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에는 올해로 100주년을 맞이한 비누 회사가 있습니다. 4대째 가업을 이어 온 ‘기무라 비누’예요. 기무라 비누의 뿌리는 비누에 있지만, 이제는 비누의 범위를 넓혀 각종 세제를 개발하고 있어요. 그런데 이 회사, 어디에도 100년 역사나 장인 정신을 내세우지 않아요. 여전히 장인 정신을 지키며 높은 품질의 세제를 생산하고 있으면서도요.
브랜드의 헤리티지나 역사는 아무나 가질 수 없는 힘이기도 하지만, 핵심 경쟁력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기무라 비누는 오히려 ‘앤드소프’, ‘C 시리즈’, ‘구무’ 등으로 이름을 바꿔 가며 제품을 출시해요. 젊은 감각에 맞춰 새로운 브랜드를 개발하는 거죠.
그런데 단순히 브랜드만 그럴 싸하게 만들었다고 해서 시장의 반응을 이끌어 낼 수는 없어요. 기무라 비누의 진가는 제품 기획법에 있어요. 청소의 단계를 나눠 청소의 재미를 찾아 주거나, 게으른 사람들을 타깃해 누구나 쉽게 청소할 수 있는 세제들을 개발하는 식이에요. 또 다른 100년을 준비하는 100년 역사의 비누 회사의 전략을 함께 알아 볼까요?
기무라 비누 미리보기
• 상황을 분해하면 숨은 니즈가 보인다
• 제품 개발은 장인 정신으로, 사용 방법은 고객 친화적으로
• 100년 역사의 회사가 헤리티지를 드러내지 않는 이유
• 기발한 제품은 유연한 조직에서 나온다
‘가족 경영’은 중립적인 표현이에요. 회사를 운영하는 주체가 가족이라는 뜻이니까요. ‘주주 우선주의’의 관점에서 보면 부정적으로 볼 수도 있어요.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리더를 찾아 대표직에 임명하고, 더 좋은 실적을 내야 하는데요. 경영권이 세습되는 가족 기업에서는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인물이 경영권을 승계할 리스크가 있어서죠.
하지만 가족 경영도 장점이 있어요. 경영권이 가족에게 세습되는 만큼 경영의 방향이 일관적이에요. 가족으로부터 물려 받은, 그리고 가족에게 물려 줘야 할 회사이기에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하고, 그 결과 오히려 더 좋은 성과가 나기도 해요. 때로는 ‘자신의 임기 동안 실수하지 않는 것’이 목표가 되기도 하는 전문 경영인 체제와는 상반되는 현상이에요.
결국 가족 경영은 정답과 오답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예요. 회사의 형태와 속성에 따라 더 적합한 경영 방식이 있는 거죠. 특히 ‘장인 정신’이 필요한 사업에는 가족 경영과 세습이 유리한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장인 정신을 중시하는 일본에서는 일부 업계에서 가업을 잇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거나 국가적으로 가업 승계를 장려하기도 해요.
일본 정부는 2009년에 사업승계세제(事業承継税制)를 도입했어요. 기업들의 가업 승계를 돕기 위해 상속세나 증여세 납부를 유예해주거나 가업 승계를 하기로 한 청년들에게 보조금까지 주는 제도예요. 원활한 경영 승계를 도우면서 가업을 이어가는 기업을 지켜주는 거죠.
심지어 세계적으로 유명한 일본의 간장 회사 ‘기꼬만(Kikkoman)’도 1630년부터 현재까지 380년 동안 설립자의 후손들이 가업을 이어오면서 성장한 기업이에요. 우리 나라로 치면 손에 꼽히는 식품 대기업인데도 가업으로 지금까지 생존한 거죠. 일본에서는 이렇게 오래된 기업들을 ‘시니세(老鋪)’라고 부르면서 존경하고 있어요.
17세기부터 이어온 간장 가업을 받아 1917년 현재 깃코만 회사의 시초가 되는 회사를 설립한 모기 일가 ⓒKikkoman
일본에서는 오랜 기간 가족 중심으로 사업을 이어가는 것이 사회적으로 흔하다 보니, 가업을 물려받기 위해 갑자기 잘 다니던 일자리를 떠나는 사람들이 꽤 있어요. 약 100년 동안 오사카에서 비누를 만들어온 ‘기무라 비누(Kimura Soap)’의 4대 회장, 쇼이치로 기무라 대표도 마찬가지였어요. 심지어 그는 친구들과 함께 자신이 창업해 승승장구하던 인터넷 마케팅 서비스 회사를 관두기까지 했어요.
전통 방식으로 비누를 생산하는 가업을 이어 받은 쇼이치로 기무라 대표는 ‘전통’은 더 이상 유일한 무기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어요. 헤리티지를 지켜 나가면서, 동시에 현대적인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변화 해야만 생존할 수 있다고 생각했죠. 그는 어떻게 오래된 비누 회사를 탈바꿈시켰을까요?
ⓒKimura Soap
4대 회장이 된 쇼이치로 기무라(왼쪽에서 세 번째) ⓒCraft 14 Kansai
상황을 분해하면 숨은 니즈가 보인다
청소나 설거지를 좋아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청소나 설거지는 요리, 인테리어 등 다른 집안일에 비해 인기가 없어요. 재미도 없고, 취미로 인정 받지도 못하죠. 모든 화려한 일들이 끝나고 남아버린 귀찮은 일이에요.
하지만 이렇게 무시 받던 청소가 최근 주목을 받으며 ‘콘텐츠’가 되기도 해요. 여러 SNS에서 ‘Clean with Me’라는 제목으로 청소하는 모습을 업로드하는 인플루언서가 늘어나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한 거죠. 우리 나라에서도 최근 ‘청소광 브라이언’ 같은 청소를 주제로 한 콘텐츠가 유행할 만큼 청소에 대한 인식이 변하고 있어요.
팬데믹을 지나며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다 보니 청결하고 깨끗한 집안 환경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덕분이에요. 깔끔한 집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팬데믹이 끝난 지금도, 청소에 대한 열의를 보이고 있어요. 호텔처럼, 혹은 그보다 더 깔끔하게 집안을 청소하는 모습을 보면서 대리 만족도 느끼고 자신도 깔끔한 집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도 하는 거죠.
ⓒKimura Soap
기무라 비누는 이런 시대의 흐름보다 더 빠르게 청소에 주목했어요. 2016년 ‘앤드소프(&SOAP)’를 런칭하며 청소를 확실하고, 또 재밌게 만들었죠. 앤드소프는 청소를 크게 세탁, 욕조 청소, 부엌, 화장실 청소 등 4가지 영역으로 구분해 제품 라인업을 개발했어요.
이게 끝이 아니에요. 각 라인업 안에서도 청소 단계를 3단계로 구분했어요. 그래서 앤드소프의 제품들은 0에서 2까지 숫자가 붙어있죠. 0단계의 경우에는 메인 청소를 하기 전에 효과를 더 높일 수 있도록 돕는 예비 단계에요. 1단계는 메인 청소, 2단계는 청소 이후 오염을 막아서 청결함을 더 오래 유지할 수 있도록 돕고 있어요.
ⓒKimura Soap
ⓒKimura Soap
예시로 세탁용 라인업을 볼게요. 세탁용 라인업에는 두 가지 0단계 제품이 있어요. 하나는 옷에 진한 기름이나 양념처럼 지우기 힘든 오염이 생겼을 경우를 위해, 그 위치만 집중적으로 세정할 수 있는 고체 비누에요. 오염 위치에 미리 문질러두면 메인 청소에서 세척력을 높일 수 있는거죠. 두 번째 0단계 제품도 비슷한 의도로 만들어졌어요. 야외 활동으로 옷에 진흙이나 흙먼지가 많이 묻어서 세탁 전에 헹구는 단계를 위한 제품이에요.
이런 0단계를 지나면 1단계 메인 세탁을 위한 세제가 있어요. 일반적으로 세탁할 때 쓰는 액체형 세제지만 천연 재료만을 사용해서 자극이 덜하죠. 앤드소프에서 제시하는 마지막 2단계는 소독이에요. 세탁을 마무리한 옷에 항균 스프레이를 사용해서 박테리아들을 제거하는 단계예요. 이 스프레이의 경우 천연 향료를 사용해 친환경 세제에 부족했던 향까지 채워주죠.
이런 식으로 앤드소프는 청소 과정을 작은 단위로 쪼개서 청소에 관한 고객들의 숨은 니즈를 찾아 주고 있어요. 고객에게만 좋은 것도 아니에요. 원래 라면 비누 1개 혹은 세제 1개로 끝났을 판매가 3가지 이상의 제품 판매로 늘어 나요. 세트 상품 매출이 자연스러워지죠. 기무라 비누의 상황 나누기는 고객에게도, 회사에게도 더 이득이에요.
새로운 기무라 비누의 나누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에요. 앤드소프를 통해 청소 과정을 나누었다면, 이후에 출시한 바디 스크럽 제품 ‘구무(Goo Moo)’는 비누 제품에서 중요한 향기를 나눴어요. 보통 미용 제품의 경우, 미리 정해진 다양한 향으로 제품을 출시해요. 선택권이 많긴 하지만 브랜드에서 정해놓은 향 안에서 골라야 하는 거죠. 가끔은 이 정해진 향들이 지루하고, 내 취향에 딱 맞는 향을 찾는 게 어려울 때도 있어요.
ⓒKimura Soap
그래서 구무는 향을 나누고 고객들에게 직접 향을 만들 수 있도록 했어요. 히노끼, 귤, 라벤더 세 가지 향을 가진 스크럽 제품을 출시하고 기분이나 계절에 따라 사용자가 원하는 만큼 제품을 섞어서 새로운 향을 만들 수 있게 한 거죠. 바디 스크럽을 ‘셀프 블렌딩’해서 쓸 수 있도록 제품을 기획한 거예요. 제품의 ‘기능’ 뿐만 아니라 사용자의 ‘기분’까지 고려한 제품이에요. 향을 고르고 섞어 쓰는 재미는 덤이고요.
ⓒKimura Soap
제품 개발은 장인 정신으로, 사용 방법은 고객 친화적으로
‘어떤 사물을 나타내는 가장 적절한 말은 오직 하나 뿐이다.’
<마담 보바리>, <감정 교육> 등과 같은 고전 명작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작가 귀스타브 플로베르가 말한 ‘일물일어설’이에요. 글로 어떤 상황을 묘사하는 완벽한 단 하나의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했던 플로베르의 완벽주의적인 성향을 엿볼 수 있는 말이에요.
기무라 비누가 서브 브랜드 ‘C 시리즈(C Series)’를 만들어낸 철학도 이것과 비슷해요. 일상에서 다양한 곳들을 청소하지만, 매번 비슷한 세제로 청소를 하죠. C 시리즈는 이런 상황을 문제라고 정의하고, 각 청소 상황에 맞는 하나의 제품들을 개발하기 시작해요.
ⓒC Series
ⓒC Series
C 시리즈라는 이름은 장인정신을 뜻하는 ‘Craftmanship’의 C를 따와 만들었어요. 기무라 비누의 긴 역사와 장인 정신을 담은 이름이죠. 메이크업 도구, 제빙기, 신발, 소매&칼라, 거울, 수도꼭지 등 일상에서 더러워지기 쉽지만 전용 클리닝 제품이 없거나 많지 않은 영역을 찾아서 그 용도에 딱 맞는 제품들을 만들었어요.
C 시리즈는 장인 정신으로 세심하게 만들어 졌지만, 사용 방식만큼은 진지하기보다 직관적이고 간단해요. 강력한 세정력을 바탕으로 사용자가 효과를 보기 위해 들여야 하는 노력을 최소화했어요. 힘을 들여 문지르거나 공을 들이지 않고도 그저 부어놓거나 뿌리기만 해도 깨끗하게 세척이 되는 세제 제품들을 만들었죠.
인기가 좋아 품절이 잦은 제빙기 클리너를 살펴 볼까요? 일반 가정에서 많이 사용하는 냉장고 일체형 제빙기는 청소를 따로 하는 게 번거로워요. 크기가 작고 냉장고에 부착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서 얼음이 만들어지는 안쪽까지 세척을 하기가 번거롭죠. 습도가 높아 곰팡이나 박테리아가 쉽게 번식하는 게 문제예요.
이 때 물 대신 C 시리즈의 ‘자동 제빙기 세척제’를 넣고 얼음이 되기를 기다려 보세요. 그럼 천연 성분의 이 세척제가 각 얼음이 되는 과정을 거치며 제빙기 구석 구석의 세균을 박멸해 줘요. 혹시나 얼음으로 착각해 섭취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자두 추출물을 사용한 분홍색을 띄고 있어요. 강력한 기능, 간편한 사용성 뿐만 아니라 문제 해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미연의 부작용까지 고려한 거예요.
ⓒC Series
ⓒC Series
한편 C 시리즈에는 기획력이 돋보이는 세트도 있어요. ‘간편한 사용성’이라는 확실한 장점을 레버리지해 만든 ‘즈보라(ずぼら) 세트’예요. ‘즈보라 상’은 일본어로 게으른 사람,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대충대충 해결하려는 사람을 이르는 말이죠. 즈보라 세트는 이런 즈보라 상들도 청소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청소 제품이에요. 제빙기 뿐만 아니라 욕조, 세탁기, 싱크대까지 그냥 부어 놓기만 하면 되는 세트 제품이죠. 이 세트라면 귀찮음에 지배된 사람도 쉽게 집안을 깨끗하게 할 수 있을 거예요. 사실 특별할 것 없는 세트 상품인데도, ‘즈보라’라는 이름을 붙여 제품의 장점을 부각시켰어요.
ⓒC Series
ⓒC Series
기무라 비누는 장인 정신으로 만들지만, 장인 정신을 내세우지 않아요. 비누를 사용하는 고객은 장인이 만든 비누보다 기능과 사용성이 좋은 비누를 사용하고 싶을 테니까요. 기무라 비누에게 장인 정신은 기본일 뿐, 핵심 경쟁력은 고객 친화적인 제품과 전달 방식이에요.
100년 역사의 회사가 헤리티지를 드러내지 않는 이유
100년의 역사는 아무 브랜드나 쉽게 가질 수 없는 힘이에요. 브랜드의 근간이자 제품력을 검증해 주기도 하고요. 그래서 보통 오래된 가업 승계자들은 회사의 전통과 역사를 지키고 알리고 싶어해요. 하지만 쇼이치로 대표는 조금 다르게 생각해요. 계속해서 경쟁이 심화되는 요즘, 전통은 핵심 경쟁력이 될 수 없다는 판단이죠. 그가 가업을 물려 받자마자 새로운 방향성을 모색한 이유이기도 해요.
쇼이치로 대표는 가업을 지키는 것을 넘어 회사가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소비자들과 접점이 생길 수 있을 지를 고민했어요. 그는 고민 끝에 과감한 결심을 해요. 기무라 비누의 긴 역사를 백스테이지로 옮긴 거죠. 천연 비누의 우수성이나 기무라 비누의 역사 모두 의미 있는 이야기지만, 템포가 빠른 현대 사회에서 대중들에게 설득력을 가지기는 어려워요. 그래서 그는 기무라 비누의 역사와 수제 비누의 우수성을 마케팅에서 제외해요.
대신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세련된 브랜딩과 실용적인 미학이 돋보이는 디자인으로 현대적인 감각을 갖춰 나가요. IT 서비스 경력을 살려 만든 각 라인업 별 웹페이지도 큰 역할을 했죠. 기무라 비누를 모르던 소비자들의 관심까지 끌 수 있는 새로운 브랜드와 제품 개발에 힘썼어요. 점점 온라인으로 옮겨지고 있는 소비자와의 접점을 받아 들여 온라인 판매도 활발하게 운영 중이고요.
그리고 소비자들이 비누, 세제를 넘어 청소 자체에 대해 흥미를 느끼고, 청소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청소를 놀이로, 놀이를 청소로’ 라는 슬로건을 가진 아동 교육 프로그램 ‘맘모스’에 참여해 다양한 기무라 비누의 제품을 아이들에게 소개하는 캠프에 참여하기도 했죠. 이 캠프에서는 기무라 비누의 제품들을 어린 아이들에게 소개하고 청소의 즐거움을 가르쳐요. 이후에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청소 방법과 기무라 비누 제품을 사용하는 방법을 만화책 형태로 만들어 매달 배포하기도 했어요.
ⓒKimura Soap
ⓒKimura Soap
“제가 가장 먼저 고민했던 건 ‘이미 쌓아온 일’이 아니라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였어요. 모두에게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어 제품을 만들고 우리만의 브랜드를 만들게 됐죠.”
- 쇼이치로 기무라, 오사카진(Osakazine)
100년의 역사와 전통이 무색할 정도로 기무라 비누는 전혀 올드하지 않아요. 단단한 역사 위에서 새로운 모습을 가꾸어 나가고 있으니까요. 기무라 비누는 앤드소프나 C 시리즈 이외에도 계속해서 새로운 서브 브랜드를 런칭하며 현대적인 일상과 함께 하고 있어요. 이런 노력 덕분에 앞으로 또 다른 100년을 꿈꿀 수 있는 것이고요.
기발한 제품은 유연한 조직에서 나온다
기무라 비누의 젊은 감각은 쇼이치로 대표의 머리에서만 나오는 게 아니에요. 기무라 비누는 회사 차원에서 신입사원들의 아이디어에 귀를 기울여요. 젊은 세대와 소통하고 싶다면 내부의 젊은 지원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대표적인 예가 움직이는 팝업 스토어였어요. 한 신입사원이 제안한 아이디어를 들은 쇼이치로 대표는 바로 중고 화물차를 사서 비누 가게로 개조해줬어요.
ⓒKimura Soap
ⓒKimura Soap
“나는 신입사원들에게 기본적으로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말합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일, 내가 할 수 있는 것, 다른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 이 3가지가 겹치는 곳에서 일할 수 있다면 기쁘지 않을까요?”
- 쇼이치로 기무라, 오사카진(Osakazine)
기무라 비누가 신입사원들의 아이디어를 실행한 건 어쩌다 있는 일이 아니에요. 쇼이치로 대표는 신입사원들의 말랑말랑하고 신선한 생각을 존중하는 편이에요. 물론 신입사원들은 미숙해요. 하지만 그 미숙함마저 감싸 안으며 신입사원들 안에 숨어 있는 잠재력을 끌어 내고자 하죠.
평가 시스템도 이런 조직문화에 연동되어 있어요. ‘루키 기간’이라고 부르는 5년차(또는 27살)까지 신입사원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해요. 그래서 자기가 가장 하고 싶고,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을 수 있도록 돕죠.
이후 루키 기간이 끝나고 나면 하고 싶은 일을 정하고, 연봉도 스스로 정할 수 있어요. 무조건 희망 연봉으로 정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자신이 하는 일이 회사에 어떤 기여를 하는지, 그 기여는 어떤 가치가 있는지 스스로 생각해 보고 정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나는 ‘틸(Teal) 조직*’이라는 말이 등장하기 전부터 ‘자율적인 조직을 만들고 싶다’는 이상을 알고 있었어요. 기본적으로 모든 직원이 성인이고, 주변 사람들과 협력할 수 있다는 전제가 있기 때문이에요. 궁극적으로는 ‘경영’이라는 개념을 없애고 싶습니다.
- 쇼이치로 기무라, 오사카진(Osakazine)
*틸 조직: 프레데릭 랄루가 2014년 저서 <Reinventing Organizations>’에서 제시한 조직 이론으로, 조직의 모든 구성원이 목표를 향해 자기 결정을 내리는 자율적인 조직을 뜻함.
기무라 비누가 추구하는 자율적인 조직은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는 밑거름이 될 거예요. 처음엔 서툴고 부족할지 몰라도, 기무라 비누에서 자란 자율적인 신입사원들은 기무라 비누에 계속해서 새로운 씨앗을 심어 나갈 거테니까요. 자율적인 조직에서 시행착오는 실패가 아니라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교훈이거든요.
Reference
創業100年を目指す木村石鹸工業株式会社が考える、会社・組織づくりにおける「自分たちのできること」, Osakazine