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심’이라는 말도 다 옛말이에요. 삼시 세끼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간식이 밥을 대체하고 있거든요. 점심시간에 컴퓨터 스크린을 보면서 먹은 에너지 바, 운동 가는 길에 저녁 식사 대신 먹은 프로틴 주스 등을 떠올려보면 새삼 간식의 위력이 느껴질 거예요.
간식의 존재감이 커져가는 만큼, 스낵을 만드는 업계에서도 앞으로의 귀추에 주목할 수밖에 없어요. 시장 주도권을 잡으려면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요즘은 뭐가 유행인지 미리 파악해야 하니까요. 그중 누구보다 적극적인 기업은 ‘몬델리즈 인터내셔널(Mondelēz International, 이하 몬델리즈)’이에요. 오레오 쿠키, 리츠 비스킷 등으로 친숙한 기업이죠.
몬델리즈는 5년 전부터 ‘간식의 현황(State of snacking)’이라는 리포트를 발행하며 글로벌 소비자 트렌드를 짚어왔는데요. 이번에는 시야를 넓혀 향후 10년 안에 음식과 간식의 미래를 형성할 트렌드를 정리해 확장판 리포트로 발행했어요. 100년 역사의 간식 왕국이 소개하는 간식 시장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요?
몬델리즈 간식의 현황: 미래 트렌드 리포트 미리보기
• #1. 소비자의 초상화가 달라졌다
• #2. 주식을 이겨버린 간식의 위력
• #3. 소비자를 구원하는 뉴스탤지어
• 간식도 먹는 법이 따로 있다
눈 뜨고 일어나면 새로운 먹을거리가 탄생해 있는 시대예요. 마트와 편의점 매대 위에는 끊임없이 신상 간식이 오르내리며 서로의 자리를 빼앗죠. 호기심 넘치는 소비자들은 간식 탐험을 위해 오픈런도 마다하지 않는데요. SNS는 이들의 궁금증에 더욱 불을 지펴요. 새로운 간식이 출시될 때마다 맛은 어떤지, 가격은 얼마인지 리뷰하는 언박싱 콘텐츠들이 쏟아지기 때문이죠. 간식을 만드는 사람, 소비하는 사람 모두 ‘간식 전쟁’에 뛰어들고 있는 셈이에요.
새로운 플레이어들이 끊임없이 유입되는 이 치열한 전쟁터에서 100년 넘게 승기를 쥐고 있는 기업이 있어요. 오레오(Oreo) 쿠키, 리츠(Ritz) 크래커 등으로 잘 알려져 있는 ‘몬델리즈 인터내셔널(Mondelēz International, 이하 몬델리즈)’이에요. ‘맛있는 세계’라는 뜻을 지닌 몬델리즈는 1903년 작은 치즈 가공 업체로 시작했는데요. 그 후 크고 작은 인수합병을 거쳐 거대한 간식 왕국이 됐어요.
©Mondelēz International
몬델리즈는 현재 80개국 이상에 사업장을 두고 150개 이상 국가에서 제품을 판매하고 있어요. 그 규모가 어느 정도냐면, 2023년 글로벌 매출이 약 360억 달러(약 48조원)로 식품 업체로는 미국 2위 수준이에요. 쿠키와 크래커류를 지칭하는 비스킷 분야에서는 세계 1위, 초콜릿 분야에서는 세계 2위를 차지하고 있죠.
지금은 명실상부한 하나의 왕국을 만들었지만, 이런 지위가 그냥 주어진 것은 아니에요. 몬델리즈는 시대에 관계없이 사랑받는 스낵을 만들기 위해 항상 안테나를 세우고 있었거든요. 소비자들이 간식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에 관한 인사이트를 얻기 위해 연구를 지속해 왔죠. 그리고 5년 전부터는 이 연구 결과를 정리해 ‘State of snacking’이라는 리포트를 발행해 왔어요.
©Mondelēz International
가장 최근에 발행된 2023년 리포트에 따르면, 전 세계 소비자들은 점점 더 스낵에 의지하고 있어요. 스낵이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지는 한편, 역할도 더 다양해지고 있죠. 한번 예를 들어 볼게요. 소비자들은 이제 간식을 일상을 위한 동력이자 에너지원으로 받아들여요. 나만의 조용한 시간을 즐기거나, 소중한 사람들과 중요한 순간을 함께 나눌 때도 과자를 빼놓지 않고요. 오늘날 10명 중 9명의 전 세계 소비자가 매일 스낵을 먹는다고 하니,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나 다름없어요.
이 정도면 스낵의 존재감과 입지를 확인하기에 충분한 것 같은데요. 몬델리즈는 현황 파악 정도로는 만족하지 않았어요. 현상만이 아니라 앞으로의 식품 산업과 스낵 산업의 향방을 파헤치기 위해 거시적 트렌드를 확인해 보기로 했죠. 그래서 처음으로 Food Institute, Euromonitor, Kantar, Mintel 및 NextAtlas와 함께 스낵의 미래를 탐구하는 확장판 리포트 ‘State of snacking: Future trends’를 발행했어요.
어떤 산업이든 사회, 경제, 기술, 환경적 요인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요. 식품 산업 또한 예외는 아니죠. 이 보고서는 앞으로의 식품과 간식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거시적 요인들을 구체적으로 짚어줘요. 그리고 이런 변화에 대응하려면 어떤 혁신을 준비해야 하는지에 관해 인사이트를 제공하죠. 몬델리즈 또한 이 인사이트에 따라 전 세계 소비자들의 진화하는 요구를 계속 충족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는데요. 몬델리즈가 찾아낸 식품과 간식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요?
#1. 소비자의 초상화가 달라졌다
몬델리즈는 식품 시장과 스낵 시장 구조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요소는 ‘인구통계학적 변화’라고 봤어요. 전 세계는 이전보다 더 많은 노인, 1인 가구, 중산층 소비자의 등장으로 전례 없는 변화를 경험하고 있는데요. 수명이 늘어나고, 출산율이 감소하고, 가구 구성이 바뀌는 등 변화가 생기면 사람들이 무엇을, 어떻게 먹는지도 달라져요. 그렇게 되면 F&B 마켓에도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되는지 자세히 살펴볼게요.
리포트는 우선 ‘세컨드 라이퍼(Second Lifers)’그룹에 집중했어요. 세컨드 라이퍼란 말 그대로 삶의 후반전에 들어선 시니어 세대를 가리켜요. 전 세계 인구가 고령화됨에 따라 60세 이상 인구는 2050년까지 현재의 약 2배 수준인 21억 명으로 증가할 예정이에요. 그때쯤이면 전 세계 인구의 22%를 차지하게 될 고령층은 은퇴 후의 삶을 적극적으로 꾸려나가고자 하죠.
세컨드 라이퍼는 가장 부유한 연령대를 대표하기도 해요. 그래서 전 세계 소비 시장에 대한 기여도도 높죠. 몬델리즈 리포트에 따르면 이들은 2030년까지 약 15조 달러를 소비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신체적으로 건강하고 사회 활동에도 적극적인 시니어 세대는 디지털에도 정통해요. 60세 이상 소비자 중 51%가 최소 한 달에 한 번 온라인 구매를 하고, 온라인 비디오 게임을 해본 경험도 42%나 된다고 답변했죠.
그렇다면 소비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시니어 소비자 그룹은 어떤 음식을 원할까요? 몬델리즈는 이들이 건강하게 나이 드는 것을 도와주는 음식, 더 활동적으로 생활할 수 있게 지원하는 음식을 필요로 한다고 밝혔어요. 대표적인 예시는 영양소의 일일 권장량을 채워주는 식품이 있죠. 조사 결과 60%가 비타민, 미네랄 등의 일일 권장량을 섭취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었어요.
“성숙한 소비자는 2023년 기준 모든 연령대에서 가장 높은 평균 총 소득을 자랑하며, 상당한 경제적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이미 상당한 부를 축적한 이들은 최고 소득 계층의 14%를 차지하고, 앞으로 그 비중이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성숙한 소비자는 건강을 우선시하며 65%는 '정신 건강', 55%는 '건강한 체중'을 건강의 주요 정의로 받아들입니다. 마지막으로 성숙한 소비자의 50%는 식음료 제품에서 건강한 성분을 찾습니다.”
-유로모니터, State of snacking: Future trends 리포트 중에서
당연히 식품 브랜드 입장에서는 이들의 니즈와 선호도, 취향에 대응해야 하는데요. 몬델리즈는 이때 한 가지 보완할 점이 있다고 밝혔어요. 성숙한 소비자는 강력한 구매력을 가진 대규모 그룹임에도 불구하고 광고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존재감을 가지고 있거든요. 60세 이상의 사람들 중 오직 4%만이 전 세계 광고에 캐스팅되었을 정도죠. 그러니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식품과 간식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고, 앞으로 더 많은 광고에서 주인공의 얼굴이 바뀌어야 한다고 언급했어요.
한편, 성숙한 소비자 그룹의 대척점에는 Z세대와 알파 세대로 대표되는 젊은 소비자 그룹이 있어요. 전 세계의 인구의 41%를 차지하죠. 디지털 네이티브 첫 세대인 이들은 소셜 미디어를 적극적으로 사용해요. 제품 정보를 찾거나 구매를 하기 위해 인스타그램, 틱톡, 페이스북과 같은 온라인 플랫폼에 의존하죠. 리포트에 따르면 전 세계 Z세대의 47%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스낵에 대한 정보를 얻고 있었어요. 전체 소비자 평균이 31%에 그치는 것에 비하면 훨씬 활용도가 높죠.
또한, 젊은 소비자 그룹은 태어났을 때부터 글로벌 정보에 노출되어 있었던 만큼 다문화적이고 개방적이에요. 새로운 아이디어와 경험을 훨씬 잘 받아들이죠. 식품과 관련해서도 세계 각국의 요리와 새로운 식재료, 겪어보지 못한 맛을 탐구하려는 호기심이 넘치는데요. 몬델리즈는 이미 2023년에 발행한 ‘State of snacking’ 리포트를 통해 스낵 탐험을 향한 젊은 세대의 열정을 다룬 바 있어요. 이들에게 간식은 재미와 놀라움, 즐거움의 원천이죠. 젊은 층의 74%가 간식을 고르는 기준이 ‘맛과 식감의 조합이 얼마나 참신한가’라고 할 정도니까요.
‘발견의 짜릿함’을 추구하는 것은 젊은 세대에게 이미 보편적인 일상으로 자리 잡았어요. 글로벌 소비자 중 68%는 새로운 간식을 먹을 때 흥분을 느낀다고 답했고, 59%는 자신의 정체성을 새로운 간식을 시도하는 것을 좋아하는 ‘간식 모험가’라고 정의했죠.
하지만 무작정 새롭기만 하다고 해서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 젊은 세대는 자신의 가치관과 사고방식에 부합하는 브랜드를 선호해요. 환경 및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은 만큼, 제품의 지속 가능성과 윤리적 태도 등을 면밀히 살피죠. 리포트에 따르면 젊은 세대의 66%가 자신의 정체성과 신념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지속 가능한 제품과 서비스를 선택하는 경향을 보였어요.
재미와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젊은 세대는 앞으로의 식품과 스낵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몬델리즈는 앞으로 식품업계는 제품의 지속 가능성과 윤리적인 생산에 대해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어요. 더불어 세계 각국의 요리와 맛으로 젊은 세대의 다문화적인 취향에 어필해야 한다고 강조했죠.
그리고 하나 더. 온라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젊은 세대를 위한 ‘즉시 구매’ 버튼도 잊어서는 안 돼요. 몬델리즈가 진행한 설문에서 약 52%가 ‘소셜 미디어에서 발견한 모든 스낵과 관련해 '즉시 구매' 버튼이 있으면 좋을 것’이라고 답했는데요. 태어나는 순간부터 디지털을 가까이해온 젊은 세대에게는 이런 쇼핑 환경이 ‘호감’의 영역이 아닌 ‘필수’의 영역에 속할 거예요.
#2. 주식을 이겨버린 간식의 위력
다음으로 몬델리즈가 살펴본 거시적 트렌드는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예요. 현대 사회의 라이프스타일은 근무 형태의 진화, 스마트 디바이스의 증가로 인한 집의 역할 확대, 변화하는 생활 패턴 등으로 인해 더 역동적이고 유연하게 나아가고 있는 중인데요. 소비자는 일, 여가, 자유 시간 사이의 균형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더 편리하고, 이동 중에도 먹을 수 있는 스낵 옵션들을 찾게 됐어요.
이를 대표하는 현상 중 하나는 ‘간식화(Snackification)’예요. ‘끼니 사이에 먹는 음식’이라는 간식의 본래 의미와는 달리, 간식으로 식사를 대체하는 것을 의미하죠. 최근에는 삼시 세끼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주식보다 간식을 선호하는 경향이 증가하고 있어요. 할 일 많은 현대 사회의 소비자에게 간식은 편리한데다 시간도 절약하고, 심지어 적절한 영양분을 제공하죠.
간식화 현상은 나날이 심화되는 추세인데요. 그 이유는 다양해요. 우선 가족 구조가 변화하고 평균 가구 규모가 줄어들기 시작하면서 개개인이 끼니를 제때 챙겨 먹는 일이 드물어졌어요. 그뿐 아니라 일상이 워낙 바쁘다 보니 식사를 계획적으로 하는 빈도수는 현저히 줄고 식사 여부를 즉흥적으로 결정하게 됐죠. 개발 도상국의 경우, 가처분 소득이 증가하면서 중산층 소비자가 구매할 수 있는 간식 종류도 워낙 다양해졌어요. 마지막으로 디지털 시대로 접어든 이후, 스크린을 보며 멀티태스킹을 할 때 식사보다 간식이 훨씬 적합하게 느껴졌죠.
간식의 지위가 급상승하자 식사를 대체할 수 있는 제품이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어요. 단순히 포만감만 채워주는 것이 아니라 균형 잡힌 영양을 제공할 수 있는 제품 위주로 말이죠. 예를 들어 뮤즐리와 그래놀라로 만든 스낵 바는 전통적인 아침 식사의 대안으로 인기를 끌며 다양한 버전으로 확대되고 있고요. 프로틴 스낵 박스와 바로 먹을 수 있는 수프 컵은 점심과 저녁 식사로 제격이에요.
몬델리즈는 이런 현상을 지켜보며 앞으로 편의성, 맛, 영양가의 균형이 맞춰진 간식에 대한 수요는 계속해서 증가할 것이라고 언급했어요. 식사를 빠르게 해결하는 습관, 이동 중에 짬을 내 먹는 습관 등이 대중화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스낵 제품에는 휴대하기 좋은 패키지와 균형 잡힌 영양 성분이 필수 요소로 자리 잡아야 할 것이라면서요.
그리고 간식화와 함께 몬델리즈가 소개한 라이프 스타일이 하나 더 있어요. 편의성을 향한 사람들의 증가하는 기대치예요. 사회가 빡빡해질수록 시간을 절약해 주는 편의성의 가치가 올라가는데요. 그렇다 보니 소비자가 제품이나 서비스를 선택할 때도 결정적인 요소로 영향을 끼치고 있어요. 리포트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의 70%가 편리한 경험이 보장되기만 한다면 제품이나 서비스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할 의향이 있다고 답변했어요.
디지털 서비스가 제공하는 속도와 효율성은 소비자의 기대치를 더욱 높여요. 원클릭 결제, 온디맨드(On-demand) 스트리밍 서비스, 알고리즘 기반의 개인화된 소셜 미디어 피드만 봐도 앞으로 편의성의 혁신에 끝이 없을 거라는 것을 알 수 있죠. 자연스럽게 소비자는 제품 검색, 구매, 보관, 폐기물 처리 등 쇼핑 경험의 전 과정에 있어서도 최고의 편의성을 기대해요.
“미국 소비자의 40%에게 편의성은 중요한 의사 결정 요소입니다. 편의성, 시간 절약에 관련이 있는 감정적인 보상 측면에 초점을 맞춘다면, 제품과 서비스 모두에 강력한 경쟁 우위를 제공할 수 있죠.”
-민텔, State of snacking: Future trends 리포트 중에서
따라서 몬델리즈는 앞으로 식품업계와 스낵 업계가 소비자의 욕구에 부응하려면 원활하고 편리한 경험을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조언했어요. 자동화된 구독 서비스부터 스마트 패키징까지, 단순성과 효율성에 관한 것이라면 그 무엇이든 말이죠.
#3. 소비자를 구원하는 뉴스탤지어
처음에는 ‘인구’, 다음으로는 ‘라이프스타일’을 살펴본 몬델리즈는 이번에는 ‘소비 행동’으로 시선을 돌렸어요. 일상생활이 점점 더 복잡해지고 불확실성도 커지자 사람들의 소비 양상에도 변화가 생겼거든요. 물질적 소유보다 경험의 즐거움을 더 우선시하게 된 것인데요. 브랜드의 스토리텔링, 유니크한 감각적 경험, 레트로하면서도 새로운 것에 대한 탐구 등을 중시하게 되면서 소비자가 찾는 간식에도 변화가 생겼어요.
첫 번째 예시는 장인이 만든 상품과 같은 프리미엄 제품이에요. 인플레이션과 생활비 상승에 대한 소비자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런 제품에 대한 관심이 전 세계적으로 상승 중이죠. 리포트에 따르면 장인 식품은 농부와 장인이 현지 식재료를 가지고 전통적인 방식으로 식품을 만들던 고대부터 시작됐어요. 그 후 산업 혁명이 식품의 유통기한을 획기적으로 늘려주었지만, 대량 생산된 식품에서는 장인 식품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고유함을 찾기 어려워졌죠.
그에 대한 반작용인 걸까요? 최근 들어 장인이 만든 고급 음식과 스낵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높아졌어요. 특히 중산층으로 편입된 아시아의 전문직을 중심으로 이런 현상이 나타났는데, 이들은 자신들의 라이프스타일에 걸맞은 고품질의 상품을 구매하기 시작했죠. 리포트에 따르면 인도 소비자의 53%와 중국 소비자의 42%는 일상용품을 구매할 때도 고급스러움을 추구한다고 답했어요. 그뿐 아니라 시니어 소비자의 증가도 프리미엄 제품의 인기에 한몫해요. 이들은 온라인으로 식료품 구매할 때 젊은 소비자에 비해 1회당 1.3배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하죠.
소셜 미디어는 이런 추세를 더 강화해요. SNS 속 인플루언서의 일상을 들여다보면 각종 프리미엄 음식과 스낵을 쉽게 볼 수 있는데요. 소비자들은 럭셔리한 삶에 한발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비교적 접근하기 쉬운 제품부터 따라서 구매해요. 리포트는 전 세계 소비자의 24%가 소셜미디어를 쇼핑에 관한 아이디어를 얻는 중요한 소스로 여긴다고 밝혔죠.
따라서 앞으로 프리미엄 제품과 장인 제품은 식품 시장을 주도하게 될 거예요. 2023년만 해도 프리미엄 제품, 장인 제품은 전년 대비 18%나 더 출시됐죠. 몬델리즈는 앞으로 AI 기술이 발달할수록 ‘인간이 만든 것’에 대한 갈망이 커지는 만큼, 장인이 만든 제품과 재료는 인기가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예측했어요.
몬델리즈가 소비자에게서 발견한 두 번째 화두는 ‘현실도피’예요. 세상이 더 복잡하고 빠르게 변화함에 따라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심화하면서 사람들은 탈출구를 찾기 시작했어요.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경험들을 통해 심리적인 안정감을 얻고자 하는 거죠.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뭐냐고요? 바로 가장 좋아했던 과거로의 회귀예요. 이는 긍정적인 감정, 기억과 결합되어 몸과 마음에 휴식을 주죠.
과거에 대한 향수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제품, 커뮤니케이션 등은 특히 기성세대에게 깊은 울림을 줘요. 지금보다 훨씬 단순했던 것 같은 과거를 떠올리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죠. 리포트에서는 65세 이상의 미국 소비자 중 거의 50%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물건을 구매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어요. 또, 전 세계적 소비자의 68%가 어린 시절이나 과거 경험을 생각나게 하는 스낵을 찾는다고 답했어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가장 강력한 매체가 음식이었던 거죠.
그렇다면 그 시대를 경험해 보지 못한 젊은 소비자는 어떻게 하냐고요? 놀랍게도 젊은 세대는 향수에 심취하는 경향이 훨씬 높아요. 동시에 ‘혁신’, ‘참신함’과 같은 특성에도 열광하죠. 그렇다 보니 최근에는 ‘뉴스탤지어(Newstalgia)’라는 개념이 새롭게 등장했어요. 기본적으로는 과거에서 영감을 받았지만 새로운 특성을 더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뜻하는데,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고 있어요. 레트로한 일러스트를 세련되게 풀어낸 미국 통조림 브랜드 ‘피시와이프(Fishwife)’만 보아도 왜 Z세대들이 비싼 통조림에 열광하는지 한눈에 알 수 있죠.
©Fishwife Tinned Seafood
전통적인 식품 브랜드와 제과업계에서도 클래식한 레시피로 회귀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요. 다만 단순히 과거를 반복하는 것만이 아니라 현대적인 감성을 더해 세련된 감각을 어필했죠. 몬델리즈는 앞으로 세계가 더 불확실하고 복잡해질수록 소비자들은 단순했던 시대를 더 그리워하게 될 것이라 밝혔어요. 그러니 소비자가 고단한 현실을 잊을 수 있는 방법을 식품업계는 더 적극적으로 찾아볼 필요가 있죠. 현실 도피에는 음식만 한 게 없으니까요.
간식도 먹는 법이 따로 있다
몬델리즈가 5년째 발행하고 있는 ‘State of snacking’ 리포트, 그리고 오늘 소개한 ‘State of snacking: Future trends’ 리포트를 보면 한 가지 알 수 있는 점이 있어요. 간식 왕국인 몬델리즈는 간식 하나만을 바라보지 않는다는 거죠. 간식을 둘러싼 사회 배경, 소비자 니즈, 식품업계의 전반적인 트렌드 등을 폭넓게 살펴본 뒤 앞으로 나아갈 길을 고민하고 있어요.
그런데 몬델리즈가 미래를 고민할 때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하나 더 있어요. ‘올바른 간식을, 올바른 순간에, 올바른 방법으로 만들어 간식의 미래를 선도해야 한다’는 것이죠. 이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론과 전략은 ‘Snacking Made Right’이라는 리포트를 통해 별도로 소개하고 있어요.
©Mondelēz International
이 리포트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부분은 ‘의식적인 간식 섭취’에 관한 것이었어요. 의도와 주의를 기울여 간식을 먹어야만, 기분이 좋아지고 마음의 균형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었죠. 몬델리즈는 그러려면 어떤 간식을 먹고 싶은지, 왜 먹고자 하는지, 그리고 그것이 어떤 기분을 주는지 천천히 살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죠.
이처럼 몬델리즈는 어떤 간식을 만들어서 얼마나 많이 팔아야 하는지 고민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아요. 이 간식을 소비자가 어떤 태도로 먹어야 하는지까지 고민하죠. 순간만 때우는 스낵이 아니라, 지속적인 행복을 가져다주는 스낵을 만드는 것. 이것이야말로 몬델리즈가 지금의 스낵 왕국이 된 비결 아닐까요?
Reference
STATE OF SNACKING: FUTURE TRENDS THE FIFTH ANNUAL: State of snacking 2023 ESG REPORT: Snacking made right '스낵 제국' 몬델리즈의 뚝심…최우선 가치는 소비자…"간식 아닌 기쁨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