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은 가격 이상의 가치를 원합니다. 가격 이상의 가치를 구현하는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비용을 낮춰 그만큼 가격을 인하하거나 같은 비용으로 더 많은 가치를 산출하는 것입니다. 어느 하나 쉬운 일은 아니지만, 때로는 현명한 돌파구로 비용은 낮추되 가치는 높여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습니다.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서 이런 콜럼버스의 달걀같은 비즈니스를 구현한 레스토랑을 만날 수 있습니다. 스시가 아닌 것 같은 스시, 오마카세는 아니지만 오마카세를 닮은 서비스로, 고객 경험의 품격은 높이고 가격의 허들은 낮춘 ‘카즈노리: 디 오리지널 핸드롤 바(Kazunori: the original handroll bar)’입니다.
카즈노리: 디 오리지널 핸드롤 바 미리보기
• 스시가 아닌 듯 스시인 스시
• 손님의 혜택 #1. 여전한 오마카세의 품격
• 손님의 혜택 #2. 1만 원에 즐기는 즉석 서비스
• 가게의 혜택 #1. 전문 셰프없이도 가능한 즉석 서비스
• 가게의 혜택 #2. 버리는 것에서 찾은 미각의 신세계
• 뉴요커가 좋아하는 스시에 담긴 스시 장인의 마음
'오마카세(おまかせ)'는 일본어로 ‘믿고 맡긴다’는 뜻입니다. 원래는 스시 레스토랑에서 많이 사용하는 단어로 주방장에게 메뉴를 일임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손님이 메뉴를 주문하는 것이 아니라 주방장이 그 날의 좋은 재료를 활용해 눈 앞에서 바로 만든 스시를 알맞은 순서로 손님에게 제공합니다. 전문가인 셰프의 선택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새로운 미식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오마카세의 매력입니다. 게다가 카운터석에 앉아 정갈한 차림의 셰프가 나를 위해 음식을 만드는 모습을 볼 수 있고, 셰프가 즉석으로 만들어 준 신선한 음식을 바로 먹을 수 있다는 점도 오마카세를 찾는 이유입니다.
스시 오마카세의 인기는 뉴욕에서도 유효합니다. 미들급 스시 오마카세만 해도 1인당 약 150~200달러(약 16만 5천~22만 원)정도이고, 하이엔드 오마카세는 인당 300달러(약 33만 원)를 훌쩍 넘기도 하지만 많은 뉴요커들이 특별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 스시 오마카세 레스토랑을 찾습니다. 식을 줄 모르는 인기에도 높은 가격은 여전히 대중에게 문턱으로 작용합니다. 그래서 고급 스시 오마카세의 인기를 따라 자연스럽게 대중화된 스시도 등장했습니다. '와사비(Wasabi)'와 같은 그랩 앤 고(Grab&go) 전문 프랜차이즈 매장은 늘 사람들로 북적이고, 마트의 델리 코너에서도 스시를 손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오마카세 서비스는 없지만 저렴한 가격에 깔끔한 스시를 맛볼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대중들에게 인기입니다. 이처럼 스시는 고급화와 대중화의 길을 함께 걸으며 까다로운 뉴요커들의 입맛을 사로 잡았습니다.
고급 스시는 가심비를, 대중적인 스시는 가성비를 노립니다. 그 다음은 가심비와 가성비 모두를 잡을 차례입니다. 맨해튼에 위치한 '스시 온 존스(Sushi on Jones)'는 자신의 차례를 기다렸다는 듯 저렴한 가격의 오마카세 코스를 구성하며 새로운 포지션을 개척합니다. 스시 온 존스에서는 12피스 스시 오마카세를 58달러(약 6만 4천 원)에 즐길 수 있습니다. 기존 스시 오마카세의 반 정도되는 가격에 숙련된 셰프가 신선한 재료로 스시를 즉석으로 만들어주니, 비싼 가격의 스시집에 비견할 만한 퀄리티를 인정받기도 합니다.
스시 온 존스의 매장 내부입니다. ⓒSushi on Jones
스시의 재료도, 셰프의 기술도 그대로인데 무엇이 스시 온 존스의 가격을 낮추었을까요? 스시 온 존스에는 다른 스시집에는 없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식사 시간 제한입니다. 스시 온 존스에서는 1인 코스당 30분의 제한 시간을 두어 테이블의 회전율을 높입니다. 보통의 오마카세 스시집에서 최소 1시간 반 정도의 여유를 두고 셰프의 친절한 설명과 함께 천천히 식사를 즐기는 것과 달리, 스시 온 존스에서는 스시의 높은 품질과 오마카세 서비스, 그리고 합리적 가격에 집중합니다. 회전율이 다른 스시 레스토랑에 비해 3배 이상 높으니, 객단가가 낮아도 같은 시간 내에 비슷하거나 더 많은 매출을 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스시 온 존스의 전략에도 복병은 있습니다. 회전율이 아무리 높아도 예약이 꽉 차지 않는 비수기에는 의미가 없습니다. 게다가 낮추기 힘든 원가와 전문 셰프의 인건비 등의 비용 관리는 여전히 해결하기 어려운 숙제입니다. 오마카세의 여유를 즐길 수 없다는 점 또한 양날의 검입니다. 덕분에 가격이 낮아지긴 했지만 30분 안에 식사를 마칠 바에야 아예 가격이 더 낮은 저가 스시집에 고객의 마음이 기울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스시가 아닌 듯 스시인 스시
ⓒ시티호퍼스
ⓒ시티호퍼스
스시 온 존스의 짧은 식사 시간이 아쉽다면 멀지 않은 곳에서 신선한 대안을 찾을 수 있습니다. 즉석 스시를 여유 있게 즐길 수 있으면서도 여전히 합리적인 가격을 유지하는 '카즈노리: 디 오리지널 핸드 롤 바(이하 카즈노리)'입니다. 카즈노리는 스시가 아닌 것 같으면서도 스시인 메뉴를 판매해 획기적인 방식으로 스시 오마카세를 재구성합니다.
카즈노리의 매장 문을 열고 들어가면 테이블은 없고 긴 카운터석만 있습니다. 카운터 안 쪽에 셰프로 보이는 사람들이 앞에 앉은 고객에게 주문한 음식을 바로 만들어 앞에 놓아 줍니다. 한 눈에 보기에는 여느 고급 스시 레스토랑과 다를 바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조금 가까이서 보면 분명 다른 점이 있습니다. 셰프들이 만드는 스시는 우리가 익숙한 '니기리 스시(にぎりずし, 밥 위에 횟감이 올라간 일반적인 스시의 형태)'가 아닌 김으로 재료를 말아서 제공하는 '마키(巻き)', 영어로는 '핸드롤'의 형태라는 점입니다.
카즈노리 매장에서는 스시 바 같은 긴 카운터 석에서 즉석 핸드롤을 즐길 수 있습니다. ⓒKazunori
손님의 혜택 #1. 여전한 오마카세의 품격
고객은 여전히 고급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카운터 자리에 앉아 오마카세에 버금 가는 서비스를 즐길 수 있습니다. 셰프가 정한 메뉴는 아니기에 '오마카세'라고 칭하기는 어렵지만, 고객이 주문한 핸드롤을 즉석으로 만들어 한 조각씩 제공하는 오마카세의 서비스 방법을 차용했습니다. '바로 드시는 게 맛있습니다.'라는 멘트와 함께 한 피스의 핸드롤 스시를 놓아 주니 여느 고급 스시 레스토랑의 오마카세 서비스가 부럽지 않습니다. 첫 번째 피스 이후의 핸드롤 스시들은 손님의 식사 속도에 맞춰 제공되어 여유로운 식사가 가능합니다.
그렇다며 핸드롤의 맛과 품질은 어떨까요? 카즈노리의 고객은 여느 스시집에서 느낄 수 있는 수준급 스시의 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 카즈노리가 핸드롤에 들어가는 모든 식재료들을 세심하게 관리하기 때문입니다. 먼저 핸드롤 맛의 중심이 되는 생선은 전 세계 각지에서 신선한 상태로 공수합니다. 연어는 유럽에서, 성게알은 캘리포니아 남부에서, 방어는 일본에서 가져 옵니다. 그리고 생선의 퀄리티만큼이나 중요한 숙성도 허투루하지 않습니다. 오랜 기간 스시 레스토랑을 운영한 셰프가 전수한 노하우에 따라 적절히 숙성하여 풍미와 식감을 최대치로 이끌어 냅니다.
ⓒ시티호퍼스
카즈노리에서 사용하는 김은 핸드롤의 퀄리티를 높이고 먹는 재미를 더하는 요소입니다. 김은 핸드롤을 감싸는 재료로 입 안에 가장 먼저 닿기 때문에 핸드롤의 첫인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카즈노리는 일본에서 직접 골라 공수한 상급의 스시용 김을 사용하는데, 김의 1장당 원가가 약 1달러(약 1,100원) 정도입니다. 이는 일반 스시용 김에 비해 몇 배나 비싼 가격입니다. 실제로 김의 고소한 풍미와 바삭한 식감 덕분에 다른 스시 집에서 먹는 핸드롤과 확연한 차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
스시에서 생선 못지 않은 존재감을 발휘하는 쌀밥도 카즈노리에서는 남다릅니다. 카즈노리가 스시에 들어가기에 최적인 품종과 맛의 쌀을 공수하기 위해 쌀 농가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물론, 밥솥에조차 투자를 아끼지 않은 덕분입니다. 미국의 식당들은 식품 안전처의 인증을 받은 업소용 밥솥을 사용해야 하는데, 기존의 업소용 밥솥으로는 스시에 최적화된 품질의 밥을 짓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카즈노리는 18개월 동안 5만 달러(약 5,500만 원) 이상의 비용을 투자해 원하는 품질의 밥을 지을 수 있는 밥솥을 업소용으로 인증받았습니다. 식재료에 대한 까다로운 고집 덕분에 카즈노리의 고객은 밥알 하나에서도 고급스러운 오마카세의 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
손님의 혜택 #2. 1만 원에 즐기는 즉석 서비스
카즈노리는 이런 즉석 서비스를 유지하면서도 동시에 가격을 파격적으로 낮추어 스시에 대한 문턱을 낮춥니다. 오마카세 레스토랑의 분위기와 서비스를 누리면서 1만 원이 채 되지 않는 값을 치르고 나가는 손님도 있습니다. 평균적인 1인분인 12피스를 주문해도 56달러(약 6만 2천 원)면 충분합니다. 30분 만에 식사를 마쳐야 했던 스시 온 존스와 비교해도 2달러(약 2,200원)나 저렴합니다. 같은 12피스라도 니기리 스시보다 핸드롤이 사이즈가 더 크기 때문에 양도 더 많습니다. 여기에 더해 음식을 주문하는 과정이나 매장을 운영하는 방식에서도 고객을 배려하기 위한 고민을 알 수 있습니다.
카즈노리의 고객은 코스나 세트를 주문할 의무가 없습니다. 3피스~6피스로 구성된 세트 메뉴도 구비되어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먹고 싶은 종류의 핸드롤을 먹고 싶은 만큼만 주문하면 됩니다. 심지어 손님이 원한다면 1피스만 주문하여 먹을 수도 있습니다. 1피스의 가격은 대부분 5.25달러(약 5,800원)에서 6달러(약 6,600원) 사이입니다. 세트 메뉴의 경우 3피스에 13달러(1만 4천 원)로 시작해 가장 비싼 세트 메뉴가 28달러(약 3만 1천 원)짜리 6피스입니다. 10만 원을 훌쩍 넘는 오마카세 코스로만 구성된 여느 스시 레스토랑들과는 확연히 다른 정책입니다.
원하는 메뉴에 체크하여 주문할 수 있도록 만든 카즈노리의 주문서입니다. ⓒ시티호퍼스
고객 친화적인 '노 팁핑(No-tipping)' 정책 또한 고객의 부담을 줄여줍니다. 팁 문화가 일반화된 뉴욕이지만 카즈노리에서 만큼은 별도의 팁을 지불하지 않아도 됩니다. 팁은 음식 가격의 15~25% 정도를 내는 것이 보통인데, 그만큼의 지출이 주니 더욱 부담없이 음식을 즐길 수 있습니다. 합리적인 메뉴 가격과 주문 방법으로 허들을 낮추는 것에 더해 당연하게 여겨져 왔지만 고객에게 불편한 부담이 될 수 있는 팁 문화마저 과감히 없앤 것입니다.
뿐만이 아닙니다. 카즈노리는 언제나 두 팔 벌려 고객을 환영하기 위해 브레이크 타임도 없이 운영합니다. 이는 매출을 올리겠다는 의지이기도 하지만, 고객이 뜸한 시간동안 추가로 필요한 인력과 제반 비용을 생각하면 고객을 위한 선택인 것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오전 11시부터 밤 12시까지 쉬지 않고 문을 여는 카즈노리덕분에 식사는 물론, 간식, 야식 등 시간대와 목적을 가리지 않고 누구든 부담없이 방문할 수 있습니다.
가게의 혜택 #1. 전문 셰프없이도 가능한 즉석 서비스
품질 높은 제품과 서비스, 동시에 낮은 가격을 유지하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카즈노리에서는 어떻게 가능했던 것일까요? 가게의 입장에서도 '핸드롤'이 많은 문제를 해결해 줍니다. 일단 카즈노리는 핸드롤이 메인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스시 레스토랑에서 고용하는 전문 셰프가 필요없습니다. 수년 간의 수련이 필요한 스시 손질과 달리 핸드롤은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기본적인 몇 가지 교육만 받는다면 누구나 핸드롤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실 카즈노리에서 고객에게 핸드롤을 내어 주는 사람은 전문 셰프가 아닙니다.
ⓒKazunori
뉴욕 시에서 일하는 스시 셰프들의 평균 시급은 약 23달러(약 2만 5천 원)입니다. 반면 최저 시급은 15달러(약 1만 6,500원)로, 전문적인 스시 셰프를 고용하는 것이 비전문인력을 고용하는 것보다 35%나 인건비가 더 비쌉니다. 만약 숙련된 스시 셰프가 필요하다면 인건비는 더욱 올라갈 것입니다. 여기에 더해 카즈노리에서는 테이블없이 카운터 자리만 운영하기 때문에 별도로 서버를 고용할 필요가 없고, 음료를 서빙하는 직원 1명 정도만으로도 충분히 홀 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에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습니다.
전문 셰프에 대한 의존도가 낮으니 체인점 확장에도 유리합니다. 솜씨 좋은 전문 스시 셰프를 구하기는 어려워도, 정해진 조리법에 따라 핸드롤을 쥐어 내줄 인력은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카즈노리는 효율적인 비용 구조와 가성비와 가심비를 모두 충족하는 서비스를 바탕으로 LA에서 1호점을 오픈한 이후 현재까지 뉴욕 지점을 포함, 5개 점포를 운영하며 확장 중입니다. 카즈노리에 대한 '적당한 가격, 접근하기 좋은, 훌륭한 맛'이라는 언론의 평가는 평범하지만 정확하게 카즈노리의 장점을 설명합니다.
가게의 혜택 #2. 버리는 것에서 찾은 미각의 신세계
핸드롤이기에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지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효율적인 식자재 사용입니다. 으깬 형태의 생선이 들어 가기에 생선 살의 원형이 보존되지 않아도 됩니다. 즉, 뼈에 붙어 있는 생선살까지도 긁어 내어 식자재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일반적인 스시 레스토랑은 스시용 생선을 일정한 형태와 크기로 밥 위에 올려야 하기 때문에 자투리 생선살을 버리기 마련입니다. 기껏 해야 지라시 스시에 들어가는 급 낮은 횟감 취급을 받는 정도입니다. 하지만 으깬 살을 위주로 쓰는 카즈노리에게 이런 자투리 생선 살은 최고의 식자재입니다. 오히려 단단하지 않고 부드러운 식감이 핸드롤을 만들기에 최적입니다.
외식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데에 있어서 원가는 수율에 따라 차이가 많이 납니다. 여타 스시 레스토랑에 납품되는 생선과 다를 바 없는 좋은 품질의 생선이지만, 핸드롤의 특성상 수율*이 높은 메뉴이기에 원가를 낮출 수 있습니다. 특히 카즈노리는 '스시 노자와(Sushi Nozawa)', '슈가피쉬(Sugarfish)' 등 다른 스시 레스토랑 브랜드를 운영하는 '노자와 그룹(Nozawa Group)'을 모기업으로 두고 있어 다른 스시 브랜드에서 사용하지 못하는 부분을 카즈노리에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여러 모로 효자 브랜드인 셈입니다.
*수율: 원자재의 이용 능률. 원자재 투입량 대비 산출량을 의미.
핸드롤은 메뉴 개발의 측면에서도 유리합니다. 핸드롤의 형태와 특성상 생선을 으깬 형태로 넣는 경우가 많습니다. 니기리 스시의 횟감처럼 슬라이스된 형태가 아니라고 해서 시각적으로나 미각적으로 뒤쳐지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으깬 생선 특유의 부드러운 식감이 쫀득한 밥알, 바삭한 김과 조화를 이루어 니기리 스시에서는 맛볼 수 없는 새로운 맛을 구현합니다. 더불어 일본인들의 입맛에 맞춘 전통 스시에서 벗어나 뉴요커들이 좋아하는 소스를 곁들여 전에 없던 변주가 용이합니다.
다양한 식재료와 소스가 어우러진 카즈노리의 핸드롤입니다. ⓒKazunori
뉴요커가 좋아하는 스시에 담긴 스시 장인의 마음
"일본의 스시를 미국에 알리자."
아이러니하게도 전통 스시를 벗어나 합리적 변주에 앞장 선 카즈노리를 만든 장본인이 40년 간 지켜온 일관된 미션입니다. 카즈노리는 'LA 스시 노자와(LA Sushi Nozawa)'의 오너 셰프 '카즈노리 노자와(Kazunori Nozawa)'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카즈노리 노자와는 일본의 대표적인 미식인 스시를 미국에 널리 알리기 위해 힘써 왔습니다. 하지만 오랜 시간동안 축적된 섬세한 기술과 스토리가 깃들어 있는 스시를 미국 땅에 그대로 이식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카즈노리 노자와는 미국인들에게 더 친숙하게 접근할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그러던 중 그는 미국 햄버거 프랜차이즈인 '애플 팬(Apple Pan)'을 보며 힌트를 얻었습니다. 햄버거 프랜차이즈처럼 단순한 메뉴지만 일정한 품질의 음식을 만드는 스시 레스토랑이라면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해 핸드롤 전문 레스토랑을 고안했습니다. 동시에 스시로서의 정체성을 흐리지 않기 위해 미국식으로 지나치게 변형되어 게맛살, 아보카도 등이 들어가는 캘리포니아 롤과 같은 메뉴는 지양했습니다. 대신 미국인들의 선호를 고려하여 니기리 스시에서는 잘 볼 수 없지만 여전히 좋은 스시 식재료인 블루 크랩 등을 과감히 활용하기도 합니다. 의미있는 변화와 지나친 변질 사이에서 길을 잃지 않고자 고민한 결과입니다.
카즈노리는 일본 음식을 널리 전하고 싶은 스시 장인의 마음과 그 마음을 현실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완성되었습니다. 전통적인 형태를 깨면서도 본질을 유지하고, 오퍼레이션을 효율화하면서도 고객 만족을 추구한 것이 카즈노리를 이끌어온 힘입니다. 카즈노리에서 발견한 인사이트는 전통 문화의 세계화를 꿈꾸는 모든 이들에게 영감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