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의 공용 공간이 점점 넓어지고 있는 가운데 홍콩에 끝판왕이 있어요. ‘이튼 워크숍(Eaton workshop)’이라는 호텔의 공용 공간은 대형 푸드 코트, 코워킹 스페이스, 갤러리, 공연장, 라디오 방송국, 영화관 등으로 호텔이라는 걸 깜빡할 정도예요. 덕분에 투숙객은 물론 투숙하지 않는 여행자와 현지인이 한 데 어우러져요.
그런데 여기서 벌어지는 이벤트들이 심상치 않아요. 아트 위크를 열어 로비에서 행위 예술을 하기도 하고, 공중파에서 잘 다루지 않는 주제로 라디오를 녹음하기도 하고, 컨퍼런스룸에서는 난민이 큐레이션한 옷으로 패션쇼를 여는 식이에요.
사실 이튼 워크숍은 사회운동가가 만든 호텔이에요. ‘호텔’이라는 탈을 쓰고 사실은 사회적 변화를 만드는 게 목표인 공간이죠. 호텔계의 파타고니아를 꿈꾸는 이튼 워크숍의 현장으로 함께 떠나 볼까요?
이튼 워크숍 미리보기
• 홍콩판 ‘트로이 목마’가 된 호텔
• 호텔의 푸드홀을 조연에서 주연으로
• 공간 구성부터 다른 커뮤니티형 호텔의 정석
• 호텔이 굴 껍데기로 시멘트를 만든 이유

회전목마만큼이나 유명한 목마가 있어요.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트로이 목마’예요. 트로이 목마는 10년 동안 이어진 ‘트로이 전쟁’을 하루아침에 끝낸 결정적 무기였는데요. ‘콜럼버스의 달걀’과 같은 아이디어라서 비즈니스에서 경쟁의 판을 뒤집거나 고객의 마음에 자연스럽게 침투해야 할 때 비유적으로 쓰는 표현이기도 해요. 그렇다면 트로이 목마는 어떤 전략이었길래, 이토록 널리 알려진 걸까요? 요약하자면 이래요.
트로이 전쟁은 도시국가 ‘트로이’와 그리스를 주축으로 한 ‘아카이아’ 연합군이 벌인 전쟁이에요. 전쟁의 발단은 납치였죠.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가 스파르타의 왕비 ‘헬레네’를 트로이로 데려갔거든요. 이에 분노한 그리스인이 연합군을 결성해 헬레네를 구하기 위한 전쟁을 시작한 거예요. 하지만 그녀를 되찾기가 쉽지 않았어요. 트로이 군이 성을 완벽하게 방어했으니까요. 전쟁이 지지부진하게 이어졌죠.
이때 꾀돌이 영웅인 ‘오디세우스’가 기발한 계략을 세웠어요. 승리의 전리품으로 쓰일 거대한 목마를 만들고 그 안에 정예군 30여 명을 숨긴 뒤, 트로이가 이 전리품을 성으로 들이면 전사들이 목마를 빠져나와 성문을 여는 작전이었죠. 이때 철수했던 연합군이 돌아와 트로이 성을 침공할 수 있도록요. 문제는 트로이가 의심하지 않고 트로이 목마를 전리품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거였어요.
오디세우스는 첩자를 통해 물밑 작업을 했어요. 목마가 신들에게 바치는 선물이니, 연합군이 후퇴한 후 이 목마를 성 안으로 들여야 트로이의 승리가 완성된다는 거짓 예언을 퍼뜨렸죠. 이렇게 판을 깐 뒤 연합군은 철수를 했고, 트로이 군은 예언대로 승리의 완성을 위해 진지에 덩그러니 남은 목마를 주저 없이 성 안으로 들였어요. 결국 오디세우스의 작전대로 트로이 성은 함락됐죠.
트로이 목마는 진짜 의도를 숨긴 후 마지막에 드러내 목표를 달성한 사례예요. 여기서 핵심은 그냥 숨겨서는 안되고, 상대방이 좋아할 만한 걸로 포장해야 한다는 거죠. 그래야 마음을 파고들어 원하는 걸 이룰 수 있으니까요. 트로이 목마는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의 아주 오래된 고전이지만, 구식의 전략은 아니에요. 지금의 홍콩에서도 트로이 목마와 같은 시도를 하는 곳이 있거든요. 밀레니얼을 위한 호텔인 ‘이튼 워크숍(Eaton Workshop)’처럼요.
홍콩판 ‘트로이 목마’가 된 호텔
이튼 워크숍은 2018년에 오픈했지만, 역사가 오래된 호텔이에요. 1990년에 시작한 ‘이튼 호텔Eaton hotel’을 리모델링했으니까요. 에어비앤비와 같은 대체 숙소의 등장, 기업형 비즈니스 호텔의 성장 등 시장 환경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이었죠. 시대가 달라진 만큼, 세대도 교체가 필요했어요. 그래서 이튼 호텔의 모회사인 ‘그레이트 이글 홀딩스(Great Eagle Holdings)’의 회장 ‘로 카 수이(Lo Ka-shui)’는 그의 딸 ‘캐서린 로(Katherine Lo)’에게 호텔을 바꿔보라는 제안을 했어요.

원래 그녀는 아버지가 하던 호텔 비즈니스에는 딱히 관심이 없었어요. 예일 대학교에서 인류학 공부를 마치고,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교에서 영화를 제작하며 문화와 예술을 탐닉하는 데 푹 빠져 있었거든요. 사업적 제안이라면 단박에 거절했을 텐데 ‘밀레니얼’ 세대를 위한 호텔을 지어보라는 아버지의 말이 솔깃하게 들렸죠. 학창 시절에 사회운동가를 했을 만큼 세상의 변화에 관심이 많은 그녀에게, 어쩌면 호텔은 젊은 세대의 생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도구가 될 거란 직감이 들었으니까요.
밀레니얼 세대는 이전 세대 대비 사회적 이슈에 관심이 많고 변화에 유연하다는 특징이 있어요. 리서치 조사 기관인 ‘닐슨’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의 약 66%가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는 브랜드를 위해 비용을 더 지불할 의사가 있음을 밝혔죠. 그만큼 구매를 할 때 사회적 임팩트를 고려하면서 의식적이고 윤리적인 소비를 지향한다는 뜻이에요. 캐서린은 이런 세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면, 그녀가 바라는 사회적 변화를 앞당길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이때 그녀는 호텔을 목표 달성을 위한 트로이 목마와 같은 도구로 봤어요. 호텔은 의식주휴미락(衣食住休美樂)을 모두 품을 수 있어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를 총망라하는 공간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으니까요. 또한 패션이나 F&B 업계에는 ‘파타고니아’, ‘홀 푸드 마켓’ 등 사회적 변화를 이끄는 선도적인 기업들이 있는 반면, 호텔 업계에는 이런 역할을 해줄 브랜드가 없다고 판단했거든요.
여기에다가 마침 그녀가 호텔 비즈니스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도 있었어요. 그레이트 이글 홀딩스가 시카고에 있는 ‘330 노스 와바시(330 North Wabash)’ 빌딩을 인수해 일부 층을 5성급 호텔인 ‘랭햄 시카고(The Langham, Chicago)’로 탈바꿈시켰는데요. 이 건물이 근대 건축의 개척자이자 현대 건축의 거장인 ‘미스 반 데어 로에(Mies van der Rohe)’의 철학이 집대성된 마지막 작품이라, 리모델링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찍었죠. 영화학도로서 캐서린이 이 다큐멘터리의 감독을 맡으면서 호텔 비즈니스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거예요.
결국 그녀는 아버지의 제안에 응했어요. 4년여의 준비 기간을 거쳐 새로운 이튼 호텔인 이튼 워크숍을 선보였죠. 여기서 워크숍이란 창의적 활동을 위해 협업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행동하는 공간을 의미해요. 단순히 잠만 자는 호텔을 넘어 지역 사회의 안녕과 내일을 위한 플랫폼이 되겠다는 선언을 한 셈이에요. 그렇다면 사회적 변화를 꿈꾸며 재해석한, 밀레니얼을 위한 호텔은 어떤 모습일까요?
호텔의 푸드홀을 조연에서 주연으로
이튼 워크숍은 도로변에서 들어갈 수 있는 출입구가 2개예요. 하나는 로비로 들어가는 문이고, 또 다른 하나는 지하 푸드홀로 바로 진입할 수 있는 입구죠. 그만큼 푸드홀을 비중 있으면서도 독립적으로 구성한 거예요. 어디로 들어가든지 중정형으로 이루어진 중앙부로 연결돼요. 여기로 가면 초대형 샹들리에가 시선을 확 사로잡는데요. 그 모양이 일반적인 샹들리에랑 달라요.


보통의 샹들리에는 촛대 형태인 반면 이곳의 샹들리에는 세로형 직육면체로 길게 늘어져 있어요. 홍콩다움을 재해석했기 때문이에요. 먼저 세로로 긴 형태는 ‘중국식 벽등’에서 착안했어요. 긴 원통의 뼈대는 홍콩 건설 현장에서 쓰이는 가설물인 ‘대나무 비계*’에서 힌트를 얻어 강철로 형상화했죠. 마지막으로 샹들리에를 덮고 있는 소재는 홍콩 시장의 텐트에서 영감을 받아 빛이 투과되도록 리넨으로 제작했고요. 이로써 어디선가 본 듯하지만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홍콩다움이 생겨났어요.
*대나무 비계: 홍콩에서 건물을 건축하거나, 리모델링, 수리할 때 설치하는 대나무 가설물이에요.
그뿐 아니에요. 푸드홀은 홍콩의 차찬텡과 호커 센터에서 모티브를 얻었어요. 차찬텡은 다양한 요리, 디저트, 차 등을 저렴하게 파는 음식점이고, 호커 센터는 노점을 모아 만든 일종의 푸드코트인데요. 둘 다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홍콩 서민의 끼니를 채워주는 식문화적 공간이에요. 이튼 워크숍은 고급스럽거나 트렌디한 레스토랑을 만드는 대신, 진짜 홍콩 문화가 깃든 푸드홀을 만들고 싶어 차찬텡과 호커 센터의 요소를 이 공간에 녹여냈죠.



모자이크 타일이 대표적이에요. 바닥이나 벽에 명도와 채도가 비슷하면서도 강한 대조를 이루는 색의 타일을 골고루 사용했는데요. 이는 홍콩의 작은 식당에서 발견할 수 있는 특유의 인테리어 양식이에요. 모자이크 타일은 제2차 세계 대전 후에 물자가 부족하던 시절, 구할 수 있는 타일을 되는대로 조각조각 붙이던 것에서 시작돼 차찬텡과 같은 작은 상점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홍콩만의 스타일로 자리 잡았죠.
이외에도 푸드홀은 홍콩 야시장의 가판대 같은 느낌을 살리기 위해 매장 곳곳에 붉게 칠한 철제 골조를 활용했어요. 또한 광둥 음식 레스토랑인 ‘얏퉁힌(Yat Tung Heen)’은 왕가위 감독의 영화 <화양연화>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했죠. 연회장 이름은 시대를 풍미한 홍콩 배우들의 이름을 따 짓기도 했고요. 홍콩다움을 다양한 방식으로 구현한 거예요.
여기에다가 과거의 흔적을 남겨두기도 했어요. 이튼 워크숍이 위치한 지역인 ‘조던(Jordan)’은 홍콩 문화의 보루로 불리는 곳인데요. 이튼 워크숍 부지에는 과거에 광둥 오페라 극장 겸 영화관인 ‘디 아스토 극장(The Astor Theatre)’이 있었어요. 이 영화관을 허물고 이튼 호텔을 세웠던 거였죠. 그래서 이튼 워크숍으로 리모델링 하면서 문화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했던 과거의 극장을 존중하는 의미를 담아, 푸드홀 지하 1층을 ‘디 아스토(The Astor)’라 이름 붙였어요.
이처럼 이튼 워크숍은 홍콩다움을 재해석했어요. 홍콩의 곳곳에서 발견한 모티브를 변형하고 추상화해, 세련되면서도 캐주얼한 분위기를 연출했죠. 궈차오 트렌드* 속에서 밀레니얼 세대가 홍콩을 새롭게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한 거예요. 그래야 그들의 마음을 살 수 있고, 가깝게 다가갈 수 있으니까요. 푸드홀뿐만 아니에요. 이튼 워크숍은 호텔 공간을 남다르게 활용하면서 밀레니얼 세대를 끌어들여요.
*궈차오 트렌드: 중국을 뜻하는 ‘궈’와 유행을 뜻하는 ‘차오’의 합성어로, 중국인의 자국 브랜드 선호 현상 혹은 전통 요소가 담긴 제품을 구매하는 경향을 뜻해요.
공간 구성부터 다른 커뮤니티형 호텔의 정석
'만약에 호텔이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다면?’
(What if a hotel could build community?)
이튼 워크숍 건물 외벽에 커다랗게 걸려 있는 포스터 문구예요. 커뮤니티 호텔을 지향한다는 걸 명시적으로 표현하고 있죠. 그렇다면 누구를 위한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은 걸까요? 이튼 워크숍은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젊은 크리에이터들이 모여서 교류하고 새로운 일을 도모할 수 있는 베이스캠프가 되고자 해요. 그래서 이튼 워크숍에는 다른 호텔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시설들이 있어요.

예를 들어 볼게요. 이튼 워크숍에는 ‘투모로우 메이비(Tomorrow Maybe)’라는 갤러리가 있어요. 다양한 신진 아티스트들이나 젊은 큐레이터의 전시를 진행하죠. 또한 50석 규모의 영화관인 ‘키노(Kino)’도 있어요. 독립 영화 상영이나 예술 공연 등을 위한 목적으로 활용되죠. 심지어 호텔에 라디오 스테이션도 마련했는데요. 신진 혹은 언더그라운드 뮤지션들의 활동을 돕는 공간이에요. 토크 쇼, DJ 믹스 등을 통해 그들의 음악과 이야기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죠.

동시에 이튼 워크숍에는 수영장, 요가 스튜디오, 피트니스센터 등 여느 호텔에도 있는 웰니스 시설들도 있어요. 하지만 그 목적이 달라요. 단순히 투숙객을 위한 부가 서비스 차원이 아니라 커뮤니티 구축을 위한 시설이거든요. 건강한 커뮤니티는 결국 건강한 개인이 만드니까 웰니스가 문화만큼이나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그래서 투숙객뿐만 아니라 외부인도 일부 주요 시설을 이용할 수 있죠.
이튼 워크숍이 푸드홀, 갤러리, 영화관, 라디오 스테이션 등 공용 공간을 기존 호텔과 다르게 구성한 이유는 분명해요. 겉으로는 밀레니얼 세대가 열광할 힙한 호텔처럼 포장한 후, 속으로는 사회적 변화를 목표하기 위해서죠. 호텔을 트로이 목마처럼 활용해 밀레니얼 세대의 생각과 행동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거예요. 그렇다면 이튼 워크숍은 호텔이라는 본연적 역할로는 어떻게 커뮤니티를 만들어가고 있는 걸까요?
이튼 워크숍에는 여러 형태의 객실이 있는데요. 그중 ‘아티스트 스튜디오’는 아티스트나 크리에이터를 위한 객실이에요. 여행을 하면서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침실 외에 작업 공간을 별도로 둔 것이 특징이죠. 드럼 패드, 마이크, 키보드, 맥 컴퓨터 등 최첨단 장비나 캔버스 같은 미술 도구를 제공하기도 하고요.

때로는 호텔이 로컬 크리에이터들의 장기 체류용 레지던스가 되기도 하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콩에 거주하는 크리에이터들이 숙박비를 내고 머무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에요. 그래서 이튼 워크숍은 호텔 내에 ‘이튼 하우스(Eaton House)’라는 코워킹 스페이스를 운영해요. 투숙객도 이용할 수 있지만, 로컬 크리에이터들이 월 단위로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거예요.

이튼 하우스 멤버가 되면 이튼 워크숍의 모든 시설과 프로그램들을 이용할 수 있어요. 자연스럽게 이튼 워크숍이 지향하는 사회적 변화에 동참할 수 있죠. 단순히 일이나 창작 활동을 하는 공간이 아니라 변화를 만드는 커뮤니티로서 기능하는 셈이에요. 또한 이벤트나 숙박 등이 일회성인 것과 달리 이튼 하우스 멤버로 참여할 경우 지속성을 가질 수 있으니 이튼 워크숍이 추구하는 목표에 더 가깝게 다가가는 방법이기도 해요.
이처럼 이튼 워크숍은 호텔을 숙박 시설이 아니라 사회적 변화를 위한 커뮤니티로 재정의했어요. 그래서 일반적인 호텔과 공간 구성에 있어 확연한 차이가 있죠. 그런데 시설은 물론이고 사회적 변화를 실천하는 방식도 남다른 구석이 있어요. 호텔임에도 불구하고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시멘트를 만드는 일에 동참한 적이 있거든요. 그렇다면 호텔과 시멘트 그리고 친환경 사이에는 도대체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 걸까요?

호텔이 굴 껍데기로 시멘트를 만든 이유
'당신이 먹은 굴 껍데기에 두 번째 삶을 주세요.’
한때 이튼 워크숍의 디 아스토에 적혀 있었던 문구예요. 생굴을 가져다 먹을 수 있는 코너에서, 고객은 굴을 먹고 남은 껍데기를 정해진 곳에 버리기만 하면 됐어요. 이튼 워크숍은 그렇게 모은 굴 껍데기를 세척해 시멘트 원료로 새활용했죠. 시멘트는 석회암으로 만드는데, 굴 껍데기는 91%가 석회암으로 구성돼 있거든요. 석회암을 채굴하고 가공하는 과정에서 대기오염이 발생하니 버려진 굴 껍데기를 업사이클링 해 건축 자재로 쓸 수 있게 한 거예요.
또한 이튼 워크숍이 추구하는 진보적 가치를 더 많은 사람들이 경험할 수 있도록 축제를 주최하기도 해요. 대표적인 사례가 LGBTQ+ 프로그램이에요. 이튼 워크숍은 다양성을 장려하기 위해 2018년부터 매해 한 달간 LGBTQ+ 문화를 응원하는 이벤트를 진행하는데요. 이 기간에는 젠더를 주제로 한 영화 상영, 토크 쇼, 워크숍, 파티 등 다양한 행사가 열려요. 아예 숙박과 축제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프라이드 먼스 스테이케이션 패키지’를 만들기도 하고요.
이처럼 이튼 워크숍은 단순히 공간만 제공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아요. 때로는 호텔에서의 경험을 기획해 보다 적극적으로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내기도 하죠. 굴 껍데기 시멘트부터 LGBTQ+ 축제까지 범위도 폭넓어요. 호텔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할 수 있는 일 혹은 해야 할 일들을 하나씩 해나가는 거예요. 시간은 걸리겠지만 이러한 시도와 노력이 쌓이다 보면 캐서린의 바람처럼 보다 나은 세상에 다가갈 수 있겠죠.
만약 그녀가 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을 때, 아버지가 ‘밀레니얼을 위한 호텔’이 아니라 그냥 럭셔리한 혹은 감각적인 호텔을 지어보라고 제안했다면 어땠을까요? 그녀는 가업을 잇는 것에 관심이 없었으니, 아마도 지금의 이튼 워크숍은 탄생하지 못했을 거예요. 하지만 ‘밀레니얼을 위한’이라는 포장이 트로이 목마의 역할을 하면서 그녀의 마음을 파고들었죠. 덕분에 아버지는 바람대로 딸을 호텔 비즈니스에 입문시킬 수 있었고요. 이렇듯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의 트로이 목마는 AI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전략으로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어요.
Reference
- 이튼 워크숍 공식 홈페이지
- 이튼 워크숍 공식 인스타그램
- 이튼 홍콩 공식 인스타그램 / 페이스북
- AvroKo Eaton HK
- EATON HK: THE COUNTERCULTURE HAVEN THAT WANTS TO BE MORE THAN JUST A HOTEL
- 이튼 홍콩 객실 설명
- First look: The gourmet renaissance in newly refurbished Eaton HK
- Daughter's Artistic Taste At HK Billionaire's Langham Hotel Chain
- Mediating Mies: Dirk Lohan's Langham Hotel Lobby at the IBM Building
- 전설적인 건축가, 미스 반 데 로에
- The Langham Chica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