아폴로 드레스 셔츠'가 '아폴로 셔츠'로 바뀐 이유예요.


ⓒMinistry of Supply


과감한 변신의 결과는 어땠을까요? 포멀한 룩에서 통하던 미니스트리 오브 서플라이의 정체성은, 캐주얼 라인에서도 선방했어요. 2019년에는 약 1,400만 달러(약 189억원) 매출을 기록, 큰 낙폭으로 감소할 줄 알았던 2020년 매출은 2019년도 매출과 비슷한 1,200만 달러(약 162억원)를 유지했어요. 코로나 19 상황이 종료되었던 2023년 기준으로는 약 1,980만 달러(약 267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안정적인 호조세를 보이고 있어요.


무엇보다 포스트 팬데믹 시장에서 미니스트리 오브 서플라이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낸 것이 가장 큰 소득이에요. 의류를 과학의 관점으로 디자인하는 핵심 가치는 유지하면서도 고객의 니즈와 시대의 흐름에 맞게 변화한 전략이 유효했던 것이죠. 오히려 단단한 정체성 위에 유연함까지 장착한 패션 브랜드로 거듭난 셈이에요.



해법에 대한 믿음이 확률을 이긴다


“우리는 지난 11개월 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눈물을 흘렸습니다. 지금 펠로톤처럼 잘 나가는 회사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우리와 같은 입장입니다.(We’ve been close to tears more times than I can count over the past 11 months. There’s a class of people killing it right now that makes Pelotons, but there’s a lot of people in our shoes.)”

-아만 아드바니(Aman Advani), 미니스트리 오브 서플라이 CEO, The New York Times


아만 아드바니의 이런 발언은 미니스트리 오브 서플라이가 직면했던 힘든 시간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이에요. 안타깝게도, 이런 위기가 다시 오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어요. 앞으로 팬데믹 만큼이나 강력한 위기를 다시 한 번 마주하게 될 지 모를 일이죠. 하지만 브랜드의 정체성을 지키며 위기를 한 차례 극복했던 경험이 있는 미니스트리 오브 서플라이는 다시 한 번 자기만의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마지막으로 위기에 부딪혀 자기만의 해법을 찾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미국의 벤처캐피탈리스트이자 스타트업 구루로 불리는 벤 호로비츠(Ben Horowitz)의 말을 공유할게요.


“회사를 구축해 나갈 때는 언제든 해법이 있어야 한다고 믿어야지, 그것을 찾을 확률에 주의를 기울여서는 안된다. 그냥 찾아내야 한다. 90%든 0.1%든 확률은 중요치 않다.”

- 벤 호로비츠, <하드씽> 중에서


벤 호로비츠가 자신의 저서, <하드씽>에 남긴 말이에요. 라우드클라우드(LoudCloud)를 운영하던 시절, 자금 모집과 IPO 과정에서 '신생기업의 CEO는 확률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얻었다며 덧붙인 말이죠.


대부분의 신생기업들이 하는 일은 성공 확률을 가늠할 수 없을 뿐더러 그 확률이 매우 낮아 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회사에서 입는 옷, 포멀한 정장을 만들던 미니스트리 오브 서플라이가 ‘오피스’ 딱지를 떼고 편하게 입는 옷을 생산하기로 했을 때에, 과연 성공 확률이 얼마나 될 거라고 예측했을까요?


미니스트리 오브 서플라이의 공동 창업자들은 될 ‘확률’보다 될 거라는 ‘믿음’으로 피봇팅을 진행했을 거예요. 냉철한 분석과 현실적 판단도 중요하지만, 어쩌면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에게 진짜로 필요한 건 될 거라는 믿음일지도 몰라요.




Reference

베넥스 일본 공식 홈페이지

미니스트리 오브 서플라이 공식 홈페이지

We Put Ministry Of Supply’s High Tech Comfort To The Test, WETRIED.IT

Ministry of Supply Sold Office Apparel. It Has Had to Rethink Things, The New York Times

Thermal Materials Drive Professional Apparel Line, NASA Spinoff

This Guy’s Marketing Stunt Was So On-Brand That We’re Actually Writing About It, Fast Company

'해보니 좋구먼'…美 업체 66% 재택근무 공식 제도화, 이혜진 기자, 테크월드

The art of the product pivot: Ministry of Supply pivots entire brand in just 45 days, Scrum Inc.

Rolling up their sleeves, as a team, The New York Times

<하드씽>, 벤 호로위츠 지음, 안진환 옮김, 한국경제신문

MIT's 4D-Knit Dress changes shape in response to heat, Dez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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