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한 가짜 세상으로, 진짜 세상의 부족함을 채우는 법

클리오 어워드 #4.가상세계

2023.12.21

세계 3대 광고제라고 불리는 대회가 있어요. 칸 광고제, 뉴욕 페스티벌, 클리오 어워드. 이 중에서 아직 한국에선 덜 주목받고 있지만, ‘광고계의 오스카’ 상이라 불릴 정도로 권위 있는 대회가 클리오 어워드예요. 1959년부터 시작했을 만큼 역사도 깊죠.


클리오 어워드의 목적은 광고 산업을 발전시키는 것. 그래서 시장에 영감을 주고, 크리에이티브 커뮤니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창의적인 광고나 캠페인을 수상해요. 2023년도 어김없이 다양한 작품을 선정했는데요. 클리오 어워드 CEO인 니콜 퍼셀(Nicole Purcell)은 총평을 하면서 이렇게 말했어요.


"미디어를 창의적으로 활용하여 비즈니스를 추진하거나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미래 지향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등 대담한 아이디어가 세상의 작동 방식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합니다."


그래서 시티호퍼스가 대담한 아이디어로 세상의 작동 방식을 바꾼다는 관점으로 수상작들을 정리해 봤어요. 어떤 수단으로 세상의 작동 방식을 바꿨는지에 초점을 맞춰 이벤트, 공간, 제품, 가상세계, SNS 등 5가지로 살펴보았죠. 그중에서 오늘 만나볼 수상작은 ‘가상세계’로 세상의 작동 방식을 바꾼 크리에이티브예요.


[클리오 어워드 #4.가상세계] 미리보기

 #1. 기후 재앙이 닥친 도시에서 살아본다면? - 로스 산토스 +3도씨

 #2. 게임 습관, 금융 습관이 되다 - 더 게이밍 프로파일

 #3. 과거의 내가 가상 아바타로 돌아왔다 - 매켄로 vs 매켄로

 ‘진짜’의 빈자리를 채워주는 ‘가짜’




국가명은 있지만 땅은 없는 나라. 소설 속에서나 등장할 법한 이야기지만 곧 맞이하게 될 현실이에요. 바다가 태평양의 섬나라 ‘투발루’를 집어 삼키고 있거든요. 투발루는 하와이와 호주 사이에 위치한 군도인데요. 해발고도가 2m인 9개의 섬들로 이루어져 있어요. 지구 온난화로 인해 해수면이 매년 4mm씩 상승하면서 바다 속으로 가라앉고 있죠. 이미 9곳의 섬 중 2곳은 물에 완전히 잠겨서 사라졌어요. 기후 위기가 전 국민을 기후 난민으로 만들고 있는 거예요.



바다에 가라앉고 있는 태평양의 섬나라 투발루. ⓒtimelesstuvalu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겨요. 영토가 사라진 나라도 ‘국가’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1933년에 체결된 몬테비데오 조약에 따르면 독립된 국가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명확한 영토를 가지고 있어야 해요. 그러니 투발루의 국민들은 주권을 잃어버릴 위기까지 처해 있는 셈이에요. 국가로서의 법적 지위를 잃게 되면 국경은 물론, 국제 투표권, 세계 무대에서의 목소리, 국가의 정체성과 역사까지 송두리째 사라지게 돼요.


투발루는 이를 두고만 볼 수 없었어요. 그래서 2022년 유엔기후변화회의(COP27)에서 이렇게 발표했어요. 투발루는 앞으로 세계 최초의 디지털 국가가 되겠다고요. 투발루의 국가적 자산인 토지, 바다, 문화 유산 등을 보존할 공간을 물리적인 땅에서 디지털 영역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한 거예요.


투발루의 특별한 여정에는 에이전시인 더 몽키(The Monkeys)와 콜라이더(Collider) 등이 함께했어요. 디지털 공간에 웹사이트를 구축한 뒤 실제 섬과 동일한 디지털 트윈을 생성하고, 온라인으로도 선거, 국민 투표, 행정 업무 등을 수행할 수 있도록 준비했죠. 그뿐 아니라 역사적 문서, 문화적 관행, 전통 노래 등 투발루의 문화 유산을 최대한 옮겨둘 수 있는 아카이브로 사용하려는 계획이에요.



투발루는 세계 최초 디지털 국가가 되고 있다. ⓒtuvalu.tv


소멸을 앞두고 있던 투발루는 가상 공간을 통해 주권을 지킬 수 있었어요. 이번 캠페인은 2023년 칸 라이온즈에서 티타늄 그랑프리를 수상했죠. 투발루는 국가의 의미를 디지털 공간으로 확장시키며, ‘국가’라는 개념을 바꿨어요. 중요한 건, 메타버스 등으로 익숙해진 가상세계가 이젠 국가적 범위까지 확대됐단 사실이죠.


이처럼 가상세계와 현실의 경계가 점점 무너지고 있어요. 이젠 가상세계를 통해 미래 세상을 미리 경험할 수도 있고, 과거의 나를 만날 수도 있고, 내 금융 습관을 예측할 수도 있죠. 2023년 클리어 어워드 수상작 중, 가상세계를 통해 세상의 작동 방식을 변화시킨 사례들을 정리해 봤어요.



#1. 기후 재앙이 닥친 도시에서 살아본다면? - 로스 산토스 +3도씨

기후위기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어요. IPCC(세계기상기구)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20년 사이 지구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1.09도나 올랐어요. 특히 2023년 11월에는 기후 관측 사상 처음으로 기온이 산업화 이전 평균보다 2도나 높았던 날이 이틀이나 있었죠.


2도 높은 게 별 일일까 싶지만, 학계에서는 ‘지구 기온이 2도 이상 높아질 경우 인류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온다’고 말해왔어요. 그래서 2015년, 세계 각국은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 지구 기온 상승의 임계점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로 제한했죠.


그런데 그 기록이 결국 깨진 거예요. 일시적 현상으로도 보기도 어려워요. 2024년 지구는 더 더워질 거거든요. 영국 기상청은 2024년 지구 평균 기온이 사상 처음으로 산업화 이전보다 섭씨 1.5도 이상 오를 거라고 예측했죠.


기온이 오르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산업화 대비 2도가 오르면, 홍수는 지금보다 170% 더 자주 발생해요. 410만명이 가뭄을 겪게 되고, 20억명이 폭염에 노출돼죠. 심지어 산호의 경우 100% 멸종할 수도 있어요. 먼 일 같아 보여도, 이렇게 되기까지 80년이 채 안 남았어요. UNEP(유엔환경계획)에 따르면, 2100년까지 지구 평균 기온이 섭씨 2.5도에서 2.9도까지 상승할 거래요.


그런데,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아도 우리는 화석 연료 없이 못 사는 몸이 되었어요. 에어컨과 난방 없이 여름 겨울을 난다고 생각해보세요. 문제를 알아도 경각심을 갖기는 쉽지 않죠. 우리가 직접 평균 기온이 올라간 지구에서 살아보지 않는 한요.


그렇다면 진짜 살아보면 어떨까요? 그린피스 브라질 지부가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VMLY&R과 함께 주최한 ‘로스 산토스 +3°C(Los Santos +3°C)’가 바로 그 이야기예요. 사람들이 평균 기온이 3도씨 올라간 가상 도시에서 살아보게 했죠. 그렇게 기후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어요.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로스 산토스라는 게임 속 가상 도시를 활용했어요. 로스 산토스. 이름이 익숙하지 않나요? 1997년 출시된 미국 락스타 게임즈의 오픈 월드 어드벤처 게임 GTA(Grand Theft Auto) 속 도시예요. 실제 로스 앤젤레스를 모델로 한 도시죠. GTA는 지금까지도 가장 주목받는 게임 중 하나예요. 2025년 출시될 예정인 GTA6의 트레일러 영상은 공개 하루 만에 1억회 조회수를 기록했죠. 2013년 출시한 GTA5는 2023년 11월 기준 누적 1억9000만장이 팔렸어요.


그린피스의 목표는 ‘젊은 세대에게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알리는 것’이었어요. 젊은 세대의 목소리가 모여야, 정부가 기후 대책에 더 힘을 쓸 테니까요. 이 목표를 위해 젊은 세대가 모여 있는 게임 속에 2070년의 로스 산토스 서버를 만든 거예요.


“정부의 역할은 기후 위기에 대처할 수 있도록 구조적인 조치를 취하는 겁니다. 우리의 역할은 정부가 최선을 다 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거죠. 우리는 게임을 통해 정부가 기후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미래에는 이런 세상에서 살게 될 거라고 젊은이들에게 알리고 싶었습니다.”

-그린피스 브라질 대변인 로드리고 지저스(Rodrigo Jesus), 그린피스




로스 산토스 +3도씨의 도시 전경. ⓒGreenpeace


‘미래 도시’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나요? 화려한 네온사인에, 자동차가 하늘을 날고, 높은 건물들이 빽빽한 사이버 도시가 떠오를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린피스가 제시한 도시의 모습은 달랐어요.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3도씨 올라간 도시.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우선 맵 전체에 자욱하게 스모그가 깔려 있어요. 게임 캐릭터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급격하게 생명력이 닳죠. 물론,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기본적인 체력이 오리지널 서버보다 빨리 소모돼요. 실제로 그린피스는 2070년, 브라질 중서부 지역에서 호흡기 질환 사례가 2021년보다 40% 증가할 거라고 내다봤어요.


겨울에는 눈도 내리지 않고, 여름에는 저수지가 말라버리죠. 반대로 해수면은 상승해서 로스 산토스의 대부분 지역이 물 속에 잠겨 있어요. 2070년 현실에서 역시 해수면 상승 문제로 8억명의 사람들이 집을 잃게 될 거래요. 그밖에도 여러 기후 문제로 인해 최대 30억명의 사람들이 거리로 몰려날 거라고 예측했어요. 그래서 게임 속 NPC들은 대부분이 피난민이에요. 집과 재산을 잃은 주민들이 보호소나 거리에서 생활하고 있죠.



게임 안에서 진행되는 그린피스 청원서 서명. ⓒGreenpeace


플레이어는 게임에 접속하면 미션을 받아요. 바다에 고립된 기후 난민을 구출하거나, 식료품을 운반하는 등 재난 상황을 헤쳐나가야 하죠. 플레이를 하면서 기후 시위대도 마주치고, 무관심한 경찰도 맞딱뜨리게 돼요. 무엇보다, 게임을 하다 보면 공중에 뜨는 ‘청원서’를 여러 번 발견할 수 있어요. 청원서에 다가가면 게임 속에서 곧장 그린피스의 기후위기 청원서에 서명할 수 있고요.


홍보 방식도 GenZ 친화적이었어요. 2023년 2월 22일부터 25일까지, 브라질의 유명 스트리머 50명이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 트위치와 유튜브에서 실시간 플레이 방송을 했어요. 중계 화면 속에는 게임이 없는 시청자들도 청원서에 서명할 수 있도록 QR 코드를 넣어뒀어요. 인기 스트리머들의 플레이로 이슈가 되니, 곧 크고 작은 게이머들이 모두 로스 산토스 +3도 서버에 모였어요. 서버 오픈 첫 주에 450시간 이상이 라이브 스트리밍됐죠.



ⓒGreenpeace


현 시점 가장 인기 있는 게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트리머들의 방송으로, 기후 위기를 알린 그린피스의 활동. 브라질 Z 세대에게 큰 영향을 줬어요. 로스 산토스 +3도씨 프로젝트 이후 청원서 서명은 340% 이상 증가했고, 기부금 역시 40%나 늘었죠.


기후 위기와 오염된 지구. 어쩔 수 없이 절망적인 키워드예요. 하지만 그린피스는 온라인 게임이라는 가상 세계를 통해 가장 엔터테인먼트적으로 그 절망적인 키워드를 풀어냈죠. 로스 산토스 +3도씨는 2023년 클리오 어워드 골드뿐 아니라, 2022년 칸 어워즈 골드도 수상했어요. 이 사례로 알 수 있어요. 가상 세계는 미래를 대비할 수 있게 해주는, 현실과 미래 사이의 매개체라는 걸요.



#2. 게임 습관, 금융 습관이 되다 - 더 게이밍 프로파일

게임이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반면, 현실의 신용 등급을 매겨주기도 해요. 무슨 얘기냐고요? 콜롬비아의 은행 방콜롬비아는 게이머들의 플레이 습관을 분석해, 신용 등급이 아직 매겨지지 않은 사람도 신용 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게 했어요. 2023년 클리오 어워드 골드를 수상한 ‘더 게이밍 프로파일(The Gaming Profile)’ 이야기예요.


방콜롬비아가 주목한 금융업계의 포인트는 두 가지였어요. 신용 등급이 없는 금융 입문자들을 대상으로 은행의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페인 포인트가 첫 번째였죠. 은행 입장에서는 신용 점수가 높은 고객에게 카드나 대출 등의 상품을 판매하는 게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이에요.


하지만 사회에 발을 막 내딛은 젊은 층은 신용 점수가 없어요. 그래서 그들에게 신용 카드 등을 발급하길 꺼리죠. 방콜롬비아에 따르면, 신용 점수가 없는 고객의 카드 발급 신청은 10건 중 7건이 거절된대요. 그러니 이들의 신용 수준을 미리 파악할 수 있다면, 은행과 고객 둘 모두에게 이득이에요. 사회초년생은 예측된 신용 수준으로 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고, 은행은 더 많은 신규 고객을 확보할 수 있죠.


방콜롬비아가 주목한 두 번째 포인트는 타깃의 빈틈이었어요. 디지털 시대에 들어온 뒤, 계속해서 증가하는 소비 계층이 있죠. 바로 게이머들이에요. 글로벌 리서치 회사 Statista의 2020년 설문에 따르면, 콜롬비아의 12세 이상의 약 6000명 시민 중 44%가 일주일에 여러 번 비디오 게임을 해요. 24%는 하루도 빠짐없이 게임을 하고요.


방콜롬비아는 점점 확대되는 게임 소비자들을 잠재 고객으로 봤어요. 콜롬비아에만 1,500만명에 달하는 게임 소비자가 있는데요. 이들을 타깃한다면 라틴 아메리카의 2억 4천만명의 게이머 고객으로까지 타깃을 확장할 수 있다고 봤죠.


방콜롬비아는 사회 입문자의 신용 점수를 파악해야 한다는 포인트, 그리고 게이머 시장에 진입해야 한다는 포인트 등 이 두 가지를 적절하게 조합해 해결책을 내놓았어요. 바로, 게임을 통해 잠재고객의 신용 수준을 파악하는 거예요.


‘더 게이밍 프로파일’은 작동 방식도 단순해요. 이미 게임을 즐기고 있는 게이머라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죠. 세계에서 가장 큰 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Steam)’과 협력해서요. 스팀에서는 1만 개 이상의 게임을 다운로드 할 수 있고, 2021년 기준 월간 활성 사용자 수는 1억3200만명에 달하죠. 즉, 웬만한 게이머라면 이미 스팀을 이용 중이란 말이에요.


스팀 계정만 있다면 ‘더 게이밍 프로파일’을 만들 수 있어요. 스팀 계정을 협력사인 소프트 스킬 게임즈(soft skills games) 홈페이지에 연동만 하면 돼요. 소프트 스킬 게임즈는 비디오 게임을 기반으로 코칭과 심리학을 다루는 회사인데요. 게이머가 스팀을 통해 게임을 플레이하면, 소프트 스킬 게임즈가 게이머의 행동을 분석해서 프로파일을 만드는 시스템이죠.



게이머가 게임을 플레이하면 스팀과 소프트 스킬 게임즈에서 행동을 분석하는 시스템. ⓒBancolombia


방콜롬비아는 일정 수준 이상의 신용도를 가진 게이머 1,500명에게 40만 달러 한도의 신용카드 버프(BUFFEATE)를 발급 받을 수 있게 했어요. 이렇게 들으면, 꼭 게임을 잘해야만 신용도가 올라갈 것 같죠? 아니에요.


“당신이 실력이 좋은지 안 좋은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게임에서 발생하는 상황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상황에 어떻게 적응하는지, 다양한 미션을 어떻게 대응하는지가 중요합니다. 우리는 이를 통해 고객의 신용 프로필을 만듭니다.”

-방콜롬비아 마케팅 부사장 아드리아나 아리스멘디(Adriana Arismendi), 기자회견에서


게이머의 행동 습관은 총 24가지 특성으로 분석돼요. 스트레스 관리, 복잡한 문제 해결, 목표 설정, 인지 유연성 등이 있죠. 게이머는 스팀을 통해 15시간 이상만 플레이하면 자신의 신용 프로파일을 가질 수 있어요. 마인크래프트, FIFA, GTA 등. 어떤 게임을 플레이해도 상관 없어요. 이 프로젝트는 2022년 8월 파일럿 단계에서만 24,000명이 참여했어요. 이후 5개월 안에 3만명이 카드를 신청했죠.



더 게이밍 프로파일은 게이머의 총 24가지 특성을 분석한다. ⓒBancolombia


그런데, 게이머들이 어떻게 금융 상품에 관심을 갖게 했을까요? 방콜롬비아는 프로젝트 홍보를 위해 트위치에 계정도 만들었어요. 계정 생성 일주일 뒤에 800여명이 팔로우하고, 현재는 약 5,000명이 팔로우하는 게임 전문 채널이 됐죠.


이렇게 개설한 트위치 채널과 유튜브를 통해 ‘조나 게이밍(Zona Gaming)’이라는 프로그램을 방송해요. 스트리머들을 초대해 게임을 플레이하거나, 게임 경기를 열어 캐스터가 전문적으로 중계를 하기도 하죠. 은행에서 진행하는 게임 방송이라니. 듣기만 해도 색다르죠. 방콜롬비아는 아마 게이머들에게 가장 친숙한 은행이지 않을까요?



#3. 과거의 내가 가상 아바타로 돌아왔다 - 매켄로 vs 매켄로

로스 산토스와 게이밍 프로파일은 디지털 가상 공간을 활용했죠. 이번엔 ‘가상 아바타’ 통해 새로운 스포츠의 장을 펼친 이야기를 해볼게요. 글로벌 광고대행사 FCB가 제작한 미국 주류 회사 엔하이저부시(Anheuser Busch)의 맥주 브랜드 미켈롭 울트라(Michelob Ultra) 광고예요.


만약, 10년 전 나와 달리기 경주를 하면 어떨까요? 지금보다 더 젊었던 과거의 내가 이길까요? 아니면 10년 동안의 노하우가 축적된 지금의 내가 이길까요? 상상만 해도 흥미로운 주제죠. 그 일이 실제로 벌어졌어요. 미켈롭 울트라가 ‘테니스의 제왕’이라 불리는 존 매켄로(John McEnroe)를 가상세계 스포츠 대결 무대에 세웠죠. 매켄로의 대결 상대는, 바로 과거의 매켄로!



ⓒMichelob Ultra


그게 어떻게 가능하냐고요? 미켈롭 울트라는 가상 현실 기술 회사 유닛나인(unit9)과 협업해, 가상의 매켄로 아바타를 만들었어요. 유닛나인은 ‘지금껏 가장 힘든 프로젝트였다’고 회상했죠.


“모든 부서에서 이렇게 높은 수준의 전문 지식이 필요했던 프로젝트는 없었습니다. 짧은 시간 내에 최첨단 알파 기술을 개발하고, 라이브 이벤트를 위해 완벽한 싱크를 해내야 했죠. 이 프로젝트는 기술과 창의성을 정점으로 끌어올렸습니다.”

-UNIT9 디렉터 제임스 매드크래프(James Medcraft), UNIT9


유닛나인은 매켄로의 가상 아바타를 만들기 위해 매켄로와 함께 하루 종일 모션 캡쳐를 진행했어요. 우선 매켄로의 신체를 스캔하고, 매켄로가 테니스를 치는 모션을 캡쳐했죠. 당연히 과거의 매켄로도 분석했어요. 1,000개가 넘는 경기를 분석해, 수백 개의 슛과 스트라이크 동작을 데이터화했죠. 실제 메켄로의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 총 308개의 샷을 녹화했고요. 그뿐 아니라, 매켄로의 남동생 패트릭과 협업해 매켄로의 실제 행동방식을 깊게 이해하려고 노력했어요.


그렇게 데이터화한 모션을 언리얼 엔진으로 구현해 마치 비디오 게임 캐릭터 같은 아바타 매켄로를 만들었어요. 아바타가 공을 어떻게 치냐고요? 연기와 안개로 이루어진 미스트 스크린을 네트 한 쪽에 깔고, 그 가상 스크린에 아바타 매켄로를 띄웠어요. 그리고 스크린 뒤 쪽에서 아바타의 움직임에 맞춰 공을 발사하는 4개의 볼 머신을 작동시켰죠.





매켄로의 경기를 분석하고, 언리얼 엔진을 통해 아바타를 만든 뒤, 볼 머신과 조합시킨 모습. ⓒunit9


심지어 하나의 아바타도 아닌, 다섯 개의 매켄로 아바타를 만들었어요. 처음으로 남자 단식 경기에서 그랜드 슬램 우승을 차지한 1979년의 매켄로, 세계 1위를 기록했던 1981년의 매켄로, 윔블던 결승전에서 패배했던 1982년의 매켄로, 82승 3패의 기록을 세웠던 1984년의 매켄로, 그리고 그가 마지막 선수 생활을 보낸 1992년의 매켄로까지.


2022년 5월 18일, 매켄로와 다섯 가상 매켄로의 대결은 미국 스포츠 방송사 ESPN을 통해 52개국에 1시간 동안 동시송출됐어요.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말은 아낄게요. 대신 미켈롭 울트라의 유튜브 채널에서 풀 경기를 시청해보세요.


그런데, 결과가 뭐가 중요한가요. 누가 이기든 매켄로의 승리인걸요. 대중들은 경기를 보고 “내 스타가 이기든 말든 이렇게 신경쓰지 않았던 적은 처음이었다”는 반응을 보였어요. 이 경기에서 중요한 건 결과가 아니라, 과거와 현재가 시간을 거슬러 대결한다는 현상 자체였으니까요. 경기 중 아바타 매켄로와 실제 매켄로가 서로를 조롱하는 모습도 큰 즐거움이었죠.


매켄로 vs 매켄로 경기는 1,000만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어요. 2021년 NBA 결승전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본 거예요. 물론 미디어의 관심도 한눈에 받았죠. ‘스포츠의 미래’라는 평가와 함께 칸 라이언즈 5개 부문 수상, 클리오 어워드 15개 부문 수상, The One Show 24개 부문에서 수상했어요.



‘가상 관중석’ 코트사이드. ⓒNBA


사실 미켈롭 울트라가 ‘가상 스포츠’에 주목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녜요. 2021년에는 NBA 경기에 ‘가상 관중석’을 만들어 화제가 됐죠. 미켈롭 울트라 맥주병을 스캔하면 가상 관중석 티켓 ‘코트사이드(Courtside)’를 얻을 수 있게 했어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경기를 관람할 수 없었던 팬들은 집에서 편안하게 링크에 접속하면 실시간으로 경기를 시청할 수 있었어요. 심지어 경기장 관중석에 깔린 스크린에는 현재 시청 중인 청중의 모습이 진짜 관중석에 앉은 것처럼 나타났어요. 이 코트사이드 프로젝트를 통해 미켈롭 울트라의 매출은 32%나 증가했죠.


코트사이드, 그리고 매켄로 vs 매켄로를 통해 미켈롭 울트라가 공통적으로 전하는 브랜드 메시지가 있어요. “가치는 즐길 수 있을 때 생긴다(It’s Only Worth It If You Enjoy It)”. 미켈롭 울트라는 가상세계가 우리에게 줄 수 있는 즐거움에 대해 말해요. 팬데믹으로 스포츠를 즐길 수 없을 땐 가상 관중석으로 즐거움을 보완했고, 정상에 선 스포츠 스타의 과거를 소환해 가상 라이벌의 경기를 열어 즐거움을 배가했죠.


이에 대해 미켈롭 울트라 미국 및 글로벌 마케팅 부사장 리카르도 마쿼스(Ricardo Marques)는 이렇게 덧붙였어요.


“결국 이건 기쁨과 재미에 대한 메시지입니다. 사람들에게 하루하루를 꽉 차게 살아가라고, 모험을 즐기라고 상기시키는 거죠.”

-리카르도 마쿼스, 테크크런치



ⓒMichelob Ultra



‘진짜’의 빈자리를 채워주는 ‘가짜’

‘가상세계’는 말 그대로 가상의, 가짜 세계라는 말이에요. 가상세계가 복잡해지고 현실세계와의 연결성이 강해지면서 ‘메타버스’의 시대가 온 거죠. 뭐가 가상이고, 뭐가 현실인지 구분되지 않을 시대가 곧 올 것 같아요.


하지만 시티호퍼스는 이번 사례를 탐구하며 한 가지 깨달았어요. 가상세계의 중요한 미션 중 하나는 바로, ‘현실세계의 보완’이란 걸요. 로스 산토스 +3도씨는 가상 도시를 통해 현실의 환경 문제 인식을 재고했죠. 더 게이밍 프로파일은 게임 플레이를 통해 현실의 금융 문제를 해결했고요. 매켄로 vs 매켄로는 가상세계를 현실의 즐거움을 도울 도구로 사용했어요.


아무리 가상세계가 정교해져도 가상세계가 현실이 될 수는 없을 거예요. 우리는 코로나19 팬데믹을 통해 경험했어요. 가상세계에만 갇혀 있을 때 인간에게 나타나는 우울감을요. 인간은 서로 부딪히고, 공동체를 만들어야 살아갈 수 있죠.


다만, 가상세계는 지금까지도, 그리고 앞으로도 ‘현실의 부족함을 채울 수 있게 해주는 도구’로 활용될 거예요. 세상이 더 빠르게 변하고 있는 만큼, 가상세계라는 새로운 도구는 앞으로도 현실세계를 열심히 서포트하겠죠. 그리고 이 도구를 잘 활용한다면 방콜롬비아 마케팅 부사장과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거예요.


“우리는 매일같이 변화하는 세상을 위해 일합니다. 항상 새로운 방식으로, 전통에 도전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합니다.”

-방콜롬비아 마케팅 부사장 안드리아나 아리스멘디(Adriana Arismendi), 기자회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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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erence

 As Árvores Somos Nozes 50, Greenpeace Brasil

 지구 기온 1.5도 상승 내년에 뚫린다…"가장 더운 해 될 것", 하승연, MBN

 O QUE ACONTECEU COM LOS SANTOS??! EM 2070, PEQUEPÊ NEWS

 Bugün Los Santos’ta Olan Yarın Los Angeles’ta Yaşanacak, Oğuz Gazan, bigumigu

 Los Santos +3º, VMLY&R

 Nuevo modelo de riesgo de Bancolombia otorgará acceso a crédito para gamers, Forbes

 Videojuegos, otro enfoque de riesgo que usa Bancolombia para créditos, PORTAFOLIO

 Ser buen jugador le podría dar acceso a crédito, nueva apuesta de inclusión financiera para jóvenes, Semana

 Michelob ULTRA Courtside – NBA live viewing experience, COTW

 ESPN+ debuts ‘McEnroe vs. McEnroe’ the first-ever tennis match between a real person and their virtual avatar, Lauren Forristal, TechCrunch

 Michelob ULTRA: McEnroe vs McEnroe, UNIT9

 McEnroe vs. McEnroe: A Matchup for the Ages, BOARDRO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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